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701 - Chapter 710

912 Chapters

제701화

열린 상자에서 그가 지우에게 준 선물들이 보였고 다시 그녀의 눈을 올려다보니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울었던 흔적이 있었다.남태준이 가까이 오자 지우는 후다닥 뒷걸음질 쳤다.매번 그를 만날 때마다 먼저 껴안고 키스했기 때문이었다.남태준이 다시 그녀에게 키스하면 헤어지자는 말을 할 용기가 없을까 봐 걱정했다.“이거 뭐야?”남태준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약간 서글픈 말투로 물었다. 그녀가 가져온 물건을 보고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며 가슴이 조여들었다.지우는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고 눈물을 참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미안해요. 태준 씨 우리...”헤어지자는 말도 하기 전에 남태준이 바로 말을 끊었다.“지우야,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지우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런 거 아니에요.”“네 동생 빚 때문에 그래?”“아니요. 육건우를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니 문제 될 것 없어요.”“그럼...”남태준의 목소리가 더욱 긴장되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지우가 불쑥 내뱉었다.“우리 헤어져요.”가볍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가슴이 뭉클해지며 강력한 통증이 일었다.말을 내뱉은 지우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구멍이 시큰했지만 애써 괜찮은 척 꿈 참았다.남태준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지우야. 내가 뭐 잘못했어? 말해줘. 고칠게.”‘아니요. 당신은 정말 좋아요. 너무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자격이 없어요.’지우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고 목이 메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저었다.남태준은 긴장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굽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내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면 내 옷차림이? 나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로 변할 수 있어. 내가.”“남태준 씨.”지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눈물이 비 오듯 흘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먹이며 소리쳤다.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매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남태준은 그녀의 어깨를 풀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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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그건 우리가 헤어질 이유가 될 수 없어.”남태준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지우야. 난 정말 너를 사랑해. 내가 가장 힘들고 막막할 때, 이미 인생을 포기했던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내가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널 좋아했기 때문이야.”“널 좋아해서 열심히 재활 치료했고, 널 좋아하니까 눈 수술도 했어. 널 좋아해서 이 마을에 와서 일하는 거야.”그는 말할수록 괴로워하며 애원하는 투로 중얼거렸다.“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네가 날 좋아하기에는 두 달로 부족해.”지우는 진작 눈물범벅이 되었다.감동 받을수록 가슴이 더욱 아파졌다. 수만 개의 바늘로 심장이 찔린 것처럼 아리고 그 통증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어떻게 이렇게 좋은 남자가 그녀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만약 그녀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태준에게 마약 형사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면 그들은 계속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사랑은 한순간이고 오래가지 못하는 감정이지만 그의 위대한 직업은 평생이었다.지우는 힘껏 그의 손을 비틀어 그의 품에서 나와 눈물을 훔치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남태준 씨처럼 잘생기고 돈 많고 직업도 좋은 훌륭한 남자는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죠. 우린 어울리지 않아요.”남태준의 빨갛게 달아오른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아주 처량해 보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씁쓸하게 웃었다.지우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우리는 원래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었어요. 당신이 나에 대한 감정은 일시적인 신선함이고 심지어 감사한 마음일 수도 있어요. 그 감정이 지나가면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여자가 아니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거 발견하게 될 거예요. 난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그럼 우리 친구로 지내자. 응?”남태준은 어떻게든 그녀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관계가 강등되더라고 기꺼이 원했다.하지만 지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친구나 남자친구나 사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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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남태준의 집에서 나온 지우는 스쿠터를 타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그녀도 자신이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줄 몰랐다.남태준은 그녀의 첫사랑이었고, 처음으로 이렇게 남자를 좋아했고 처음으로 진지하게한 연애였다.불꽃놀이처럼 짧지만 찬란했다.집에 돌아온 그녀는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식사 시간 외에는 방을 나서지 않았다.나올 때마다 금방 운 사람처럼 눈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진효연은 그녀의 상태를 보자마자 그녀가 이미 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진효연은 맞선 얘기도, 지성의 빚에 대해서도 다시 거론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매점을 운영했다.