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411 - Chapter 1420

1430 Chapters

제1411화

한편, 황후는 장춘궁에서 비녀와 귀걸이도 풀지 않고 얼굴의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어전에서 일찍부터 황제가 오늘 밤 후궁에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는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황제께서 아직 간택하지 않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간택하지 않으셨다는 것은 이곳에 오시겠다는 의미였다."란주, 폐하가 오셨는지 한 번 확인해보거라." 그녀는 다시 한 번 재촉했다. 오늘 밤만 벌써 세 번째 재촉이었다.란주 상궁은 옆에서 시중을 들며 웃으며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황제께서 오실 때는 반드시 사람을 먼저 보내 맞이할 준비를 하시라 알리실 겁니다.""그치, 그랬었지. 황제께서 너무 오랫동안 장춘궁에 오시지 않으셔서 벌써 다 잊어버렸지 뭐냐." 황후는 머리를 쓸어내며 어여쁜 미소를 지었다."본궁과 황제는 결국 부부인데, 부부 사이에 원한이 어찌 그리 오래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제 대황자도 많이 성장했으니 황제도 마음이 부드러워지셨을 테지."“황제께서 오시면 잘 말씀드리십시오. 너무 급하게 대황자를 데려오겠다고 말하지 마시고요."란주 상궁이 당부하자, 황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오늘 밤에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 아이를 하루빨리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이제 대황자도 태부가 칭찬할 만큼 잘 하고 있으니, 더 이상 지안궁에 둘 필요가 없지. 대황자는 돌아와도 똑같이 잘 배울 수 있어. 만약 계속 지안궁에 둔다면 어쩌면 대황자가 어미인 나를 잊고 말 테야."란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실 대황자께서 이제 말을 더 잘 듣고, 더 좋아지셨습니다. 지안궁에서 계속 지내게 하면 어떨까요? 황제께서 황후의 금지령을 풀어주시기만 하면 언제든지 대황자를 보러 갈 수 있고, 대황자도 효심이 깊으니 결코 황후를 잊지 않을 겁니다."황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슬픔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말했다. "효심은 깊지만 아직 어리다. 그러니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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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2화

후비들 중에서 제 황후가 가장 꺼리는 사람은 덕비와 수빈이었다.덕비와 수빈은 각각 이황자와 삼황자의 어머니였다.사실 수빈의 삼황자는 친자가 아니고 나이도 어리기에 그녀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수빈은 본래 성격이 거칠고 가문이 뛰어나며 권력을 휘두를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최근 일년 동안 수빈은 덕비와 함께 후궁의 일을 관리하며 성격도 많이 수그러들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법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송석석의 공방과 여학을 지원하며 민간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었다.반면 덕비는 훨씬 더 조용히 지냈다. 수빈과 후궁의 일을 관리하며 간혹 그녀의 의견을 묻기도 했고, 정말로 그녀를 황후로서 존중하며 대해주었다.하지만 덕비의 이황자는 총명하고 예의가 발랐고, 심지어는 태후와 황제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만약 지금 태자를 책봉한다면 당연히 적장자가 되겠지만, 황자들이 다 자라나면 누군가가 그 중 뛰어난 자를 태자로 삼자는 제안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대황자에게 강적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지금 덕비와 수빈 두 사람은 후궁의 일을 함께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아들들은 자연히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황후가 대황자를 데려와 키우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단순히 앞서 말한 것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다. 제씨 가문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황후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었다.그러나 대황자가 황후의 곁에서 자라면 황제는 반드시 황후를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렇기에 황후는 이 말을 더더욱 감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몹시 떨린 탓에, 밤새 뒤척이느라 한 숨도 자지못했다. 그렇게 다음 날, 황제가 혜의궁을 수빈에게 주어 살게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혜의궁은 당시 혜안태후가 황후가 되기 전에 살던 곳이었는데,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했다. 궁 앞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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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3화

