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남편이 후회하는 100가지 방법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30 챕터

제11화 세 사람의 결혼

사흘 후.“좋은 아침이에요.”최나연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병실로 들어왔다.“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어요. 연서 씨 이제 완전히 회복돼서 퇴원해도 좋아요. 남편분이 퇴원 서류에 서명하면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어요.”내 얼굴에 즉시 미소가 떠올랐다.“감사합니다, 선생님.”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건강 잘 챙기세요. 집에서도 조심해야 해요.”침대 옆에 앉아 있던 윤아율이 내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네. 정말 잘 됐어.”나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러니까. 신난다.”이때 권사현이 작은 종이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잘 잤어? 아침 식사 가져왔어.”“고마워.”나는 담담히 대답했다.사흘간 우리의 관계는 계속 어색했다. 거의 남처럼 지냈다고 보면 된다.권사현도 매일 짧게 안부를 묻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나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마치 나를 떠나 차은별에게 가려고 서두르는 것 같았다.내가 불평했을 때, 그는 나에게는 윤아율이 있으니 불쌍한 차은별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예민하고 잔소리 많은 아내로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퇴원 서류에 서명하고 올게. 너는 아침 먹고 있어.”권사현은 종이 가방을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을 여는 그를 불러 세웠다.“차은별 씨는 어때?”그의 어깨가 살짝 굳는 것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은별이도 오늘 퇴원해.”나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나는 말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반응하는 데 익숙해졌다.권사현이 나가고 평소처럼 나와 윤아율만 남겨졌다. 윤아율은 내 슬픈 표정을 눈치챘는지 부드럽게 내 손을 꽉 잡았다.“괜찮아질 거야, 연서야. 걱정하지 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차은별 씨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나 이제 이 결혼이 세 사람의 결혼처럼 느껴져.”“일단 몸부터 추스르자. 에너지를 보충해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아니야.”나는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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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약속

집으로 가는 내내 나는 짜증에 시달렸다. 차은별은 일부러 나에게 과시라도 하는 듯 권사현에게 과도한 애정 표현을 했다.그녀는 손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거나, 장난스럽게 그의 팔에 매달리고는 했다. 그 와중에 룸미러를 통해 비웃는 눈빛을 내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사현아, 음악 좀 틀어줄래? 나 지루해.”그녀의 콧소리가 차 안의 침묵을 깨며 울려 퍼졌다.“뭘 듣고 싶어?” “고등학교 때 우리 자주 듣던 노래 있잖아. 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그 노래 이제 내 플레이리스트에 없어.”권사현은 도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우리가 그렇게 좋아했던 노래가 없다고?”차은별이 입술을 삐죽이며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권사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 모습이 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와 있을 때 항상 편안해 보였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차은별은 과장된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꺼내는 척하다가 갑자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어라, 내 폰 어디 갔지?”“넌 여전하구나.”권사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차은별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잠시 후 권사현은 말없이 글러브 박스를 열어 그녀의 휴대폰을 꺼내 건넸다. 차은별은 휴대폰을 받으며 가벼운 손 키스를 날린 뒤 노래를 틀었다. 차 안에는 Whitney Houston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I Will Always Love You...”차은별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권사현은 낮게 흥얼거리며 화음을 맞췄다. 그들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과거의 추억을 끌어올리는 듯했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속이 뒤틀리기만 했다.그 순간, 나는 내가 제삼자라는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고, 무시당한 존재. 그들이 음악으로 교감하며 감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권사현은 자신의 행동이 날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알기나 할까?숨이 막힐 것 같은 상처의 고통에 숨 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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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허락

