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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내가 조용히 있을 테니 조건 하나만 들어줘.”희망이 보였다.“무슨 조건인데?”“윤민이를 나한테 맡겨. 내가 키울게.”‘너한테 맡기라고?! 내가 미쳤나?!’나는 거절했다.“절대 안 돼!”“수아야, 너는 내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최희연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허공에 둔 채 두 시간 동안 뒤척이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 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너무 수치스러웠다.그녀는 정말...정말 이 세상에 살아있을 자격이 없었다.문득 병원에서 왕자현이 자신을 보던 싸늘하고 차가운 눈빛이 떠올랐다.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그의 표정이었다...‘사실 그도 내심 나를 혐오하고 있었던 걸 거야. 더럽다고 생각했던 거지.’최희연은 눈물도 나오지 않는 눈으로 중얼거렸다.“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근데 왜 이렇게 된 거지? 항상 나를 아끼고 감싸주던 작은아버지는 어디 가고 나를 이렇게 망쳐놓은 거야?”그녀는 망가졌다.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살아갈 용기조차 없었다....그런데도 그녀는 이곳으로 돌아왔다.무엇을 기대하는 걸까?최희연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았고 그 구멍에서는 붉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최희연은 벽 구석에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의 표정을 볼 용기도 없었다.왕자현은 문을 열고 구석에 웅크린 최희연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 다가가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발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뱉었다.“바보 같긴.”왕자현은 사람과 일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최희연이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알면서도 마음은 불편했다.그토록 아끼던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니.그것도 명목상 그의 아내인 왕씨 가문의 사모님을 말이다.무력감과 자책감에 괴로웠다.화를 내려던 찰나, 힘없이 주저앉은 최희연의 모습에 차마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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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최욱현이 석윤민의 양육권을 원한다니 택도 없는 소리였다. 자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린아이를 부모와 떨어뜨려 놓는 게 말이나 되는가?게다가 최욱현의 정신 상태는...그는 완전히 편집증 환자였다.그러니 나는 석윤민을 그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나는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부드럽게 말했다.“윤민이는 아직 어려서 너한테 보낼 수 없어! 그리고 난 윤민이 엄마인데 어떻게 너한테 주겠어? 다시는 이런 요구하지 마!”최욱현은 양손을 펼치며 말했다.“그럼 좋아. 어쨌든 석지훈 그 자식이랑 끝까지 가려고 마음먹었으니까 틈만 나면 괴롭혀줄 거야!”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유치하게 왜 그래?”“난 원래 유치해!”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 나는 현정우에게 최욱현을 묶어 헬리콥터에 태우라고 시켰다. 현정우는 어디로 보낼 거냐고 물었다.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최욱현을 쏘아보며 분통을 터뜨렸다.“아무 데나 보내요. 핀란드에만 없으면 돼요!”헬리콥터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나서야 현정우와 저택으로 돌아왔다. 옆집은 불이 꺼져 있었지만 현정우 말로는 왕자현이 이미 돌아왔다고 했다. 그들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어떤 일들은 당사자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법이었다.나는 그저 최희연의 정신 상태가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었다.저택에 들어서니 두 아이는 아직 자지 않고 석지훈의 발치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아주 착하고 순한 모습이었다.나는 석지훈에게 웃으며 물었다.“아이들이 울었어요?”석지훈이 대답했다.“윤아가 울었어.”나는 웃으며 물었다.“왜 울었대요?”“배고파서 울었어. 유모가 방금 수유했어. 근데 두 달 뒤면 젖을 떼야겠어. 곧 돌이잖아.”나는 바닥에 있는 윤아를 안아 올렸다.“아닐 텐데요? 8월생이니까 아직 삼 개월 남았어요.”두 아이는 이제 아홉 달이 되었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은 물론 가끔씩 서 있기도 했다. 윤민이는 비교적 영리해서 많은 동작을 금방 배웠지만 윤아는 조금 느린 편이었다.하지만 윤민이의 성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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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나는 고민하며 말했다.“핑계를 찾아야 하는데...”석지훈은 익숙한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나 왕자현을 만나러 갈 건데 같이 갈래?”나는 얼른 석지훈의 팔에 매달렸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나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막 샤워를 시작했는데 석지훈이 따라 들어왔다. 나는 당황하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면도하려고. 계속 씻어.”‘내가 샤워하는 동안 그가 면도를 한다니, 말은 쉽지.’나는 엄청난 압박감을 견디며 샤워를 마치고 일어났다.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유모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나는 윤아와 윤민이를 안아 준 후 석지훈과 함께 집을 나섰다. 옆집은 문이 잠겨 있었고 석지훈이 초인종을 눌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왕자현이 2층 창문을 열고 얼굴을 찌푸리며 석지훈에게 물었다.“석지훈, 아침부터 왜 이래?”석지훈은 태연하게 물었다.“아침 안 먹어?”“그걸 말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왕자현의 말투는 평소의 부드러운 모습과는 달리 조금 날카로웠다. 나는 다시 어젯밤 술에 취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분명 마음속으로는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틀림없이 신경 쓰고 있을 텐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여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마음은 괴로운데 최희연까지 위로해야 하니...