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저택 안으로 들어온 무당은 10분 뒤, 다시 뒷문으로 빠져나갔다.한편, 저택에 앉아있던 왕표는 온몸에 힘이 쫙 풀렸으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조금 전, 무당은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쓱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한 마디만 뱉었다.“장군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그리고 나서는 고청우가 아무리 울며 빌어도 무당은 입을 꾹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굿을 해달라고 해도 단호하게 거절하며 소용없는 짓이라고 얘기했다.그러다가 저택을 떠나기 전, 무당은 왕표에게 말을 전했다.“이 땅은 장군의 무덤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가족들을 달 대피시키십시오.”무당의 말에 왕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이 남강 땅에 얼마나 많은 장군의 뼈들이 묻혀 있단 말인가! 더할 나위 없이 용맹하고 전쟁 경험이 많은 송회안 부자도 이 땅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왕표는 송회안 부자를 존경하지만 두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만약 전장에서 죽는다면 평서백부가 아무리 대대손손 흥한다고 해도 왕표는 전혀 그 영광을 누리지도 못할 것이고 심지어 그의 부인과 아들도 이를 누릴 수 없다.이때, 고청우가 뒤에서 왕표를 끌어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서방님, 서방님께서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저와 아들도 서방님을 따라 가겠습니다.”“아니, 난 절대 죽을 수 없어!”눈물을 뚝뚝 흘리는 고청우를 보며 왕표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고청우의 손을 덥석 잡더니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우린 아무도 안 죽을 것이오. 전에도 약속하지 않았소?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남강 땅을 떠날 것이오!”흠칫하던 고청우가 당황한 기색으로 왕표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저희가 정녕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요? 이 저택에 저희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모든 걸 버리고 몸만 떠날 수는 없지 않습니까?”왕표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안일한 생활을 오랫동안 보낸 왕표는 절대 가난하게 살 수는 없었다.반드시 당당하고 순조롭게 금은보화를 저택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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