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환이 하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이리 와봐.”그의 매서운 눈빛이 닿자 하녀의 얼굴이 순간 새하얘졌고 망설이며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회... 회장님...”“하고 싶은 말 있어?”그러자 한참을 주춤거리던 하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회장님... 오늘 오전에 2층 청소하던 중에 제가... 봤는데요...”“뭘 봤다는 거야?”“동림 도련님이 설윤 씨랑 이야기하는 걸 봤어요. 뭔가를 건네는 것 같았고 그 후에 설윤 씨가 나갔어요.” 하인은 말을 더듬으며 중간중간 위층을 흘깃거렸다.최국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이제 막 폭발하려던 찰나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임가희가 어깨에 가방을 걸친 채 들어섰다.“여보, 무슨 일이에요?” 거실에 모여 있는 차윤식과 하인들 그리고 날 선 분위기를 느낀 임가희는 의아한 눈빛으로 최국환을 바라보았다.최국환은 그녀를 스치듯 보더니 차갑게 외쳤다. “최동림, 당장 내려와!”임가희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자 차윤식이 서둘러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임가희는 표정이 굳으며 계단 쪽을 걱정스럽게 바라봤고 이내 고자질한 하녀를 노려보았다. “너 진짜로 동림이가 설윤 씨랑 이야기하는 걸 본 거 맞아?”그러자 하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뒷걸음질 쳤다. 이미 사모님한테 미움을 산 상황이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면 사모님은 믿지 않을 테고 그렇다고 하면 또 회장님한테 미움받을 터였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확실히 봤습니다.”이윽고 최동림이 고개를 떨군 채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왔고 작은 두 손은 옷자락을 꼭 쥐고 있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이었다.“동림아, 오늘 아침에... 너 설윤이랑 무슨 얘기 했어?” 최국환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물었다.아버지의 무거운 기세가 그대로 덮쳐오자 최동림은 덜덜 떨며 어깨를 움츠렸고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임가희는 조용히 다가가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눈짓을 줬다. “동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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