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시연은 바보가 아니고, 억지로 모르는 척할 성격도 아니었다. 그녀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유건이 자신을 조금은 좋아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장소미를 더 좋아했다. 시연은 유건이 어떻게 그렇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이혼을 요구한 순간, 시연은 이미 유건을 포기했으니까. 그런데도, 유건은 여전히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시연은 남자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고, 분명하게 말했다. “사람과 물건은 달라요. 당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다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사람은... 인생에서, 아니, 적어도 어떤 시기에는 오직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거라고요.”모든 사랑이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다리, 변덕, 한 손에는 이 사람, 한 손에는 저 사람... 그런 낡아빠진 사고방식은 이미 지난 세기에 사라졌어야 했다. “유건 씨, 당신이 나한테 잘해준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나하네 잘해주는 것과 장소미한테 잘해주는 건 공존할 수 없어요.” 시연은 충분히 차분했다. 이성적이고, 현명했다. 그리고 모든 걸 잘 파악하고 있었다. 유건은 가슴이 저렸다.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시연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물었다. “시연아, 나를 좋아한 적은 있어?” ‘미치도록 좋아한 게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그저, 아주 조금이라도...’ 이 말을 들은 시연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 순간, 심장이 움켜 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고, 손끝마저 떨리는 것 같았다.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유건은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 시연 역시 그에게 끌렸던 순간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이미 선택했잖아요. 잊었어요? 우리, 지금 이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