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우리가 헤어질 이유가 될 수 없어.”남태준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지우야. 난 정말 너를 사랑해. 내가 가장 힘들고 막막할 때, 이미 인생을 포기했던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내가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널 좋아했기 때문이야.”“널 좋아해서 열심히 재활 치료했고, 널 좋아하니까 눈 수술도 했어. 널 좋아해서 이 마을에 와서 일하는 거야.”그는 말할수록 괴로워하며 애원하는 투로 중얼거렸다.“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네가 날 좋아하기에는 두 달로 부족해.”지우는 진작 눈물범벅이 되었다.감동 받을수록 가슴이 더욱 아파졌다. 수만 개의 바늘로 심장이 찔린 것처럼 아리고 그 통증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어떻게 이렇게 좋은 남자가 그녀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만약 그녀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태준에게 마약 형사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면 그들은 계속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사랑은 한순간이고 오래가지 못하는 감정이지만 그의 위대한 직업은 평생이었다.지우는 힘껏 그의 손을 비틀어 그의 품에서 나와 눈물을 훔치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남태준 씨처럼 잘생기고 돈 많고 직업도 좋은 훌륭한 남자는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죠. 우린 어울리지 않아요.”남태준의 빨갛게 달아오른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아주 처량해 보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씁쓸하게 웃었다.지우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우리는 원래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었어요. 당신이 나에 대한 감정은 일시적인 신선함이고 심지어 감사한 마음일 수도 있어요. 그 감정이 지나가면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여자가 아니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거 발견하게 될 거예요. 난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그럼 우리 친구로 지내자. 응?”남태준은 어떻게든 그녀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관계가 강등되더라고 기꺼이 원했다.하지만 지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친구나 남자친구나 사실
남태준의 집에서 나온 지우는 스쿠터를 타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그녀도 자신이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줄 몰랐다.남태준은 그녀의 첫사랑이었고, 처음으로 이렇게 남자를 좋아했고 처음으로 진지하게한 연애였다.불꽃놀이처럼 짧지만 찬란했다.집에 돌아온 그녀는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식사 시간 외에는 방을 나서지 않았다.나올 때마다 금방 운 사람처럼 눈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진효연은 그녀의 상태를 보자마자 그녀가 이미 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진효연은 맞선 얘기도, 지성의 빚에 대해서도 다시 거론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매점을 운영했다.그녀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괜찮아질 것이라 여겼다.햇빛이 짱짱한 오후.진효연이 매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체크하고 있을 때 매점 입구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이건 지우가 설치한 센서로 사람이 들어오면 소리가 울렸다.“뭐 필요하세요?”진효연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들고나오다 앞에 서 있는 젊은 남자를 보고는 떨떠름했다.맑은 눈동자를 가진 젊은 남자는 매우 잘생겼고 몸매가 늠름했으며 옷차림이 단정하고 기품이 넘쳤다.이런 차림의 남자는 마을 사람이 아니라 도시 사람 같았다.남자는 손에 몇 개의 큰 봉지를 들고 웃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나이가 많은 여자라도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미혹되는 법이다. 진효연도 예외는 아니었고 미소 지으며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뭐 필요하세요?”남태준이 따뜻하게 웃었다.“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지우 전 남자친구 남태준입니다.”전 남자친구라는 말에 진효연의 미소가 굳어지고 말았다.남태준은 손에 쥔 물건을 내려놓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이제야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우에게 매달리려고 온 건 아니에요.”진효연은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가 가져온 선물을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뭐죠?”“오래전부터 직접 찾아뵙고 싶었는데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어요. 지금이나 미래에도 그 기회는 없겠죠. 외람되지만 저는 단순히 지우
“자네...”진효연은 마음이 누그러져 말문이 막혔다.“이건 지우도 모르는 일이니 아주머니도 지우에게 말씀할 필요 없으세요. 지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남태준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별인사를 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친 남태준은 돌아서서 떠났고 진효연이 급히 선물을 들고 쫓아나갔다.“이봐요. 물건 가져가게나...”이미 차에 올라탄 남태준은 진효연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귀중한 물건도 아니니 받아주세요.”말을 마친 남태준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는 시동을 걸고 떠났다.진효연은 문 앞에 멍하니 서서 손에 든 선물 몇 봉지를 내려다보았다.마약 형사라는 신분만 아니었다면 남태준은 지우가 맞선 본 남자 중에 가잘 잘생기고 가장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진효연은 선물을 갖고 돌아가 뜯어보았다.그녀는 찻잎, 유제품, 혹은 음식 같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부 값비싼 물건들이었다.동충하초, 제비집, 비싼 브랜드 스킨케어 제품, 그리고 매우 비싸 보이는 진주 장신구 세트였다.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본 진효연은 멍해졌다.헤어졌는데도 이렇게 귀한 물건을 줬으니 만약 안 헤어졌으면 어느 정도일까?진효연은 긴장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지우에게 전화했다.벨이 잠시 울렸다.지우가 이불을 뚫고 나와 휴대전화를 귓가에 갖다 대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우야. 너 아직도 전 남자친구와 연락해?”이 말을 들은 지우는 화가 솟구쳤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냥 궁금해서 그래.”“아니에요. 연락 안 해요.”지우는 짜증스럽게 물었다.“갑자기 무슨 일인데요?”진효연이 궁금해서 나지막이 물었다.“그냥 그 친구가 네게 무슨 선물을 했는지 궁금해서. 모두 돌려줬니?”“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돌려줬어요. 됐어요?”며칠 동안 겨우 마음을 추슬렀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남태준을 언급하며 그녀의 상처를 후벼 파니 짜증이 났다.“대체 나더러 어쩌라
