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어게인, 비긴 / Kabanata 921 - Kabanata 930

Lahat ng Kabanata ng 어게인, 비긴: Kabanata 921 - Kabanata 930

932 Kabanata

제921화

육현석의 말을 들은 고은서도 어리둥절해졌다.만약 간단한 스케줄만 알려줬다면 이정도로 겁에 질려 있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더 큰 일과 엮여 있는 건가?’아니나 다를까 육현석의 엄숙한 모습을 본 한 비서는 얼굴이 방금전보다 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한 번 커피 가져다 드릴 때 곽 대표님한테 고은서 씨 친구분과 백유미 사이의 조사해보겠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그걸 백유미한테 알렸어요...”육현석은 그제야 곽승재가 자신더러 성아연과 백유미 사이에 관해 조사해보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그러나 당시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두 사람은 몇 번 만나고 연락한 것 외에는 경제적 래왕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그 일로 백유미가 산장에서 곽승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약을 잘못 복용한 거라고 의심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곽승재로부터 백유미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고은서의 혐의를 씻어줬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육현석은 백유미가 고은서를 해치려거든 왜 고은서를 대신해 진상을 밝힌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그러니까 백유미가 한 비서를 통해 내가 자신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미리 알고 그런 대책을 세웠다는 거야?’고은서도 문뜩 곽승재가 육현석한테 백유미와 성아연 두 사람 사이에 관해 조사하라고 시켰다면서 자신도 백유미를 찾아가 따졌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그런데 그녀는 당시 곽승재가 이 일을 얼버무리고 넘어가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오해하면서 그를 향해 비아냥거렸었다.‘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나랑 곽승재 사이의 모순이 거의 다 백유미 때문에 생긴 거네.’백유미가 현재 정신병원에 갇혀있다고 한들 고은서는 아직도 생각하면 할 수록 공포감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정말 악독한 여자야.’한 비서는 계속 자신이 했던 행위를 후회한다면서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육현석은 이마가 빨개진 한 비서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이익을 탐내는 동시에 그 대가도 따르는 법이야. 백유미한테 몰래 소식을 전달한 건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죽
Magbasa pa

제922화

한 비서는 그제서야 승진하게 된 이유가 자신 능력 덕분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안배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그러나 계약까지 체결한 탓에 거액의 보상금을 내지 않고는 사직을 할 수가 없었다.위약금보다 더 중요한 건 이렇게 GS그룹을 떠나게 되면 외부 사람들이 그녀가 곽승재를 건드렸다고 오해하면서 해성에서 일자리 하나도 못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육 도련님, 고은서 씨, 백유미가 현재 매우 폭력적이고 불안정하다고 하는데 저 그곳에 갔다가 죽을지도 몰라요. 다가가는 것조차 두렵다고요.”한 비서가 울부짖었다.육현석은 곽승재 T국에서 있었던 일로 백유미를 샅샅이 조사해보았다는 걸 깨달았다.‘아마 백유미랑 한 비서 사이가 범상치 않다는 걸 발견하고 이런 방식으로 벌을 주려는 거겠지.’“사직하려거든 GS그룹 내부 문제야. 내가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야.”육현석이 단호하게 거절했다.한 비서는 이내 고은서의 다리를 잡고 빌었다.“고은서 씨,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는 그저 정보를 몇 번 전달했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요. 전에 백유미를 돌보던 사람이 죽었다고 들었는데 저는 죽기 싫어요...”고은서는 덜덜 떨고 한 비서를 보면서 그제야 그녀가 겁에 질려하는 이유를 깨달았다.그러나 그녀는 GS그룹의 일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마침 백유미가 진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 비서를 보내면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이익을 위해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을 돕는 것도 모자라 피해자 코스플레이를 하면서 도와달라고 비는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저는 저를 해치려한 사람을 쉽게 용서해줄 만큼 아량이 넓은 사람이 아니에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저에게 더 절실하게 와닿거든요. 그러니 제 도움을 받으려거든 제 요구부터 들어줘야 해요.”고은서는 희망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 비서에게 자신의 부탁을 말했다.육현석도 현장에 있었지만 그녀는 그를 피
Magbasa pa