수빈이 궁을 옮기자, 각 궁에서 선물을 보내왔고, 황족과 왕족들도 이 소식을 듣고 몇 번이고선물을 보냈다. 어떤 것을 보낼지에 대해서 다른 저택은 모두 주모가 결정을 내리는 반면, 북명황실에서는 염선생과 노 집사가 결정권을 가졌다.두 사람은 창고에서 선물로 줄만할 것을 이것저것 찾았지만, 적당한 것을 찾지 못했다. 값비싼 금은보화 같은 보석들을 주기에도 그렇고, 금과 옥으로 된 은병을 주기에도 너무 인색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또한, 산호수나 병풍 같은 비교적 큰 물건들은 염선생이 잘 내놓지 않으려 했다. 산호수는 보기 드문 것이라, 황실에 있는 한 그루도 왕비의 혼례 때 만종문에서 선물한 것이었다.결국 그들은 창고에 가장 많은 물건을 눈여겨보았다. 그것은 바로 심청화 선생의 매화 그림이었다.이것은 내놓으면 매우 품격 있는 선물이 될 것이었고 값도 꽤 비쌌다. 그러나 황실에는 이런 그림이 많았다. 만약 부족하다면 곧 눈도 내리기 시작할 터이니, 매화도 피기 시작할 것이다. 심선생에게 다시 그려 달라고 부탁하면 되지만 그들은 심선생을 존중하여 먼저 허락을 구했고, 그는 아무런 이의 없이 허락하였다. 사실 이 매화 그림은 이미 너무 많이, 심지어는 여러 해동안 그려왔기 때문에 근육이 다 기억할정도였다. 종이를 펼치고 붓과 먹이 손에 있기만 하다면 한두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송석석은 저녁에 돌아와 이 광경을 목격했다. 심선생의 그림을 보내야 한다니 마음이 조금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그것이 수빈에게 보내는 것이었으니 괜찮았다. 어쨌든 궁 안에 남아 있을 것이므로 쉽게 팔려 나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수빈도 아마 묵보를 아끼는 사람일 터이니, 보내야 한다면 보내면 되었다.그녀는 선물을 가져다주러 직접 궁으로 갔다. 혜의궁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기회를 이용해 궁에 들어가려는 내외의 명부들이 전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도 잠시 기다렸다. 누군가 그녀가 왔다는 소식을 들어가서 알린 듯, 수빈은 송석석의 업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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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4화

