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1611 - Chapter 1620

1650 Chapters

제1611화

진서준은 상업적인 일에 대해서 대략적인 개념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건 잘 몰랐다.하나는 가격 경쟁을 거는 것이고 또 하나는 더 좋은 제품으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었다.장정범이 회연단의 처방을 훔쳤다면 분명 대량 생산할 것이다.왜냐하면 장정범은 회연단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때가 되면 장씨 가문은 돈을 억수로 긁어모으며 승승장구할 터였다.하지만 장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회연단보다 더 강력한 단약을 만들어내면 되는 일이었다.장씨 가문이 모든 자금을 회연단에 쏟아부었을 텐데 그 회연단이 팔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장씨 가문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파산은 시간문제일 것이다.그렇게 되면 장씨 가문은 스스로 무너지는 길만 남을 것이다.“넌 또 뭐야? 우리 대화에 끼어들 자격이라도 있나?”장정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대기업 대표끼리 대화하는데 어디 듣보잡 경호원이 감히 끼어들어?상황 파악도 못 하고 주제 넘는 경호원인 것 같았다.“장정범, 네가 우리 유씨 가문과 정식으로 한판 붙어보겠다고 했으니 나중에 누가 웃을지 한번 보자고.”유정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좋아, 유씨 가문이 과연 어떤 수로 날 상대할지 두고 보지.”장정범은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회연단은 유씨 가문의 정예 연구진과 성약당 장로들이 합심해서 개발한 걸작이다.장정범은 이 회연단을 직접 써보고 그 효과를 확신했다.이 회연단은 기적의 명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유씨 가문이 고작 사흘 만에 이보다 더 뛰어난 단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돌아가죠.”두 사람은 뒷말 없이 자리를 떴다.“아버지, 저 사람들 그냥 보내실 겁니까?”장우림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유정을 탐내온 지 오래되었는데 경호원 하나만 데려온 지금이야말로 유정을 덮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유씨 가문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어. 네가 지금 유정을 덮치면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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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그렇게 신기해?”허윤진도 순간 흥미를 보였다.세상 어떤 여자도 더 예뻐지는 걸 거부하지 않았고 물론 허윤진도 마찬가지였다.이미 경국지색이라 해도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여자 마음이었다.이 세상에 가장 예쁜 여자는 없고 더 예쁜 여자만 있을 뿐이다.“좋아, 나도 가볼래.”기대에 찬 허윤진이 신나게 뛰어갔다.이때, 진서준은 약을 빚느라 여념이 없어 발소리가 들리자 유정이 온 줄 알았다.애초에 진서준이 여기서 약을 제조하는 걸 아는 사람은 유정뿐이었다.“유정아, 먼저 가서 쉬어. 내일 아침이면 샘플이 완성될 거야.”허윤진은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갑자기 손으로 진서준의 눈을 가리고는 상반신을 진서준의 등에 밀착시키며 몸을 꾹 눌렀다.허윤진의 풍만한 가슴이 완전히 눌려 변형될 정도였다.진서준은 순간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유정아, 장난치지 마. 지금 약을 만들고 있어.”진서준은 유정을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렇게 친밀한 밀착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남녀유별인 데다 의형제 사이였으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다.허윤진은 대답 대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진서준의 귓불에 따뜻한 숨을 불었다.촉촉하고 뜨거운 숨결에 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유정아, 빨리 떨어져. 장난 그만해.”“바보야, 난 네 여동생이 아니거든?”진서준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허윤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윤진이었어?”진서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만 장난쳐, 나 약 만들고 있잖아.”“진짜 그렇게 대단한 약이야? 설마 유정을 속인 건 아니겠지?”허윤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단약을 바라봤다.“내가 그런 걸로 장난치겠어?”진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예전에 내가 너희한테 준 주안단, 기억 안 나?”그 말을 듣자 허윤진은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작년 서울시에서 진서준이 허윤진 일행에게 주안단이라는 신비한 약을 준 적이 있었다.그 약을 먹으니 피부가 아기보다 더 부드러워졌다.다들 워낙 미인이었지만 복용한 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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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단약이 입안에서 바로 녹았다.