제923화

발신자가 곽승재라는 걸 확인한 고은서는 받을지 말지 약간 망설여졌다.‘전에 다툰데다가 삼촌 일 때문에 연루까지 받았고 심지어 그날 날 구하다가 다치기까지 했는데 하필 난 또 곽현수가 요구한 일을 완성해야 하고. 대체 이후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은서야, 누구 전화야? 왜 안 받는 거야?”옆에 있던 육현석이 말했다.고은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잠시 나가 전화 받고 올게요.”그녀는 조용한 곳에 가서야 곽승재의 전화를 받았다.“곽승재.”“무슨 일이야?”곽승재의 목소리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육현석이 며칠 동안 당신한테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어?”“지금 내가 걱정되어서 날 찾은 거야?”곽승재가 덤덤하게 되물었다.고은서는 멈칫하다가 화제를 바꾸었다.“민기 씨한테 당신이 등을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다 나았어?”“낫든 안 낫든 넌 아무런 관심이 없잖아.”“...”고은서는 서로 동문서답하는 대화 모드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날 은혜가 당신한테 연락해 도움을 청한 걸 모르고 있었어. 오해하고 듣기 싫은 소리 해서 미안해. 이후로 당신한테 민페를 끼치는 일은 삼가라고 가족들한테 말해 둘게.”전화너머에서 곽승재가 콧방귀를 끼는 소리가 들려왔다.“할 말 다했어?”고은서는 곽승재가 아직도 그날 일로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평소 같으면 화를 내건 말건 전화를 뚝 끊어버렸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은혜가 그날 일로 자책하면서 삼촌이랑 얘기 해봤는데 당신한테 사과할 겸 같이 밥 한 끼 먹자고 하는데 언제 시간 돼?”고은서가 고민끝에 말했다.“또 누가 있는데?”‘누가 더 있겠어. 알면서 묻기는.’“나랑 삼촌 가족만 있어.”곽승재는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덤덤하게 답했다.“주민기랑 스케줄 확인해. 시간나는 대로 갈 테니까.”‘이 남자가 정말. 어디서 꼰대 짓이야.’“조금이따 민기 씨한테 얘기해볼게.”고은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곽승재가 갑자기 입을
Magbasa pa

제924화

레스토랑을 예약한 후 고은서는 고국성 집에 들렀다.고국성은 소파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고은혜는 상을 찌푸리고 폰을 놀고 있었다.집안 분위기는 여전히 싸했다.고은혜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그녀 옆으로 다급히 걸어오며 말했다.“언니, 엄마가 방문을 잠그고 계속 나오지 않으면서 아빠랑 이혼한다고 변호사까지 찾았어.”기자 회견 일로 많은 사람들이 고국성이 오미나와 부정당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동시에 단은숙은 오미나 배 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아이가 생겼다는 건 두 사람이 정말 관계를 맺었다는 걸 의미했고 이런 일은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고은서는 고은혜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고국성 앞으로 다가가 일은 자신이 해결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오미나가 아이를 없애겠대?”고국성이 고개를 번쩍 쳐들며 물었다.“동의할 거예요.”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정말이야? 엄마한테 이 소식을 알려줘야지.”그녀의 말을 들은 고은혜는 펄쩍 뛰면서 좋아했다.그러나 고국성은 낙관적인 고은혜와 달리 고은서를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아직 동의하지 않았단 얘기야?”고은서는 고국성 옆에 앉으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삼촌, MQ를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MQ를 더 크게 이끌고 나가려거든 다른 사람한테 너무 의지해서도 안 좋아요. 그러니까 이후부터 곽승재한테 민폐 끼치는 일은 그만 하세요. 이 또한 제가 이번 일을 처리해주는 대신 삼촌이 들어줘야 할 조건이기도 해요.”고은서가 엄숙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고국성은 약간 어리둥절했다.‘내가 곽승재를 찾아간 건 어떻게 안 거지? 분명히 유승준도 모르게 몰래 찾아갔는데.’그는 결연한 태도의 고은서를 보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계에서 곽승재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를 도와주는 게 도리어 좋은 일이 아니
Magbasa pa