그녀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괜찮아질 것이라 여겼다.햇빛이 짱짱한 오후.진효연이 매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체크하고 있을 때 매점 입구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이건 지우가 설치한 센서로 사람이 들어오면 소리가 울렸다.“뭐 필요하세요?”진효연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들고나오다 앞에 서 있는 젊은 남자를 보고는 떨떠름했다.맑은 눈동자를 가진 젊은 남자는 매우 잘생겼고 몸매가 늠름했으며 옷차림이 단정하고 기품이 넘쳤다.이런 차림의 남자는 마을 사람이 아니라 도시 사람 같았다.남자는 손에 몇 개의 큰 봉지를 들고 웃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나이가 많은 여자라도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미혹되는 법이다. 진효연도 예외는 아니었고 미소 지으며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뭐 필요하세요?”남태준이 따뜻하게 웃었다.“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지우 전 남자친구 남태준입니다.”전 남자친구라는 말에 진효연의 미소가 굳어지고 말았다.남태준은 손에 쥔 물건을 내려놓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이제야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우에게 매달리려고 온 건 아니에요.”진효연은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가 가져온 선물을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뭐죠?”“오래전부터 직접 찾아뵙고 싶었는데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어요. 지금이나 미래에도 그 기회는 없겠죠. 외람되지만 저는 단순히 지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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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자네...”진효연은 마음이 누그러져 말문이 막혔다.“이건 지우도 모르는 일이니 아주머니도 지우에게 말씀할 필요 없으세요. 지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남태준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별인사를 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친 남태준은 돌아서서 떠났고 진효연이 급히 선물을 들고 쫓아나갔다.“이봐요. 물건 가져가게나...”이미 차에 올라탄 남태준은 진효연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귀중한 물건도 아니니 받아주세요.”말을 마친 남태준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는 시동을 걸고 떠났다.진효연은 문 앞에 멍하니 서서 손에 든 선물 몇 봉지를 내려다보았다.마약 형사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남태준은 지우가 맞선 본 남자 중에 가잘 잘생기고 가장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진효연은 선물을 갖고 돌아가 뜯어보았다.그녀는 찻잎, 유제품, 혹은 음식 같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부 값비싼 물건들이었다.동충하초, 제비집, 비싼 브랜드 스킨케어 제품, 그리고 매우 비싸 보이는 진주 장신구 세트였다.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본 진효연은 멍해졌다.헤어졌는데도 이렇게 귀한 물건을 줬으니 만약 안 헤어졌으면 어느 정도일까?진효연은 긴장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지우에게 전화했다.벨이 잠시 울렸다.지우가 이불을 뚫고 나와 휴대전화를 귓가에 갖다 대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우야. 너 아직도 전 남자친구와 연락해?”이 말을 들은 지우는 화가 솟구쳤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냥 궁금해서 그래.”“아니에요. 연락 안 해요.”지우는 짜증스럽게 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인데요?”진효연이 궁금해서 나지막이 물었다.“그냥 그 친구가 네게 무슨 선물을 했는지 궁금해서. 모두 돌려줬니?”“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돌려줬어요. 됐어요?”며칠 동안 겨우 마음을 추슬렀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남태준을 언급하며 그녀의 상처를 후벼 파니 짜증이 났다.“대체 나더러 어쩌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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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수술은 이미 4시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우는 더욱 두려웠다.어머니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감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그저 지성이 버텨내길 바랄 뿐이었다.잠시 후 간호사가 서류철을 들고나오면서 다급히 말했다.“지금 상황이 안 좋아요. 환자의 모든 가족에게 빨리 오라고 알리세요. 그리고 이 문서에 서명해 주세요.”지우는 손이 계속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가슴이 아련히 조여왔다.서명을 마친 후,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식을 전해 들은 진효연은 전화기 너머로 울기 시작했다.30분 후, 진효연이 달려왔고 그녀는 수술실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통곡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 때문에 자식들을 다사다난하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그녀는 아주 슬프게 울었고 지우도 참다못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지우는 어머니를 일으켜 벤치 위에 앉혔다.오랜 기다림 끝에 수술 등이 꺼지고 의사가 걸어 나왔다.지우는 어머니의 팔짱을 낀 채 다급하게 물었다.“선생님, 제 동생 어떻게 됐어요?”“환자분 목숨은 건졌지만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는 환자분 의지에 달렸어요.”진효연은 얼굴을 가린 채 통곡했다.“대체 왜? 멀쩡하던 내 아들이 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왔어요?”“산기슭에서 겨우 숨이 붙어 있는 채로 누워 있다가 발견돼 우리 응급실로 이송됐어요.”의사가 심각한 태도로 말했다.“환자 상처를 보면 구타를 당한 것 같았어요.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겠습니다.”“네.”지우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서 신고 전화를 걸었다.의사는 진효연에 몇 가지 사항을 설명하고 떠났고 지성은 ICU 관찰실에 입원했다.그리고 경찰이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목격자를 찾아 상황을 물었다.