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우였다!지난번 골목에서 봤던 그 모습과 똑같았다.그때 내가 넘어져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보겠다고 결심하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또다시 내 상처를 잊고 움직이자 그대로 넘어졌다.“어이, 이 여자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날 안고 싶으면 그냥 말해.”용준호는 장난스럽게 나를 일으켜 세웠다.나는 진정우를 바라보며 소리쳤다.“불 켜!”내 말에 연습 중이던 사람들이 모두 멈췄지만 여전히 무대 뒤쪽의 불은 꺼져 있었다.“불 켜!” 내가 다시 소리쳤다. 밖에서 들어온 허진호가 내 소리에 놀라며 말했다.“뭐야? 불 켜, 빨리 켜!”허진호의 말에 모두가 움직여, 뒤쪽의 조명이 켜지자 눈이 부셔서 모두 눈을 찡그렸다.나는 무대 위의 모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나씩 얼굴을 살피다가, 결국 가장 중앙에 있는 얼굴에 시선이 멈췄다.그 얼굴은 내가 매일 밤 꿈에서 그리워했던 얼굴, 진정우의 얼굴이었다.그가 드디어 살아 돌아와 내 앞에 서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너무 낯설고 심지어 어쩐지 혼란스럽고 불안한 기색까지 감돌았다.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리의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무대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너 뭐 하는 거야?” 용준호가 물었다. 허진호는 무대 위 사람을 가리키며 혼란스러워했다. “정우 씨, 정... 정우 씨가 여기 어떻게...”허진호 역시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나는 비틀거리며 무대 앞에 다가가 그 얼굴을 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정말 진정우의 얼굴이 맞다고 나는 확신했다.“진정우.” 나는 그토록 많이 부른 이름을 낮게 불렀다. 하지만 무대 위의 남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나를 부축하던 용준호가 웃으며 말했다.“지원아, 이 남자는 진정우가 아니야. 배성재야. 여기서 제일 유명한 모델이야.”용준호는 그렇게 말하며 손짓을 하자 배성재는 곧장 다가왔다. “준호 도련님.”“윤지원 씨야, 인사해.” 용준호가 말했다.배성재는 순순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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