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권사현을 바라봤다. 뭐라도 설명해 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나를 무시해 버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야? 사현 씨가 나랑 상의도 없이 차은별을 집에 들이기로 한 거야?’“무슨 약속이냐고?”나는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더 단호하고 강경했다.“빨리 말해. 무슨 약속이냐고.”“말조심해.”권사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보다가 차은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우리 전에 이미 얘기했잖아.”“무슨 얘기?”내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다.“다른 사람을 우리 집에 들이는 거면 적어도 나한테 상의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네 아내고, 이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야!”차은별은 여전히 배에 손을 얹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도 동정을 끌어내려는 의도일 것이다.“사현아, 빨리 말해주자. 내가 자리를 잡고 집을 구할 때까지 여기 머물기로 합의했다고 말이야.”“자리를 잡아요?”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차은별 씨는 임신했어요. 불구자가 된 게 아니고요. 혼자 낯선 도시에 왔으면 빨리 적응할 생각부터 해야죠. 남한테 얹혀사는 게 아니라!”차은별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권사현이 끼어들었다.“연서야, 우선 내 말 좀 들어봐. 은별이는 남이 아니야...”“나한테는 남이야!”“채연서, 유치하게 굴지 말고 내 말부터 들어.”권사현이 날카롭게 말했다. 이제는 내 불만을 표출하는 것도 유치한 행동이 되었다.“은별이는 지금 아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도움? 우리의 도움? 네 도움이라고 말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넌 지금 자기 아내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겠다는 거야? 그것도 나랑 상의 한마디 없이, 내 기분은 완전히 무시하고?”권사현은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이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 오늘은 이미 충분히 피곤했어.”“나중에 얘기하자고?”나는 언성을 높였다.“싫어. 지금 당장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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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휴대폰 검사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가벼운 손길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눈을 떠보니 권사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저녁 준비 다 됐어, 여보.”그는 따뜻하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내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저녁?”나는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지금 몇 시야?”창문을 보니 밖은 벌써 어두웠고 방 안은 침대 옆 조명의 불빛으로 환했다.권사현이 웃으며 말했다.“너 네 시간이나 잤어. 너 원래는 잠이 별로 없지 않았어? 몸은 괜찮아?”“응, 괜찮아.”나는 재빨리 대답하며 침대에서 내렸다. 내가 최근 기운이 없고 자꾸 잠드는 건 임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궈사현에게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그럼 다행이고. 내려갈까?”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침실을 나섰다. 다이닝 룸으로 가는 길에 내가 물었다.“저녁은 뭐 먹어?”“구운 감자, 브로콜리, 그리고 치킨 준비했어.”권사현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물도 겨우 끓이는 네가 그런 복잡한 요리를 만들었다고?”권사현이 잠시 멈추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은별이가 도와줬어.”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말투였다.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질투심이 내 가슴을 찔렀다.두 사람이 부엌에서 함께 웃고 요리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상상이 내 질투심을 더 삼키기 어렵게 만들었다.나는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내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차은별은 식사를 차리고 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자리에 앉고 권차현이 뒤따라 앉았다.권사현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연서야, 은별이가 너한테 할 말이 있대.”차은별이 권사현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이 지었지만, 권사현이 그녀를 살짝 밀면서 재촉했다.“어서 말해.”그의 격려에도 차은별은 불만스러운 눈빛을 보낸 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요즘 제 비이성적인 행동에 사과하고 싶어요. 기분이 자꾸 오락가락해서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임신을 못 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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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은밀한 행동

내가 하려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무지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이는 내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손은 거의 본능적으로 권사현의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가 차에서 비밀번호가 내 이름이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정말인지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내 이름을 입력했더니 놀랍게도 휴대폰이 열렸다. 나는 메시지함으로 들어가 차은별의 메시지를 열어봤다.[샤워 끝났어?][끝나면 나랑 같이 있어 줄래?][왜 대답 안 해? 잠든 거야?][아니면 날 무시하는 거야?][권사현!!!][나 잠이 안 와. 우리 밖에 나가서 별 보자. 예전처럼.][병원 정원에서 별 보러 가자고 약속했잖아. 기억나지?]화가 치밀어 휴대폰을 음소거하고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이 여자는 대체 얼마나 더 뻔뻔한 짓을 할까? 결혼한 남자한테 별 보러 가자는 게 말이나 돼? 게다가 지금은 자야 하는 시간이잖아.’나는 침대로 돌아왔지만 마음이 괴로웠다. 이 상태에서는 잠들 수 없었다. 모든 걸 제쳐두고 차은별의 방으로 가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는 화를 억누르려고 애썼다.몇 분 후 권사현이 방으로 돌아왔고, 나는 재빨리 자는 척했다. 그리고 속눈썹 사이로 몰래 그를 지켜봤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향해 돌아섰지만, 나는 여전히 자는 척 누워 있었다.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옷장을 향해 걸어가 서둘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연서야.”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더 큰소리로 한 번 더 불렀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러고 나서 그는 조용히 밖으로 나가다가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봤다. 내가 자고 있다고 확신한 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도 이어서 들렸다.권사현이 떠나자마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속에서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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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완벽하지 못한 결혼

