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보스 아내의 복수 게임: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제11화

그 사진첩 안에 든 지우의 사진들을 발견하자 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주인은 바로 노태호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돌아서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 있던 물건들 다 어디 갔어?” 장연아는 평소 이런 것들을 정리하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안방 정리는 분명 노태호가 했을 것이다. 노태호는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이렇게 악랄하게 웃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안에 죽은 아이의 물건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요새 영 재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전부 내다버렸어. 지금이라도 가서 찾아보면, 쓰레기 더미 속에서는 찾을 수 있겠지.” 지우의 마지막 남은 사진들이 쓰레기 더미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손끝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악랄해질 수 있지? 작은 아이의 유품조차 용납하지 못하다니!!’ 노태호는 여전히 비웃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어 그의 코를 향해 강하게 한 방 날렸다. 비록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런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노태호는 비명을 지르며 코를 감싸고 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려 하얀 카펫 위를 물들였다. 나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노태호를 바라보고 말했다. “저기...” 그리고 안방 한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기에 카메라가 있는 거 알아? 네가 날 때리면, 장연아가 회사에서 다 보게 될 텐데.” 노태호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무겁게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여유롭게 방을 빠져나갔다. 방문을 나서는 순간, 벽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태호의 그런 행동에 대해 나도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노태호 같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 주목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런 굴욕을 당했으니,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경비를 찾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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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 와중에도, 임선우는 한 손으로 갓 삶아서 따뜻한 달걀로 내 얼굴을 찜질해 주고 있었다. 선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옆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옆에 있지 않았다면, 임선우도 당장 음성 채팅을 켜고 댓글 작성자들과 맞대응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를 보내 유명한 분식집에 가서 김밥을 사 오게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친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다. 저녁이 되자, ‘장연아 대표의 남편, 언제 죽을까?’라는 해시태그가 다시 한번 검색어 상위권 순위를 장악했다. 사람들은 나의 사망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써대며 전용 게시글을 만들어 토론하고 있었다. 임선우가 김밥을 들고 분노 가득한 얼굴로 병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마침 그 게시글을 보고 있었다. 그는 내 핸드폰을 빼앗아 내려놓으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딴 정신 나간 네티즌들 말 듣지 마. 보지도 말라고.” 나는 가볍게 웃었고, 사실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내놓은 추측성 글을 보는 게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이번에는 장연아가 별다른 해명 없이 이 상황을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자, 대신 노태호가 한발 앞서 SNS에 해명문을 올렸다. 그의 해명은 ‘이건 모두 제 실수’라며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해명문에서 느껴지는 억울함과 ‘차가운 배려' 같은 뉘앙스는, 오히려 그 사건이 나와 관련 있다는 반문으로 보였다. 노태호의 해명문은 노태호의 해명이라기보다는 장연아를 보호하려 한다고 느끼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애절한 이미지 메이킹이 너무 훌륭해서, 노태호가 불륜 상대라는 걸 몰랐다면 나도 깜빡 속아서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병원에 입원해서 며칠째 갇혀 있었지만 의사는 여전히 내 퇴원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 세 번째 퇴원을 요청했을 때, 의사는 짜증 섞인 웃음으로 손에 들고 있던 차트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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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아무 걱정도 없이 자라온 장연아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평생 겪을 고통을 한꺼번에 맛보았다. 나는 정수 이모와 함께 해외로 떠나,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친 듯이 배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정수 이모가 바로 내 어머니의 절친이라는 사실이었다. 내 어머니는 원래 부유한 집안의 아가씨였다. 하지만 내 아버지에게 속아 도망친 후,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수 이모는 내가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고 철저히 막으려 했지만, 결국 나를 막지 못했다. 병상에 누운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수 이모의 얼굴에서 점차 미소가 사라지고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정수 이모가 왜 한숨을 쉬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운명의 장난에 대해 탄식하는 것이었다. 