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보스 아내의 복수 게임: Chapter 21 - Chapter 30

40 Chapters

제21화

“괜찮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 임선우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장연아와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녀 곁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너 설마...” 임선우는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친구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 그런 생각 안 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 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어.” 분위기가 더 무거워지지 않도록 나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의사 선생님은 뭐래? 나 얼마나 더 살 수 있을 것 같아?” 최근 연달아 터진 충격적인 일들 때문에 내 몸이 더욱 피로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임선우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별생각 하지 마. 선생님 말씀으로는 네가 좋은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대.” 기적이라니... 하지만 나는 기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유일하게 놓지 못하는 것은 보육원 아이들과 임선우뿐이었다. 임선우에게 나는 너무 많은 부담을 주었고, 이 친구는 본인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알겠어. 걱정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도 이제 돌아가야지. 일도 중요하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서 열심히 돈 벌어야 네 가족에게 안정된 삶을 줄 수 있지 않겠어?” 임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네 상태 어떤지 뻔히 알면서 내가 어떻게 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생님도 말했잖아. 내가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 기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어서 가. 너는 가진 돈도 다 나 빌려줬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벌지 않으면 네 여자 친구가 서운해할 거야.” 나도 결혼을 해본 사람이니까... 비록 내 결혼은 남들처럼 행복하거나 즐겁지는 않았지만, 여자가 자신의 결혼식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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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태호야, 괜찮아?” 장연아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병실에 들어섰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이마에 맺힌 가느다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조건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장 대표님, 태호가 촬영 중 부상을 당했습니다. 검사 결과 골절로 확인되었고, 조각난 뼈를 제거하기 위해 수술이 필요합니다.” 장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태호의 병상 곁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조건은 눈치를 살피며 병실을 나섰지만, 머릿속은 장연아와 노태호의 관계로 복잡했다. 그는 노태호의 로드매니저로서 장연아가 노태호에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장연아는 자신이 감정적으로 불안할 때만 노태호를 찾았다. 그러나 노태호는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아채지 못하는 듯했다. 병실 안. 장연아는 노태호가 얼굴이 창백한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표정을 읽는 데 익숙한 노태호는 장연아가 조건이 전화로 상황을 과장한 것에 불쾌해한다는 사실을 금방 파악했다. “누나, 누나 바쁜 거 뻔히 아는데 이렇게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노태호는 고개를 숙이며 자책하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장연아는 회사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노태호가 곁을 지켜준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건의 ‘속셈’을 알아차렸지만 노태호에게 날카로운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쩌다 다쳤어?” 장연아의 물음에 노태호는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가와 억눌린 표정은 마치 주인의 동정을 바라는 강아지 같았다. “촬영 중에 말이 갑자기 놀라서 뛰는 바람에 떨어졌어요. 말발굽에 밟힐 뻔했어요...” “형에게도 말했어요. 제 부상은 별거 아니라고, 굳이 누나까지 부를 필요 없다고요.” 장연아는 한숨을 쉬며 노태호의 손을 잡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가 많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너 연기상도 노린다면서? 그러면 몸 조심해야지. 또 이런 일 있으면 안 돼.” 노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누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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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하지만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수술실 문 위의 녹색 등이 켜졌다.노태호의 주치의가 수술실에서 나와 물었다.“혹시 노태호 환자분의 가족 계시나요?”장연아는 설명할 틈도 없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나는 의사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장연아, 당신... 역시 JP 그룹의 대표답군. 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중에도 여전히 내 마음에 비수를 꽂는 법을 알고 있었어.'나는 그녀의 전화를 끊고 바로 정수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수 이모, 저 다시 일 시작할까 해요.”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정수 이모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래, 지금 네게는 뭐든 집중할 일이 필요한 때야. 마침 네 은사님이 곧 B 시에 오실 예정이래. 준비하고 있어. 내가 자리 만들어 줄게. 네 은사님도 분명히 네가 다시 찾아오는 걸 반길 거야, 말 안 듣는 제자야!]