수술은 이미 4시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우는 더욱 두려웠다.어머니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감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그저 지성이 버텨내길 바랄 뿐이었다.잠시 후 간호사가 서류철을 들고나오면서 다급히 말했다.“지금 상황이 안 좋아요. 환자의 모든 가족에게 빨리 오라고 알리세요. 그리고 이 문서에 서명해 주세요.”지우는 손이 계속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가슴이 아련히 조여왔다.서명을 마친 후,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식을 전해 들은 진효연은 전화기 너머로 울기 시작했다.30분 후, 진효연이 달려왔고 그녀는 수술실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통곡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 때문에 자식들을 다사다난하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그녀는 아주 슬프게 울었고 지우도 참다못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지우는 어머니를 일으켜 벤치 위에 앉혔다.오랜 기다림 끝에 수술 등이 꺼지고 의사가 걸어 나왔다.지우는 어머니의 팔짱을 낀 채 다급하게 물었다.“선생님, 제 동생 어떻게 됐어요?”“환자분 목숨은 건졌지만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는 환자분 의지에 달렸어요.”진효연은 얼굴을 가린 채 통곡했다.“대체 왜? 멀쩡하던 내 아들이 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왔어요?”“산기슭에서 겨우 숨이 붙어 있는 채로 누워 있다가 발견돼 우리 응급실로 이송됐어요.”의사가 심각한 태도로 말했다.“환자 상처를 보면 구타를 당한 것 같았어요.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겠습니다.”“네.”지우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서 신고 전화를 걸었다.의사는 진효연에 몇 가지 사항을 설명하고 떠났고 지성은 ICU 관찰실에 입원했다.그리고 경찰이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목격자를 찾아 상황을 물었다.지성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 입건할 수도 없어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지우가 이미 적지 않은 금액의 응급 수술비용을 냈지만 지성이 ICU에 있으니 매일 물 쓰듯 돈이 나갔다.지우는 동생이 다친 원인을 찾기 위해 친구 송수빈을 불러 지성이 다친 채
그러나 여자 둘이서 울창한 산속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건 너무 무서워 송수빈이 침을 삼키고 말했다.“지우야. 네 남자친구 보고 와서 조사하라 해. 우리보다 프로잖아.”“헤어졌어.”지우가 덤덤하게 말하자 송수빈은 멍해졌다.“뭐? 헤어져?”“응. 일주일 됐어.”송수빈은 마음이 아파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지우야. 그 남자 여자 보는 안목이 없는 거지. 넌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지우가 여유롭게 대답했다.“내가 찼어.”송수빈은 완전히 얼떨떨해졌고 화가 나서 그녀를 밀쳤다. “미쳤어? 그렇게 좋은 남자친구를 차버려? 네가 싫으면 나라도 주지!”“그 사람은 너 안 좋아해.”지우는 똑바로 서서 철조망 안을 들여다보았다.“대단하다 정말. 자기 발로 굴러온 복을 뻥 차버렸으니. 언제 그렇게 좋은 남자를...”송수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거대한 티베탄 마스티프 세 마리가 나무 사이로 달려오고 있었다.“악! 악견이야. 빨리 도망쳐!”지우와 송수빈은 황급히 소리를 지르며 혼비백산했고 둘은 로켓에 탄 듯 험한 산길을 힘차게 질주했다.티베탄 마스티프는 철망을 뚫을 수 없지만 그 기세는 그녀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산을 뛰어 내려와 헐떡이며 도로변에 기대었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손발과 몸 곳곳에 나뭇가지에 긁혀 있었다.“괜찮아 수빈아?”지우가 걱정스럽게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나 괜찮아.”지우가 산을 뒤돌아보려 중얼거렸다.“저기 분명 뭔가 있어.”“촬영하는 곳에 개를 몇 마리 두는 게 뭐가 이상해?”송수빈은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우는 왠지 이상했다.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이렇게 외진 곳에 숨어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은밀한데 큰 산 전체를 대절하다니. 기자가 슈퍼맨도 아니고 철조망을 뚫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사람을 무는 티베탄 마스티프도 몇 마리 있었다.이 산
깨끗한 대숲 다실.향기가 모락모락 나는 향차 한 주전자와 디저트가 있었다.지우는 조용히 임다희가 차를 우려내는 모습을 보니 그 자태가 아름답고 일거수일투족이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알고 보니 여배우는 브라운관에서 우아할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임다희가 꽃차를 우려내는 모습도 일종의 시각적 즐거움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남태준이 임다희 같은 전 여자친구를 만나다가 어떻게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의심했다.입맛이 돌변한 걸까?그녀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가끔은 멋없는 개그우먼의 모습인데 정말 이상했다.“지우 씨. 차 드세요.”임다희가 예의 있게 차 한 잔을 건네주었고 지우가 즉각 받았다.“고마워요.”정교한 유리잔에 노랗게 물든 맑은 찻물을 보고 있자니 꽃향기가 풍겨와 세월이 고요한 느낌이었다.물론 한순간의 착각이었다. 지금의 지우는 온몸에 고민과 슬픔을 가득 담고 있었다.어머니는 자살 시도를 했고 자신은 첫사랑과 막 헤어졌고 친남동생은 아직 ICU에 누워있어 그녀는 삶을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지우는 차를 술처럼 한 모금 마시고 입술을 오므리고는 잔을 내려놓았다.임다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본 후 입가에 약간의 조소가 떠올랐고 그녀는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놓고 지우에게 또 한 잔 따랐다.지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저한테 할 얘기가 뭐죠?”임다희는 조용히 그녀 앞에 놓인 다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나와 태준이 일에 대해 알고 있죠?”“조금이요.”“그때 내가 태준이 찼어요.”이건 지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훌륭한 남태준이 여자에게 연속으로 두 번이나 차였으니 너무 불쌍한 것 같았다.