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현은 어김없이 익숙한 다정한 남편처럼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연서야, 오늘도 집에 안 들어올 생각이야?”나는 그의 질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집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었다. 언젠가는 돌아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적어도 오늘은 그날이 아니었다.“사현아, 오늘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아.”내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왜? 아직도 화가 나 있어? 제발, 연서야. 집에 가면 내가 다 설명할게.”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말이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하지만...”“그러지 마, 연서야. 제발 집으로 돌아가자. 계속 이렇게 도망칠 수는 없잖아.”나는 눈을 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내가 왜 낯선 사람을 막 들여보낸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뭐라고?”“아무 말도 안 했어.”나는 그의 물음에 얼른 말을 돌렸다.그때 강다빈이 지나가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강다빈에게 내 결혼 생활이 문제가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차에 올라타자마자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권사현이 곧이어 조수석에 앉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일부러 못 본 척했다.“진짜 화난 거야?”그가 차 시동을 걸며 물었다.“그냥 집에 가자.”“네, 알겠습니다.”그는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지만 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집으로 가는 길은 내내 적막했다. 차고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거실로 들어서니 차은별이 소파에 반쯤 누워 과자를 먹고 있었다. 임신한 사람이 먹기엔 썩 건강해 보이지 않는 간식이었다.내가 들어서자 그녀는 일어나려는 듯하다가 몸을 다시 뒤로 기대며 혀를 찼다. 아마 권사현인 줄 알았던 것 같다.“집에 돌아온 거예요?”그녀는 비꼬는 투로 말했다.“그래요, 내 집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차은별 씨, 좀 실망스러워 보이네요?”나는 조롱하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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