제925화

고국성은 이내 다가가 그와 악수하면서 인사했고 단은숙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유독 고은혜만은 입을 꾹 다문 채 예의 바르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곽승재는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눈길을 고은서 쪽으로 돌렸다.그는 무언갈 억누르고 있는 듯한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승재야, 네 자리 남겨뒀으니까 얼른 앉아.”고국성은 고은서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8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여서 앉을 수 있는 곳이 남아돌았는데 고국성은 하 곽승재를 고은서 옆에 앉히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관계를 회복했으면 하는 속셈이 너무 선명했다.아무튼 고은서가 먼저 밥 먹자고 말을 꺼낸 거였기에 그가 어디에 앉든 그녀는 별 관심이 없었다.곽승재는 덤덤한 표정을 한 채 고은서 옆에 앉았다.너무 가까운 탓인지 그의 특유한 설송향이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이어 차를 따라주는 웨이터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고은서는 이 기회에 찻잔을 대신 들어주면서 슬쩍 옆으로 옮겨갈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가 손을 뻗는 순간 곽승재도 손을 뻗으면서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그의 체온이 피부결을 통해 뜨겁게 느껴지면서 고은서는 손을 확 거두어들였다.반면 곽승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찻잔을 웨이터에게 건네주었다.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고은혜는 두 사람이 행여나 어색해할까 봐 다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음식이 다 오른 후 고국성은 자신이 소장해 둔 진귀한 술을 가져오라고 웨이터를 시켰다.고은서는 레스토랑에 오기 전부터 고국성한테 밥만 먹으면 어색할 수도 있으니 술이라도 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암시했었다.아니나 다를까 고국성은 별 의심 없이 그녀의 말대로 행동했다.“승재야, 평소에 너무 바빠서 별로 모일 시간도 없었는데 이 좋은 기회에 우리 실컷 마셔보자고.”고국성은 웨이터를 다시 내보내고 직접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기쁜 날인데 다 같이 마셔야죠.”곽승재가 제안했다.고국성도 그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그래. 가족끼리 떠들썩하게 재밌게 보내
Magbasa pa

제926화

고은서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곽승재를 한 번 힐끔 바라본 뒤 재빨리 가방에서 숨겨둔 약을 꺼내어 물에 녹였다.긴장감 속에서 약은 빠르게 물속에 녹아들었고 고은서는 조심스럽게 그 물을 침대 옆으로 가져갔다.큰 키를 가진 곽승재가 침대에 평평히 누워 있었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굳게 감겨 있었고 술기운이 올라 붉어진 얼굴은 방 안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평소의 날카로운 인상과는 다르게 한층 부드러워 보였다.고은서가 조심스럽게 곽승재의 뺨을 건드리자 곽승재는 비몽사몽 눈을 뜨며 붉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은서야...”낮고 거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 울림은 그대로 고은서의 귓속을 파고들었다.고은서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술 많이 마셔서 목마르지? 물 좀 마셔.”곽승재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은서야,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고은서는 술에 취한 곽승재가 얼마나 고집스러워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괜히 반박하는 것보다는 빨리 물을 마시게 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최선이었다.“안 마실 거야?”“마실 거야.”곽승재는 요구를 덧붙였다.“근데 네가 직접 먹여 줘.”고은서는 긴장하며 최대한 빨리 물을 마시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곽승재를 반쯤 일으켜 세운 뒤 조심스레 컵을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하지만 곽승재는 한 모금 마시더니 뜨겁다며 굳이 고은서도 마셔보라고 했다.술에 취한 채 그녀가 안 마시면 자신도 안 마시겠다는 완강한 태도에 고은서는 순간 물을 그대로 그의 얼굴에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녀는 꾹 참고 단순히 상황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 대충 물을 두 모금 마신 뒤 컵을 다시 그에게 건넸다.“이제 됐지?”곽승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손을 감싸며 남은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그리고 그는 이전의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커다란 늑대처럼 그녀의 팔에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은서야, 나 등 아파. 약 좀 발라줘.”고은서는 빨리 방을 나가고 싶었지만 이렇게 계
Magbasa pa

