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과 필요 없는 사치품을 정리하던 그때 도우미가 와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하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물건을 내려놓고 방에서 나갔다.위층에 꽤 오래 있어서 나상민이 이쯤이면 그만 돌아갔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방에 들어가 보니 마치 주인처럼 센터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고민욱이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평소 고민욱은 나와 고은빈에게 어른을 존경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었는데...고민욱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은성아, 얼른 와서 도련님이랑 얘기 나눠. 난 이젠 나이 먹어서 내가 얘기하면 젊은이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해.”나는 계단 손잡이를 잡고 고민욱에게 휴대전화를 흔들면서 입 모양으로 숫자를 얘기했다. 곧이어 입금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나는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천만 원이 입금된 것이었다.문자를 확인한 나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뒷짐을 진 채 발걸음을 멈췄다.“회장님, 매수비가 좀 적은데요? 아니면...”나는 고의인 듯 아닌 듯 나상민을 힐끗거렸다.머리가 좋은 나상민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나와 고민욱 사이에 무슨 거래가 오갔다는 걸 알아챘다.그는 피식 웃다가 자세를 고쳐잡고 더 편하게 의자에 기댔다.“회장님, 은성이 용돈이라도 깎았어요?”고민욱이 다급하게 부정하면서 웃었다.“오해야, 오해. 이번 달에 하도 바빠서 용돈을 이틀 늦게 줬거든. 그래서 삐졌어.”그러고는 이를 꽉 깨물고 나에게 웃었다.“일단 와서 밥 먹어. 이따가 은빈이 엄마더러 2천만 원 입금하라고 할게.”밥 한 끼에 이렇게 많은 돈을 얻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나는 두 눈이 반짝였다. 나는 순간 머리를 굴려 더 많은 돈을 얻어내려 했다.“아빠, 2천만 원으로는 부족해요. 수능이 끝나서 친구들이랑 나가 놀기로 했거든요. 그리고 입학 통지서가 나오면 참석해야 할 진학 연회도 엄청 많을 텐데. 아빠, 이참에 용돈 더 올려주세요.”고민욱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그럼 얼마를 원
Last Updated : 2024-12-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