정수 이모는 자기 가방에서 빨간색 녹음기를 꺼내 내 손에 건네주며 말했다. “내 협력자가 다른 곳에서 이걸 손에 넣었어. 긴 생각 끝에 너에게 주기로 했다. 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진 않지만, 너도 진실을 알아야 해.” 나는 정수 이모를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정수 이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단지 녹음기를 내 손에 쥐여주고 방을 나갔다. 나는 녹음기를 켜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건 장연아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술에 취한 듯, 말이 약간 꼬였지만 기분은 좋은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다시 만났어, 하하.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변진섭, 내가 너를 드디어 다시 봤어.” 녹음기 옆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변진섭이 누구예요?” “변진섭?” 장연아는 웃으며 말했다. “날 버린 전 남자 친구지. 3년 동안 사라졌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어.” 나는 녹음기를 꺼버리고,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돌처럼 굳어버린 심장이, 장연아의 눈물 어린 몇 마디에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감정도 뚜렷이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 크고 무거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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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진섭아, 이모와 함께 이곳을 떠나고 싶니?” “이모, 됐어요.” 놀라움과 충격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있었지만, 나는 정수 이모의 제안을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말았다. “저, 오래 살지 못해요. 이제 와서 괜히 이모까지 힘들게 할 수 없어요.” 나도 이제 너무 지쳤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싫었다. 최대한 빨리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정수 이모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모, 저 피곤해요. 한숨 잘게요.” 정수 이모는 부드럽게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녹음기 속 장연아의 목소리가 저주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불쾌감처럼 나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연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입에서 직접 들어서 확인하고 싶었다. 내 마지막 희망의 끈을 확실히 잘라내고 싶었다. 전화는 빠르게 연결됐다. 장연아 쪽은 조용했는데, 아마 회의 중이었을 것이다. 장연아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다정했다. [무슨 일이야?] “보고 싶어서. 병원으로 와.” 장연아 쪽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너무 길어서 전화를 끊은게 아닌가 싶었다. [알겠어.]그녀는 낮고 빠르게 대답했다. 병원은 장연아의 회사와 멀지 않았지만, 그녀의 도착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 장연아는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손에는 내가 한때 좋아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들고 나타났다.그녀는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서로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먼저 손에 쥔 녹음기를 장연아 앞에 내밀었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 당신에게 줄 깜짝 선물이 있어.” 장연아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침대 옆에 앉아 녹음기를 틀었다. 그러나 녹음기에서 자기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얼굴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장연아는 녹음기를 끄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눌러 막았다. “그냥 끝까지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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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때, 임선우가 문을 밀치며 들어왔다. 방 안의 상황을 확인하자 곧바로 얼굴빛이 변한 임선우는 손을 뻗어 장연아를 거칠게 밀쳐냈다. 장연아는 중심을 잃고 반걸음 물러섰지만, 임선우가 순식간에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임선우의 이마에는 핏줄이 불거졌고, 팔로 장연아의 목을 세게 눌렀다. 그는 이를 악물며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장연아, 넌 대체 언제까지 진섭이를 괴롭힐 셈이야? 인제 그만 둬! 진섭이 이제 죽어가고 있어! 제발 내 친구를 편히 놔줄 순 없냐고!” 장연아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듯 보였다. 나는 임선우가 정말 장연아를 해칠까 두려워 서둘러 말했다. “선우야, 그냥 이 사람 보내. 이 사람 때문에 너까지 미래를 망칠 필요는 없잖아.” 임선우는 나를 돌아보더니, 결국 장연아를 놓아주었다. 장연아는 벽에 기대어 몇 번 기침을 하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변진섭이 죽어간다고? 난 못 믿겠는데. 변진섭, 망고 알레르기라고 하더니 이제는 죽어간다고? 도대체 얼마나 더 헛소리를 지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네.” 임선우가 다시 화를 쏟아내려 하자 장연아는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갔다. 임선우는 더는 참지 못하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는 미친 게 분명해.”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사실 지금 내 병세는 너무나 명확해서, 누구라도 나를 보면 이미 건강을 잃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장연아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내가 일부러 자신을 속이며 불쌍한 척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예전의 ‘변진섭’이라면 정말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임선우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부탁했다. “선우야, 나 좀 데리고 나가줘. 어디든 좋아. 여기만 아니면 돼. 더는 장연아와 노태호를 보고 싶지 않아. 