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01 - 챕터 1410

1435 챕터

제1401화

제제사와 추몽은 대리사의 심문실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낡은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송석석은 서리의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가 그리 멀리 않았기에 그들이 아무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더라도 송석석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 그리고 간혹 들릴 듯 말 듯한 한숨 소리 전부 말이다.하지만 대화는 하지 않았고, 심지어 서로 시선을 몇 번 마주하지도 않았다. 마치 강제로 한자리에 앉혀진 낯선 이들처럼 거리감과 냉담함이 느껴졌다.송석석은 자신이 이 자리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자리를 떠날 수 없었기에 그 어색함을 어쩔 수 없이 함께 견뎌야 했다.오랜 침묵 끝에 제제사가 겨우 한 마디 꺼냈다.“왜 이런 짓을 한 거냐?”그는 진심으로 의아해했고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눈앞의 사람이 자신이 기억하는 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아무리 보아도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겹쳐지지 않았다.추몽은 두 손을 움켜쥐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굳이 따져 묻을 필요가 있나?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되는 법이지.”“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 아니더냐?” 제제사가 목소리가 약간 잠긴 채로 묻자, 추몽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차피 이 생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할 수는 없었다. 선황제가 그러지 않았나? 나는 패역한 자라고. 그래서 생각했지. 내가 가진 생각들이 진정 패역한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진짜로 패역한 일을 저질러 보자고. 다른 모든 것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제제사가 그의 시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너희 반란으로 수천수만 명이 죽었고, 피비린내는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네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나는 믿을 수 없다. 네가 언제부터 사람 목숨을 이렇게 하찮게 여겼느냐?”추몽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심히 차갑고 냉담해 보였다.“추몽,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나.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거냐?” 제제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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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추몽의 눈빛에 섬뜩함이 스쳤다."좋습니다. 위선적인 말 어디 한번 들어보지요."숙청제는 원래 의심이 많아 항상 북명황실을 경계해 왔다. 송석석에게 여성이 억압받아 살 길이 막힌다면 반기를 들겠냐고 묻는 것도, 비록 그녀가 부정한다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 의심을 남겨두기 위한 것이었다.송석석이 그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묻는지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녀는 질문을 들었을 때부터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아직 송석석이 대답도 하기 전에, 추몽은 비웃으며 말을 덧붙였다."먼저 아첨하며 숙청제를 치켜세워 보시지요. 그의 정책이 여성을 얼마나 잘 대우했는지 떠들어 보십시오.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면, 마음껏 칭송하시지요."송석석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그의 비꼬는 듯한 도전적인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럴듯하게 가정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근본적으로 전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세상이 어리석고 폐쇄적이라 당신의 기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겼고,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의 인정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당신 개인의 문제일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대표하지도 못하며, 그들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은 그들에게 원한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더 큰 혐오와 배척을 느끼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를 안다면 틀림없이 당신을 꾸짖고 비난할 것입니다."추몽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그는 이내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결국 대답하지 않으시는군요. 여성이 억압받아 살 길이 막힌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까?"그러자 송석석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만약이라는 것은 그저 가정일 뿐이고 사실이 아니니 제가 굳이 고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결국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시는군요." 추몽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송석석이 차분히 대답했다."살 길이 막혔다는 것과 대다수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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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드디어 대청산이 시작되었다.대리사와 경위 형부의 공동 조사 끝에, 연왕과 영군왕을 중심으로 한 반란이 사실로 밝혀졌다.모두 죄목이 확실했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린 이유는 그들의 모든 죄목을 하나하나 나열하여 천하에 알리기 위해서였다.연왕 일가는 정보를 제공한 공을 세운 사여령을 제외하고 모두 황실 감옥에 갇혔다.사여령은 황실 족보에서 이름이 제외되었다. 여전히 대리사에서 감옥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긴 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승진의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진이는 그를 일시적으로 직무에서 배제시켰고, 처분이 끝난 후 복직시키겠다고 했다.