결혼을 위해 나는 은사님을 따라갈 수 있었던 해외 유학을 포기했었다. 그때 나는 그것이 서로를 구원하는 길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었다. “네, 잘 준비하고 있을게요.” 나는 정수 이모와의 전화를 끊고 퇴원 준비를 시작했다. 비록 전에 나는 임선우에게 치료받겠다고 약속했지만, 병원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매 순간 지우가 병상에 누워 있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우와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나는 나에게 남은 시간을 소중히 쓰기로 결심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작은 원룸을 하나 얻었다. 공간은 작았지만,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크기였다. 짐도 많지 않아 나는 금세 정리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 몸은 점점 더 약해져 갔고, 치료는 오히려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내 핸드폰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해서 확인해 봤더니 발신자는 임선우와 정수 이모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연아’였다. ‘장연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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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나는 장연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렇게까지 날 증오하면서, 왜 이혼을 거부하는 거지?” “노태호도 네 옆에 당당하게 서고 싶지 않을까? 계속 애인 신분에 머무르게 할 거야?” 내가 노태호의 이름을 꺼내자, 장연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이 일은 태호와 아무 상관 없어. 나와 태호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나는 눈앞의 장연아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직접 장연아와 노태호가 함께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는데도, 지금 그녀는 자신과 노태호가 불륜 관계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다. “당신과 노태호 사이가 뭐든, 나는 당신과 이혼할 거야.”“나 이미 지칠 대로 지쳤어. 우리 인제 그만 서로를 괴롭히자.” 장연아가 매일 다른 남자와 함께 집에 드나드는 걸 보면서, 나는 이 수명을 다한 결혼을 왜 더 끌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태호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내가 당신과 결혼한 게 그렇게 고통이었어? 변진섭, 당신이 날 떠난 그날부터 알아야 했어. 이 정도 고통은 네가 내게 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그 시절...비 내리던 그날 밤, 보육원 밖에서 울며 나를 붙잡던 장연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때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어쨌든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였다. 나는 이제 상관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당신을 떠났다고 해도, 지금 당신은 날 B 시에서, 그리고 이 나라 전체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아?” 장연아는 내 말을 들으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마도 내가 정말로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확신한 듯했다.“변진섭! 내 말 잘 들어!! 이혼? 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내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당신도 그렇게 쉽게 내 곁을 떠날 수 없어!!!”“그리고 이 보육원... 우리 JP 그룹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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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네, 제가 변진섭입니다. 사장님께서 결혼기념일에 사용할 보석 디자인을 의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어딘가 얼굴이 낯이 익는데?’ “변진섭 씨, 정말 절 기억 못 해요?” 상대방의 표정은 어딘가 의미심장했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어디서 만났던 사람인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누나, 이제 갈까요?” ‘노태호?!’ 내가 여기서 노태호와 장연아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노태호의 팔에 깁스가 감겨 있고, 다른 손으로 장연아의 팔을 잡은 채 다정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에 내 가슴은 다시 한번 쓰라리게 아팠다. 내 앞의 ‘고객님’도 내가 뒤쪽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 순간, 양쪽의 시선이 교차했고, 장연아 역시 나를 보았다. 장연아는 즉시 고객을 향해 물었다. “이 사람이... 바로 네가 부른 디자이너야?” “맞아. 그런데 변진섭 씨가 나를 기억 못 하네.” ‘고객님’은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보았다. 이 ‘고객님’과 장연아의 대화를 들으며,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위암 발병 이후 기억력도 점점 나빠져서 몇 번 만난 사람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다른 손님과 선약이 있으시다면,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나는 자리를 떠나려고 일어섰다.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장연아와 마주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장연아가 입을 떼려던 순간, 노태호가 먼저 말했다. “진섭 형? 오랜만이에요! 서혜 누나와 아는 사이라니 의외네요. 오늘 특별히 서혜 누나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노태호는 이어 장연아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누나, 우리 이제 가요. 서혜 누나와 진섭 형 시간을 더 뺏으면 안 되죠. 게다가 병원에 재검진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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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나는 그간 장연아로부터 받은 돈은 단 한 푼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힘을 주어 장연아가 쥔 손에서 내 손을 뺐다. “당신 잊고 있는 게 있어. 