유정은 몸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걸 느꼈고 몸이 극도로 편안해졌다.어젯밤 단약을 생각하느라 뒤척이다 보니 유정은 결국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정의 눈 밑에 얕은 다그서클이 생겨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다크서클이 사라졌고 피부도 훨씬 부드럽고 촉촉해졌다.“정말 신기하네요!”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탱탱한 모습을 보며 유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약화한 버전의 주안단이 유씨 가문이 연구한 회연단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다.더욱 놀라운 건 이게 단지 약화한 버전일 뿐이라는 점이다.진짜 주안단을 꺼내면 아마도 정말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주안단에 필요한 약재가 비싸긴 하지만 이 약화한 주안단은 네가 말한 회연단보다 효과가 더 좋을 거야.”“좋은 정도가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인데요?”유정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좀 너무 과장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오빠, 제가 과장하는 게 아니에요. 회연단은 정말 이거랑 비교할 수 없어요.” 유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약에 이름을 지어봐.”진서준은 이 약의 이름을 짓고 싶었다.주안단 약화 버전은 너무 길고 이상한 이름이었다.“잠깐만 생각해 볼게요.”유정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했다.“국색천향이라고 하죠, 어때요?”유정이 제안했다.“이 이름은 홍보 효과가 좋고 부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딱 좋을 거예요.”진서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네 의견을 따를게.”“그럼 이 이름으로 하죠. 아참, 장정범이 어젯밤에 발표회를 연다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도 한 번 열어보죠. 날짜는 같은 날로 잡고요.”유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장소도 똑같은 곳에서 열죠. 장정범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걸 직접 보고 싶어요.”유정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저도 몰래 등골이 서늘해졌다.악한 사람을 건드리는 것보다 여자를 건드리는 게 더 무서운 일이라는 게 틀린 말 같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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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저는 김평안 씨를 믿어요.”조슬기는 망설이지 않고 국색천향을 꿀꺽 삼켰고 약은 입안에서 바로 녹았다.조슬기가 그 맛을 음미할 틈도 없이 몸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빠르게 퍼졌다.“너무 편안한데요?”조슬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정은 빙긋 웃으며 거울을 꺼내 건넸다.“조슬기 씨, 얼굴 한번 보세요.”조슬기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피부가 전보다 더 부드럽고 매끈해졌을 뿐만 아니라 몇 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이게 정말 저예요?”조슬기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신수란도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처음엔 이 약이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효과가 신수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뚜렷했다.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조슬기의 달라진 모습을 보자 신수란의 눈빛도 점점 뜨거워졌다.나이가 몇이든, 모든 여자는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법이다.올해 서른을 갓 넘긴 신수란은 한창 외모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때였다.이제 국색천향이라는 기적 같은 약이 눈앞에 있는데 신수란이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약을 대놓고 무시했으니 이제 와서 달라고 하기도 참 난감했다.“김평안 씨는 의술도 뛰어난데 약을 만드는 실력까지 겸비했네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조슬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러나 문득 어제 아침 진서준과 허윤진이 키스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조슬기는 차분하게 정신을 가다듬었다.“신수란 씨, 정말 안 드셔 보겠어요?”유정은 신수란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신수란이 자존심이 센 것도 알기에 유정은 일부러 그녀에게 손을 한 번 더 내밀었다.“음... 유정 씨가 이렇게 권하시는데 제가 계속 거절하면 너무 예의 없는 사람이 되겠죠.”신수란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약을 받아 들고 그대로 삼켰다.십여 초 뒤, 신수란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슬기 후배, 뭘 그렇게 신나게 얘기하고 있어?”