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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작가: 유애
제린과 방천허는 장 참모와 오 참모를 데리고 왕표 저택으로 향했고 저택 밖에서 마차에 짐을 싣고 있던 왕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린 일행은 전부터 왕진을 알고 있었기에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내일 떠날 예정입니까?”

왕진이 가볍게 웃으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

“제 장군님, 저흰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예정입니다. 원수께서 중간쯤까지 호송하실 거라 오늘밤 이렇게 짐부터 싣고 있는 겁니다.”

“원수께서 호송하신다고요? 어디까지 호송하시는 겁니까?”

제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남강을 떠난다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한두 시간 정도 내로 다시 돌아오실 겁니다. 원수의 부인께서 먼 길을 아이까지 데리고 가야 하니 원수께서도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린은 원수가 자신의 부인을 매우 아낀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한두 시간 정도 호송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택 안에서 이내 잔치가 열리기 시작했고 왕표가 직접 나와서 손님을 맞이했다.

그렇게 잔치에 참석한 손님들은 눈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에 침이 나올 정도였으며 왕표가 평소에 음식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잔치에 참석한 손님은 다섯 명밖에 없지만 음식은 열 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넘쳐났다.

“진수성찬을 너무 많이 차리셨네요. 저희가 이렇게 많이 먹지도 못 합니다.”

방천허의 말에 오 참모도 말을 보탰다.

“그러게 말입니다. 명절 때보다 더 푸짐하네요.”

왕표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내가 언제 여러분들을 푸대접한 적이라도 있소? 오늘 준비한 음식이 푸짐하긴 하지만 전부 술안주네. 먹다 보면 모자랄 수도 있소.”

“오늘 전쟁 작전에 대해 논의하러 왔습니다. 술은 마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린의 말에 왕표가 대수롭지 않다는듯 대답했다.