제927화

고은서는 지금까지 극도의 긴장 속에 있었기에 자신의 상태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긴장이 풀리고 나니 머리가 어지럽고 입안이 바짝 마르며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 감각이 몰려왔다.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고은서는 휘청거리며 냉장고로 다가가 차가운 물 한 병을 꺼낸 뒤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자자. 자면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모든 폭풍은 내일 다시 맞서면 돼.’자신을 그렇게 세뇌하듯 다독인 고은서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꿈속에서도 그녀는 더위에 시달렸다.그 뜨거움은 단순한 체온 상승이 아닌 몸속 혈액에서부터 느껴지는 타오르는 듯한 열기였다.에어컨을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하고 심지어 차가운 물병을 목에 대어 보아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피부의 모든 세포가 시원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그렇게 혼란스러운 열기 속에서 고은서는 갑자기 무언가 뜨겁고 묵직한 존재가 자신의 몸을 덮치는 것을 느꼈다.무게감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가왔고 순간적으로 그녀의 호흡을 앗아갔다.남자의 낮고 거친 숨소리가 술 냄새와 뒤섞여 코끝을 스쳤다.그리고 익숙한 남성의 향기가 그녀를 감쌌다.그 향기는 고은서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호흡이 교차하고 서로의 몸이 닿자 고은서는 더 뜨거워졌고 마음속에서부터 강렬한 욕망이 치솟았다.그녀는 지금 꿈속인지 현실인지 분별할 여유도 정력도 없었다.약과 술의 작용하에 고은서는 몸이 반응하는 대로 손을 뻗었다.객실 안 에어컨 바람이 천천히 방안을 맴돌았다.낮은 온도로 설정된 냉기 속에서도 방 안의 온도는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은은한 조명이 커다란 침대 위에서 단단히 엉켜 있는 두 개의 실루엣을 비췄다.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리고 열기에 가득 찬 입맞춤을 그녀의 입술에서부터 목으로 옮겨갔다.방 안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은은한 향기로 가득 찼다.그 향기는 마치 봄의 미풍에 섞인 향처럼 감각을 부드럽게 자극했다.밤은
Magbasa pa

제928화

고은서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남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혹시 누군가 들어왔던 것은 아닐까 싶어 호텔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지만 직원은 그녀의 객실 문은 밤새 열리지 않았다고 확답했다.‘곽승재는 취한 상태에서 약까지 먹었으니 이 방에 올 리가 없지.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물에다 약을 너무 많이 타서 약효가 강해서 그런 꿈을 꾼 건가? 목에 남은 자국은 병 자국에 눌린 흔적일까? 사지의 뻐근함은 단순한 숙취의 후유증?’충분히 말이 되는 설명이긴 했지만 고은서는 여전히 기분이 찝찝했다.고은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험이 한 번 있었지만 그때도 몸의 감각은 확실했다.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정말 꿈이라고? 아니면... 그 남자는 곽승재였을까? 어떻게 이 방에 들어온 거지? 갈 때는 어떻게 나가고? 줄곧 날 잡고 싶다고 말했으니 우리 사이에 관계가 있었다면 계속 남아있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머리가 복잡해진 고은서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그때 갑자기 방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순간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떠올린 고은서는 재빨리 옷을 걸쳐 입고 문 쪽으로 다가가 밖의 상황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복도에는 수많은 연예부 기자가 곽승재의 객실 앞을 둘러싸고 있었다.그들은 사진을 찍고 질문을 퍼부으며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주민기가 경호원들과 함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끈질긴 기자들은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다.그 혼란 속에서 어두운 표정을 한 곽승재가 고은서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그가 안쪽을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곽승재는 이미 어젯밤 일이 그녀의 계획이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그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고은서는 마음을 다잡으며 방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꺼내 곽현수에게 문자를 보냈다.[원하시는 대로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은 끌어들이지 마세요.]답장은 오지 않았다.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어떻게 곽승재를 상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Magbasa pa