비록 혜의궁의 정원이 크지는 않았지만 어화원과 비교하면 결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였다.만약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꽃을 감상하거나, 잠시 잠깐 서서 꽃을 감상하려 한다면 반 시진 정도는 걸릴 것이었다. 하지만, 송석석은 빠르게 걷는 것이 익숙했기에 꽃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바로 지나쳤다. 그녀에게는 큰 차이 없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전에 온 산에 가득 피어 있는 갖가지의 꽃들을 본 적이 있었다. 서리를 맞은 차가운 매화꽃, 높은 산의 진달래, 3월에 피는 아름답고 화려한 복숭아꽃, 끝이 보이지 않는 각색의 동백꽃 등… 모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경이로운 장관이었다.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화분에 정성스럽게 키운 모란을 보고 있자니 그다지 큰 흥미가 생기지 않은 것이었다.한 바퀴 돌고 나니 몇몇은 차 한 잔도 다 마시지 못했고, 첩여 동씨가 막 공방 이야기를 꺼낼 때쯤 그들은 이미 혜의궁의 정전에 도착했다.첩여 동씨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들어가서 수빈 마마께 축하를 올립시다."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저는 일이 있어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아, 왕비님!" 첩여 동씨가 급하게 그녀를 불러 세우자, 송석석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소주께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그러자 첩여 동씨가 웃으며 말했다."아무 일도 없어요. 다만, 세상 모든 여성을 대신해 왕비께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왕비 마마는 넓은 마음을 가지시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어려운 백성들을 염려하시니, 비첩들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송석석은 그 말에 다소 당황스럽고 의아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들을 염려한다니? 자신은 그렇게까지 위대한 인물이 아니었다.게다가 부끄러우면 스스로만 부끄럽다 하면 됐지, 왜 굳이 비첩들이라고 말한 것일까? 이 말은 대체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후궁들한테 하는 말인가?그리고 정말로 세상의 여성을 대신해 감사하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일까? 이는 칭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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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숙청제는 현재 군사 상황을 논의하고 있었으며, 송석석을 어서방으로 불러 전쟁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이 어서방에서의 논의 자리는 그녀가 현갑군을 이끌고 반군을 물리친 대가로 얻은 자리로, 피와 땀을 쏟은 결과였기에 아무도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군사 상황의 구성은 성릉관과 남강에서 전해온 군사 첩보고를 바탕으로 조정 대신들이 다시 상황 분석을 하고, 후방 지원을 준비하며 전략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하지만 아무리 전략이 있어도 숙청제는 직접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고, 항상 제안을 할 뿐이었다.이 점에서 그는 사여묵과 소씨 가문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이 신뢰가 오직 군을 이끌고 전투를 벌이는 데만 국한되지만 말이다.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장병들은 더 많은 겨울 옷과 무기가 필요했다. 그들이 주로 논했던 부분도 바로 보급 문제였다.성릉관의 수란석과 빅토르의 상황은 비슷해 보였지만 다소 차이가 있었다.빅토르는 이미 물러날 길이 없는 데에 반해, 수란석은 아직 서경 황제가 그의 방패로 남아 있기 때문에 물러날 길이 있었다. 다만 서경 황제는 현재 냉옥 장공주와 많은 의견 차이가 있었고, 조정 내에서도 분파가 나뉘어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그러니 실제로 수란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나마 물러날 길이 남아 있다는 점이 다행이었지만 그 퇴로조차 수란석에게는 큰 수치로 느껴졌다. 그는 본래 영군왕과 협력하여 상국인들을 물리치고 기세를 타 성릉관을 흡수하려 했다. 그렇게 되면 그와 서경 황제 모두 백성들의 칭찬을 받으며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그는 언제나 형인 수란키보다 앞서 나가기를 원했으며, 그 욕망은 거의 집착에 가까웠다.그래서 그는 전장에서 매우 잔인하게 싸웠고, 전력을 다해 싸웠으며, 죽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했다.전북망과 그 몇몇은 원래 소 대장군에게 축수 선물을 전하기 위해 갔으나, 왕표가 그들을 싫어하여 남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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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6화

송석석은 셋째 외숙모가 편지에서 이 일을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전북망이 셋째 외숙부를 구하려다 팔을 잃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일부러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소씨 가문의 상황과 전장에 대한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다루게 된 것이다.송석석은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답장을 보냈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는 서로 누가 누구를 구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녀 역시 출정한 장병들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전쟁은 잔혹해서 피와 희생이 따른다.송석석은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숙청제는 성릉관에서 전해 온 승전보를 통해전북망이 팔을 잃으면서까지 몸을 사라지 않고 용맹히 적을 물리쳐 공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해진 당보에는 군사 상황만이 보고되었을 뿐, 그것이 누구의 공로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공적에 대한 명단은 승전보에 부속된 형태로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숙청제는 크게 기뻐하며 군사 문제를 논의하던 중 굳이 이 일을 언급하며 전북망을 칭찬했다. 꼭 마치 자신이 전북망을 중용한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듯했다.그리고 나서는 혹시 송석석이 불쾌해할 것을 우려하여 회의가 끝난 뒤 그녀를 따로 불렀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법이니라. 계속 마음에 담아두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밖에는 되지 않으니, 그자와의 앙금도 이제는 풀도록 하거라. ” 송석석은 그저 “예.”라고 짧게 답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숙청제는 그녀가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자의 공을 인정치 않을 것이고, 진성으로 돌아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성릉관에 팔 년이든 십 년이든 머물게 할 것이다. 이 또한 벌을 받는 셈이지 않겠느냐?” 송석석은 황제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송석석 또한 깜짝 놀랐다. 그녀와 전북망 사이의 개인적인 감정은 전공과 연결되어서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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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7화