지성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 입건할 수도 없어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지우가 이미 적지 않은 금액의 응급 수술비용을 냈지만 지성이 ICU에 있으니 매일 물 쓰듯 돈이 나갔다.지우는 동생이 다친 원인을 찾기 위해 친구 송수빈을 불러 지성이 다친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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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그러나 여자 둘이서 울창한 산속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건 너무 무서워 송수빈이 침을 삼키고 말했다.“지우야. 네 남자친구 보고 와서 조사하라 해. 우리보다 프로잖아.”“헤어졌어.”지우가 덤덤하게 말하자 송수빈은 멍해졌다.“뭐? 헤어져?”“응. 일주일 됐어.”송수빈은 마음이 아파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지우야. 그 남자 여자 보는 안목이 없는 거지. 넌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지우가 여유롭게 대답했다.“내가 찼어.”송수빈은 완전히 얼떨떨해졌고 화가 나서 그녀를 밀쳤다. “미쳤어? 그렇게 좋은 남자친구를 차버려? 네가 싫으면 나라도 주지!”“그 사람은 너 안 좋아해.”지우는 똑바로 서서 철조망 안을 들여다보았다.“대단하다 정말. 자기 발로 굴러온 복을 뻥 차버렸으니. 언제 그렇게 좋은 남자를...”송수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거대한 티베탄 마스티프 세 마리가 나무 사이로 달려오고 있었다.“악! 악견이야. 빨리 도망쳐!”지우와 송수빈은 황급히 소리를 지르며 혼비백산했고 둘은 로켓에 탄 듯 험한 산길을 힘차게 질주했다.티베탄 마스티프는 철망을 뚫을 수 없지만 그 기세는 그녀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산을 뛰어 내려와 헐떡이며 도로변에 기대었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손발과 몸 곳곳에 나뭇가지에 긁혀 있었다.“괜찮아 수빈아?”지우가 걱정스럽게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나 괜찮아.”지우가 산을 뒤돌아보려 중얼거렸다.“저기 분명 뭔가 있어.”“촬영하는 곳에 개를 몇 마리 두는 게 뭐가 이상해?”송수빈은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우는 왠지 이상했다.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이렇게 외진 곳에 숨어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은밀한데 큰 산 전체를 대절하다니. 기자가 슈퍼맨도 아니고 철조망을 뚫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사람을 무는 티베탄 마스티프도 몇 마리 있었다.이 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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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깨끗한 대숲 다실.향기가 모락모락 나는 향차 한 주전자와 디저트가 있었다.지우는 조용히 임다희가 차를 우려내는 모습을 보니 그 자태가 아름답고 일거수일투족이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알고 보니 여배우는 브라운관에서 우아할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임다희가 꽃차를 우려내는 모습도 일종의 시각적 즐거움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남태준이 임다희 같은 전 여자친구를 만나다가 어떻게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의심했다.입맛이 돌변한 걸까?그녀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가끔은 멋없는 개그우먼의 모습인데 정말 이상했다.“지우 씨. 차 드세요.”임다희가 예의 있게 차 한 잔을 건네주었고 지우가 즉각 받았다.“고마워요.”정교한 유리잔에 노랗게 물든 맑은 찻물을 보고 있자니 꽃향기가 풍겨와 세월이 고요한 느낌이었다.물론 한순간의 착각이었다. 지금의 지우는 온몸에 고민과 슬픔을 가득 담고 있었다.어머니는 자살 시도를 했고 자신은 첫사랑과 막 헤어졌고 친남동생은 아직 ICU에 누워있어 그녀는 삶을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지우는 차를 술처럼 한 모금 마시고 입술을 오므리고는 잔을 내려놓았다.임다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본 후 입가에 약간의 조소가 떠올랐고 그녀는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놓고 지우에게 또 한 잔 따랐다.지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저한테 할 얘기가 뭐죠?”임다희는 조용히 그녀 앞에 놓인 다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나와 태준이 일에 대해 알고 있죠?”“조금이요.”“그때 내가 태준이 찼어요.”이건 지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훌륭한 남태준이 여자에게 연속으로 두 번이나 차였으니 너무 불쌍한 것 같았다.분명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임다희는 화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들었다.“태준이 나 많이 사랑해요.”지우는 순간 얼어붙었고 임다희가 무거운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난 태준이 첫사랑이에요. 그때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많이 아쉬워하면서 나 붙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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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지우는 울지 않았고 울 수도 없었다.테이블 밑에 놓인 그녀의 손은 일찌감치 주먹을 불끈 쥔 채 눈 밑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화가 나서 눈앞의 징그러운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이 여자는 지금 무슨 자격으로 우는 거지? 정말 미치겠네!’임다희는 휴지를 꺼내 계속 눈물을 닦았다. “나중에 난 무사히 귀국했지만 태준이는 이미 살아날 확률이 전혀 없을 정도로 혹사당했어요. 모두 태준이가 죽은 줄 알고 해변에 시신을 버렸어요.”지우는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갈며 물었다.“겨우 살아난 태준 씨가 가장 절망적이고 어둡던 시절에 당신은 어디 있었죠?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잖아요? 대체 왜죠? 태준 씨가 장애를 얻어서?”임다희는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지우를 보았다.“아니에요. 난 태준이 동생 때문에 감히 보러 가지 못했어요.”“남하준?”지우가 묻자 임다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태준이가 사고 난 후로 우리나라 미사일이 바로 이웃 섬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초토화됐어요. 국제적으로는 미사일이 빗나간 우발적인 사고라고 보도됐죠.”