진이는 선의를 베풀어 그에게 앞으로 이 직책을 계속 맡고 싶다면 황실 감옥에 가까이 가지 말고,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반성하라고 당부했다.진이는 사여령이 어리석기는 해도 성실하고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는 자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우유부단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진이는 여전히 그를 돌보아 주려 했다.진이는 송석석에게도 사여령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송석석은 사여령이 어릴 적부터 겁이 많아 무슨 일이 생겨도 반항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자랐지만, 다행히 적모 밑에서 자라며 훌륭한 교육을 받아 본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사여령을 특별히 돌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여령이 진성에 머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황제를 안심시킬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진이는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사여령이 이번 처벌을 피할 수 있던 이유도 연왕의 사병 정보를 제공한 덕이었지만, 일이 지나간 후 황제가 그를 떠올리면 여전히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황제가 그의 직책을 박탈하지 않은 이유는 그를 자신의 눈앞에 두고 감시하려는 의도였다. 그가 진성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품는 순간, 그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었다.조정 회의에서 숙청제는 영군왕과 연왕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죄목을 발표했다. 그들의 죄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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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거리를 돌며 공개적으로 조롱받는 동안, 영군왕은 완전히 무너져 미쳐버린 듯했다. 그는 백성들을 향해 무지하고 어리석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백성들이 조정에 속아 폭군을 현명한 군주로 착각하였으며, 자신 사청엄만이 진정한 군주가 될 수 있었다고 외쳤다.그러나 그의 쉰 목소리는 백성들의 저주 속에 묻혀버렸다. 사람들은 그를 죽이라 외치며 요참형조차 그에게는 너무 관대하다며, 차라리 천 번의 칼질과 만 번의 난도질을 하는 능지처참으로 갚아야 한다고 외쳤다.연왕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은 억울함과 사청엄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만약 사청엄이 자신의 사람들을 배반시키지 않았다면 자신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 믿었다.사청엄은 어둠 속에 숨어 기회를 엿보던 독사처럼 그가 모르는 사이 치명적인 한 방을 날렸다.사청엄 때문에 그는 이제 단순한 역적이 아니라 어리석은 역적으로 전락했다. 자신이 평생 공들여 쌓아 온 모든 것을 남에게 넘겨야 했고, 자신을 배신한 부하들에게 묶여 조정의 군대에 넘겨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훗날 역사에 기록될 자신의 이름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그는 평생 동안 권력과 명성을 위해 애써왔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형틀에 묶여 처형대로 끌려가는 순간, 그의 온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마지막으로 바라본 세상은 온통 증오와 조롱의 눈빛으로 가득했다. 마침내 그는 울부짖으며 오열했다.이 모든 순간을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대업을 이루기 위해 그는 단 한 가지도 자신의 뜻대로 해본 일이 없었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지도 못했고, 아내를 맞이하고 첩을 들인 것조차 모두 이용을 위한 수단이었다.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났을 때 단 한 번이라도 마음껏 사랑해보려 했지만, 그로 인해 무상과 부하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눈물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는 군중 속에서 시만자를 바라보았다. 자줏빛 옷을 입은 그녀는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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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임양운은 한동안 경사에 계속 머물렀다. 예전에는 신화기 연구에 몰두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이제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진성의 일을 놓을 수 없다는 핑계로 더 머물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그는 송석석을 걱정하고 있었다.처음 신화기를 연구할 때, 특별히 사람을 보내 북당으로 가서 처방을 받았던 것도 남강과 송회안, 그리고 결국은 사여묵과 송석석 때문이었다.하지만 사부로서 제자들이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돕고, 그들의 든든한 방패가 되기로 한 것이었다.임양운은 항상 자신이 사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뛰어났고, 인품마저 매우 훌륭했다. 그 누구도 그를 걱정하게 만들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송석석만은 걱정이 되었다. 송석석은 놀고 싶어만 하는 아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술을 출중하게 익힐 만큼 뛰어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 펼쳐진 자유롭고 밝은 웃음을 볼 때마다 임양운은 몹시 기뻐했다. 그러나 이후 그녀가 강제로 빠르게 성장하고 성숙해지며, 언제나 마음의 긴장을 놓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서 진심 어린 미소를 볼 수 없게 되자, 그는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받은 상처들은 시간만이 해결 해 줄 수 있는 것이었기에, 다른 이들이 도와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사여묵은 그녀에게 행복을 주고 웃게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결핍까지는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양운은 아픈 마음에 술을 잔뜩 마시고 오후까지 잠을 잤다. 그러고는 궁에 가서 황제와 대면했다.한때 번성했던 임씨 가문에는 지금 그 혼자만 남아 있었다. 