최근 약 열흘 동안 지속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송석석은 염 선생과 큰 사형을 찾아가 의논하기도 해보았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처음에는 숙청제가 만종문에 대해 알아내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이번 전쟁에서 사부님이 육안통과 홍의대포를 개량한 것 외에도 무림의 많은 문파들로 하여금 경사를 보위하는 전투에 참여하게 했기 때문이다. 의심이 많은 숙청제였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었다.매산의 그 일로 인해 사부님에 대한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흥미를 돋울 만한 소소한 이야기에만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요 며칠은 그녀가 매산에서 말썽을 부려 사부님께 수도 없이 야단 맞았다는 일화에 배를 부여잡으며 무척 즐거워하기도 했다.송석석은 배꼽 빠져라 웃고 있는 숙청제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고를 치고 돌아오면 사부님께 꾸지람을 듣는 것은 기본, 심지어는 외출 금지령이 떨어지고, 물항아리 들고 온종일 서 있게 하고, 손바닥을 맞는가 하면, 철못 위에서 무릎 꿇거나, 게다가 엉덩이 아래에 향 자루를 놓고 한 시간 동안 말 자세를 유지하다 바지가 타서 구멍이 나는 일은 흔한 일이 다반사였다.전에 장난기가 심했던 대황자가 장난을 쳤을 때 그가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기에 송석석은 황제가 이런 이야기를 재미없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점점 빠져들더니 심지어 매산에서는 소똥 폭발시키기 같은 것들은 하지 않았는지 묻기까지 했다. 그는 그게 가장 재밌지 않냐며 한술 더 떴다. 그 말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송석석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만, 폐하께서는 왜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설마 직접 해보신 건 아니겠지요?” 그러자 숙청제가 웃으며 말했다. “네 오라버니에게 끌려다니며 놀았었지. 그런데 네 오라버니는 달리기가 너무 느려서 항상 온몸이 엉망진창이 되곤 했느니라.” ‘오라버니가 느린 게 아니라 폐하께서 느리셨겠지요. 오라버니는 폐하를 보호하느라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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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8화

하지만 그녀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낼 수 없어 감사만 표한 뒤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도 숙청제는 매번 정사를 마치고 나서 그녀를 불러 한담을 나누곤 하였으며, 때로는 반 시진, 때로는 한 시진을 넘기곤 했다. 그렇게 결국 송석석도 천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신하로서, 그녀에게 믿음직한 벗인 척이라도 하라 하신다면 그 역할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허나, 황제에게 꼭 필요한 낮잠을 취해야 할 한 시진이 허투루 한담으로 소모되는 것은 분명 낭비였다. 이 기간 동안, 덕비는 몇 차례 탕약을 보내왔고, 수빈과 공비도 몇 번씩 다녀갔다. 심지어는 첩여 동씨까지도 몇 번 들렀다. 후비들은 어서방에 들 수 없기에, 탕약을 직접 들고 오더라도 오대반에게 맡겨야 했기에, 그를 안으로 들이는 식이였다. 다만 황자나 공주를 동반할 경우라면 어서방에 잠시 들 수 있었다. 그렇게 송석석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았던지라, 보내온 탕약에는 그녀의 몫도 늘 포함되었다. 송석석은 가끔 탕약을 마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 황제를 해하려고 탕약에 독을 탄다면, 자신 또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말이다. 오늘은 덕비가 이황자와 함께 왔고 숙청제는 이들 모자를 어서방으로 들게 하였다. 송석석은 어서방에서 덕비와 자주 마주쳤다. 그녀에 대한 인상은 원래부터 나쁘지 않았다. 이황자는 어린 나이에도 예의 바르고 겸손하여, 이는 덕비의 훌륭한 가르침 덕분이었다. 숙청제 또한 이황자를 특히나 아끼는 듯 보였다. 그의 얼굴에 띤 진심 어린 웃음이 그 증거였다.덕비는 환하게 웃으며 궁인더러 탕약을 올리게 했다. 2인분으로 나뉘어진 탕약 중 하나는 송석석의 것이었다.덕비가 온화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틀 전 왕비님께서 기침을 하신다 들어 오늘 아침 일찍 주방에 천패, 비파, 설합을 달이게 하였습니다. 폐를 윤택하게 하여 건조함을 없애 기침을 멈추는 효능이 있사옵니다." 송석석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말 고생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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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9화