우리 곧 이혼할 사이잖아.” “그리고 그동안 받은 돈은 어디에 썼는지 모두 기록으로 남겨뒀어. 궁금하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지.” 말을 마친 뒤, 나는 장연아 뒤에 서 있는 노태호를 바라보았다. 노태호는 마치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장연아처럼 성격이 강한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나도 저런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노태호가 얼마나 교묘하고 비열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지 장연아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젠 나와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장연아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내 모습이 비쳤다. 아마도 우리 사이의 긴장감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졌던 것 같다. 서혜가 나를 보고 말했다. “변진섭 씨, 제 서재에서 이야기하죠.” 장연아의 시선은 여전히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장연아는 노태호와 함께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 나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모퉁이에서 유리창 너머로 장연아가 2층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상처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여자는 그렇게 불만스러운 걸까? 본인이 원했던 결말이 이혼 아니었나?’ “변진섭 씨?” 서혜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오자,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이번 방문의 목적을 떠올리며 서혜에게 사과의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방금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서혜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믿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그런데 변진섭 씨... 정말 장연아와 이혼할 건가요?” 명문가 아가씨들의 세계에서 장연아 같은 여자에게는 주위의 유혹이 끊이지 않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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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변진섭, 내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나는 서류 가방을 정리하며 장연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노태호는 어쩔 건데?” “지금 노태호가 당신과 관계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네가 정말 그런 어린 애인을 사람들이 비난한다면, 그걸 참고 지켜볼 수 있어?” 노태호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니 그가 장연아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을 장연아가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장연아가 노태호의 명성이 추락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태호의 사이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장연아의 변명에도 내 눈앞의 사실은 명확했다.‘그동안 노태호의 도발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건가?’“장연아, 나 정말 지쳤어.” “그리고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당신도 잘 알잖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당신과 노태호 사이에서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나는 장연아를 비켜 천천히 걸어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원룸 주소를 말하고는 잠시 휴식을 취할 작정으로 머리를 기대로 눈을 감았다. 최근 내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조금만 피곤해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택시 기사님이 창밖을 보며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손님, 밖에 서 있는 저분... 손님 아내 맞죠?”나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대답했다.“네, 제 아내입니다.”기사님은 차 안의 룸미러로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차를 출발시켰다.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연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장연아가 왜 이혼을 거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혹시 아직도 나에 대한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까?’‘됐어. 이제 와서 알 수도 없고,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아.’‘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약을 먹고, 잠을 잘 자는 것뿐이야.’다음 날.서혜에게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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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예전에 선생님이 직접 디자인했던 ‘영원한 사랑’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훌륭하더군요.” 서혜 아버지는 차분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이분은 매우 온화한 인상을 가진 중년의 남성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꽤 오래전에 작업한 작품입니다.” 나는 솔직히 말했다. “들으니, 당신이 이지석 선생님의 제자라던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분의 제자가 될 기회는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이지석 선생님의 제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장연아가 나를 찾아오기 전에, 나는 이지석 선생님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그 초청장은 해외에서 그의 지도를 받으며 디자인을 심화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연아의 등장으로 내 모든 계획은 어그러졌다. 