“진유겸하고 최욱현이 물러났어.”석지훈이 말했다.왕자현은 잠시 놀란 듯 물었다.“한 씨 가문은?”“한 씨 가문은 이제 찍소리도 못해.”“그 자식이 날 안 건드린다고 해도 가만 안 둘 거야.”석지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운성으로 돌아갈 거야?”‘갑자기 왜 운성에 대해 묻는 걸까?’“어. 저녁에 떠날 거야.”나는 생각하다 말고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물었다.“희연이는요?”“아직 자고 있어요. 이따가 찾으러 갈 거예요.”“괜찮아요?”내가 물었다.“괜찮아요. 좀 피곤한 것뿐이에요.”왕자현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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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오혜원이 갑자기 왜 귀국했지? 내가 입국 금지시키지 않았나?’나는 송이연에게 물었다.“지금 연 씨 저택에 있어요?”“네, 얘기가 좀 길어요.”“걱정 말고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요.”나는 당장 귀국해야 했다. 하지만 핀란드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석지훈과 헤어지려니 아쉬웠다. 그래서 결국 내일 귀국해서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전화를 끊고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조민수 씨가 오혜원을 데리고 귀국했어요.]‘조민수가? 그가 왜 오혜원을 데리고 귀국했지?’나는 문득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가 전에 오혜원이 귀국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었다. 뜻밖에도 엄마가 조민수에게 부탁해서 이 일을 처리한 것이다.나는 비서에게 지시했다.[연 씨 저택 상황을 잘 살펴보고 오혜원이... 아니다, 내가 돌아간 다음 다시 얘기해요.]오혜원은 능력도 없고 큰 사고를 칠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속이 깊고 연약한 외모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잘 속였다. 게다가 거짓말도 능숙했다.엄마는 아직 오혜원의 그런 모습을 모르고 있었다.무슨 일이든 내가 귀국해서 처리해야 했다.오혜원을 운성에 머물도록 그냥 둘 수는 없었다.게다가 나는 그녀에게 조금의 동정심도 없었다.그녀가 과거에 저지른 일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심란한 마음으로 석지훈 옆에 앉았다. 그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오혜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그는 한참 동안 얼굴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물었다.“누구?”“오혜원이요. 그때 교회에서 오빠가 나를 데리고 나올 때 나를 구해 줄 수 있다고 했던 여자 기억나요? 바로 그 여자요. 그 애는 완전 골칫덩어리예요!”내가 누군가를 골칫덩어리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석지훈은 의아한 듯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어? 그때 그 여자는 널 구해 주려고 했잖아.”오혜원은 나와 고현성을 갈라놓은 원흉이었다.물론 이 이야기를 석지훈에게 할 수는 없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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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어. 운성이 편해.”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왕자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그에게 다가가 의아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한 씨 가문 쪽을 조심하세요.”그가 말했다.나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으며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어요?”왕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직은 조용해요. 하지만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사고를 칠 사람은 한성범밖에 없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 씨 가문 쪽을 조심할게요. 그런데 희연이는... 희연이 정신 상태는 잘 살펴야 해요.”최희연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으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었다.“네, 알고 있어요.”최희연은 왕자현과 함께 떠났다. 나는 현정우에게 한 씨 가문 쪽을 잘 감시하라고 지시한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석지훈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물었다.“뭘 그렇게 봐요?”“내가 널 언제부터 사랑했는지 생각하고 있었어.”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언제부터요?”...석지훈이 연수아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때는 유 씨 저택에서였다. 그는 원래 사람들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 혼자 뒤뜰 2층에 머물며 멀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나타나 그의 고요를 깨뜨렸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곧이어 다른 여자가 쫓아왔다. 그는 어렴풋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유씨 가문의 후계자 유서정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화가 잔뜩 난 모습은 후계자답지 않았고 유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모습이었다.유서정은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왜 다들 너만 좋아하는데? 네가 뭔데?”그러게.석지훈은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답을 짐작했다. 그런데 그 여자는 태연하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뻔뻔스럽게 대답했다.“예쁘니까?”세상에 자기 입으로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적어도 석지훈은 처음 봤다.세 여자가 모이니 시끌벅적했다. 석지훈은 원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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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석지훈은 자신이 나를 언제부터 사랑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나를 품에 안은 채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윤아는 윤민이만큼 영리하지 않아. 