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951 - Chapter 960

1060 Chapters

제951화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머리도 식힐 겸, 잠깐 쉬면서 여행 좀 다녀볼까 해. 그러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오빠, 얼마나 오래 쉬려고 하는데?” “아직 모르겠어.” 하성은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말했다. “맞다, 들었어? 하민이 형이 형수님을 집에 데려왔다던데. 한번 봐야겠어.” 여전히 가벼운 말투였지만, 하연은 하성의 태도에 묘한 냉담함이 스며든 것을 느꼈다. 신가흔은 이번에 일주일 동안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하성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가흔의 행적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중이었다. 하연은 가흔이 잘 먹고 잘 쉬지 못할까 걱정돼, 집에 있는 요리사에게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한 후 직접 가져가기로 했다. [우리 하연이는 참 마음이 따뜻해. 집에 있을 땐 밖에 있을 때처럼 일벌레 같지 않고 말이야.] 상혁이 전화 너머로 농담을 던졌다. “친구에게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하연은 호텔로 들어가며 말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부남준이었다. 그는 분주한 걸음으로 급한 일을 처리하는 듯 보였다. 하연은 로비에 앉아 가흔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상혁은 일이 있다고 전화를 끊었고, 하연이 다시 고개를 들자 이번엔 정다영이 호텔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았고, 정다영은 하연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하연은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부남준과 정다영이 연이어 들어오는 게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하지만 두 사람이 이미 연인 관계라면, 호텔 방을 잡는 것도 이상할 건 없잖아.’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하연은 애써 신경을 끊기로 했다. 괜히 생각을 더 이어가 봐야 자신만 피곤해질 테니까.두 시간이 지난 후, 가흔이 도착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하연에게 사과했다. “연아,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고생했어.” “별거 아니야.” 두 사람은 함께 방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을 때, 하연은 다시 정다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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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이번엔 어떻게 보답할 거야?

“최하연 씨, 뭘 찾고 있길래 이렇게 열심히 인가요?” 하연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부남준이 서 있었다. 그는 편안한 차림으로 여유롭게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연은 반사적으로 조금 전까지 닫혀 있던 문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렇다면 부남준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정다영과 함께 있던 게 아닐까?’ “사적인 일이라 굳이 부남준 씨께 말할 필요는 없겠죠.” 하연은 침착한 척하며 남준을 지나치려 했다. 마침 그때 가흔이 하연을 불렀다. 하연이 걱정되서 그녀가 밖으로 나와 하연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연아!” “여기!” 하연은 급히 가흔에게로 걸어갔다. 마치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흔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가흔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군데?” “상혁 오빠의 동생.” “아, 그 사람이구나.” 가흔은 남준을 한 번 더 찬찬히 바라보며 말했다. “부상혁이랑은 많이 안 닮았네.” 남준이 묘한 표정을 지으려는 순간, 하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떤 면에서는 꽤 닮았어.” ‘특히 집착적이고 어두운 순간들에서 말이야...’ 하연은 마음속에서 말을 덧붙이며 남몰래 차가운 시선을 내리깔았다.가흔은 아직 복원 작업을 끝내지 못해 시간이 더 필요했고, 하연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다음에 다시 오기로 마음먹은 찰나, 하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밖이에요. 오빠가 새언니 보러 간다고 했잖아요.” [형수님이 오늘 일이 있다네. 끝나면 나랑 저녁 먹기로 했어. 지금 기다리는 중이야.] “그럼 오빠 나한테 전화는 왜 한 건데요?” [형수님이 너도 같이 오라는데?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하연은 가흔과 눈을 마주쳤지만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하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위치 바로 보내.] “큰일 났다.” 하연은 전화를 끊으며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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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생일