그때, 은청준 일행이 야외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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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이건 설명하기 어렵지 않았다.“본래 우리 유씨 가문과 성약당 장로들이 함께 회연단이라는 약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근데 어제 내부 배신자가 그 약 처방을 훔쳐서 장씨 가문에 넘겼죠. 심지어 어젯밤 장씨 가문 연회에서 장정범이 직접 그 일을 언급하면서 저를 도발했어요. 그 얘기를 들은 김평안 씨가 밤새 연구해서 이 국색천향이라는 약을 만들어낸 거예요.”유정이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이를 듣자 조슬기가 버럭 화를 냈다.“장씨 가문은 대놓고 깡패 짓하는 거 아니에요? 남의 물건을 훔쳐 가 놓고도 뻔뻔하게 도발한다고요?”“진짜 한심하네요. 저렇게 뻔뻔한 인간은 저도 처음 봐요.”신수란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어젯밤 그 오만한 꼴, 저는 제대로 머릿속에 기억해 뒀어요.”유정이 미소를 지었다.“조만간 장씨 가문이 발표회를 열 텐데 그때 가서 장정범 부자 얼굴에 웃음기 싹 지워줄 거예요.”유정의 표정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그때 조슬기 씨가 직접 참석해서 우릴 도와줬으면 해요.”유정이 이 기회를 빌려 부탁했다.“좋아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조슬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조슬기는 애초에 유씨 가문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다.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지 않으면 평생 마음이 걸릴 터였다.“좋아요, 그럼 조슬기 씨도 바쁠 테니 전 이만 성 신의를 찾으러 갈게요.”유정은 남은 국색천향 두 알을 들고 성동석을 찾아갔다.“성 신의님, 이 약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성동석은 약을 받아 들고 여러 번 살펴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게 대체 무슨 약이죠? 저는 이런 약을 본 적이 없는데요?”“국색천향이라고 하는데 주된 효과는 피부 개선과 미용이에요.”유정의 설명을 듣자 성동석은 더욱 놀랐다.“뭐라고요? 미용 효과까지 있는 약이라니... 처음 들어보는데요?”성동석은 다시 한번 유정을 유심히 바라봤다.“유정 씨, 혹시 이 국색천향을 이미 드신 건가요?”“네.”유정이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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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총 다섯 알 만들었어요.”유정이 한마디 덧붙였다.성동석은 이미 벼락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아 말문이 턱 막혔다.“성 신의님, 이틀 후에 저희 유씨 가문에서 기자회견을 열 겁니다. 그때 꼭 참석해서 자리 빛내 주십시오.”유정이 본론을 꺼냈다.“좋아요, 문제없습니다.”성동석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회연단이 도난당한 건 우리 유씨 가문 책임이에요. 그러니 국색천향으로 얻을 이익의 절반을 성약당에 드릴게요.”이건 애초에 정해진 약속이었다.회연단이 시장에 출시되면 유씨 가문과 성약당이 수익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만든 국색천향이 있으니 유정도 기존 약속대로 성약당에 절반을 배분할 생각이었다.“아, 아뇨. 절반은 너무 많아요. 성약당을 대표해서 말하는데, 30%만 받아도 충분해요.”성동석은 단호하게 말했다.회연단과 국색천향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성동석은 국색천향이 일단 출시되면 단숨에 시장을 뒤흔들 거라고 확신했다.30%만 가져도 천문학적인 수익일 것이다.“제 생각엔 이익의 50%를 김평안 씨에게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성동석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성 신의님 말씀이 맞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성 신의님 뜻을 존중해서 지금 바로 새 계약서를 작성할게요.”곧바로 새 계약서가 작성되어 왔고 성동석은 한 글자도 읽지 않고 바로 성약당 명의로 사인했다.“고마워요, 성 신의님.”유정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아니요.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저죠.”성동석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유씨 가문에서 저를 초대하지 않았다면 저도 김평안 씨 같은 대단한 인물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유정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흐뭇했다.그 후, 유정은 계약서를 들고 바로 진서준을 찾아갔다.“오빠, 이 계약서에 사인해 주세요.”진서준은 대충 훑어보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국색천향 계약서? 유정아, 내가 널 도운 건 돈 때문이 아니야. 이건 사인할 수 없어.”유정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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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이틀 연속, 유씨 가문과 장씨 가문은 유난히 조용했다.진서준은 묘강의 독충 의술에 관한 기록을 마친 후, 유정과 함께 출퇴근하며 유정의 신변을 보호했다.