“하지만 난 그 섬이 태준이가 계속 조사해온 가장 큰 마약 굴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섬 전체가 마약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었거든요.”지우는 차갑게 웃고는 차를 마시고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남하준이 그 일로 당신에게 복수할까 봐 감히 태준 씨를 보러 가지 못했다?”임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하지만 태준 씨는 당신을 언급하지도 않았어요. 그 일도 남하준이 직접 조사한 거고.”“그분 성격으로는 당신을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태준 씨가 원하지 않았죠.”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밝은 태도를 보였다.“그걸 난 이제야 알았고 그래서 지우 씨에게 태준이는 아직도 날 많이 사랑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지우는 참다못해 차갑게 웃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려 창밖의 대나무 숲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임다희를 바라보았다. “당신 남태준 씨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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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전에 출연했던 작품 투자자였어요.”“당신들은 촬영이 끝났는데 왜 아직도 안 가는 거죠?”“새로운 작품 촬영 중인데요?”“육건우 뒤에 있는 보스와 아직도 연락할 수 있어요?”임다희는 차갑게 웃었다.“태준이한테 배웠어요?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말투네요.”“만약 남태준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와주세요. 하마터면 그 사람을 죽일 뻔했던 배후를 잡아야죠.”“그건 그쪽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예요.”“그럼 오늘 날 왜 찾아왔죠?”“그쪽이 태준이와 깨끗하게 끝났으면 해서요.”“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끝난 거죠?”지우가 물으니 임다희는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과 명함 한 장을 꺼냈다.“카드 안에 6천만 원 들어 있어요. 동생 병원비로 쓰세요. 그리고 이건 내 친구 명함이에요. 다른 도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우 씨가 그 회사에 출근해도 돼요. 조건이 나쁘지 않을 거예요.”알고 보니 그녀는 지우를 남태준에게 멀리 떨어지게 하려는 목적이었다.지우는 명함과 은행 카드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내가 아직도 다희 씨에게 예의를 차리는 건 내가 소질이 있어서지 당신 같은 사람과 거래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당신은 여전히 내게 태준 씨를 팔아넘겨 죽일 뻔한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여자니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당신은 내가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사람이야.”“태준 씨가 만약 당신을 사랑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면 난 그 사람 축복해. 나와 태준 씨는 이미 끝난 사이니까 이딴 짓 하지 마. 역겨우니까.”말을 마친 지우는 일어나 차갑게 인사했다.“당신 같은 사람이랑은 더 이상 할 말 없으니까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당신의 그 더러운 손이 우리 가족에게 뻗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이만.”지우가 몇 걸음 갔을 때 임다희가 뒤에서 외쳤다. “당신들 남동생 병원비를 전혀 감당할 수 없잖아? 내 돈을 받지 않겠다면 태준이 찾아가 돈을 빌리는 일도 없었으면 해. 이미 끝난 이상 더 이상 얽히지 말라고.”지우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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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저희는 아직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오신우가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살펴 가세요.”지우는 오신우와 다른 형사 한 명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는 마음을 추스르고 계속 ICU 병실로 향했다.그녀는 ICU 입구에 있는 벤치 앞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남태준과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화기애애했다.그녀는 완전히 멍해졌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지우가 생각해 보니 진효연은 남태준을 본 적이 없으니 그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인 줄 모를 것이다.지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가며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남 대장님 오셨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니 며칠 못 본 사이에 부쩍 초췌하고 말라 있었다.진효연도 멍하니 지우를 바라봤다.지우는 남태준과 거리감 있게 인사하고는 진효연에게 물었다.“엄마. 지성이 깼어요?”진효연이 유리창 안쪽 병실을 가리켰다.“깼는데 아직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 ICU에서 나올 수 없대.”“지성이가 산에서 양귀비를 봤다고 했어요?”지우가 묻자 진효연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악에 받쳐 말했다.“마약은 우리 일대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어. 곳곳에 끝없이 이어진 언덕이 있고 몇 개의 큰 산을 넘으면 바로 이웃 나라 국경이잖아. 약쟁이들은 우리처럼 작은 지역을 좋아해. 외진 곳이라 아무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말을 마친 진효연은 다시 남태준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남 대장님, 일하면서 꼭 몸조심하세요. 마약쟁이들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악마예요.”남태준이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꼭 조심할게요.”지우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의 어머니는 마약 형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형사에게 시집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진효연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지우에게 말했다.“여긴 별일 없으니 넌 매점에 가봐. 난 여기서 지성이 지켜보면서 남 대장님과 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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