제929화

곽승재의 손아귀 힘은 절대 가볍지 않았고 그의 표정도 매우 차가웠다.잠을 잘 자지 못한 탓인지 분노로 가득 찬 그의 눈에는 뚜렷한 핏발이 서려 있었다.고은서는 잠시 멍해졌다.어젯밤의 희미한 장면들 속에서 그녀의 눈앞을 스쳤던 것도 이렇게 광적이고 핏빛이 감도는 눈이었던 것 같다“왜 말이 없어?”곽승재는 맹수처럼 그녀를 노려보았다.고은서는 턱이 마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알고 싶은 건 다 알았잖아. 내가 뭘 더 말해야 해?”“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저녁을 먹자고 한 게 날 함정에 빠뜨리고 여자를 침대에 보내려고 그랬던 거야?”곽승재는 어두워진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턱 통증은 완화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곽승재의 시선을 마주한 그녀의 눈동자가 떨렸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맞아.”“그래서 내가 다른 여자랑 잔 걸 알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거야?”고은서는 마음을 다잡고 냉소를 지었다.“아니면?”그녀의 대답에 곽승재의 안색은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그의 눈가에는 실망으로 가득 찼다. 고은서의 마음속에는 쓸쓸함이 차올랐다.곽현수에게 이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그녀는 이미 곽승재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만약 곽승재가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비슷한 일을 꾸몄다면 그녀 역시 충격을 쉽사리 떨칠 수 없었을 것이었다.“곽승재, 여러 번 말했잖아. 난 이미 너를 내려놓았다고. 이쯤이면 그만 믿을 때도 되지 않았어?”고은서는 불난 집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부었다.‘끝내려면 완전히 끝내야 해. 이러면 곽현수도 더 안심하겠지.’곽승재는 싸늘하게 웃었고 눈가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고은서까지 태워버릴 듯했다.“알았어. 고은서, 후회하지 마.”말을 마친 곽승재는 그녀를 내팽개친 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자리를 떴다.주위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제자리에 멈춰선 고은서는 머릿속도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고은서는 지친 몸을 이끌고
Magbasa pa

제930화

“은서야, 지금 곽승재 편을 든 거야?”박지연은 뒤늦게 반응하며 물었다.“육현석 말로는 엊그제 같이 곽승재를 만나러 갔었다며? 걔는 네가 아직도 곽승재한테 미련이 있다고 생각하더라. 아니다. 곽승재가 인플루언서와 호텔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니 미련은 없겠다.”박지연은 바로 스스로 부정했다.박지연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던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볼일 봐. 퇴근 후에 다시 얘기하자.”박지연은 알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고은서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지연아.”“왜?”고은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말하기 부끄러워 입을 열지 못했다.“아니야. 그냥 밖에 나간 지 오래된 것 같아서. 이제 시간 나면 우리 같이 놀러 가자.”“그게 다야? 깜짝 놀랐잖아.”박지연이 투덜댔다.“됐어. 가서 일해.”고은서는 전화를 끊고 동네 약국에서 긴급 피임약을 주문했다.비록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해 약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라고 해도 놓치는 것보다는 낫겠지. 예상치 못한 상황은 한 번으로 충분해.’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다른 약품들도 몇 가지 골랐다.약을 고르던 중 이미숙이 노크했다.“사모님, 배 안 고프세요? 뭐 좀 만들어 드릴까요?”고은서는 승낙했다.세수하고 간단히 식사를 마치니 고국성에게서 연락이 왔다.“오미나가 수술비와 위자료를 요구하며 돈만 주면 수술을 받을 거라고 하더구나.”‘그래도 약속은 지키네.’“은서야, 승재가 GS 그룹에서 쫓겨났다던데 사실이야?”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를 좋아하던 고국성은 곽승재의 상황을 알고 걱정했다.고은서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삼촌, 사실이든 아니든 저랑 다시는 곽승재를 찾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약속 어기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예요.”고국성은 그녀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약속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고국성은 고은서가 능력도 갖추고 오미나처럼 까다로운 사람도 해결했으니 이제 그녀의
Magbasa pa
PREV
1
...
899091929394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