All Chapters of 내가 죽은 다음에야 후회하는 남편: Chapter 11 - Chapter 14

14 Chapters

제11화

“한청아가 죽었다고요? 말도 안 돼요, 며칠 전에 집에 갔을 때만 해도 자고 있었는데.”“그리고 우리 세훈이는 내가 호텔로 데려가서 밥도 먹었었는데 죽었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조승연은 미친 사람처럼 경찰에게 달려들며 하얀 천을 덮는 것을 막았다.“엄마, 우린 여기 있는데 아빠는 왜 우리를 못 봐요?”내 손을 꼭 잡은 세훈이는 아빠가 왜 저렇게 슬퍼하는지를 알지 못했다.“아가, 우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아빠가 우릴 못 보는 거야.”내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설명하고 있을 때 경찰은 조승연을 사무실로 데려가 사건에 대해 물었고 때마침 부검의가 우리들의 사인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왔다.침묵을 유지한 채 우리의 외관을 단정히 해주던 경찰은 아까부터 울면서 밖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또 자신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고 하소연하고 있는 조승연을 보며 말했다.“마음에도 없는 소리 그만 하세요. 아내분은 6월 22일에 돌아가셨는데 6월 23일에 집에 돌아가신 분이 그걸 몰랐어요?”“그리고 당신 아들은 굶어 죽었어요. 이 시국에 아사가 어떤 의민지 알기나 해요? 당신은 사람도 아니에요.”조승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부검보고서에 적힌 글들을 훑어봤다.[한청아, 여, 31세, 사인 심장마비.][조세훈, 남, 3세, 사인 아사.]“세 살밖에 안되는 애가 집에서 굶어 죽을 동안 당신은 뭐 했어요?”조사를 통해 조승연이 비서와 밖에서 오랫동안 동거했다는 걸 알아낸 경찰은 조승연을 아니꼽게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저... 저는...”경찰의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조승연은 얼굴을 가린 채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사무실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누구 하나 그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울다 지친 조승연은 시신 확인서에 사인을 하고 내일의 화장을 기다렸다.나와 세훈이는 그런 그를 따라 그의 새집으로 향했다.“왜 그래요? 설마 청아 씨가 또 당신 주의 끌겠다고 아이를 학대한 거예요?”진유라는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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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튿날, 나와 세훈이의 장례식이 열리자 지인들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장례식장을 찾아와 나와 세훈이가 함께 누워있는 관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엄마, 사람들 엄청 많이 왔어요. 그런데 왜 다 나를 모른 척 하는 거예요?”세훈이는 다른 사람들의 몸을 관통하는 게 마냥 재밌는지 웃으며 뛰어다녔다.나는 그런 아이의 옆에서 조용히 검은 정장을 입고 가슴에 하얀 꽃을 매단 조승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어떡하니 승연아.”“그래도 너라도 잘 버텨야지.”조문 온 사람들마다 그에게로 다가가 한마디씩 위로를 건넸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나의 흑백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내가 미워서 그런 거야?”“네가 좀만 더 살갑게 굴었으면 나도 널 모른 척하지는 않았을 거야.”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눈을 감으면 왈칵 쏟아질 듯이 가득.“지금 내 탓하는 거야?”“내가 너더러 진유라랑 만나라고 했니?”“내가 애 보지 말라고 부추겼니?나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의 뺨을 갈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세훈이는 살 수 있었는데 아이는 오로지 그의 무책임 때문에 죽어 나간 것이다.아이의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책임감 없이 아이를 나한테 맡겨놓고 다른 여자랑 놀러 다니는지.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화나는 건 지인들한테는 출장 때문에 집에 와보지 못해서 이런 참사가 벌어진 거라고 둘러댄 그의 행동이었다.다들 그의 말을 믿었기에 그를 다독이며 잘 견뎌내라고 위안을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그리고 내 부모님마저 먼 길 달려오셔서 그를 위로해주고 있었다.못 본 사이에 흰머리가 더 생긴 것 같은 아버지는 자신보다 우리 사진 앞을 소나무처럼 가만히 서서 지키며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조승연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조 서방, 이러다가는 자네까지 쓰러져. 