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폭우. 주변에는 나무들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질퍽한 진흙탕을 밟으며, 시연은 힘겹게 앞으로 나아갔다. 꽤 먼 거리를 걸었지만, 시야가 조금씩 트일 뿐, 여전히 유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이 길이 아니었던 걸까?’ ‘하지만 갈 수 있는 길은 이쪽뿐이었는데...’ 순간, 시연에게 불안이 엄습했다. ‘차에서 괜히 내렸나?’ ‘그 사람이 차에 돌아왔는데, 내가 없으면 더 큰 일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시연은 돌아가야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동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시연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맹수? 공격적인 짐승 소리 같은데...?’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울음소리. 불길한 기운에 시연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풀숲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놀란 그녀의 발이 미끄러졌다. ‘탕!’ 총소리! “꺄악!”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강한 힘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공포가 눈에 어려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여자의 눈가가 붉어졌다. “유건 씨!” “나야.” 유건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으로 시연을 부축하고, 다른 손으로 사냥용 총을 들고 있었다. 조금 전의 총성이 바로 그 총에서 울린 것이었다. 그는 깊게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자, 일어나. 걸을 수 있겠어?” “네, 괜찮아요.” 남자의 손을 빌려 간신히 일어나며, 시연은 민망한 듯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그녀는 유건이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을 했고, 결국 위험한 상황까지 만들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유건은 전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말했다. “내가 너무 늦었어.” ‘어떻게 네 잘못이겠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잖아.’ 유건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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