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 챕터 891 - 챕터 900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910 챕터

제891화

진수현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마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 유강후는 패기가 넘쳤다.사실 모든 조건만 따져봤을 때 유강후는 최고의 사윗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고 정말 사랑하는 연인도 있었다.진수현은 자신의 딸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랑을 받길 원했다. 마음 정리조차 안된 남자에게 시집보내는 건 잊을 수 없는 일이고 다른 아이의 새엄마가 되는 건 더더욱 싫었다.염지훈을 사위로 택한 건 그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진유나에 대한 감정이었고 눈빛만 봐도 뼛속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그 진심이 좋았다.“지금껏 아무도 감히 나한테 이런 태도로 말한 적이 없는데 강 대표님은 참 배짱이 크네요. 손에 주식이 좀 있다고 해서 제가 굽신거릴 줄 알았어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요.”유강후는 눈을 내리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은 아직도 저를 오해하고 계시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머지않아 이 오해들이 완전히 풀릴 겁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건,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외부적인 요소 때문에 고민도 없이 저를 부정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도 경쟁할 기회를 주셔야죠.”“기회?”진수현은 웃음이 터졌다.“강 대표님이 생각하는 기회란 뭐죠? 상대를 잔인하게 처리하는 건가요? 갑자기 왜 청혼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사윗감으로 꼽은 사람이 있으니 괜한 희망을 갖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어차피 강 대표님은 노력해도 안 됩니다.”유강후는 주먹을 꽉 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동국 신에너지 개발의 지분 50%, 말레이시아 해상 유전에서 오아시스 그룹이 차지하는 모든 지분, 그리고 오아시스 그룹이 갖고 있는 인근 해역 100년의 개발권과 운송권. 염지훈 씨는 이것들의 10분의 1도 내놓지 못할 겁니다. 회장님, 이렇게 봐도 제가 부족하나요?”진수현은 단호했다.“그게 중요한가요? 전 딸의 행복이 최우선인 사람이에요. 행복은 돈으로 해결되는 게
더 보기

제892화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은 왜 유나 씨가 싫어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죠?”진수현은 비웃는듯한 웃음을 보였다.“내 딸인데 모를 리가 없잖아요. 설마 강 대표님이 저보다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진수현은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어르신의 체면을 생각해서 여기까지만 할게요. 강 대표님, 진심으로 충고하는 데 그 마음을 접는 게 좋을 겁니다.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지훈이가 당장은 강 대표님보다 못하지만 속이 깊은 아이라 제가 택했습니다.”유강후는 적대감을 드러내더니 말투마저 싸늘하게 돌변했다.“그럼 회장님이 그분을 잘 지킬 수 있는지 두고 보겠습니다. 현재로선 저희 가장 큰 적이거든요.”그 말에 눈이 번쩍인 진수현은 단번에 유강후의 멱살을 잡았다.“어딜 감히.”유강후는 말없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선 진수현을 밀어냈다.그러던 중 손목에 찬 검은 시계가 드러났다.이를 본 진수현은 흠칫하더니 그의 손목을 잡고 진지하게 물었다.“이 시계는 어디서 구한 거죠?”진수현은 안심이 그에게 선물한 시계인 걸 한눈에 알아봤다. 줄곧 그 시계를 사랑의 증표로 여겼기에 잘못 봤을 리가 없다. ‘왜 이 시계를 갖고 있는 거지?’얼마 전 안심은 그에게 진유나가 시계를 가져갔다고만 말했다. 어떤 걸 가져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게 이 시계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심지어 진유나는 이 시계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유강후는 시계의 뜻을 모르는 듯 재빨리 손을 거두며 싸늘하게 말했다.“유나 씨가 선물해 준 겁니다. 회장님께서 아끼는 물건일지라도 다시 빼앗아 가는 건 상도덕에 어긋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평범한 시계일 뿐이잖아요.”“설마 그 정도 유치한 분은 아니시죠?”그 말을 들으니 시계를 돌려받는 건 더욱 불가능해졌다.진수현은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유강후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기회를 줄게요. 내 딸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면 쟁취해 봐요. 다만 신
더 보기

