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가 쓰레기통에서 원단비의 핸드폰을 꺼내자 민태건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민태건보다 원단비의 성격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원단비는 철저히 내려놓는다면 정말 반드시 철저히 놓을 것이다. 그게 민태건이든 원단비의 부모님이든 더 이상 만회할 기회는 없었다. 아직 품고 있던 혹시나 하는 그 마음은 이때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공항에는 사람들이 오갔는데 어떤 사람들은 손을 잡고 가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오직 민태건만이 인파 속에 홀로 우뚝 선 채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다시 돌아가는 건? 민태건은 내키지 않을 것이다. 원단비를 만나러 가는 건? 민태건은 그녀의 입에서 포기했다는 말을 직접 듣게 될까 두려웠다. 남거나 말거나, 만나거나 만나지 않는 것 모두 민태건에겐 선택할 수 없는 난제였다. 옆에 있던 서지수는 민태건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이윤미가 알아낸 번호를 받은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원정숙 여사님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BS그룹 본부입니다. 저희가 연락을 드린 건 원단비 아가씨에 관련된 일을 묻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긍정적인 대답을 받은 후 서지수는 핸드폰을 바로 민태건에게 건넸다. “민 사장님, 원단비 아가씨의 고모와 연락이 됐습니다.” 서지수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을 보고도 민태건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의문스러운 말소리가 들려와서야 민태건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전화를 받았다. “정숙 누나, 오랜만이에요. 저 태건이에요. 저 지금 오클랜드 공항에 있는데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네, 이 일을 단비에겐 말하지 말고요.” 주소를 상의하고 난 후, 민태건은 미간을 비비며 마음속 복잡한 그 감정을 모두 뒤로 한 채 몸을 돌려 공항을 떠났다. 카페에 도착한 뒤 민태건은 블랙커피를 한 잔 시켰다. 거의 30시간 동안 눈을 붙이지 못했던 터라 민태건은 이미 피로가 어마어마하게 쌓인 상태였고 커
Last Updated : 2025-01-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