내가 무심코 한 말에 권사현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팔은 굳어 버린 듯 꼼짝하지 않았다. 순간 내가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문제는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였다.“아, 내가 실수로 네 샴푸를 썼나 봐.”권사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태연한 척 말했다.가슴이 쓰라렸다. 거짓말은 원래도 아픈 것이었지만 답을 알고 물었을 때 듣는 거짓말이 더 고통스러웠다.그의 몸에서 나는 샴푸의 향은 바닐라였다. 나는 바닐라 샴푸를 쓰지 않는다. 그 향은 차은별에게서 온 것임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녀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을 때 남은 것인 듯했다.“왜 그래?”권사현이 부드럽게 물었다.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남은 대화가 있기나 할까? 내가 물어봤자 거짓말만 돌아올 것 같았다.그는 부드럽게 변명하며 진실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제는 ‘친구’라는 변명을 듣는 것도 지겨웠다. 끝없이 빙빙 도는 대화가 지겨웠고, 어떤 말로도 채울 수 없는 틈이 있다는 사실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결혼 생활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 침묵과 타협만 남는 건가? 참 역겹게 느껴졌다.“아니, 잘 자.”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와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권사현은 내 볼에 가볍게 입 맞췄다.“잘 자.”...다음 날 아침, 나는 인기척 소리에 잠에서 깼다. 권사현이 욕실에서 나오며 낸 소리였다. 그는 나를 보며 웃었다.“좋은 아침이야.”“응...”나는 대답하고 나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근데 이 시간에 어디 가는 거야?”권사현이 웃으며 말했다. “벌써 7시 넘었어. 오늘 출근 할 거면 슬슬 일어나야 할걸? 안 그러면 지각할 거야.”“젠장! 나 완전 까먹고 있었어.”나는 외마디 욕설과 함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이 내가 복직하는 날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권사현이 대신 내준 입원 휴가는 어제로 끝이었다.나는 욕실로 달려가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내가 다 씻고 나왔을 때, 권사현은 이제야 옷을 거의 다 입고 있었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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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분노

퇴근 시간이 되자, 권사현이 레스토랑 밖에서 날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차솁 존잘 남편분 오셨어요!”강다빈이 내 사무실 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놀리지 마요, 다빈 씨.”“알았어요, 알았어.”강다빈은 낄낄거리며 자리를 떠났다.나는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권사현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니 그가 차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잘 지냈어?”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먼저 물었다.“늘 그렇듯 정신없이 바빴어.”“내가 조금 쉬라고 해도 안 들어줄 거지?”그는 내 핸드백을 들어주며 물었다.“그럼.”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직업은 삶 그 자체였고 일없이 사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자, 이제 집에 가자.”그는 다른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조수석에 올라탔다.권사현은 내 옆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맸다. 이대로 출발할 줄 알았을 때 그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연서야.”그는 주저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요즘 내가 너한테 남편 역할을 잘못한 것 같아. 그건 나도 알아. 그래도 네가 날 이해해 줬으면 해. 아무래도... 은별이가 특수한 상황이니까.”그의 말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또다시 내 방벽을 공격하고 있었다.“은별이한테 무슨 일이 새기면 난 평생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권사현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나한테는 은별이를 지켜줘야 하는 책임이 있어. 은별이 가족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너한테 얘기한 적은 없지만 사실 은별이 어머니가 내 어머니를 구해준 적이 있거든. 연서야, 우리 가족이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건 은별이네 덕분이야. 그동안 너한테 말하지 않았던 건 너한테도 짐을 주기 싫어서야. 하지만 내 방식이 잘못된 것 같아. 정말 미안하고... 사랑해.”권사현의 모든 말이 배경음으로 사라지고 고백만 남았다. 이걸로 차은별을 향한 그의 충성과 집착을 설명할 수 있을 법했다.차은별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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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둘만의 시간

나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차은별을 발견했다. 그녀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그녀가 무시하는 태도로 나오기로 작정했다면 나도 같은 방식으로 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무시한 채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막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그녀가 권사현을 불렀다.“사현아!”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권사현이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고 차은별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보고 싶었어. 일은 잘 했어? 스트레스받을 건 없었고?”그녀는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권사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만해, 은별아. 행동 좀 조심해.”하지만 그의 말뿐인 경고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밀쳐내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내 속이 순간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역겨운 느낌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권사현은 죄책감이 서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피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기에 나는 너무 피곤했다. 나는 그들에 대한 생각을 밀어내고 욕실로 들어가 일단 샤워부터 했다.밖으로 나오니 권사현이 넥타이를 풀고 있었다. 그는 손을 멈추고 내 다리를 타고 시선이 올라가더니 짧은 수건으로 가린 허벅지에 멈췄다.“너무 대놓고 유혹하는 거 아니야?”권사현이 내 허벅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농담을 던졌다.내 얼굴이 뜨거워졌다. 얼굴이 금방이라도 붉게 달아오를 것 같아서 어떻게든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했다.“그런 말 하지 마.”“싫어. 남한테 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너 정말 매력적이야.”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내 턱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다리에서 다시 간질거리는 감각이 느껴졌고 몸속 깊은 곳이 간절함으로 욱신거렸다.요즘 들어 너무 쉽게 자극받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분명 임신 호르몬 때문일 것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임신 중 리비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것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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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여행