“조금만 마시게. 술이 들어가야 솔직한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겠나? 난 자네들 마음속에 각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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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워진 왕표의 표정을 발견한 오 참모는 얼른 말했다.“원수께서 아직 저희 신궁위의 궁술을 보지 못하셨지요? 그리고 저희 궁노기도 매우 완벽하게 개량되었습니다.”“본 적 있네.”왕표는 처음 남강에 왔을 때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방천허도 그때가 생각났지만 그때 왕표가 본 건 신인 궁수들의 훈련이었을 뿐이고 개량된 궁노기를 사용하기도 전이었다.이때, 제린이 말했다.“저희도 화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병사들이 본격적으로 싸울 땐 화통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검을 사용하는 게 더 정확하고 빠를테니까요.”화통은 시가전에서 그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한 발을 쏘고 나서 바로 몸을 숨기면 되지만 마주보면서 정면 승부할 때에는 화통에 장전하기도 전에 적이 휘두른 검에 의해 머리통이 날아갈 것이다.그 뒤로 제린이 몇 마디 더 했지만 왕표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방천허는 왕표가 화통을 선호한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소인은 병부에서도 화통을 개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 개량이 끝나면 이번에 남강 전쟁에 투입될 겁니다.”방천허는 이 말이 왕표에게 조금은 격려가 될 줄 알았는데 왕표는 되레 자신의 도주 결심이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진성에서 계속 무기들을 남강으로 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 많이 쓰지도 않는 화통까지 투입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국과의 전쟁이 얼마나 격렬할지 예상이 되기도 했다.한편, 왕표의 반응에 다들 기분이 나빴지만 어떻게든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병사 통치권을 손에 쥐고 있는 왕표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절대 옳은 일이 아니다.다행히 그 뒤로 논의한 성문을 지키는 작전과 반격 작전에 왕표는 전부 동의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으로 의견까지 보탰다.어느새 밤이 깊었고 다들 피곤해 보이자 왕표는 하인에게 탕을 내오라고 했지만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른 손님들은 연신 손을 내둘렀다.“이 탕은 반드시 먹어봐야 하네. 집사람이 특별히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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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기도 전에 왕표는 이미 저택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조금 뒤, 마차들이 저택을 연이어 떠났다. 대외적으로 얘기한 건 마차 다섯 대였지만 왕표 일행이 저택을 떠나고 나서 마차 몇 대가 더 뒤따랐으며 이 또한 왕표가 미리 준비한 것이다.왕진 등 몇 명이 말을 타고 앞에서 길을 트고 있었고 심지어 그들이 탄 말은 전쟁에 투입되는 군마였지만 어차피 들켜도 중간까지 호송했다가 바로 돌아올 거라고 얘기하면 그만이었다.하지만 저녁이 되어서도 왕표가 저택으로 돌아오지 않자, 저택의 친위병들은 그제야 마음이 조급해져서 바로 제린과 방천허에게 찾아갔다.그 결과, 제린도 방천허도 만날 수가 없었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바로 어지러움과 구토를 호소했지만 병사들은 그저 두 사람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이라고 생각하여 해장국을 준비했다.해장국을 마신 뒤에도 두 사람의 증상은 여전했으며 위액이 나올 정도로 전부 토하고 나서야 잠이 들었는데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도 일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병사들은 수소문 끝에 어젯밤 왕표 저택에 갔던 사람들이 같은 증상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바로 군의관을 불렀다.조금 뒤, 진맥을 하던 군의관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이자들이 독이 든 인삼을 먹은 것 같습니다.”제린의 부하 진 교위는 바로 왕표 저택에 찾아갔다. 어젯밤 왕표도 함께 식사를 했기에 만약 손님들이 중독되었다면 원수도 중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곧 전장에 나가야 할 원수와 장군들이 중독되었다는 건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저택에 도착한 진 교위는 부인을 호송하러 떠난 왕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왕표가 이렇게 도주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저 호송하는 도중에 문제가 생겨서 늦어진 것이라고 여겼다.이제 누가 일부러 탕에 독을 탄 건지 아니면 실수로 독이 든 탕을 마신 건지 조사해야 했다.저택 주방에서 사용한 인삼은 평서백 부인이 특별히 사람을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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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표의 갑작스러운 도주로 군심이 흔들렸을 뿐만 아니라 제린과 방천허 등 사람들 마저도 배신감에 기운이 쭉 빠졌다.왕표가 전장에서 싸우다가 죽었다고 해도 이만큼의 악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남강에서의 첫 싸움이 사국의 승리로 끝난다면 남강군은 그 뒤로도 일방적으로 공격만 당하게 된다.한편, 이 소식이 진성에 전해지기도 전에 숙청제는 사여묵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먼저 알게 되었다.사여묵이 심장 질병으로 갑자기 발작한지 5일째 되던 날, 숙청제는 임 태의와 오대반에게 북명 황실에 다시 한번 다녀오라고 했다.염구진은 갑자기 찾아온 두 사람에게 계획대로 왕야께서 고향에 잠시 휴양하러 떠났다고 얘기하려고 했다가 잠시 망설였다.숙청제는 사여묵의 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곁에는 단 신의까지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임 태의를 보냈다는 건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이 상황에서 염구진이 계획대로 둘러댄다고 해도 황제는 임 태의를 사여묵 고향까지 찾아가게 할 것이고 그때 가서 사여묵을 만나지 못한다면 어차피 들통날 일이다.이런 생각에 염구진은 오대반과 임 태의에게 왕야께서 어제 몸과 마음을 치유하러 매산으로 떠났다고 했다.황제는 이 말도 믿지 않겠지만 그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며 사여묵이 뭔가 몰래 도모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숙청제는 혹시 사여묵이 연왕이 반역을 일으킨 틈에 몰래 게으름을 피우러 떠났다 거나 그보다 더 안 좋은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숙청제가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야 나중에 사여묵이 남강에 싸우러 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덜 분노할 수 있다.그리고 이런 추측 때문에 숙청제는 황실에 함부로 손을 쓰지 않고 일단 지켜만 볼 생각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오대반의 보고에 숙청제는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진 채 오월을 궁으로 불렀다.“사람 시켜서 북명 황실과 송석석을 확실하게 지켜보거라. 송석석 그자가 매일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기록하고 저택에 있는 염 선생의 움직임도 지켜보거라.”오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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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고에는 왕표가 전장에서 도망쳤으며, 남강에서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며 군심이 흔들리고 있고, 심지어는 이탈병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기존의 남강군마저 동요하며 물러서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제린은 밀고에서 조정에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무장을 파견해 줄 것을 청하며, 그렇지 않으면 남강이 함락될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숙청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관원들에게 소리쳤다.“남강에 갈 무장을 추천하라!”그러나 모두 서로 눈치만 보며 추천을 주저했다. 현재 북명왕을 제외하면 파면된 소 대장군만이 있을 뿐이었다.다른 무장들, 즉 주 장군, 방시원 혹은 이전의 진청 장군은 지금 남강의 혼란을 진압하고 군심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북명왕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으나, 최근 북명왕이 심질환으로 고생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병을 안고 있는 그가 전장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사국의 군대가 성문 가까이까지 접근했기에 서둘러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질환을 앓고 있는 북명왕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소 대장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지만, 현재 성릉관에 있는 그가 남강으로 출발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반달은 걸릴 것이었다.또한 그의 고령 또한 큰 걸림돌이었다.이 둘 외에 적합한 인물이 더 있을까? 어쩌면 아직 있을지도 모른다.일부 대신들은 은근히 시선을 숙청제에게로 돌렸다. 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서는 것이 군심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었다,그러나 그 누구도 이 제안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황제가 전장에 나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를 먼저 제안한 사람이 엄청난 죄를 뒤집어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결정적인 순간, 목 승상이 침착하게 나섰다.그는 먼저 물었다.“북명왕의 현재 상황은 어떠합니까? 병세는 호전되었습니까?”숙청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답했다.“그는 매산에서 정양 중이다.”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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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는 금족령을 받은 이후로 장춘궁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나 오랜 세월 궁중을 관리해 온 덕분에 바깥의 일들은 여전히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오늘 목 승상이 황제께 친히 전장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는 소식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이는 그녀의 심장을 격렬히 뛰게 했다. 흥분과 기대가 그녀를 사로잡았다.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서게 된다면 태자를 세워야 할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태자로 지명될 후보는 그녀의 대황자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북명왕이 이번에 병을 얻은 것이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흥분을 조금 가라앉힌 뒤, 그녀는 점차 냉정을 되찾으며 이번 일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생각했다. 황제는 오랫동안 전장에 나서지 않았고, 지금의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게다가 조정에는 여전히 사용할 만한 무장들이 있고, 지금 연왕의 반란까지 더해져 내외부의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었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서면 민심을 크게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연왕의 반란도 더 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황후는 밤새 뒤척이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날이 밝기도 전에 궁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밤을 지키던 궁녀 동이가 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마마, 황제께서 대황자를 데려오라 명하셨습니다!”황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본궁의 옷을 준비하라!"금족령 이후 황제는 한 번도 황후를 찾아오지 않았고, 대황자를 부른 적도 없었다. 황후는 조급했지만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이번 전란은 조정과 황제에게 있어 내우외환의 위기였지만, 그녀와 대황자에게는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였다.“황제께서 본궁도 부르셨느냐?” 황후는 세수를 마친 후 문득 생각나 물었다. “아니옵니다. 오 대반께 대황자를 데려오라고만 명하셨습니다.” 동이가 대답했다.황후는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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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칼국수 한 그릇을 내왔는데 사여묵의 배를 채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러자 제린이 사람들에게 양고기를 구우라고 시켰다. 지금의 군영은 예전과 달리 식량이 많이 있어 백성들도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사여묵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그릇을 들고 국물을 다 비워냈다. 국물이 짜고 맛이 강해서 그는 물 한 주전자를 마시고 나서야 체력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아직도 말 위에서 흔들리고 있어, 눈앞의 사람들이 다 뒤로 물러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그들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오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왕야께서도 많이 지치셨지요?” 사여묵이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군의를 불러와 내 얼굴에 침을 놓으라고 하거라. 하도 바람을 맞아 얼굴이 돌아간 것 같아.” 눈을 똑바로 떠 보니 사여묵의 얼굴은 확실히 약간 삐뚤어져 있었다. 그때 제린이 물었다. “원수께서 여기까지 오는데 조금도 휴식하지 않으셨지요?” “어떻게 쉬겠어?” 이어서 사여묵이 중대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내가 꾀병을 부려서 몰래 전장으로 온 것이야.” 그는 허약한 손으로 한 무더기의 약을 꺼내더니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사실 꾀병을 부린 게 아니라 진짜 아팠지. 여기로 오는 길에 이 약들을 먹어야 하는데 가끔은 잊어서 먹지를 못했어. 지금이라도 먹지 않으면 송 장군이 날 때려죽일 것이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사람을 보내 군의를 불러와 왕야의 몸을 진단한 후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군의가 먼저 맥을 짚더니 말했다. “어찌 이렇게… 허약하십니까?” 그러자 방천허가 다급하게 물었다. “심각합니까?”군의가 말을 하지 않자 사여묵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천천히 회복하면 되니까 다들 긴장하지 말거라.”그러자 군의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원기를 상했으니 아마 단기간엔 회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8화