제893화

안윤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머리를 정리하고선 유강후에게 차 한 잔을 따르며 부드럽게 말했다.“강 대표님, H국에서 수입해 온 녹차예요.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흰 원피스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까지 더해지니 온다연과 비슷해서 청순해 보였다.그러나 차를 건네자마자 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센 향수 냄새가 코를 강타했는데 차 향이 나는 향수를 썼는지 유난히 역겹게 느껴졌다.유강후는 녹차를 마시지 않지만, 진수현이 바로 앞에 있고 안심의 조카라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안윤희의 차를 건네받았다.그런데 손이 닿는 순간 찻잔이 미끄러져 떨어졌다.안윤희는 의도적으로 유강후의 손을 스치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다 젖으셨네요.”안윤희는 급히 휴지를 집어 유강후 셔츠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그러나 유강후는 그녀의 손길이 닿는 순간 얼굴에 혐오감이 드러났다.“됐어. 어차피 녹차를 안 마시거든. 제발 좀 가만히 있어.”안윤희는 얼굴을 창백해진 채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그의 반응에 진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안윤희는 그가 보고 자란 아이라 얼마나 착하고 순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요즘 따라 실수를 자주 하고 행동이 이상해졌다.하지만 뭐가 됐든 그의 앞에서 안윤희에게 무안을 주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윤희야, 강 대표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 얼른 나가봐.”안윤희는 입술을 깨문 채 유강후를 힐끗 쳐다보았다.유강후는 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좋았다. 진유나에게 청혼 선물이라며 건넨 예물은 진씨 가문을 살 수 있을 정도였다.‘왜 진유나 같은 X을 좋아하는 거지?’‘하여튼 진유나가 문제라니까. 염지훈도 모자라 이제는 강 대표까지 꼬시는 거야?’‘연약한 척? 그걸 누가 못해.’안윤희는 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대표님, 죄송해요. 오늘은 제가 실수를 범했네요. 다음번에는 최고급 차로 준비할게요.”그 말을 끝으로 안윤희는 흰 원피스를 휘날리
더 보기

제894화

“옷에 더러운 게 묻어서 그냥 버렸어요.”온다연은 관심 없다는 듯 코웃음 치며 돌아섰다.“이만 갈게요. 내일은 안 올 거예요.”그냥 가려다가 그래도 인사를 건네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찾아왔는데 들어오자마자 못 볼 꼴을 보게 되었다.‘왜 항상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온다연은 곧장 밖으로 향했다. 안심은 귀까지 빨개진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작은 거실을 쳐다보고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입구에서 싸늘하게 모든 걸 지켜보던 안윤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러나 온다연이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다연아, 내일 저녁에 파티 있는데 너도 갈 거지?”온다연은 줄곧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기에 듣자마자 고민도 없이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안윤희가 말을 덧붙였다.“이번 파티는 좀 달라. 동국 왕자 연시온 씨가 주최했거든. 심지어 참석자는 전부 신국에서 명망 있는 후계자들이야. 가서 얼굴이라도 익히는 게 어때?”“어차피 곧 대진 그룹을 이어받아야 하잖아. 앞으로 이런 자리가 많을 텐데 계속 피하는 건 아니라고 봐.”온다연은 고민하다가 답했다.“알았어. 한번 가볼게.”아기 새처럼 영원히 진수현의 보살핌 하에 숨어서 사는 건 불가능한 노릇이니 이제는 슬슬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춰야 한다.그녀의 확답을 들은 안윤희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다음 날 점심, 유강후도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주최자가 연시온인걸 보고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초대장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이권은 자연스레 쓰레기통에서 초대장을 꺼냈다.“다연 씨도 참석한다고 합니다.”유강후는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런 파티에는 도대체 왜 참석하는 거야. 귀찮아죽겠네.”“대진 그룹의 후계자인데 참석해야죠. 이번 파티에 신국의 명망 있는 후계자들은 전부 참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주최자는 연시온 씨입니다. 진씨 가문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니 다연 씨가 참석하는 게 이상할 건 없죠.”“도련님, 가실 겁니까?”유강후는 단호
더 보기

