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도영의 시선이 탁자 위 빨간 철제 상자에 고정되었다. 그는 달려가서 보고 싶었지만 이춘하의 손에 꽉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심지현은 화가 난 엄도영의 표정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자랑했다.“우리 아빤 나한테 라디오 만드는 법도 가르쳐줬어.”그러고는 엄도영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우리 아빠가 너희 아빠보다 쉬 더 멀리 싸!”으쓱거리는 심지현의 모습에 엄도영이 발끈하며 따지려 들자 이춘하는 재빨리 잡아끌며 말했다.“얌전히 있어. 엄마가 지현이 아빠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아들이 입을 삐죽 내미는 걸 보니 또 심지현과 싸우려는 게 분명했다. 이춘하는 아들이 또 사고를 칠까 봐 얼른 대나무 바구니를 탁자에 올려놓고는 하희열을 흘끗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심서아에게 말했다.“서아야, 이 계란은 네 남편 몸보신하라고 가져온 거니까, 이번엔 거절하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육민우에게 다가가 아양을 떨며 말했다.“지현이 아빠, 사실 도영이 아빠는 지현이 아빠의 하위 부서에 출근하거든요. 특수 자재를 구매해야 해서 신청서를 제출한 지 며칠 됐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에요. 윗분께서 갖고 계시다는데, 혹시 말씀 좀 잘해주시겠어요? 가능한지 아닌지 답변이라도 듣고 싶어서요.”엄도영의 아빠는 연구개발부서에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담당자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그녀는 육민우가 거절할까 봐 한마디 더 덧붙였다.“지난번 도영의 일도 사과했잖아요. 앞으로 도영이가 지현이랑 잘 놀도록 할게요.”심서아가 바구니를 가져오며 거절하려던 찰나, 육민우가 뜻밖에도 답했다.“알겠습니다!”예상치 못한 육민우의 통쾌한 대답에 이춘하가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그녀는 육민우가 마음을 바꿀세라 엄도영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심서아는 어쩔 수 없이 바구니를 다시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난처한 모습을 본 하희열은 육민우에게 다가가 말했다.“육 연구원님, 저 아줌마가 전에 서아 누나한테 얼마나 심하게 욕했는지 아세요? 이제 와서 아부하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2-2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