윤민이는 뭐든지 금방 배우는데 조용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조용한 거랑 영리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똑똑한 아이들은 조용한 걸 좋아하지.”“그럼 우리 윤아는 멍청하다는 거예요?”석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석지훈은 나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두 아이는 여전히 바닥에서 놀고 있었고 유모와 현정우는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먼 셰퍼드 두 마리도 아이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석지훈은 쪼그려 앉아 윤아를 안아 올리며 웃었다.“아직 한 살도 안 됐는데 똑똑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윤민이는 너무 뛰어나. 싹수가 보여.”석지훈이 윤민이를 칭찬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오빠 어렸을 때보다 똑똑해요?”석지훈이 대답했다.“그럼. 자식이 아비보다 못할 리가 없지.”이것은 윤민이에 대한 석지훈의 기대였다.나는 문득 윤민이의 인생이 짐작되었다...그의 미래는 분명 순탄치 않을 것이었다.그런 생각을 하니 윤민이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석지훈은 이미 윤민이를 위한 길을 마련해 두었고 나이가 차면 그를 떠나보낼 생각이었다.나는 윤민이의 뺨을 어루만졌다. 윤민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엄마라고 불렀다. 내가 윤민이의 입술에 뽀뽀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석지훈이 갑자기 윤민이를 데리고 가 버렸다. 그때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다.석지훈이 말했다.“가자. 아이들 재워야지.”나는 바닥에 있는 윤아를 안아 들고 석지훈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계속 보챘다. 석지훈은 오랫동안 끈기 있게 아이들을 달랬다.“윤아야, 착하지? 오빠랑 같이 얼른 자자.”윤아는 윤민이를 꼭 껴안고 잠들려 하지 않았다. 나는 석지훈의 옆에 서서 그의 잘생긴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다.엄마는 나에게 석지훈과 아이들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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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단둘이 있으니 좀 더 편안했다. 나는 석지훈의 양복 재킷을 벗겨 주며 말했다.“나 내일 운성에 갈 거예요. 오늘 가려고 했는데 오빠랑 하루 더 있고 싶어서요.”석지훈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오혜원 때문이에요.”“운성에 가서 그 여자를 처리하려고?”나는 차분히 설명했다.“걔는 원래 착한 애가 아니에요. 운성에 가면 분명히 부모님을 괴롭힐 거예요! 난 정말 걔가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서 입국 금지까지 시켰는데 걔가 엄마를 이용해서 민수를 통해 운성으로 들어왔어요! 지금 그들 모두 연 씨 저택에 있어요. 이연 씨도요.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빨리 돌아가서 처리해야겠어요.”내가 잔뜩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석지훈은 갑자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윤아야, 도대체 오혜원은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오혜원 이야기를 하면 고현성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고현성 이야기가 나오면 석지훈은 내가 아직도 고현성을 잊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었다.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걔는 나도 속였고 시혁이도 속였어요. 그리고 이연 씨의 신장도 훔쳐 갔어요! 오혜원만 아니었으면 이연 씨도 지금처럼 힘들게 살지 않았을 거예요!”석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내가 같이 운성에 가줄게.”“그런데 아이들 신분은...”게다가 석지훈은 핀란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기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특히 회사가 여기에 있으니 엄청 바쁠 터였다.“내일 다 처리할 수 있어.”나는 거절했다.“아니에요. 오빠는 이제 막 왔으니 바쁠 거예요. 내가 먼저 운성에 갈게요. 오빠는 일 끝나면 나중에 와요.”석지훈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며칠 뒤에 운성에 갈게. 아이들은 핀란드에 남겨 두는 게 좋겠어. 운성에서 일을 처리하고 나면 여기 와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 나중에 나랑 같이 핀란드로 돌아오면 되잖아.”석지훈은 아이들을 핀란드에 남겨 두고 싶어 했다.“네, 오빠 마음대로 해요.”“늦었어. 자자.”나는 이미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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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내가 일부러 한민영이랑 시비 걸려고 했나? 처음부터 한민영이 나한테 시비 걸었던 거 아닌가?’나는 콕 집어서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했잖아!”한민영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건 그냥 해본 말이야!”한민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예전처럼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고서야 나와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할 리가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나를 무시하고 그냥 가 버렸을 것이다.나는 저먼 셰퍼드 두 마리와 함께 은방울꽃밭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민영도 따라 들어오더니 갑자기 막아섰다.“거기 더 들어가지 마!”나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왜?”“꽃밭 망가져.”어이가 없었다.나는 한민영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저먼 셰퍼드 두 마리는 꽃밭 한가운데로 달려가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짖어 댔다. 마치 무언가 있는 것처럼.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문득 한민영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두어 걸음 달렸을 때 꽃밭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나는 한민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그 여자 다치게 하지 마!”