제895화

신중하게 정장을 고른 후 유강후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한 번 훑어보았다.뭔가 허전한 느낌에 곧바로 액세서리 상자를 열어 남성용 벨플라워 브로츠를 꺼내 정장 칼라에 꽂았다.유강후는 평소보다 젊어진 자신을 보며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꼈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대부분은 온다연과 비슷한 또래의 재벌 2세였으니 젊은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꾸며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곧 날이 저물었다.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크루즈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비록 약간의 비가 내렸지만 그들의 컨디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파티의 주최자가 동국 왕자 연시온인 이유도 있지만 그 밖에도 오늘 크루즈에 거물이 나타난다는 소식에 빠짐없이 참석했다.오아시스 그룹은 대진 그룹보다 더 대단한 존재였다. 그러니 오아시스 그룹 대표와 친해지는 기회를 사람들이 놓칠 리가 없다.그 사람과 친해진다면 앞날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재벌 2세들은 비를 무릅쓰고라도 파티에 참석해 조금이라도 엮일 기회가 있는지 엿봤다.여러 대의 대형 헬기가 착륙하자 검은색 정장은 입은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내렸다.곧이어 맨 가운데의 해치가 열렸고 포스 넘치는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숨을 죽였다.그 남자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칼라에는 연보라색의 브로츠가 끼워졌다. 눈에 띄는 화려한 착장은 아니었지만 강한 강박감에 사람들은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선을 피했다.마치 모든 것이 그의 발밑이라는 듯 당당했고 두려울 것 하나 없는 그 기세가 남달랐다.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던 그때 또 다른 헬기 한 대가 착륙했고 헬기의 날개에는 대진 그룹의 로고가 인쇄되어 있었다.유강후는 헬기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온다연은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었는데 미니멀한 디자인은 그녀의 가는 허리와 늘씬한 다리를 부각했다. 심지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피부를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연보락색의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목
더 보기

제896화

사람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훤칠한 남자가 서 있었다.맞춤 제작한 흰색 정장은 그의 고귀함을 한층 더 부각했고 가슴에 달린 왕실 휘장은 그의 신분에 신비로움을 더했다.그가 나타나자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멋있네요.”“그럼요. 왕실의 후계자이니 진정한 왕자님이잖아요.”“솔직히 얼굴만 봤을 때는 오아시스 그룹의 대표가 훨씬 더 잘생겼잖아요. 심플하게 검은 정장은 입은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던지...”“어머,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어요.”연시온은 미소를 지은 채 유강후와 눈빛을 주고받았으나 그 웃음에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그는 이미 유강후의 정보를 어느 정도 입수했다.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강후는 오아시스 그룹의 대표이자 북아메리카 3대 재벌 중 하나인 강씨 가문의 후계자라고 한다. 수중에는 수많은 산업이 있었기에 그에게 오아시스처럼 큰 그룹은 그가 가진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게다가 배후에는 거대한 정치세력이 뒷받침해 준다는 소문이 있었다.역시나 신국과 주변 국가의 고위층들이 그를 만나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왜 예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지?’‘갑자기 동남아 쪽에 발을 디딘 목적은 뭘까?’연씨 가문은 백 년 전에 이미 정치를 포기했다. 비록 아직까지 왕족에 속했지만 이름만 걸치고 있을 뿐 그들이 가진 실질적인 권력은 부와 관련이 있었다.그들은 어느 나라와도 맞먹을 만큼 부유했지만 정치적 권리는 별로 없었다.그래서인지 유강후에게 강한 호기심과 적대감을 느꼈다.그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유강후는 한눈에 봐도 엄청난 사람이라는 포스가 느껴졌다. 만약 그가 이 파티의 주최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일찌감치 기세가 꺾였을 것이다.이때 유강후의 시선도 그에게 닿았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연시온은 상대의 눈빛에서 강력한 경고의 뜻을 보았다.연시온은 예의상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표정에는 차가움이 가득했다. 곧이어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옆으로 향했다.우산이 너무 커서 얼굴
더 보기