한편, 조슬기 일행은 이 기회를 틈타 금도 곳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그리고 사흘째 아침, 천궁 호텔.장씨 가문의 신제품인 회연단 발표회가 정식으로 개최됐다.지난번 연회장에서의 홍보 효과와 며칠간의 입소문이 더해져 회연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누구나 젊고 아름답고 멋있어지고 싶어 하는 법이다.게다가 이 회연단은 수명 연장의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금도의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덕분에 오늘 발표회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귀빈들로 가득 찼다.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천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었다.심지어 평소 장씨 가문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가문들까지도 발표회에 참석할 정도였다.정오 무렵.고급 차량 몇 대가 호텔 정문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진서준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주변을 빠르게 살펴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유정이 차에서 내리도록 했다.그 뒤를 이어 조슬기와 신수란도 차에서 내렸다.세 여자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됐다.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며 등장한 세 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안 끌려야 안 끌 수가 없었다.진서준은 여전히 예전처럼 인피면구를 쓴 채였다.조슬기 일행이 떠나기 전까지는 이 가면을 벗을 일이 없었다.“이거 유정 씨 아니에요? 장씨 가문 발표회에 참석하러 온 겁니까?”박진용이 반갑게 다가왔다.“아니요.”유정이 무심하게 답했다.“네? 그럼 여긴 무슨 일로 오셨죠?”박진용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시선은 조슬기와 신수란에게서 떠날 줄 몰랐다.이 두 여자는 분명 금도에서 본 적이 없는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발표회에 참석하러 왔죠.”유정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박진용이 순간 당황했다.“방금 전엔 아니...”박진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정이 말을 끊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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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혹시 박 도련님이 장씨 가문에서 회연단을 사셨나요?”“그건...”박진용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애초에 이 회연단이라는 약은 본래 유씨 가문에서 개발한 거였는데 장씨 가문이 빼돌린 셈이었다.그러니 이걸 사들였다고 말하는 게 좀 껄끄러웠다.“맞아요, 꽤 많은 양을 샀죠.”박진용은 어차피 숨길 필요가 없었다.박진용이 직접 확인한 결과, 회연단의 효과는 확실했다.그래서 이 회연단으로 시세를 조정해서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박서명이 이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칭찬해 줄 것이다.“박 도련님, 선의로 한마디 하자면 지금이라도 회연단을 전부 처분하세요. 안 그러면 손해가 어마어마할 겁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박진용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유정 씨, 제가 아까 도와드리려고 했던 거 아시죠?”“알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충고하는 거예요.”유정의 말에 박진용은 코웃음을 쳤다.“유정 씨, 혹시 질투하는 겁니까?”“질투요?”유정이 피식 웃으며 박진용을 쳐다봤다.“박 도련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요.”어차피 할 말은 다 했으니 믿든 말든 그건 상대방의 몫이었다.박진용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박진용이 사라지자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발표회장을 보며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서두를 필요 없어요. 진짜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니까요.”유정의 눈빛이 반짝였다.“유정 씨, 제가 뭐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조슬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조슬기 씨는 저 자리에 앉아 계시면 됩니다.”유정이 무대 위 한가운데에 놓인 눈에 띄는 좌석을 가리켰다.“네? 그게 다예요?”조슬기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이제 막 뭔가 중요한 걸 시키는 게 아닐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앉아만 있으라니, 조슬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네, 그리고 혹시 누군가 조슬기 씨와 신수란 씨를 알아보면 국색천향을 홍보해 주시면 됩니다.”“네, 그 정도야 문제없죠.”