    사람들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말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연기와 먼지가 자욱하게 나 있었는데 말을 탄 사람은 따스한 햇볕에 싸여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제린과 방천허는 고개를 돌려 보더니 순간 눈 밑이 붉어지고 울컥해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사여묵은 갑옷을 입지 않고 평범한 백성의 옷을 입고 있어 멀리서 보면 특별한 점은 없었다.그가 말을 멈추고 사람들 앞에 서자 군사들은 그제야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현장에서 열광적이고 기쁜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다.“사 원수야, 사 원수께서 오셨어!”“사 원수께서 아직 죽지 않았다니!”“사 원수께서 계시니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야.”“필승!군사들은 지난 전쟁의 억울함과 왕표에 대한 분노를 모두 외치려는 것 같았다.장군들은 눈 앞의 상황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왕표가 도망친 후로 그들도 이렇게 높은 사기를 본 적이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그저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큰 힘과 자신감을 줄 수 있었다.동시에 북명왕이 여기에 서 있다는 건 소문들에 대한 가장 좋은 비판이었다.하나의 소문이 헛소문으로 되자, 병사들은 다른 소문도 거짓일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여묵은 손에 있는 장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고작 이십만의 적군일 뿐이고 우리에게 패배한 군대인데, 우리 남강군이 그들을 두려워하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크게 외쳐보거라. 그들이 두렵느냐?” 그러자 병사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렵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사여묵은 말을 타고 행렬 사이를 거닐며 목소리를 높였다. “큰 소리로 말해보거라. 사국을 이길 수 있겠느냐?” 그러자 병사들이 천지가 진동할 것 같은 소리로 외쳤다. “할 수 있습니다.” “어디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 있느냐? 있으면 나와보거라!” “없습니다.” 사여묵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굳건함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햇빛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7화