“하연아, 형수님이 너한테 물어보잖아.” 하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연을 쳐다보며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아니에요. 몸이 좀 안 좋아서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먼저 얘기하고 있어요.” 하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밀고 나서자마자, 기다리던 부남준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딱 2분이네.”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행동이 꽤 빠른데? 오빠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운 건가?” 하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다가가 술병을 들어 술잔에 가득 따랐다. “부 상무님, 한 잔 받으세요.” 잔이 서로 부딪히자, 하연은 망설임 없이 잔을 들고 마시려 했지만, 남준이 잔을 붙잡아 내렸다. “이건 독주야. 그렇게 마시면 못 버틸걸.” 남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비록 술자리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술자리 경험이 없는 건 아니야. 네가 나더러 술을 따라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안 마셔?”남준의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가 이미 술을 꽤 마셨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나한테서 도망치고 싶은 건가? 내가 하라는 건 뭐든 다 할 정도로?” 그의 손아귀가 너무 강해 하연의 팔이 아파왔다. 화가 난 그녀는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안 오면 협박하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네 말대로 왔잖아. 그래도 아직 못마땅한 거야? 부남준, 도대체 뭘 원하는 데?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신가흔이 있는 곳을 하성 오빠에게 들킨다면, 제일 먼저 너를 탓할 거야.” 오빠와 친구, 둘 다 하연에겐 소중했다. 신가흔이 떠나고 싶어 한다면, 하연도 그 결정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이다. 하지만 부남준이 이 일에 끼어드는 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 화가 난 하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손목에는 남준의 손아귀 때문에 자국이 남아 더 아프게 보였다. 남준은 갑자기 화가 풀린 듯 그녀를 놓아주고는 의자를 가리켰다. “나랑 식사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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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개한테 물렸어요

자신이 실언했다는 것을 깨달은 하연은 잠시 어색해졌지만, 곧 아무 일 없었던 듯 냉정함을 되찾았다. “축하 인사가 늦었지만 동생이 생긴 걸 축하해. 곧 그 애가 널 형이라고 부를 날도 머지않았네.” 남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초의 불빛을 응시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이렇게 유치한 생일을 마지막으로 보낸 게 언제였더라? 아마 유치원 때였던 것 같아.’ 송혜선은 아들의 생일을 챙기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는 어릴 때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생일 같은 사소한 일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남준의 생일을 기억하고, 반 친구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소원을 빌어봐, 남준아.” 그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남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도 매일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소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일을 알게 된 송혜선은 유치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곧바로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시켰다. 엄격한 교육 아래에서 자란 남준은 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이후 그는 스스로 생일을 챙기는 일을 멈췄다. “무슨 소원을 빌었어?” 눈을 뜨자 하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소원을 말하면 안 이루어진다던데.” 남준은 촛불을 불었다. “사실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니야.” 하연은 몇 초를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일은 챙겨줬으니, 이제 가볼게.” 하연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을 했다. 아마 하성이 재촉하는 연락일 것이다. “잠깐.” 남준이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불렀다. 하연은 뒤를 돌아보며 그를 쳐다봤는데, 여전히 남준은 뭔가를 바라는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일 선물은?” 그 한마디에 하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 사람은 얼굴이 얼마나 두꺼운 걸까? 생일 선물을 대놓고 요구하다니.’ “생일도 챙겨줬으니까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가는 게 맞지 않겠어? 하연 씨?” 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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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감히 네가 나한테 손을 대?

몇 개의 테이블을 두고 있었고, 하연은 단지 정다영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볼 때는, 경매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 이 유물은 정씨 가문의 가보가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정다연 맞은편에 있는 저 여자가 바로 유물의 주인일 가능성이 커.” 가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가흔과 함께 방 하나를 잡고, 근처에 있던 웨이터를 불렀다. “실례지만, 옆 테이블에 있는 두 여성분이 커피를 시키셨나요?” 웨이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나갔다면, 한 잔씩 더 리필 해준다고 하면서 다시 주시겠어요.” 하연은 말하며, 미니카메라를 웨이터의 옷깃에 몰래 고정하고 돈을 그의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이 잘 해낼 거라 믿어요.” 웨이터는 잠시 망설였지만, 돈의 액수가 꽤 컸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10분 뒤, 웨이터는 돌아왔고, 임무는 성공적이었다. 카메라 화면 속, 정다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자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우아함이 묻어났고, 기품 있는 중년 여인의 풍모를 풍기고 있었다. 그 여자도 잠시 몰래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하연은 화면을 멈추고 가흔에게 물었다. “이 여자 본 적 있어?” “아니, 기억에 없는데.” 하연도 낯선 얼굴이어서 바로 그 여자의 사진을 찍어 하경의 이메일로 보냈다. [오빠, 이 사람 좀 조사해 줘.] 정다영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게다가 F국에 흔적이 없는 사람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을 터였다. 하연의 모든 연락은 하경의 특별 관리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는 곧 메시지를 확인하고 신원을 조회했다. [허징인. 현지인이 아니야. 원래 화교 출신인데 결혼하고 동남아로 이주해서 지금까지 거기에 정착했어.]하경이 전화로 빠르게 하연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허징인을 왜 조사해?] 하연은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허징인의 남편은 누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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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남자아이인지 확인이라도 한 거야?