한 씨 가문 사람들인가?나는 한민영 쪽으로 달려갔고 현정우도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고 현정우는 재빨리 내 앞으로 뛰어들었다. 한민영은 다급하게 외쳤다.“이 사람들 다치게 하면 안 돼!”“한민영 씨, 어르신께서...”“닥쳐!! 얘네 다치게 하지 말라고!”한민영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죄송합니다, 한민영 씨!”한민영은 우리를 막으려 했지만 누군가에게 저지당했다. 현정우는 온몸으로 나를 감싸고 있었고 이미 여러 군데 칼에 찔렸다.“빨리 데리고 가! 석지훈이 온다!”누군가가 나를 안고 꽃밭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저먼 셰퍼드 두 마리가 그들에게 달려들어 물었지만 그들은 수적으로 너무 많아서 저먼 셰퍼드는 겨우 두 명만 막을 수 있었다. 나는 멀리서 석지훈이 나타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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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한성범이 나를 잡으려 한다고!! 나를 잡아서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석지훈을 해치려는 건가?’한성범은 석지훈을 손주 사위로 삼고 싶어 했는데, 이제 그 꿈이 깨졌으니 분명히 화가 났을 것이다. 설마 그렇게 유치한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나는 줄곧 한성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든 지금의 위험한 상황은 그가 만든 것이었다.솔직히 나는 두렵지 않았다. 예전에 몇 번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침착했다.다만 한 가지 두려운 것이 있었다.석지훈이 다치는 것이었다.그가 다치면 내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한성범이 나타날 것 같아?”석지훈은 침착하게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석지훈, 멈춰!”“그럼 쏴 보든가!”석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내가 방금 한 말은 거짓이 아니야. 내 아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너와 네 가족은...”그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섬뜩한 위협이 귓가에 맴돌았다.석지훈이 꿈쩍도 하지 않자 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 곧 절벽 끝에 다다랐다. 나는 불안해졌다. 내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석지훈이 나 때문에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나았다.하지만 석지훈은 계속 그들에게 다가갔다.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나는 그가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에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석지훈, 멈춰!”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총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덜덜 떨더니 갑자기 나를 놓아주었다. 그 틈을 타 나는 서둘러 석지훈에게 달려갔다.“오빠!”이때 문득 그 사람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잡아당겼다.하지만 관성 때문에...내 몸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석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나를 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위험한 자세였다. 내 몸의 반은 이미 절벽 밖으로 나가 있었다.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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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석지훈은 전에 없이 차갑게 나를 꾸짖었다. 그의 얼굴은 너무나 차가웠고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 같았다.나는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순간 마음속은 긴장감으로 팽팽해졌고 그가 나를 놓아주기를, 그가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그가 갑자기 물었다.“윤아야, 무서워?”석지훈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내 얼굴에 묻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온몸이 떨렸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그럼 나를 믿어?”나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대답했다.“전 항상 오빠를 믿어요.”“그렇다면...”나는 놀라서 물었다.“네?”석지훈은 고개를 돌려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내가 떨어지면 한성범을 잡아. 그리고 본부에 가둬 놓고 나를 기다리게 해.”“석지훈, 대체 뭐 하려는 거야?”한민영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내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석지훈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는 나를 품에 안고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걱정되었다.나는 그저...석지훈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나는 그를 믿었다. 그가 이렇게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뛰어내리는 것이 살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나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고 물었다.“우리 괜찮을까요?”“어. 목숨을 건 도박이야.”그가 말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목숨을 건 도박... 난 오빠가 살았으면 좋겠어요.”“바보, 네가 먼저 살아야지.”석지훈의 말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가 나를 안고 몸을 돌렸다. 그는 자기 몸으로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나는 다급하게 외쳤다.“안 돼요!”풍덩!뜻밖에 아래는 물이었다.나와 그는 차가운 호수에 빠졌다. 나는 물을 몇 번 들이켜고 급히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석지훈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석지훈을 찾을 수 없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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