제897화

온다연의 정교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고 그녀 역시 큰 눈망울을 깜빡이며 연시온을 바라봤다.연시온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대표님과 함께 오신 분이 유나 씨였어요?”유강후는 웃는 얼굴로 온다연의 허리를 감싸안았지만 말투만큼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 유나 씨가 오늘 밤 저의 파트너거든요.”그 말은 허튼수작을 부리지 말라는 뜻이다.연시온의 시선은 두 사람의 가슴에 달린 커플 브로치에 머물렀다.그는 한눈에 이 골동품 브로치를 알아봤다. 최고급 보라색 다이아몬드로 새겨진 무늬는 장인의 손길을 그쳐 탄생했고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었다.경매에 나왔을 때 연시온은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다. 마침 어머니의 생일이라 선물로 브로치를 주고 싶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어느 한 부자에게 240억의 고가로 낙찰되었다.그 부자가 오아시스 그룹의 대표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연시온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브로치가 참 예쁘네요. 역시 강 대표님은 안목이 탁월하십니다.”유강후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별말씀을요. 왕실의 골동품 보석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연시온의 시선은 다시 온다연에게 향했다. 그녀의 얼굴은 찡그려져 있었고 유강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듯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연시온은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기에 온다연과 유강후의 모습을 보고선 단번에 깨달았다.유강후는 강제로 온다연을 소유하고 싶었지만 온다연은 그를 원하지 않았다.그들 관계를 알아챘지만 주변에 보는 사람이 많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애써 웃었다.“강 대표님이 저의 체면을 세워주셨으니, 오늘 밤은 이야기가 술술 풀릴 것 같네요. 이쪽으로 가시죠.”유강후는 그의 호의를 거부하지 않았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그렇게 말하면서 유강후는 자연스레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 경호원의 호위하에 그들은 사람들의 경이로운 시선을 벗어나 홀 안으로 들어갔다.홀은 반짝이는 조명과 함께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었다. 아무렇게나 놓인 샹들리에 하나, 탁자 하나, 찻잔 하나가 왕실만의 존귀함을
더 보기

제898화

온다연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옆으로 걸어갔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이권에게 말했다.“믿을 만한 사람을 붙여 따라가게 해. 이런 자리는 익숙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주의시키고.”유강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그리고 어디서 뭘 하고 뭘 먹는지도 빠짐없이 확인하고 보고해.”“알겠습니다.”온다연은 이곳이 낯설었고, 동시에 이곳의 사람들에게도 온다연은 이질적인 존재였다.조금 전 유강후와 온다연의 행동을 지켜보던 명문가 출신 여성들 사이에서는 억눌린 한숨과 질투가 교차했다.그들은 누구보다 돋보이기 위해 최고급 드레스를 입고 오아시스 그룹 대표의 관심을 끌려 했지만 유강후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향하지 않고 오직 온다연에게만 머물렀다.그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 몇몇 여성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저 여자 누구야? 저렇게 차려입고 남자 꼬시러 온 거 아니야?”“진씨 가문 전용기에서 내린 거 봐서는 진씨 가문 사람인 것 같아.”“안심 사모님하고 닮았어. 혹시 안심 사모님의 딸인가?”“에이, 말도 안 돼. 사모님의 딸은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쳤다잖아. 그래서 엄청나게 못생겨져서 진씨 가문에서도 3년 동안 바깥에 내보내지 않았다던데.”“흥! 저 목에 걸린 목걸이, 혹시 ‘보랏빛 유혹’ 아니야? 설마 진짜일까? 얼마 전에 정체불명의 인물이 낙찰받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작고 눈에 잘 띄진 않아도 모두 최고급 자수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 무려 300억짜리래!”“저 여자가 진품을 걸고 다닐 리 없어. 틀림없이 가짜겠지. 안씨 가문의 먼 친척쯤 되는 것 같은데 진씨 가문의 인맥을 이용해서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겠지. 여기서 먹고 마시면서 운 좋으면 괜찮은 남자라도 찾으려는 속셈일 거야.”“강 대표가 저 여자를 곁에 두는 것도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겠지. 진지한 관계는 아닐 거야. 오히려 안윤희와 무슨 사이일 가능성이 더 높아. 안윤희는 안심의 친조
더 보기