분명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임다희는 화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들었다.“태준이 나 많이 사랑해요.”지우는 순간 얼어붙었고 임다희가 무거운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난 태준이 첫사랑이에요. 그때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많이 아쉬워하면서 나 붙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지우는 울지 않았고 울 수도 없었다.테이블 밑에 놓인 그녀의 손은 일찌감치 주먹을 불끈 쥔 채 눈 밑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화가 나서 눈앞의 징그러운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이 여자는 지금 무슨 자격으로 우는 거지? 정말 미치겠네!’임다희는 휴지를 꺼내 계속 눈물을 닦았다. “나중에 난 무사히 귀국했지만 태준이는 이미 살아날 확률이 전혀 없을 정도로 혹사당했어요. 모두 태준이가 죽은 줄 알고 해변에 시신을 버렸어요.”지우는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갈며 물었다.“겨우 살아난 태준 씨가 가장 절망적이고 어둡던 시절에 당신은 어디 있었죠?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잖아요? 대체 왜죠? 태준 씨가 장애를 얻어서?”임다희는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지우를 보았다.“아니에요. 난 태준이 동생 때문에 감히 보러 가지 못했어요.”“남하준?”지우가 묻자 임다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태준이가 사고 난 후로 우리나라 미사일이 바로 이웃 섬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초토화됐어요. 국제적으로는 미사일이 빗나간 우발적인 사고라고 보도됐죠.”“하지만 난 그 섬이 태준이가 계속 조사해온 가장 큰 마약 굴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섬 전체가 마약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었거든요.”지우는 차갑게 웃고는 차를 마시고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남하준이 그 일로 당신에게 복수할까 봐 감히 태준 씨를 보러 가지 못했다?”임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하지만 태준 씨는 당신을 언급하지도 않았어요. 그 일도 남하준이 직접 조사한 거고.”“그분 성격으로는 당신을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태준 씨가 원하지 않았죠.”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밝은 태도를 보였다.“그걸 난 이제야 알았고 그래서 지우 씨에게 태준이는 아직도 날 많이 사랑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지우는 참다못해 차갑게 웃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려 창밖의 대나무 숲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임다희를 바라보았다. “당신 남태준 씨에
“전에 출연했던 작품 투자자였어요.”“당신들은 촬영이 끝났는데 왜 아직도 안 가는 거죠?”“새로운 작품 촬영 중인데요?”“육건우 뒤에 있는 보스와 아직도 연락할 수 있어요?”임다희는 차갑게 웃었다.“태준이한테 배웠어요?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말투네요.”“만약 남태준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와주세요. 하마터면 그 사람을 죽일 뻔했던 배후를 잡아야죠.”“그건 그쪽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예요.”“그럼 오늘 날 왜 찾아왔죠?”“그쪽이 태준이와 깨끗하게 끝났으면 해서요.”“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끝난 거죠?”지우가 물으니 임다희는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과 명함 한 장을 꺼냈다.“카드 안에 6천만 원 들어 있어요. 동생 병원비로 쓰세요. 그리고 이건 내 친구 명함이에요. 다른 도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우 씨가 그 회사에 출근해도 돼요. 조건이 나쁘지 않을 거예요.”알고 보니 그녀는 지우를 남태준에게 멀리 떨어지게 하려는 목적이었다.지우는 명함과 은행 카드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내가 아직도 다희 씨에게 예의를 차리는 건 내가 소질이 있어서지 당신 같은 사람과 거래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당신은 여전히 내게 태준 씨를 팔아넘겨 죽일 뻔한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여자니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당신은 내가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사람이야.”“태준 씨가 만약 당신을 사랑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면 난 그 사람 축복해. 나와 태준 씨는 이미 끝난 사이니까 이딴 짓 하지 마. 역겨우니까.”말을 마친 지우는 일어나 차갑게 인사했다.“당신 같은 사람이랑은 더 이상 할 말 없으니까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당신의 그 더러운 손이 우리 가족에게 뻗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이만.”지우가 몇 걸음 갔을 때 임다희가 뒤에서 외쳤다. “당신들 남동생 병원비를 전혀 감당할 수 없잖아? 내 돈을 받지 않겠다면 태준이 찾아가 돈을 빌리는 일도 없었으면 해. 이미 끝난 이상 더 이상 얽히지 말라고.”지우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남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 계단 모퉁이에 서서 백건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또렷했다.떠들썩한 거실이 폭탄을 떨어뜨린 듯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남서연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온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백건은 움찔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이 그에게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돌아서서 남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반달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백건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남서연은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다.남서연은 다시 한번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백건은 눈가가 흠뻑 젖어 그녀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좋아!”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남우영이 일어나서 말했다.“난 반대야. 내 삼촌이 내 사촌 동생과 결혼한다니. 이게 말이나 돼?”남창민이 남우영의 손을 덥석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넌 네 결혼이나 신경 써. 네 삼촌과 서연이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남우영은 고민 끝에 남서연의 아래에 뛰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서연아, 지금 두 사람 농담하는 거지? 두 사람.. 두 사람 늘 차갑고 낯선 사이였잖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너 진우석이랑 결혼하려던 거 아니었어?”백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걸어가서 남우영의 목을 조르고 소파로 끌고 갔다.장면이 좀 난처하게 되었다.백건은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오늘 급하게 왔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혼수 예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허윤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어서 돌아가. 우리도 서연이와 잘 얘기해볼게. 너무 오냐오냐 키
