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내내 나는 짜증에 시달렸다. 차은별은 일부러 나에게 과시라도 하는 듯 권사현에게 과도한 애정 표현을 했다.그녀는 손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거나, 장난스럽게 그의 팔에 매달리고는 했다. 그 와중에 룸미러를 통해 비웃는 눈빛을 내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사현아, 음악 좀 틀어줄래? 나 지루해.”그녀의 콧소리가 차 안의 침묵을 깨며 울려 퍼졌다.“뭘 듣고 싶어?” “고등학교 때 우리 자주 듣던 노래 있잖아. 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그 노래 이제 내 플레이리스트에 없어.”권사현은 도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우리가 그렇게 좋아했던 노래가 없다고?”차은별이 입술을 삐죽이며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권사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 모습이 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와 있을 때 항상 편안해 보였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차은별은 과장된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꺼내는 척하다가 갑자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어라, 내 폰 어디 갔지?”“넌 여전하구나.”권사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차은별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잠시 후 권사현은 말없이 글러브 박스를 열어 그녀의 휴대폰을 꺼내 건넸다. 차은별은 휴대폰을 받으며 가벼운 손 키스를 날린 뒤 노래를 틀었다. 차 안에는 Whitney Houston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I Will Always Love You...”차은별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권사현은 낮게 흥얼거리며 화음을 맞췄다. 그들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과거의 추억을 끌어올리는 듯했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속이 뒤틀리기만 했다.그 순간, 나는 내가 제삼자라는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고, 무시당한 존재. 그들이 음악으로 교감하며 감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권사현은 자신의 행동이 날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알기나 할까?숨이 막힐 것 같은 상처의 고통에 숨 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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