사람들로 북적이는 복도. 벌써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피가 난다!” 하연은 다급히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을 걷자, 화려한 귀부인 차림의 송혜선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살인이다! 이건 살인이야!” 송혜선은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내 아이... 제발, 내 아이를 구해주세요!” 테이블 위에는 깨진 잔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실랑이가 벌어진 흔적이 역력했다. 조진숙은 침착하게 송혜선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119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태도는 단호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곧 진실히 밝혀질 테니까. 내가 이렇게 만들지 않았어요... 여보세요, 여기는 XX로 카페입니다. 한 임산부가 유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조진숙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하연은 그녀 쪽으로 달려갔다. “진숙 이모, 괜찮으세요?” 조진숙은 하연을 보자 눈빛이 반짝였다. “하연아, 네가 여긴 웬일이니? 내가 이렇게 한 게 아니야. 그저 사고일 뿐이야...” 하지만 송혜선은 하연을 보더니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뭐야! 너희들! 이거 다 너희들이 짜고 한 짓이지! 너희들은 내 아이가 태어나면 상혁의 자리를 뺏길까 봐 두려운 거잖아! 상혁이가 혹시 너희들한테 이렇게 하라고 시켜서 이런 짓을 한 거지!” 하연은 송혜선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고, 조진숙을 한쪽으로 부축해 앉혔다. “이모,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조진숙은 두 손을 떨며 말했다. “송혜선 저 여자가 나를 초대했지만 내가 무시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는 상혁이를 설득해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하잖아. 만약 내가 송혜선 저 여자가 임신한 줄 알았다면, 만나지도 않았을 거야.” 하연은 조진숙의 자존심을 알았다. 아무리 화가 나고 원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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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요즘 부남준이랑 많이 친해졌어?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요? 사고가 난 방의 CCTV가 고장 났다니요.” 상혁은 남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남준도 질세라 맞섰다. “그 말은 제가 형님께 오히려 하고 싶은 말입니다. 형님, 그리고 진숙 이모.” 조진숙은 그 말을 듣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부남준, 너도 잘 알잖아. 네가 여기에서 무사히 자란 건 다 내 덕분이라는 걸!” 만약에 조진숙이 정말 송혜선과 남준을 해치고 싶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수단을 쓰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여보, 여보...” 부동건이 조진숙을 진정시키며 막았다. “남준이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그냥 아직도 철이 없어서 조금 성급했을 뿐이야.” 그러나 조진숙은 부동건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이제 내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건가? 분명히 말하지만. 송혜선이 나를 어떻게 비난하든, 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고.” 부동건은 조진숙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켜진 수술실의 불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아서 부동건도 역시 마음이 조급했다. 부동건은 전화를 받고 병원에 가장 좋은 전문의를 요청해 송혜선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상혁은 카페 점장을 향해 차갑게 지시를 내렸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웨이터와 손님들을 조사하고, CCTV를 복원을 하던 당시의 진실을 찾아내도록 하세요. 그리고 반나절 안에는 답을 내놔야 해요.” 점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막 떠나려는 점장을 상혁이 다시 불러 세웠다. “남준아, 네가 믿을 만한 사람 한 명을 붙여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남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형님이 공정하게 처리하실 텐데, 그 거면 전 충분해요. 그리고 굳이 저까지 나서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상혁은 단호히 덧붙였다. “아니야 꼭 필요해. 만약 어떤 실수라도 생긴다면, 그리고 그게 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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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만약 아이가 정말 잘못됐다면요?

“친해졌냐니?” 하연은 얼버무리려 하며 코끝을 만졌다. “이야기 몇 번 나눈 적 있는 사이죠. 그냥 아는 사람 정도?” “그래? 그럼 난 남인가 보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있고.” 상혁의 목소리는 냉랭해졌고, 기분이 상한 게 분명했다. 하연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부상혁 대표님, 질투하시나 봐요.” “나 같은 남하고 친하게 굴지 마.” 상혁은 그녀를 밀어냈지만, 하연은 더 강하게 안겼다. “당신이 남이라면, 내겐 ‘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죠.” 예전의 하연이라면 한 번 밀치면 더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행동은 상혁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했다. 상혁은 흥미로운 듯 하연의 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올렸다. “어떻게 오늘 커피숍에 있었던 거야?” 하연은 숨길 생각 없이 빠르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정규인의 아내 허징인이 지금 여기에 있더라구요. 그런데 참 묘하죠. 고경수의 딸이 죽자마자 허징인이 나타났고, 게다가 정다영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둘이 그렇게 친한 사이였을까요?” 상혁은 여전히 말없이 하연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살며시 만지고 있었다. 하연에게 머리카락은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비단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워 눈길을 사로잡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 하연은 그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때, 상혁은 누구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마침 남준이 병원에서 나오고 있었고, 상혁이 타고 있는 차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안 만난 지 얼마나 됐더라?” 상혁이 갑작스레 물었다. 하연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삼사일쯤 됐나요?” 사실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었다. 상혁은 갑자기 하연의 머리를 손으로 고정시키며 입술을 맞추었다. 혀끝이 그녀의 입술을 열며 들어왔다. 상혁의 키스는 뜨겁고 부드러웠다. 하연은 얕은 신음을 내며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상혁은 깊은 몰입 속에서 창문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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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어머니도 아시나요?