“왜 내 방에 들어왔어요?”남서연은 긴장해서 그를 내쫓으려 했다.“얼른 나가요. 오빠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거 가족들이 알면 큰일 나요.”백건은 이미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라도 결과를 얻어야 했다.“가족들에게 우리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고 시간을 달라며?”백건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눈 밑에 슬픔이 가득했다.“방금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던데?”“그게...”남서연은 말문이 막혔다.백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남서연의 피부에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건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나와 결혼하기 싫어?”남서연은 거짓말이 언젠가 들통 날 것이니 사기 결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백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남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었어요. 생리가 늦어져서 약국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테스트기를 샀더니 이런 오해가 생겼어요.”“내가 임신하지 않았으니 오빠도 저 책임질 필요 없고 우리도 결혼할 필요 없어요.”남서연이 한마디 덧붙이자 백건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무력감은 그를 쓸쓸하기 짝이 없게 만들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그는 씁쓸하게 냉소를 지었다.남서연은 축 늘어진 그의 머리를 보며 긴장한 채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남서연,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백건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남서연은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대체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이렇게 슬퍼할까?“미안해요.”남서연이 나지막이 사과했다.백건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분이 교차하는 눈빛에 남서연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오빠, 너무 슬
[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말씀드릴게.][싫어요. 안 돼요. 그냥 제가 말할게요.]사흘째 되던 날, 남서연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고백하려고 했을 때 피가 흘렀다.그녀는 유산인 줄 알고 놀라서 혼자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다.근데 알고 보니 생리였다.의사는 테스트기가 틀릴 가능성도 있으니 임신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오해였다.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한없이 서글프고 괴로웠다.슬프게도 백건에게 시집가는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아이를 빌미로 그와 결혼할 가망이 없어졌다.그녀는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백건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일주일 뒤.기업 디자인 부서에서.하현우는 직접 디자인 부서에 와서 남서연을 찾았고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없다고 전해주세요.”남서연은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아직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백건을 속이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후에 그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그런데 가짜 임신으로 속여서 결혼해야 백건에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대표 사무실.백건은 인터넷에서 임신 기간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떻게 임산부를 보살피는지, 산전 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등등...그때 하현우가 노크했다.남서연인 줄 알았던 백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온 하현우를 보며 물었다.“서연이는?”“아가씨는 먼저 집에 돌아가셨어요.”백건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고는 마음의 답답함을 달랬다.남서연은 대체 무슨 뜻일까?이미 일주일 동안 그를 피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어디 가세요?”백건은 성
유승아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더니 남서연이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 “서연아, 촌수로 따지면 네가 건이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만나게 되면 양쪽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네 작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겠어?”남서연은 멍해졌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백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내 앞에서 시비를 거는 거야?”유승아는 서둘러 해명했다.“네 친구로서 서연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을 뿐인데 왜 시비를 건다고 말해?”“이건 나와 서연이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유승아는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태도가 진지해졌다. “백건, 비록 우리 연인 사이는 가짜였지만 오랜 우정은 가짜 아니지?”“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친구로서 충고 한마디 하고 싶어. 너와 서연이는 절대 불가능해. 양쪽 어른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괜히 어린 서연이 상처 주지 마.”백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유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 할 말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두 사람 잘 생각해봐.”두 사람 모두 일어나서 유승아를 배웅하지 않았다.문이 심하게 닫혔고 거실이 조용해졌다.남서연과 백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승아 언니 말이 맞아요. 양쪽 집안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있겠다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동의하면 돼.”남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침묵을 삼키더니 물었다.“서연아, 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남자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키스를 했다.기습적인 키스에 남서연은 당황스러웠다.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저녁 무렵.집
