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앙칼진 목소리가 운동장을 울리자 달리던 아이들도 걸음을 멈추고 나와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다.내가 수학을 배우고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는 걸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하는 엄마를 잘 알기에 나는 대열에서 나와 엄마와 마주했다.“양 선생님, 잊으셨나 본데 저를 쫓아낸 건 당신이에요.”“모녀 사이에 그 정도 마찰은 다 있는 거야. 그건 이미 끝난 일이니까 고집부리지 마.”꼭 자기가 불리할 때만 모녀 사이를 들먹이는 건 엄마가 가장 잘 쓰는 수법이었다.엄마가 이런 말만 하면 관련도 없던 사람들이 나와서 내가 불효를 저지르는 것처럼 손가락질 해왔었다.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도 모르면서, 살아있는 게 지옥이었던 내 삶도 모르면서.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대열 뒤쪽에 있던 한 선생님이 뛰어오더니 나를 등 뒤로 숨겨주셨다.“양유아, 이 배은망덕한 년! 지금 나 따라 안 오면 넌 평생 수능 못 볼 거야.”“주민등록증 다 나한테 있어. 내가 그거 안 주면 넌 경시대회 참가도 못 해. 네가 아무리 천재라고 소용없다고!”어떻게 하면 나를 휘어잡을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고통스럽게 내 숨통을 옥죄일지 너무나도 잘 아는 엄마였다.내 몸은 파르르 떨려왔고 밀려오는 분노에 담아두었던 화가 폭발하려는 찰나 한 선생님이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 오며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유아야, 나만 믿어.”“학부모님은 더 하실 말씀 없으면 이만 나가 주세요.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겁니다. 일 크게 만들면 피차 곤란하지 않겠어요?”엄마는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그날도 아빠에게 거절당하고 바로 아픈 할머니를 버려두고 이 작은 도시로 도망치듯 내려온 것이다.엄마는 마지막까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수능은 꿈도 꾸지 마.”엄마가 떠나자 나는 힘이 풀려 뒤로 넘어져 버렸다.열 달이나 나를 품고 있다가 힘들게 낳은 건 엄만데, 처음에는 엄마도 나를 기다렸고 나를 사랑했었는데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이렇게 돼버린 건지 모르겠다.하지만 부모가 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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