둘 다 눈에 띄기만 해도 구역질 나니까.” 임선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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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나는 걸레로 어머니의 묘비를 깨끗이 닦고, 미리 준비해 둔 백합 한 다발을 묘 앞에 놓았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어떤 꽃을 좋아했는지 기억조차 못 했다. 다만 어렴풋이 백합꽃의 이름을 자주 말씀하시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임선우는 나무 옆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몸이 너무 약해져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결국 나는 땅에 주저앉아 어머니의 묘비에 기대어 혼잣말로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리 돌아갈 준비를 할 즈음, 이미 날은 저물고 있었다. 임선우와 나는 저녁에 뭘 먹을지 얘기하며 차로 돌아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한 남자가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곳은 도심이라 차량 통행이 잦아서 남자가 뛰어들자 임선우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바짝 뒤따라오던 차가 그대로 우리 차를 들이받았다. 뒤차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욕을 퍼부었다. “뭐 하는 거야! 왜 갑자기 멈춰!” 나는 좋은 말투로 뒤차를 향해 웃으며 설명했다. “앞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네요.” 차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너무도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노태호였다. 노태호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도 애처로워 보였다. 그의 목에는 ‘인제 그만 우리 누나를 놔주세요’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이 문구는 이미 인터넷에 퍼져 있는 소문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노태호가 말하는 ‘누나’는 바로 장연아를 의미하는 게 분명했다.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임선우에게 차를 길가로 옮기라고 신호를 보낸 뒤 차에서 내려 노태호를 바라보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그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노태호가 먼저 따져 물었다. “왜 누나를 놔줄 수 없는 거죠? 누나는 형님한테 버림받고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이제 형님도 누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제발 놔줄 순 없나요? 진섭 형, 부탁이에요. 제발 저와 누나의 아이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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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임선우는 조심스럽게 내 안색을 살폈다. 내가 정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면 탕수육 어때? 며칠 전에 먹고 싶다고 했잖아.” 탕수육은 달고 느끼해서 내 위와는 좀 맞지 않고, 한 끼를 먹고 나니 위경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위장에서 퍼져 나갔고, 나에게 아무런 대비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내 이마에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금세 맺히더니 이내 굵은 땀방울로 흘러내렸다. 이번 통증은 너무 강렬하고 갑작스러워, 나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푹 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임선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나는 또 병원으로 실려 갔고, 이번에는 밤새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았다. 다음 날 아침, 내가 깨어났을 때, 의사가 내 침대 옆에서 등을 돌린 채 임선우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깨어난 소리에 의사가 고개를 돌리더니, 입가에 냉소를 띠며 비꼬듯 말했다.“아니, 이게 누구신가요? 며칠 전 몰래 퇴원하셨던 그 멋진 환자분 아니십니까?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돌아오신 겁니까?”나는 몇 번이나 병원에 실려 왔는데도 매번 같은 의사와 마주치는 게 신기했다. 임선우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둘은 병실에 갇힌 채 꼼짝없이 아침 내내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누군가 의사를 부르러 오자 비로소 그 의사는 자리를 떠났다. 의사를 보내고 나서야 임선우는 숨을 돌리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그러셨는데, 네 병변은 절제가 가능한 상태래. 절제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 ‘수술이라니, 아플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별로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네 말대로 가능성일 뿐이잖아. 선우야, 난... 죽기 전에 괜히 고생하고 싶지는 않아.” 임선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동문회 일정을 보여주었다. “봐봐, 올해 동문회 일정이 연기됐잖아. 내년이 됐는데, 그때까진 버텨야 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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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의사는 긴급하게 만약을 대비한 새로운 수술동의서를 준비하여 가족의 서명을 요구했다. 임선우가 떨리는 손으로 서명하려던 순간, 의사가 소리쳤다. “이렇게 중요한 일은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서명해야 합니다!” 임선우는 결국 장연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금 진섭이가 수술 중인데, 출혈 과다로 쇼크가 왔어요. 동의서에 가족의 서명이 필요해요.”장연아는 임선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 막 노태호와 함께 어린 ‘애인’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그녀는 노태호의 품에 기댄 채, 노태호가 입에 넣어준 케이크를 먹으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임선우, 네가 내 밑에서 일한 세월이 얼마인데, 이제 변진섭이랑 짜고 나를 속이려는 거야?]임선우는 핸드폰 카메라 방향을 바꾸어 불이 켜진 수술실 쪽을 비추며 예상외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보세요, 장 대표님. 