제자들만 있을 뿐 자식이나 후손은 없었기 때문이다. 임왕 임병일은 당시 한때 많은 군사를 거느렸는데, 그 공로가 너무 커서 황제를 위협할 정도였다. 그 사이에 아마도 여러 가지 은혜와 원한이 있었을 것이지만, 숙청제는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임씨 가문은 결국 사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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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숙청제는 시철진을 궁으로 불러들였다.시철진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 그가 호위와 표국을 이끌고 난을 평정했다고는 하지만 시씨 가문의 측근이 영군왕과 결탁한 사실이 있었기에, 황제가 외부에는 공과 과를 상쇄하겠다고 해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숙청제는 그런 시철진에게 매우 온화한 태도를 보였고, 심지어 충성스럽고 애국적인 인물이며, 아버지의 유풍을 계승한 사람이라고 그를 칭찬했다.전 임씨 가주는 조정에 대해 매우 후했고, 전쟁 중에는 상당한 양의 은화를 기부하기도 했다.시철진은 상황을 이해하고 곧바로 남강과 성릉관이 모두 전쟁 중인 것을 이유로 시씨 가문은 약간의 보탬이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20만 냥의 은화를 기부하여 군사들의 겨울 옷과 식사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숙청제는 매우 만족하며 웃으면서 말했다."좋다. 시철진이 30만 냥을 기부해주면 내 변방 요새의 장병들도 외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전쟁도 더 빨리 끝날테지."시철진이 즉시 말했다.“폐하께서는 명철하고 인덕이 넘치시니, 하늘이 반드시 우리 상국이 천추만대에 걸쳐 번영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숙청제는 웃어 보이며, 그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물러나게 했다.30만 냥으로 가문을 지키고 교훈도 얻은 셈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황실 상인이 시씨 가문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조정과의 거래는 이익이 적지만, 황실 상인이라는 명성만 있으면 다른 사업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 마냥 쉽게 이뤄졌다. 그는 돌아가자마자 시만자에게 경고했다."진성에 남아 있으려 하거든 예전처럼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 우리 시씨 가문은 뿌리가 깊고 가지가 많지만, 썩은 가지와 시든 잎도 있기 마련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서 잘 정리할 것이니, 이번 일을 계기로 너는 고집을 꺾고 낮은 자세로 행동해야 한다. 지나치게 부유하거나 화려한 생활은 지양해라. 너의 식비와 의복은 아버지가 적당히 조절할 것이다."하지만 시만자는 개의치 않았다.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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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방시원과 안여옥의 혼사는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좋은 날을 잡아 혼례를 올렸다. 혼례가 비록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태부의 손녀를 시집보내는 일이었으니 필요한 체면만큼은 갖추어져 있었다. 태후가 먼저 앞장서자, 후궁들도 차례차례 상을 내려 안여옥의 혼수품을 준비해주었다.아군여학의 학생들도 동참하여 안여옥에게 손수 만든 신혼 선물들을 보냈다. 여학의 학생들은 대부분 평민 가정의 아이들이었기에 비록 비싼 것은 없었지만, 손수 수놓고 만든 것들이라 특히 소중하게 느껴졌다.안여옥의 혼수는 일찍이 공방의 모 낭자에게 맡겼다. 그 혼례복은 공방의 자수점에서 전시된 적이 있었다. 그때 혼례를 앞둔 많은 처녀들이 그것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고, 자신도 그렇게 아름다운 혼례복을 입고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시집가기를 꿈꿨다.모 낭자는 본래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태부의 손녀도 그녀가 만든 혼례복을 입었으니, 그 누가 여전히 그녀의 과거를 떠올리며 재수없다고 생각하겠는가? 이때부터 공방의 자수점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자수점에는 혼례복을 만드는 사람도, 일상복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혼례 당일, 송석석은 시만자와 함께 방씨 가문에 가서 혼례 연회를 즐겼다.방씨 가문에는 형제가 많은 데다가 방시원이 무장이라 그런지,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혼방을 어지럽히겠다고 말하며 놀려댔다. 그리고 다들 신부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신부는 당당하고 여유롭게 나서서 말했다. "신혼방을 어지럽히는 것은 좋지만, 먼저 시를 지어야 합니다. 혼례를 통해 인연을 맺는 것을 주제로 시를 한 편 지으면 홍봉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신혼방 정원에서 권법과 검술을 선보여야 합니다."그렇게 방시원과 안여옥은 처마에 앉아 여러 차례의 권법과 검술을 감상했고, 홍봉은 나가지 않았다.그렇게 신혼방을 어지럽히는 대신 신혼부부가 손님들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태부부에서 태부 손녀의 혼례를 축하하는 손님들 중 대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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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시끌벅적한 혼례를 마친 후 황실로 돌아온 송석석은 매화원이 유난히 고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제가 생각났지만, 사제는 저 멀리 남강에 있다. 비록 헤어진 날들을 세진 않았지만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예전처럼 왕경루에 나가 사부도 찾고 싶었으나, 그가 이미 매산으로 돌아갔음이 기억났다. 마음속에 서서히 허전함이 몰려왔다.그러다가 또 아까 봤던 안여옥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본래 여자가 혼인할 때 이렇게 기뻐하고 기대하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넘쳐나는구나. 그 행복감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니…...’송석석은 두번의 혼인 모두 평화롭게 진행했다. 그때, 보주가 송석석의 화장을 지워준 뒤 목욕물을 준비하려 하자, 송석석이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앉히고 말했다. "보주, 예전에 네 혼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지? 혹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것이냐?"보주는 송석석을 한 번 보더니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씨, 혼례 때 먹었던 음식과 술이 입에 맞으셨나 봅니다. 