제899화

안윤희는 입가에 옅은 냉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신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 후계자들이야. 진씨 가문의 사업을 위해 이들과 잘 어울려야 해.”온다연은 안윤희를 차갑게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그래?”조금 전 사람들이 나눴던 대화를 모두 다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정체를 모를 터였고, 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당분간 대중 앞에 나설 계획도 없었고 최소한 지금은 진씨 가문 주식시장을 운영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었다.그러나 오늘 안윤희의 행동을 보니 뭔가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안윤희는 어제 어머니가 자신에게 선물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온다연을 단순히 먹는 것에만 관심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온다연은 평소 조용한 성격이라 말수가 적었다. 안윤희와도 특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약간의 반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사촌이었다.부모님은 안윤희를 자신의 비서로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듯 보였고 이미 안윤희에게 적잖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자신을 위한 부모님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일에 간섭하지 않았었다.하지만 안윤희는 오늘 온다연을 일부러 망신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온다연은 속으로 냉소를 머금으며 들고 있던 케이크를 내려놓고 담담히 말했다.“언니,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 왜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그래? 내가 먹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서 언니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걸 어필이라도 하고 싶었던 거야?”안윤희의 얼굴이 굳어졌고 억지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연아, 너 오늘 왜 이래?”안윤희는 평소 온다연을 그저 말수가 적고 답답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가족 식사 자리에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이모부와 이모에게 지나치게 귀염받는 겁쟁이로만 생각했다.주식을 잘하는 게 뭐 대
더 보기

제900화

온다연의 시선이 여자의 목에 걸린 목걸이로 향했다.그것 역시 보라색 다이아몬드 목걸이였지만 빛깔과 품질은 온다연이 착용한 목걸이에 비해 한참 부족해 보였다.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만지며 최근 들어 이 목걸이가 갑자기 보석함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어머니가 언제 이걸 준비하셨지?이 목걸이는 꽤 아름다웠고 온다연도 마음에 들었다.원씨 가문의 딸도 온다연의 목에 걸린 보석을 발견했다.가까이서 보니 빛의 반사율이 뛰어나고 컷팅과 품질도 완벽에 가까웠다.누군가 이 목걸이가 가짜라는 소문이나, 진품이 신비한 인물에게 낙찰됐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 목걸이를 진품으로 믿었을 것이다.그러나 가짜라 해도 온다연이 착용하니 한층 고귀해 보였다. 그녀의 완벽한 외모 덕에 목걸이의 품격도 더 높아 보였다.원씨 가문 딸의 눈에 질투와 경멸이 스쳤고 그녀는 비웃듯 말했다.“내가 충고하는데, 너 같은 사람은 이런 데 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가짜 ‘보랏빛 유혹’을 착용하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야.”온다연은 주식 시장에만 관심이 있었고 보석에는 큰 흥미가 없었기에 ‘보랏빛 유혹’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그러나 어머니가 자신에게 가짜를 줄 리가 없었다.온다연은 미소를 지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내 목걸이가 ‘보랏빛 유혹’이 아니더라도 그쪽 것보단 훨씬 나아 보여. 서림 아가씨, 멍청한 물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머리가 좀 나쁜 것 같은데, 내가 좋은 두뇌 영양제를 선물해 줄까?”원씨 가문의 딸 원서림은 오만하기로 유명했다. 원서림은 온다연의 조롱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원서림은 온다연에게 성큼 다가가 목걸이를 거칠게 잡아채며 소리쳤다.“가짜 목걸이를 걸고 여기서 잘난 척이라니! 여기가 시장바닥인 줄 알아? 당장 꺼져!”그러면서 손에 힘을 주어 목걸이를 잡아당겼고 비싼 보라색 다이아몬드가 흩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온다연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온다연은 원서림을 밀어내고 땅에 떨어진 보석들을 주우려 했다.그러
더 보기
이전
1
...
868788899091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