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의 목소리를 듣자 허윤진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봐, 아침 일찍부터 널 찾잖아, 이래도 네게 관심 없다고 할 거야?”“너도 날 찾으러 왔잖아.”진서준은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이 여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난 저 여자랑 달라.”허윤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 콧방귀를 뀌었다.“알겠어, 일단 먼저 숨어. 내가 저 여자를 돌려보낼게.”진서준의 말에 허윤진은 불만이 또 터졌다.“왜 내가 숨겨야 해?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왜 내가 저 여자를 피해야 해?”“그건 말이야...”진서준은 할 말을 잃었다.사실 진서준이 걱정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후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난 김평안이야, 진서준이 아니야. 너랑 너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의심할 수도 있어.”허윤진은 그제야 마지못해 화장실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숨을 곳이 전혀 없었고 화장실만이 유일한 은신처였다.문밖에 있던 조슬기는 방 안에서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진서준이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조슬기가 돌아가려고 하던 찰나,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일어났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조슬기는 그제야 신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이 문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미안해요, 김평안 씨. 아침 일찍 휴식을 방해했네요.”조슬기의 얼굴에 죄송한 표정이 가득했다.“저를 왜 찾아오셨죠?”진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젯밤 은 선배와 다른 선배들의 폭언에 관해 그분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러 왔어요.”조슬기는 어젯밤에 은청준 등 사람들이 진서준에게 불친절한 태도로 대하며 온갖 폭언을 날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다행히 진서준이 너그러워 그냥 웃어넘겼기에 어젯밤 병상에서 죽을 뻔한 조슬기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아가씨가 날 건드린 것도 아닌데 왜 사과하는 건가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묻자 조슬기는 진진하게 대답했다.“김평안 씨, 제 선배들이 김평안 씨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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