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지연은 하연을 망가트려야 한다는 충동에 저도 모르게 엑셀을 밟았다.이 순간, 지연의 머릿속에는 하연만 세상에서 사라지만 수석 디자이너 자리도, 교수님의 제자 자리도 자기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그래, 그렇게만 되면 이제 아무도 내 자리 못 넘봐.’지연은 핸들을 꽉 잡으며 계획을 세웠다.그때, 벤틀리 한 대가 갑자기 하연의 앞을 갈고 막았고, 그와 동시 지연의 동작도 그대로 멈췄다.동후를 시켜 하연의 위치를 파악한 서준은 거의 폭주하듯 여기까지 달려왔다.그러고 나서 차를 멈춰 세우고는 다급하게 차 문에서 내렸다.그걸 본 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껌딱지야 뭐야? 왜 자꾸만 따라다녀?’“최하연!”하연을 본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서준의 마음은 순간 무너졌다.이 순간 서준은 하연에게 모든 걸 되갚아주고, 자기가 했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한 대표님,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하연은 서준과 말을 섞기도 싫은 듯 대충 물었다.그러자 서준이 입을 꾹 다물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최하연, 지난 일은 이미 다 지났으니 나랑 친구로 지낼 수는 없어?”하연은 심지어 자기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지금 장난하는 건가? 나랑 한서준과 친구?’“한 대표님, 술 취했어요?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됐나?”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연을 그윽하게 바라봤다.“최하연, 내 말 끝까지 들어. 전에 민혜경 때문에 우리 사이 너무 많은 오해가 쌓였어. 이제 민혜경도 벌을 받았고, 나와 민혜경도 아무 사이 아니야. 그러니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친구부터...”“하.”하연은 가볍게 웃었다.“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 친구 많아. 그리고 내가 친구 사귀는 기준이 많이 까다롭거든. 아무하고나 친구 안 해.”서준은 하연의 신랄한 풍자와 명확한 거절의 뜻을 바로 이해했다.그런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만회하려고 친구로 지내자는 건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게 억울했다.“설마 내가 한서준 씨 미워하는 게 민혜경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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