송석석이 물러나자마자, 숙청제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탕을 두어 모금 들이킨 후, 덕비와 이황자를 돌려보냈다. 덕비도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시켜 물건을 정리하게 한 후, 이황자의 손을 잡고 물러났다. 그러자 오대반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폐하, 의정까지 아직 시간이 있사오니, 반 시진만이라도 쉬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숙청제는 평소라면 정오에 잠시 쉬곤 하였으나, 송석석을 불러들이기 시작한 후로는 낮잠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숙청제가 태양혈을 문지르며 말했다. "좋다, 나도 지금 머리가 좀 아프구나." "그럼, 태의를 불러 맥을 짚어보시는 것은 어떠하옵니까?" "그럴 필요 없다. 태의원 녀석들은 쓸모가 없다. 두통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약만 잔뜩 먹이더구나." 숙청제는 내실로 들어가 옷을 입은 채로 몸을 뉘었으나, 두통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오대반이 이불을 덮어 드리자, 숙청제는 갑자기 눈을 뜨고 멍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요즘 왜 이런다고 생각하느냐?" 오대반이 위로했다. "폐하께서는 전쟁을 걱정하시어 심신이 피로하신 것이니 한동안 몸을 돌보시면 나아질 것이옵니다." 그러나 숙청제는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석석이 혹 너에게 매일 불러들이는 이유를 물었느냐?" "폐하께 아뢰옵건대, 왕비께서 이미 물으셨사옵니다." 오대반이 대답했다. "너는 어찌 대답하였느냐?" 숙청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자, 오 대반이 답했다."소인은 사실대로 말씀드렸사옵니다. 폐하께서 희두장군을 그리워하시어 그녀와 옛이야기를 나누려 하신다고 했사옵니다." 잠시 침묵하던 숙청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것은 사실이니라." 그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이마를 만졌다."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 보거라." "예, 바로 밖에 있사오니, 필요하시면 들겠사옵니다." 오대반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숙청제를 한 번 바라보고는 물러났다. 경위부로 돌아온 송석석은 어서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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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화

아픈 척도 요령이 필요한 법이었다. 오늘 어서방에서 모두가 어색한 공기를 느꼈던 터라 곧바로 몸이 불편하다며 직무도 보기 어려울 정도라 집에서 요양하겠다고 하는 것은, 곧 황제와 신하 사이의 투명한 장막을 찢는 격이니, 군신 관계가 껄끄러워지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었다.황제와 같이 높은 자리에 있는 이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나, 송석석 부부는 신하이기에 황제의 체면을 지나치게 무시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결국 긴 논의 끝에 그들은 내일은 평소처럼 경위부로 복귀한 후,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질서를 유지시키기로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작은 사고를 만들기로 했다. 기승을 부리던 도적 떼로 인해 많은 백성들이 진성으로 몰려왔으나, 통과 문서가 없어 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성 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 때문에 성 밖에서는 최숙심을 본받아 끼니를 배급하는 고위 문벌의 군자들과 부유한 가문도 점점 늘어났다.먹고 마실 것이 있고 병들면 약을 받을 수 있었으며 추위에는 솜이불까지 지원받았기에, 백성들은 굳이 떠날 생각까지 하지 않았다. 비록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한겨울에 귀향길에 오르는 것보다는 더 나았다. 그리하여 성 밖은 날마다 소란이 끊이지 않았고, 에게 송석석은 특별히 순찰영의 병력을 파견해 질서를 유지하게 했다. 이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 후 이틀 동안 송석석은 병력을 이끌고 성 밖을 순찰하며 질서를 유지하기 시작했다.비록 난민이 많긴 했지만, 순찰영의 관리하에 질서정연하게 차례로 죽을 받아먹는 등 질서가 유지되었다. 송석석은 반나절 동안 성 밖에 머물렀고 나머지 시간에는 늘 그랬듯이 궁으로 돌아가 조정의 신하들과 군정을 논의했다. 그리고 논의가 끝난 뒤에는 모두와 함께 궁을 떠났다. 숙청제는 항상 정오에 그녀를 불러들였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돌려보내곤 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상소를 검토하며 밤늦게까지 바삐 돌아치다 내전에 돌아가 쉬었다.계획대로 송석석은 성 밖을 순찰하던 중 무언가에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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