나는 아쉬웠지만 초청장을 반납하고, 장연아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부터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말 안타깝네요.” 서혜 아버지는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고, 준비해 간 디자인 초안과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서혜 아버지는 디자인 수정과 관련된 의견을 차분히 제시했다. 이분은 자신의 주관이 매우 뚜렷했고, 아내의 취향을 정확히 반영하여 의견을 이야기했다. 나는 수정해야 할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며 고개를 들었다. “말씀하신 의견을 바탕으로 디자인 초안을 수정하겠습니다. 수정한 디자인은 다시 가져와 최종 확인을 받겠습니다.” 서혜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악수했다. 안성그룹 건물을 나서며,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장연아의 남편’이라는 꼬리표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가 내 능력을 인정해 준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졌다. 디자인 초안을 수정하는 작업은 겉보기엔 간단해 보였지만, 서혜 아버지가 제시한 모든 의견을 작은 디자인에 반영하기는 꽤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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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임선우는 디자인 초안을 들고 나섰고, 나는 이 친구를 문가까지 나가서 배웅했다. 문을 닫으려던 순간, 임선우가 내 손을 막으며 말했다. “나, 이 일 말고도 다른 얘기 하려고 온 거야. 너 요 며칠 뉴스 안 봤지?” ‘뉴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며칠 동안 디자인 수정하느라 바빠서 뉴스 볼 시간이 없었어.” 내 대답에 임선우는 뭔가 말하려다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별일 아니야. 내가 바로 디자인 초안 전달할게. 너는 쉬고 있어. 좀 있다가 식사 가져다줄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임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 친구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뉴스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요 며칠 뭔가 큰 사건이라도 터진 걸까?’ 나는 핸드폰을 켜고 최근의 뉴스 검색을 시작했다. SNS 핫토픽 상위 세 개가 모두 JP 그룹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니, 노태호의 해명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노태호의 SNS 계정에 올라온 영상 속에서, 그는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과 장연아의 관계를 해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창백한 얼굴에 더듬거리며 말하는 노태호의 모습은 오히려 불을 끄려다 오히려 더 불을 지피는 것 같았다. 그 영상을 보던 중, 갑자기 내 핸드폰이 버퍼링이 걸리기 시작하더니, 쏟아지는 메시지 알림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알림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이 장연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그녀의 메시지는 대개 사소한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왜 집에 안 와?][집에서 물건을 못 찾겠어.]... 나는 피식 웃었다. ‘이런 핑계를 대다니.’한때 나도 이런 서툰 핑계를 써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장연아에게서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답장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전화가 울렸다. 장연아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끊었지만, 그녀는 마치 벨 소리를 강제로 울리는 사람처럼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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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학교에서 ‘얼짱’으로 불리던 유도재는 잘생긴 외모에 좋은 집안까지 갖춘, 장연아를 쫓아다니는 수많은 남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그런 유도재가 왜 나 같은 애를 막아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단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늘 조심했고, 원장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저... 이게 전부예요.” 나는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는 다짜고짜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변진섭, 네가 감히 장연아 옆에 앉아? 너 혹시 장연아한테 관심 있어?” ‘얼짱’는 내 옷깃을 움켜잡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장연아처럼 빛나는 여자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유도재는 코웃음을 치며 내 반응에 만족한 듯했다. “그래, 너도 네 처지를 잘 아는구나.” 유도재는 나를 놓아주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내 옷을 툭툭 쳤다. “오늘부터 내가 장연아에게 준 선물 외에 다른 놈들이 준 게 눈에 띄면, 그땐 너만 봐줄 거다.” ‘이게 무슨 뜻이지?’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도재의 일행 중 한 명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 봐라. 우리 도재 도련님의 뜻도 못 알아듣고 있네.” “우리 도재 도련님께서 말씀하시잖아. 오늘부터 너는 도재 도련님의 스파이야. 누군가 장연아에게 뭘 주면, 그걸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이해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장연아는 처음부터 내가 없어도 그런 선물들을 전부 버렸는데, 왜 굳이 나를 끌어들였을까?’ 나중에야 나는 유도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녀의 곁에 다른 이성이 있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유도재를 대신해 장연아에게 온 다른 추종자들의 선물과 편지를 몰래 처리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장연아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느 날, 장연아는 내가 버린 편지와 선물을 들고 나를 찾아왔다. “변진섭, 너도 나 좋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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