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석이 물러나자마자, 숙청제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탕을 두어 모금 들이킨 후, 덕비와 이황자를 돌려보냈다. 덕비도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시켜 물건을 정리하게 한 후, 이황자의 손을 잡고 물러났다. 그러자 오대반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폐하, 의정까지 아직 시간이 있사오니, 반 시진만이라도 쉬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숙청제는 평소라면 정오에 잠시 쉬곤 하였으나, 송석석을 불러들이기 시작한 후로는 낮잠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숙청제가 태양혈을 문지르며 말했다. "좋다, 나도 지금 머리가 좀 아프구나." "그럼, 태의를 불러 맥을 짚어보시는 것은 어떠하옵니까?" "그럴 필요 없다. 태의원 녀석들은 쓸모가 없다. 두통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약만 잔뜩 먹이더구나." 숙청제는 내실로 들어가 옷을 입은 채로 몸을 뉘었으나, 두통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오대반이 이불을 덮어 드리자, 숙청제는 갑자기 눈을 뜨고 멍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요즘 왜 이런다고 생각하느냐?" 오대반이 위로했다. "폐하께서는 전쟁을 걱정하시어 심신이 피로하신 것이니 한동안 몸을 돌보시면 나아질 것이옵니다." 그러나 숙청제는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석석이 혹 너에게 매일 불러들이는 이유를 물었느냐?" "폐하께 아뢰옵건대, 왕비께서 이미 물으셨사옵니다." 오대반이 대답했다. "너는 어찌 대답하였느냐?" 숙청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자, 오 대반이 답했다."소인은 사실대로 말씀드렸사옵니다. 폐하께서 희두장군을 그리워하시어 그녀와 옛이야기를 나누려 하신다고 했사옵니다." 잠시 침묵하던 숙청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것은 사실이니라." 그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이마를 만졌다."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 보거라." "예, 바로 밖에 있사오니, 필요하시면 들겠사옵니다." 오대반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숙청제를 한 번 바라보고는 물러났다. 경위부로 돌아온 송석석은 어서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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