유승아는 조금 경악했다.“서연이도 있었네?”그러자 백건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음 달 결혼에 대해 아주머니가 너무 재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너와 의논하려고 왔어.”남서연은 괜히 애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승아는 남서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서연아, 나 건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너...”남서연은 급히 말했다.“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백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갈 필요 없어. 여기서 들어.”남서연은 경악했고 유승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난처한 태도로 말했다. “건아, 그건 좀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얘기야. 서연이는 외부인이고.”백건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외부인이 아니라 내 아내야.”남서연은 깜짝 놀랐고 유승아는 더욱 경악했다.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백건을 바라보았다.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벌써 그의 아내가 되는 건가?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두 사람... 만나기로 한 거야?”남서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자 백건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응. 몇 분 전에 결혼까지 약속했어.”유승아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짐짓 대범한 척 말했다.“축하해.”“소파에 가서 앉아서 말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유승아도 따라가 앉더니 침울하게 숨을 푹 내쉬었다.“우리 집 쪽 친척들은 이미 청첩장을 받았어. 다들 축하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오늘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나를 찾아오셔서 결혼식은 반드시 거행될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교회에 묶어둘 테니까 안심하고 너의 신부가 되라고 하셨어.”백건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승아는 남서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오랫동안 네 여자친구였으니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백건은 서둘러 남서연을 바라보며 나지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은 무엇일까?여자 사진?남서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말했다.“나 먼저 돌아갈게요.”그러자 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나랑 같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안돼요.”남서연은 긴장감에 못 이겨 안절부절했다.“일단 아직은 안돼요. 내가 먼저 가서 가족들 생각을 알아보고 다시 결정해요.”“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나 혼자 감당할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서두르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우리 가족들 설득하고 오빠는 오빠 가족들 설득해요. 네?”백건은 여전히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 남서연을 놀라게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남서연은 그가 덮은 앨범을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덤하게 물었다.“누구 사진이에요?”백건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보더니 마음이 찔려 말했다.“내 사진이야.”그건 백건이 전에 몰래 찍었던 남서연의 사진이었다.결혼 후에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강력한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강력한 권한을 동원하여 인사팀을 통해 남서연의 면접을 합격시키고 그녀를 ND에 무사히 입사하게 했다.또 직권을 이용하여 남서연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갔다. 그 목적은 바로 남서연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만든 다음 그 기회를 빌려 잠자리를 갖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었다.두 차례의 성관계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는 감히 남서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남서연이 그를 비열하다고, 수단이 더럽다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결혼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천천히 용서를 빌어야 했다.남서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백건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발이 미끄러질까 봐 보호했다. 남서연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보호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서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백건을 바라보며 머리가 하얘졌다.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백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유혹이었다.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건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왼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란 그녀는 소파에 붙으며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는데 매우 절실해 보였다.