조슬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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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같은 시각, 장씨 가문의 발표회 현장에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몰려와 북적거리고 발 디딜 틈도 없었다.금도의 모든 부자가 한자리에 모인 듯했다.지금 이 상황은 장정범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머지않아 장씨 가문의 건실 그룹은 서남 전역에서 이름을 날리게 될 것이고 유씨 가문은 서서히 몰락해 그들의 발밑으로 떨어질 터였다.장정범의 야망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장정범은 단순히 제약 산업에만 머물 생각이 아니라 서남 전역을 노리고 있었고 서남 지역의 절대적 패권을 원하고 있었다.“장정범 씨, 신제품 출시 축하합니다.”박진용이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왔다.“박 도련님,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장정범은 극진한 태도로 맞이했다.박씨 가문은 서남 지역 출신이 아니지만 현재 그들은 협력 관계였기에 장정범도 박진용에게 충분한 존중을 보였다.“장정범 씨 덕분에 이번에 제대로 한몫 벌게 생겼습니다.”왔다 갔다 하는 손님들을 보며 박진용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고작 발표회 하나 열었을 뿐인데 이 정도라면 약이 정식 출시되는 날에는 서남 전역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위층에 있는 유씨 가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아까 유정이 박진용에게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다고 하던 헛소리를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었다.“앞으로 우리 장씨 가문 사업에도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박 도련님.”장정범이 씩 웃었다.박씨 가문은 대한민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재력을 자랑하는 가문이었다.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한다면 장정범의 건실 그룹에는 엄청난 이득이 될 터였다.사업은 단순히 부동산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모든 분야를 섭렵해야 했다.그 분야에서 정상에 서려면 간단하게 돈을 때려 박으면 된다.이번에 장정범은 제약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건실 그룹 자금을 전부 회연단에 투자했다.투자한 만큼 수익도 따라오기 때문이었다.“장정범 씨, 오늘 유씨 가문도 발표회를 연다고 하더군요. 알고 계셨습니까?”박진용이 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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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그래, 바로 우리 위층에서 연다고 해.”“아까 박 도련님이 가봤다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 네가 가서 유정 씨한테 간단히 위로라도 해주고 와.”장정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장우림은 즉시 아버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다녀오죠.”장우림은 호탕하게 웃으며 부하 몇 명을 이끌고 위층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유씨 가문의 발표회장은 여전히 한산했고 손님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유정이 의외로 침착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자 진서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였다.“유정! 너희 유씨 가문도 오늘 발표회를 열 줄은 몰랐네.”장우림이 거만한 걸음걸이로 웃으며 들어왔다.장우림을 본 유정의 표정이 불쾌해졌다.“아래층에 있으면 될 텐데 여기엔 왜 왔어?”“당연히 너희 인원수라도 좀 채워주려고 온 거지. 여기 현장이 이렇게 한산한데 내가 손님 몇 명 데려와서 분위기라도 살려줄까?”장우림이 비아냥댔다.“필요 없어.”유정이 냉랭하게 대답했다.“유정,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 유씨 가문은 회연단도 없이 도대체 뭘 발표하겠다는 거지?”장우림이 미간을 찌푸리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장씨 가문이 이미 중요한 자료를 전부 빼돌렸는데 무슨 발표회를 연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게 망신당하고 싶은 건가?“네가 알 필요 없어.”유정이 담담하게 말자 장우림은 콧방귀를 꼈다.“그래, 나야 알 필요 없겠지. 대신 오늘이 지나면 유씨 가문은 금도의 웃음거리가 되겠군.”“누가 웃음거리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유정이 물러서지 않고 야무지게 맞받아쳤다.“그럼 두고 보자고.”말을 마친 장우림은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장우림이 떠나자 유정은 서두르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몇 곳에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련된 차림의 여성들이 몇 명 들어왔다.“혹시 성 신의님이 여기 계시는가요?”“성 신의님께서 피부 미용에 좋은 약을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한 여성이 물었다.“그럼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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