좀 앉아서 쉬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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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괜찮아요 장인어른, 제가 미안해서 그래요.”목이 멘 채로 말을 이어가며 제 뺨을 때리는 조승연에 아버지가 그를 말리려고 일어섰는데 그 순간 장례식장에 불청객이 찾아왔다.“조승연, 너 진짜 대단하다. 내 애는 죽어도 신경 안 쓰더니 네 와이프랑 자식 장례식은 치러주는 거야?”진유라는 자신도 아이를 잃어서 슬픈데 아내 장례식장만 지키고 있는 조승연이 못마땅해 내 사진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당황한 조승연은 빠르게 진유라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아내랑 아이를 동시에 잃진 않았을 거야, 다 네 탓이라고!”말을 하면서 손에 힘을 준 조승연 때문에 진유라의 얼굴은 점점 파랗게 질려갔다.그때 둘의 대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버지가 조승연을 보며 물었다.“이게 무슨 말인가?”“할아버지, 조승연은 1년 전부터 나랑 만나왔어요. 이 사람은 진작에 당신 딸이랑 이혼하고 싶어 했다고요!”진유라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조승연을 바라봤다.“그러고 보니 한청아가 죽던 날도 당신은 나랑 자느라 아들 전화를 못 받았지?”“하하하...”진유라는 뭐가 웃긴지 배를 부여잡으며 웃었다.그에 조문 온 사람들도 모두 그가 여자랑 뒹구느라 아내와 자식이 죽어가게 방치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특히 세 살 난 아이는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온전히 조승연 때문에 죽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까지 다 들통나버린 것이다.“아빠 너무 무서워요... 아빠는 왜 아줌마 목을 조르는 거예요?”“괜찮아 아가, 이런 건 보지 마.”나는 내 손을 잡아 오는 아이를 보며 말해주었다.그런데 내 목소리가 아까보다 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여보니 내 발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게 눈에 보였다.아마도 곧 이승을 떠나게 될 것 같았다.그때 진유라의 말을 들은 아버지가 조승연의 뺨을 때리더니 그를 장례식장 밖으로 내쫓았다.“장인어른, 장인어른! 제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청아랑 세훈이 보내주는 것까지만이라도 허락해주세요...”장례식장 밖에서 애처롭게 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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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와 세훈이의 죽음은 당지에 많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그것 때문에 조승연의 회사 주식은 날로 떨어지더니 그는 결국 파산을 선포하게 되었다.하지만 조승연은 조금의 미련도 없이 내 아버지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갔고 매일같이 아버지의 집 앞으로 찾아가 무릎을 꿇고 내가 어디에 묻혀있는지를 물었다.그에 참다못한 아버지가 빗자루를 휘두르며 그를 쫓아내니 조승연은 또다시 찾아갈 엄두를 못 내고 우리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갔다.집안에는 아직도 악취가 자욱했지만 조승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뒤적여 예전의 추억들을 찾아보며 중얼거렸다.“청아야, 내가 미안해. 내가 널 구하지 못했던 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나만 남겨두고 가버리면 어떡해...”계속 눈물을 흘려 대는 조승연 때문에 베개 시트도 점점 젖어 들어갔다.나는 이렇게 처절하게 우는 그를 보니 조금은 통쾌해지는 것 같았다.“바람피운 것도 너고 이 집과 나랑 세훈이를 먼저 버린 것도 너야.”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나는 세훈이의 손을 잡고 조승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아이가 죽은 게 가슴 아프긴 하지만 세훈이가 진유라와 조승연을 따라갔었더라면 학대를 당할 수도 있었기에 어쩌면 나랑 같이 있는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했다.“엄마, 아빠 너무 슬프게 우는데요? 우리가 떠나는 게 싫은가 봐요.”그런데 조승연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달려갔던 세훈이가 무슨 일인지 빠르게 손을 떼어내며 놀라고 있었다.“세훈아, 우리 세훈이야?”그런데 이때 조승연이 무슨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내 품으로 달려오는 세훈이를 보게 된 그는 소리 내 웃다가 또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청아야, 세훈아... 너희 다시 돌아온 거야?”정확히 나를 바라보는 조승연의 시선을 느낀 나는 마침내 그가 우리를 볼 수 있다는 걸 확신하고서는 눈을 번뜩이며 세훈이를 잡아당겼다.“그래, 네가 어떻게 죽었나 보러 왔어.”“우리가 죽은 건 다 너 때문이야.”나는 그간의 서러움을 담아 온몸으로 한기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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