“서연아, 나와 결혼해줘. 응?”‘지금 아이를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한 거야?’남서연은 아주 기뻤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괴롭고 불안했다.“두 집안 어른들 모두 찬성하지 않을 거예요.”“너만 원한다면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알아서 해.”남서연은 차마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현실 생활에서 많은 부부가 선을 보고 결혼하니 먼저 결혼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결혼 후에 그녀가 잘 보인다면 백건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남서연은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격에 겨워 붉어진 눈시울이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 어지러운 숨결로 소파에 앉더니 남서연을 덥석 품에 끌어안았다.남자의 동작은 절박했고 강렬한 포옹에 그녀는 몸이 아팠다.남서연은 그의 등 뒤에 두 손을 널어놓고 턱을 그의 어깨에 괴고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귓가에 남자의 무거운 호흡과 함께 약간 울먹이는 쉰 목소리가 들렸다.“고마워. 서연아. 정말 고마워. 반드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네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줄게.”남서연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다만,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할까?아이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 백건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나 임신했어요.”백건은 심장이 움찔했고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거의 뛰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났다. 가슴의 흥분을 터뜨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서연이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나 아빠가 되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아빠? 이거 지금 꿈 아니지?’그는 갑작스러운 행복을 애써 눌렀다.남서연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이 남자가 대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그녀처럼 망연자실할까?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남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오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만약 수술하게 되면 나와 함께 가줘요.”백건은 무거운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얼굴빛은 굳어졌고 말투는 엄숙했다.“뭐? 수술한다고?”남서연은 주눅이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네. 혼전 임신은 안 돼요.”가족들이 만약 그녀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백건을 때려죽일 것이다.숨이 가빠진 백건은 두 손을 꼭 잡았고 엄숙한 말투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 부드럽게 달랬다.“서연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 내게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좋은 아빠가 될게.”남서연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백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녀의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백건이 그녀보다 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의 존재가 그를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백건은 긴장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나...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어.”남자는 주먹을 문지르며 가늘게 떨릴 정도로 긴장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남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시주를 기
남서연은 복잡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백건은 숨이 거칠고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말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그는 남서연이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몰라 계속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시간 있어요?”남서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물었다.백건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있어.”“잠깐 만나서 얘기할래요?”“좋아.”백건이 곧바로 대답하더니 또 물었다.“어디서 볼래? 데리러 갈게.”남서연이 생각해보니 밖에는 보는 눈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내가 오빠 집으로 갈게요. 반 시간이면 도착해요.”“좋아.”남서연은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마스크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나섰다.한편, 공항 가는 차에 타고 있던 백건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명령했다.“차 돌려서 집으로 가.”“대표님, 비행기 시간 이미 다 됐어요.”백건은 정색해서 말했다.“이번 행사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가.”하현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그 전화를 들으니 아마 남서연일 것이다.백건에게 새 시즌 발표회는 취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일이다.그러나 남서연을 만날 어떤 기회도 그는 놓칠 수 없었다.하현우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30분 후.남서연은 산 중턱 별장에 와서 막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하현우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남서연은 살짝 놀랐다가 하현우인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화원의 앞마당을 지나 웅장한 큰 집으로 들어갔다.문은 열려 있고 백건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멋스러우며 준수한 매력을 자랑했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남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를 다시 만난 남서연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음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