또 드시고 싶으신가요?"송석석은 웃으며 답했다. "내가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으냐? 다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계속 이렇게 있으면 나중에 늙은 처녀가 되고 말 테니깐. 만자에게 영향을 받아서 혼인을 안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그러자 보주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혼인할 거예요. 그러나 혼인한 후에도 아씨 곁에 있을 거예요."송석석은 보주의 코끝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혼인하고 나서도 남편이 아닌 내 곁에 남겠다는 거야?"보주는 눈물이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씨, 저에게는 아씨 외에 아무도 없어요. 아씨가 어디에 있든지 저는 그곳에 있을 거예요. 괜찮은 하인이나 호위가 있다면, 다른 건 상관없어요. 인품이 좋고 황실에 충성하기만 하다면 혼인할 거예요."말을 마친 후 보주는 눈물을 흘렸다.송석석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아니야.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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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소부는 입성할 때 열 명 남짓한 사람만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모두 강건하고 체격이 건장했으며, 허리에 굽은 칼을 차고 있어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술과 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그들의 검은 얼굴에는 어느새 화려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비록 군주 소부는 쉰이 넘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피부가 거무스름하며 광이 났고, 눈은 매우 총명하고 밝아 보였다. 또한, 그는 특별히 지혜롭고 치밀한 사람으로,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북명왕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그의 요구는 단 하나 뿐이었다. 이번 한 번만 협력하고, 사국을 물리친 후에는 즉시 초원을 떠나야 하며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초원의 핵심 지역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것이다. 사여묵은 그의 요구를 수락하고 즉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이 되자마자, 그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떠났다.초원 부락은 상국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해마다 전쟁이 일어나 초원이 피해를 입곤 했기 때문이다. 초원에는 여러 부락이 있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상국이나 사국에 대항할 수 없었다.방천허는 그들을 성 밖으로 호송한 후, 곧바로 수부로 돌아가 이번 추격전을 어떻게 준비할지 논의했다.초원 부락이 땅을 빌려준다면 그들은 종심까지 추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격전은 성을 방어하는 전투와 달랐다. 후방 지원, 식량, 활과 무기, 그리고 군의와 치료약, 들것 등 하나도 빠짐없이 준비해야 했다. 군대가 나갔을 때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하는 위험도 따랐다. 하지만 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 효과는 클 것이었다. 최소한 10년에서 8년간 사국은 다시는 함부로 침범하지 못할 터였다.모든 장수들이 밤새 논의한 끝에 기본 전략이 세워져, 군령을 내렸다. 당연히 황제에게도 급보를 보냈다. 급보에는 매번처럼 송석석에게 보낼 편지도 함께 끼워 넣었다. 외지에 있는 동안,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어전에서는 비밀이 없으니 불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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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궁 안의 어서방에서는 지열이 아직 따뜻해지지 않은 탓에 차가운 기운이 서서히 스며들었다.비록 조서 처리는 이미 끝났으나, 숙청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눈앞의 어두운 불빛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는 방금 전, 사여묵이 송석석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었다. 그 편지에는 다할 수 없는 그리움과 속마음이 담겨 있었는데, 마치 처음 혼인한 신혼처럼 달콤하고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사실 그들의 편지를 이번에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리움이 담긴 편지를 읽었었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자유롭고 거침없는 내용은 아니었다.이런 내용은 입으로도 말하기 민망한데, 글로 쓴다는 건 더 민망하지 않겠는가?그는 황제의 동생이 이런 짓을 하다니 실로 부적절하고 경솔하다고 생각했다.여자들 달래는 방법은 많은데 왜 하필 이렇게 해야 했을까?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에 작은 돌이 떨어진 듯,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그 물결은 점점 커져만 갔고, 아무리 애써도 가라앉히지 않았다. 그가 황제가 된 후,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남녀 간의 정은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다.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그저 한순간일 뿐, 결국은 사라질 감정이라고 여겼다.그는 송석석에게도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다.당당하고 뛰어난 여성인데, 어느 누구나 마음이 뺏기지 않겠는가?하지만 흔들린 마음도 결국 정치적 도구가 되었다. 송석석을 자신의 동생에게 시집보내면 그의 병권을 해제할 수 있다는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이처럼 숙청제의 감정은 언제나 희생되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용 되엇다.“폐하, 오늘 밤은 어느 궁녀의 궁에 가시겠습니까?”오대반이 그가 조서를 다 처리한 후 한참 말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보자,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자 숙청제가 시선을 돌려 서서히 초점을 맞추며 물었다. “최근 황후의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오대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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