미쳤다.권사현이 호텔에 차를 세웠을 때 내 감정은 이 세 글자로 정리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대시보드 조명에 비친 건물이 마치 빛나는 보석 같았다.권사현은 웃으며 시동을 껐다. 그는 차에서 내려 내 쪽으로 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밖에서 나는 자연스레 호텔 주변을 더 자세히 살피게 되었다. 건물은 하늘로 우뚝 솟아 있었고, 맑고 매끄러운 유리 외벽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입구는 널찍한 아치형으로 분수와 정교하게 손질된 꽃밭으로 꾸며져 있었다.호텔 외관 전체가 막대한 부를 보여주고 있었다.“난... 너희 집안에 호텔까지 있는 줄 몰랐어.”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정정할게. 우리 집안 회사 소유라고는 하지만, 정확히는 내 거야.”권사현은 약간의 자부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넋이 나갔다. 권사현이 재벌 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그들의 부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그건 아마도 권사현이 영화나 책에서처럼 재력을 과시하며 다른 사람을 깔보는 오만한 억만장자들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주변을 다시 둘러보며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그 유명한 J&S 호텔이 권사현의 소유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다.‘재벌한테 호텔이 있는 건 당연할 수도 있는데, 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갑자기 아직도 권사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졌다.나는 어머니가 결혼을 재촉하던 시기에 그를 만났다. 우리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내 어머니가 주선한 소개팅이었다. 한번 만나고 난 우리는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었다.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일하던 레스토랑에 한 할머니가 방문했다. 그녀는 단번에 내 요리에 반해버렸다. 우리는 친구가 됐고, 그녀는 방문할 때마다 자기 손자가 얼마나 음식을 좋아하는지 얘기하며 언젠가 그를 데려오겠다고 했다.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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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점심 데이트

권사현이 가방을 가져와 옷장에 넣으며 말했다.“내가 할게. 넌 가만히 있어.”“날 게으르게 만들려고 여기 데려온 거야?”나는 일부러 인상을 쓰며 말했다.“그래. 널 제대로 버릇없게 만들어줄게.”“흠... 그런 거라면 나도 충분히 즐길 준비 됐어.”나는 웃으며 대답했다.“좋아.”권사현이 살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가방을 정리한 다음에 호텔 스파로 가서 마사지를 받을 거야. 너 일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근육 릴렉스 하는 거 나쁘지 않지?”“넌 이미 다 계획해 놨구나?”나는 그의 세심함에 감동하며 물었다.“계획이 없으면 너를 여기로 데려오지도 않았어. 이제 가짐 정리하러 갈게.”그는 웃으며 옷장 쪽으로 걸어갔다.권사현이 등을 돌리자 그의 몸에 딱 맞는 셔츠 아래로 드러나는 근육에 눈길이 갔다. 또다시 배 속에서 알 수 없는 설렘이 느껴졌다. 나는 이번 여행과 권사현의 배려 깊은 계획에 고마움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권사현이 다시 옆으로 다가왔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기며 속삭였다.“다 정리했어. 이제 스파로 갈까? 마사지 받으러 가야지.”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방을 나섰다. 복도를 걷다 보니 한 젊은 여자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스파 어시스턴트 강다정입니다. 마사지 전문가 주선영 님, 정성우 님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안녕하세요.”나와 권사현은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인사했다.“마침 두 분 마사지 시간이 되어서 안내하러 왔어요. 저를 따라오시죠.”강다정은 복도를 따라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방향을 틀어 한 문 앞에 멈췄다.“이쪽으로 들어오세요.”우리는 그녀를 따라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복도로 들어섰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공기에는 달콤한 오일 향이 가득했다. 복도 끝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권사현 님은 남성 구역으로 가시고, 채연서 님은 저랑 같이 여성 구역으로 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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