진섭이가 지금 저 안에서 죽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장 대표님은 애인을 품에 안고 한가하게 웃고 계시네요. 진섭이 말이 맞았어요. 장 대표님 같은 사람은 진섭이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이 말을 듣고 장연아는 순간에 노태호의 품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멍청이...”전화를 끊기 직전, 임선우는 참지 못하고 이 말을 던지고 전화를 끊었다. 그 후, 그는 단호하게 통보서에 서명을 하고 의사에게 외쳤다. “선생님!! 무슨 일이 생기든 제가 책임질 테니까, 제발 빨리 제 친구를 살려주세요!!!” 결국,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임선우에게 목숨을 빚졌다.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뜨자, 주변 풍경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얀 천장이 아닌 무영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임선우는 내가 깨어날 때 곁에 있으려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을 건네며 물었다. “지금 기분은 어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수술 후 사흘째 되는 날,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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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당신이 생각하는 그게 전부는 아니야...” 장연아가 뭔가 더 말하려다 입을 다시 닫았다. 임선우는 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럼 어떤 건데?” “장 대표님,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짓 하나하나가 진섭이의 남은 수명을 깎아 먹고 있습니다! 정말 진섭이를 위한다면 제발 멀리 떠나 주세요!” 나는 장연아의 반응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 역시 내 생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선우야, 여긴 병원이야. 의료진에게 폐를 끼치지 마.” 임선우는 여전히 화난 상태였지만, 내 말을 듣고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장연아에게 떠나라고 말하려던 찰나,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들어왔다. 간호사는 임선우와 장연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환자분 가족이신가요?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라고 하시네요. 환자분 상태에 대해 논의하셔야 하신대요.” 나는 임선우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걸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먼저 대답한 건 장연아였다. “저예요. 저는 환자의 아내입니다.” 나는 놀라서 장연아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우리 관계를 인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는지, 장연아를 놀란 듯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장연아의 단정한 정장 차림을 보고 간호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바쁘셔도, 남편 생사를 이렇게 무관심하게 여겨도 되는 겁니까? 환자분의 친구가 없었더라면 이미 최적의 응급처치 타이밍을 놓치고 환자분은 지금 이 병상을 떠났겠죠.” 평소 당당한 모습만 보이던 장연아, JP 그룹의 대표는 드물게 죄책감을 드러냈다. 나는 너무나 우스웠다. ‘장연아가 정말 죄책감을 느꼈다면, 불륜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 둘이 함께 입양한 지우를 죽음으로 몰지도 않았을 거고...’ 병실 안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워졌다. 간호사도 자기 말이 너무 지나쳤다고 느낀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주치의 선생님께 안내해 드릴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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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장 대표님, 가서 그렇게 아끼는 보물 노태호나 돌보세요. 여기서 갑자기 착한 척하는 꼴 보기 역겨우니까. 진섭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임선우는 거침없이 말을 던지고는 곧바로 간호사에게 다가갔다. “제가 환자와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제가 가서 주치의 선생님 만날게요.” 그간의 사정을 다 알고 있던 간호사는 장연아를 힐끗 바라보았지만 결국 임선우를 데리고 병실을 떠났다. 장연아와 둘만 남은 병실은 공기가 무겁고 답답했다. 나는 장연아를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노태호와의 사랑 이야기는 더 듣고 싶지 않았고, 내 남은 삶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변진섭, 노태호가 사실...” 장연아는 주저하는 듯했다. 나는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띠며 말했다. “가. 더 이상 날 찾아오지 마. 너와 노태호의 행복을 빌게. 이혼 서류는 JP 그룹으로 보낼 테니 그때 사인만 하면 돼.” 나는 말을 마치고 힘없이 몸을 침상에 눕히려 했다. ‘너무 지친다...’ 그러나 장연아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변진섭, 나는 이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노태호의 일은 내가 알아...” 그녀가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핸드폰에서 다시 노태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노래였다. 장연아는 짜증이 난 듯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곧 갈게!” 수화기 너머로 조용한 순간이 흘렀고, 이어서 조건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렸다. [장 대표님, 태호 상태가 심각합니다. 곧바로 수술이 필요하지만, 가족 동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할까요?]‘가족 서명? 노태호의 가족은 누구일까? 장연아일까?’ ‘그래, 장연아와 노태호의 공공연한 사이는 이미 비밀이 아니니까.’ “병원 쪽에 수술 준비하라고 전해. 곧 갈 거라고.” 장연아는 빠르게 전화를 끊고는 내 침대 곁으로 와 앉았다. 그녀는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오해가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혼은 안 돼.” “나머지 일들은 내가 다녀온 뒤에 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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