밤늦게 상혁은 조진숙의 호출을 받고 그곳으로 향했다. “상혁아, 그 여자... 임신한 거 넌 이미 알고 있었지?” “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조진숙이 분노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상혁은 여전히 차분했다. “말씀드렸다 한들, 어머니가 뒤에서 무슨 일이라도 꾸미셨겠어요? 게다가 어머니가 뒤에서 손을 쓰실 분도 아니시잖아요. 정작 마주하고도 아무런 행동을 안 하셨잖아요.”“예전에 내가 남준이를 건드리지 않은 건, 송혜선이 철벽처럼 남준이를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야. 부씨 가문의 혈육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있었으니 내가 함부로 나설 수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고작 형체도 보이않는 뱃속에 있는 아이일 뿐이야. 내가 손을 쓰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겠니?”조진숙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거실을 오가며 발을 구르듯 걸었다. “미쳤나 봐. 네가 이사회 자리를 되찾은 것도 송혜선의 임신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상혁은 대답하지 않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가로등 아래, 차가 조용히 서 있었다. 하연은 뒷좌석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원래 하연이도 상혁과 함께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일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상혁이 그녀를 말렸다.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깊이 잠든 하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혁의 마음은 괜히 짠했다.“반백의 나이에 늦둥이를 보겠다니, 네 아버지가 기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다만 송혜선 뱃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나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어.” 조진숙의 독설에 상혁은 눈길을 들었다. “어머니도 아시나요?” “뭘 안다는 거니? 그 여자가 얼마나 방탕한지를? 네 표정만 봐도 내 추측이 맞나 보네.” 조진숙은 비웃으며 몸을 돌렸다. “너희 아버지는 벌써 그 나이에 온갖 병을 달고 살잖니. 그런 상황에서 여자를 임신시킨다는 게 쉬운 일이겠니? 게다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건, 송혜선이 외부에 다른 남자를 두고 있다는 말이잖아.” 그녀는 다시 묻듯 말했다. “상혁아, 이 일 어떻게 처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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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가을이 건조해서 그런 걸까요?

예전 같았으면 하연은 뭔가 이유를 붙여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문이 막혀 주제를 돌렸다. “오빠, 주씨 가문 쪽에도 허락을 받았어요?” 이런 가문에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가족들의 동의를 얻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예전처럼 주씨 가문이 관대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될 거야.” 하경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첫 만남부터 선 자리였잖아.” 하연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런데 오빠,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주슬기 씨가 상혁 오빠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 같고, 오빠는 내 친오빠잖아요...” 하경은 하연의 말을 도중에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 마.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네 편이야.” 하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대신 억지로 웃음만 지어 보였다....며칠 후, 송혜선은 병원에서 퇴원했다. [회장님, 저 이 상태로는 보름, 아니 열흘도 혼자 있는 건 불안해서 안되겠어요. 집에 의사 선생님 한 분이 계속 대기하게 하면 안 될까요?] “알고 있어. 이미 연락해뒀으니 집에 가서 푹 쉬기만 하면 돼.” 부동건은 전화를 받으며 바쁜 목소리로 답했다. 송혜선은 옆에서 사과를 깎던 부남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 말은 곧 상혁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상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을 보고받고 있었다. “진행 상황은 순조롭습니다. 이미 부씨 가문 본가로 성공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상혁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금융위원회에서 오늘 임시 회의가 열렸는데요. 명단을 보니 왕씨 가문의... 아, 한명준 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혁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사람이 왜 거기에 포함 되 있는 건데?” “지금 양국 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입니다. 한명준 씨는 이제 왕씨 가문으로 돌아가 신분 상승을 했으니, 명단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원신민은 자세히 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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