    오 교위가 와서 사망인수는 356명이고 부상인수는 1732명이라는 전투 사상의 상황을 보고했는데, 모두 그 소식을 듣자마자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궁수들은 현재 성을 지키는 입장이라 모두 성벽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기에, 사국인들이 사닥다리를 치고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 대규모로 성을 공격하지 않았고, 그저 병력과 군심의 응집력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국인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심리를 잘 알아서 바로 대군이 쳐들어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강군의 투지가 아무리 약해도 생사를 겨루게 되면 반드시 최강의 실력을 가지고 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런 탐색을 몇 차례 반복해서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남강군의 의지와 심리적 방선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투지가 없는 상태라다시 싸워봐야 헛수고일 것이었기에 작전을 말해도 소용없었다. 군사는 담배 반 대를 다 피울정도로 고민했지만 다른 방법이 차마 생각나지 않았다. 조정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해도 누구를 보낼 지 모르니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내일 군사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해서 사기를 북돋아줘야겠소.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소.” 방천허는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더니 먼지와 피딱지를 문질러냈는데 그건 그의 피가 아니라 오늘 그의 곁에 서 있던 병사들이 투석기에 머리를 맞아 그의 얼굴에 튄 피였다.그의 기분은 아주 나빠진 상태였다. “지금은 아무리 해도 소용없소. 원수도 사라진 마당에 아직 누구를 임시 원수자리에 앉힐 명령도 내려오지 않았지 않소? 게다가 모두가 왕야님께서 죽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왕야께서 남강 전장에 나타나지 않는 한 전사들이 전투에 대한 사기는 계속 저조할 것이며 조정에 대한 원한은 날로 고조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왕표가 탈출한 후 마음이 무너졌으니, 이길 수 없다고 믿어 전쟁터에 나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6화

    돌아가서 염 선생과 심 사형에게 말하자, 두 사람은 먼저 고청영을 포함한 휘황실의 사람들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에 휘황실의 사람을 조사했었는데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노휘왕이 진성으로 데려온 후 줄곧 그를 따랐으니 심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가 진성에 돌아올 때 중매업을 통해서 구매한 사람들이었는데 염 선생이 직접 중매업에 가서 그 사람들의 신분을 조사했었다. 위로 조사해 보니 그들은 모두 집이 가난해서 팔린 것이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오늘 정원을 돌아다녔지만 무공을 할 줄 아는 하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설령 있다고 해도 아마 그들을 피할 것이기에, 염 선생은 다시 한번 휘황실 사람들을 조사해서 황실 하인이 증감했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며칠 전 사여묵은 남강으로 갈 때 자신의 말을 타지 않고 황실에서 지구력이 가장 좋은 말을 골랐다. 그는 원래 남강으로 가서 제린을 찾은 다음, 졸병 신분으로 군대에 잠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강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왕표가 첩을 데리고 도망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심지어는 도처에 떠돌았고, 사국에 80만 명의 병사가 있으니 남강군이 무조건 패배할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국인이 성을 도륙하여 남강을 피바다로 만들겠다고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북명왕이 황제에 의해 죽었기 때문에 지휘봉을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많은 백성들은 그 말을 믿고 차라리 짐을 싸서 도망가는 게 낫다고 했다. 이제 막 생기가 돌기 시작한 남강은 다시 산산조각이 되어 다가올 전쟁의 불길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런 소문들이 백성들 사이에서 퍼지게 되면 군대에서도 퍼지기 마련이었다.특히 숙청제가 북명왕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자, 북명군은 분개하며 충성스럽고 훌륭한 장군이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는데 왜 어리석은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냐며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저항했다. 제린과 방천허가 아무리 소문을 제지하고 병사들에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5화

    사제가 의심하는 사람은 휘왕과 영군왕 부자 두 사람이었으며 특히 영군왕을 제일 의심했다.휘왕은 평소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자주 왕래하는 사람도 없었고 굳이 왕래가 잦은 사람을 뽑자면 송석석과 북명왕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평소에 저택에서 고청영과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경치를 구경하는 것에 진심이었으며 평생 먹고 노는 것이 삶의 목표기도 했다.그때문인지 저번에 그들을 보러 갔을 때 고청영과 휘왕은 살이 많이 쪄 있었다.송석석이 며칠 동안 조사했는데도 큰 진전이 없었기에 시만자를 데리고 휘왕 저택에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휘왕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반기며 고청영에게 말했다.“어제 내가 직접 낚시해서 잡은 잉어를 회로 떠서 가지고 오거라. 피를 확실하게 빼야 한다. 그래야 더 맛있고 살점도 더욱 싱싱할 테이니.”고청영은 이내 노비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시만자는 전보다 살이 더 찐 휘왕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요즘 너무 잘 드시는 것 아닌가요? 전보다 살이 더 찌신 것 같네요.”“만자야, 북명 황실에서 맛있는 거 안 해주면 바로 나한테 오거라. 네가 먹고 싶어하는 건 내가 다 해줄 수 있으니. 하하하!”휘왕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시만자도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진짜 이 집에 들어와서 살 수도 있습니다?”“얼른 오라니까. 내가 맛있는 거 잔뜩 해주마!”“그럼 나중에 황실이 지겨우면 바로 이리로 올게요. 살도 찌고 좋을 것 같네요.”시만자의 말에 곁에 있던 송석석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뭘 지겨울 때까지 기다려? 내일 바로 사람 시켜 네 물건을 이 저택으로 옮기면 되지.”시만자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입을 삐죽 내밀었다.“너 설마 오래전부터 날 황실에서 쫓아내고 싶었던 거 아니야?”“네가 이리로 오고 싶다고 했잖아. 왜 내 탓을 해?”휘왕은 차 한 모금 마시며 티격태격하고 있는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이내 진수성찬이 차려졌고 평소에 날것을 먹지 않는 송석석과 시만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4화

    감옥에 갇힌 지 6일이나 지날 동안 최씨는 눈물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았는데, 송석석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져 있었다. 최씨는 얼른 고개를 돌려 몰래 눈물을 훔치고는 허리를 숙여 송석석에게 인사를 올렸다.“왕비님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에 소인을 보러 오시게 만들어… 정말 죄송합니다.”송석석은 허름한 죄수복을 입고 있는 최씨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먼지가 잔뜩 묻은 얼굴까지, 평소에 단아하고 우아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생이 많으십니다.”송석석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최씨가 초췌한 얼굴로 대답했다.“소인은 괜찮은데 아이들이 끝까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왕비님, 황제께서 저희를 어떻게 처치할 생각이신 겁니까? 전부 죽이라고 하셨습니까…?”송석석은 최씨를 부축하여 의자에 앉힌 뒤, 차분하게 말했다.“폐하께서 그대들을 죽여 분풀이할 생각이었으면 진작 그러셨겠지요. 지금 폐하께서는 그대들 가족들을 이용하여 왕표를 끌어내려고 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왕표 그자가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으면 그대들은 선처해주실 겁니다.”“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그 사람은 절대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최씨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럴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저희가 최대한 자수하게 만들 겁니다.”말을 하던 송석석은 들고 온 보따리를 풀더니 안에서 약들을 꺼내 최씨 앞에 놓았다.“바깥 상황은 걱정하지 마시고 최대한 자신을 잘 지키고 있으셔야 합니다. 제 사저가 사람을 보내 왕표 그자를 찾고 있고 오사형도 암암리에 부인을 돕기 위해 여기저기 바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전에 부인께서 백성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병을 치료해준 게 꽤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 자발적으로 들고 일어나 부인을 위해 외치는 백성들이 많습니다.”조용하게 듣고 있던 최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다들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감옥에 갇힌 동안 최씨는 왕표만 생각하면 치가 떨릴 정도로 분노가 차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3화

    다음날 조정에서 허 어사는 어제 자신이 조사한 사실을 황제 폐하에게 전달했고, 곁에 서있던 목 승상도 고개를 끄덕이며 최씨를 칭찬했다.“최씨가 성 외에 점포를 차려 선행을 하고 있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혼인을 한 여인이 저택 안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지만 최씨는 초심을 잃지 않고 선행으로 덕을 쌓고 있었습니다. 이는 충분히 널리 선양할 일이고 백성들의 본보기가 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선하고 박애한 여인이 자신의 부군이 저지른 죄 때문에 감옥에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제 상서도 말을 보탰다.“요 며칠동안 백성들도 전부 이 일에 대해서만 수군거리고 있습니다. 다들 최씨는 억울하다고 자발적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폐하, 조심스럽게 소인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왕표 그자가 죽을 죄를 지은 건 사실이고 그 죄가 일가족에게 연대 책임이 생길만큼 중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작위도 폐위했고 가문 전부를 몰수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자비를 베풀어 그 가문 일가족들에게 약한 벌을 내리시길 부탁드립니다.”숙청제는 왕표의 가족들을 이용하여 왕표가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하길 바라기에 일가족들을 절대 풀어줄 수도, 약하게 처벌할 수도 없었다.“그건 짐이 알아서 할 것이오. 공문서를 보내 왕표를 체포하고, 만약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한다면 일가족들은 엄하게 벌하지 않겠다는 방문을 붙이게.”최씨의 선행은 백성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행동이었기에 숙청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어명을 받들겠습니다!”공양이 나서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한편, 송석석은 아직 관직을 회복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휴가를 보내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는 되레 그녀에게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편리를 주었다.그리고 황제의 어명은 이내 남강에 전해졌다. 남강군들이 이미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한 상태에 어명이 내려왔으니 더욱 자신감 있는 태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부에서는 새로 양산한 육안통을 남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2화

    한편, 황실로 돌아온 송석석은 평서백부 일가족 모두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는데, 사실 그녀는 방금 전 궁에 있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혹은 조금 더 일찍, 왕표가 야반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훗날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황제가 평서백부 사람들을 감옥에 가둔 이유는 아마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는, 왕표의 죄가 이미 일가족 전부에게 연대 책임이 생길 정도로 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왕표가 스스로 나타나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니 작위를 없애고 가문 전체를 몰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이렇게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높은 작위로 계속 부귀영화를 누리며 안일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송석석도 황제가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처치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왕이장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모두 권위가 높은 세가들이 아닌 평민 백성들 뿐이었다.선견지명이 있는 최씨는 큰돈을 들여 성 외에 죽을 파는 점포를 차려 상황이 어려운 백성들을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중병에 걸린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치료해주까지 했었다.하지만 노부인과 왕청여는 최씨가 하는 일에 극성으로 반대했으며 최씨가 큰돈을 낭비해가면서 자신의 명예를 쌓고 있는 거라고 비판했다.그렇기에 지금, 최씨를 도울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 방법 뿐이었다. 남강이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거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최씨를 위해 황제에게 선처를 부탁하면 된다. 최씨와 왕표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기에 최씨를 위하는 것과 왕표를 위한 것도 엄연히 다른 것이다.왕이장은 이내 사람을 시켜 왕표가 정실을 버리고 첩과 첩이 낳은 딸만 데리고 야반 도주한 사실을 널리 퍼트렸으며, 그가 나라를 버린 죄인으로 황제 폐하께 죄를 지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또한, 백성들에게 최씨가 부군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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