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631 - Chapter 640
672 Chapters
제631화
영상이 찍힌 곳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기 때문이다.윤혜인이 설명했다.“호텔에 있는 패밀리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과 가까웠거든?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스태프가 화장실에 갔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고 통풍구를 통해 올라간 거야. 그러다 화끈한 장면을 보고 찍은 거지.”정말 단순한 우연이었다. 통풍구로 올라가는 건 호텔 스태프가 아니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 영상이 없다 해도 복도 CCTV 영상을 곽경천이 복구해 냈다. 그것으로도 윤혜인의 결백은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었다. 비록 임세희가 나오는 영상보다는 덜 흥미진진하겠지만 말이다.더 신기한 건 이 영상을 건네준 사람이 주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준혁도 봤다는 말이다.첫사랑이 이렇게 방탕하게 노는 걸 알았으니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윤혜인이 그 첫사랑을 이렇게 괴롭히는 데도 가만히 있는 걸 봐서는 첫사랑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윤혜인은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소원의 손을 잡으며 애교를 부렸다.“여기 전시 센터 꼭대기에 맛있는 훠궈집이 있대. 온천에서 반신욕도 할 수 있고. 우리 훠궈 먹고 마사지도 받으러 가자. 어때?”“그래.”멀지 않은 곳. 김성훈이 두 여자의 행복한 뒷모습을 보며 오버했다.“와, 나 이제 윤혜인 씨를 내 우상으로 삼으려고. 인간쓰레기를 치워버리는 방법이 아주 일품인데?”김성훈의 이준혁의 어깨를 툭 치며 비아냥댔다.“네 도움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실망한 거 아니지?”이준혁이 잠깐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자기를 보호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김성훈이 웃었다.“대범한 척하기는. 아까 진짜 일말의 걱정도 없었어?”“아니, 걱정 안 해.”이준혁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웃었다.“무슨 일이 있든 내가 지켜줄 거니까.”김성훈은 그런 이준혁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사랑에 빠진 이준혁이라니. 윤혜인 씨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해도 너는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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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치워!”소종이 그런 육경한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대표님, 이러면 안 돼요. 정말 더위라도 먹으면 심각해진다고요!”“괜찮아.”육경한의 얇은 입술은 어느새 말라서 터져 있었다.“나 괜찮아.”소종은 별수 없이 육경한과 같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한계가 왔다.바닥에 깔린 타일이 뜨거운 햇빛을 받아 뜨겁게 달궈진 상태였다. 바지를 입고 있어도 닿으면 델 정도로 뜨거웠다. 고기를 올리면 익을 것 같았다.소종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이따가 육경한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소종이 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렇게 또 3시간이 지났다.육경한의 얼굴은 빨갛던데로부터 하얗게 질렸고 허리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구부정해졌다.분명 8월 한여름이라 햇빛이 쨍쨍한데 육경한은 오한이 느껴졌다. 한기가 끝도 없이 몸으로 빨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추워도 너무 추웠다. 육경한은 자기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도 더위를 먹은 듯싶었다.더위가 심하지 않다면 버텨낼 수 있겠지만 더위를 심하게 먹거나 열사병이라도 걸리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목숨이 귀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소원이 돌아왔으니 죽는 게 아쉬워지는 육경한이었다.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꿈에서도 이날만을 그리며 5년을 버텼다. 지금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육경한은 뭔가 생각났는지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잭나이프를 꺼냈다. 그러고는 이내 푹하고 다리에 힘껏 찔러넣었다. 고통이 육경한의 의식을 잠시나마 돌아오게 했다.한 번 더 찌르려다 소종이 이를 발견하고 나이프를 낚아챘다.“대표님!”소종이 두려움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육경한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다리에 난 상처를 잡아 뜯으며 정신을 차리고 더 꿇어있으려 했다.다급해진 소종이 얼른 앰뷸런스를 불렀다.구급대가 도착했지만 육경한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다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렇게 천천히 굳어가고 있었다.소종이 무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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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저녁이 되자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육경한은 쏟아지는 비에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여기에 꿇어있은 지도 이제 7시간이 다 되었다.폭우를 맞고도 육경한은 좋아지지 않았다. 점점 머리가 무거웠고 목구멍에 뭐가 막힌 듯 숨쉬기도 힘들었다.숨을 들이쉴 때마다 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갔다. 육경한은 어깨를 들썩이며 빗속에서 계속 기침만 해댔다. 들숨과 함께 빗물이 다시 기도로 흘러 들어갔고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되었다.풉!육경한이 끝내 피를 한 웅큼 토해냈다. 하지만 그 피는 이내 비에 말끔히 씻겨나갔다. 입가에 묻은 피가 하얘진 입술과 비교되어 더 빨갛게 보였다.“대표님!”소종이 손에 들었던 우산을 내팽개치고는 휘청거리는 남자를 꼭 끌어안고 울먹거리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대표님, 제발 부탁드려요... 우리 병원에 좀 가요...”소종이 애타게 타일렀다. 정말 이 모든 걸 대신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소종은 육경한이 외국에서 구한 노숙자였다. 육경한을 만나기 전 그는 늘 사람들에게 맞기만 했는데 그 처지는 강아지보다도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신은 육경한이 소종의 등에 올라타 그를 구타한 양아치를 걷어찼다.그때 소종은 허리가 눌리는 바람에 바닥에 웅크린 채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런 소종을 향해 손을 내밀어주며 이렇게 물었다.“너 나 따라다니는 게 어때?”그날은 소종이 구원을 받은 날이자 새로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육경한은 소종에게 권투와 호신술을 도와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외국에서 같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소종은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다. 평생 이 남자에게만 충성하겠다고,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말이다.육경한의 꺼져가는 의식이 소종에 의해 다시 조금 돌아왔다. 그는 소종을 밀어내더니 마치 뭐에 씐 사람처럼 혼자 계속 중얼거렸다.“소원이 그랬어... 만족하면... 내게도... 기회를 준다고...”육경한이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목구멍은 유리 조각을 삼킨 듯 너무 아팠고 말할 때마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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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소원이 다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종이었다.구급차를 부르려는데 소종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다가왔다.“소원 씨, 저는 괜찮습니다.”소종에게서 선명한 혈흔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일 뿐이었다.거세게 내린 비가 완충 작용을 해줬는지 그렇게 심각하게 넘어지지는 않았다.소원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래도 검사는 해야죠. 일단은 신고하고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네요. 아니면 앞으로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소원 씨!”소종이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었다.“소원 씨,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찾아온 건 우리 대표님 좀 가서 봐주셨으면 해서입니다.”소원이 그런 소종을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종은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울먹이며 말했다.“소원 씨, 대표님 지금 8시간째 무릎 꿇고 계십니다. 점심에는 하마터면 더위를 먹을 뻔했는데 지금은 폭우까지 맞았어요. 아까는 피도 많이 토하셨고요. 저러다 정말 무슨 일 날 것 같습니다...”소종은 소원을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에 육경한의 비참한 상태를 최대한 과장해서 말해줬다.하지만 소원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이렇게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소종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고 싶었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한참 숨을 고른 소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소원 씨, 소원 씨가 내뱉은 한마디로 대표님은 계속 같은 자리에 꿇어 계십니다.”소원이 웃음을 터트렸다.“육 대표님이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하라면 하라는 대로 다 해요?”“...”“소원 씨, 대표님이 지난 5년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아세요?”소종이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은 업무를 보는 것 외에 매일 같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그 시체가 소원 씨인 줄 알고 늘 함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호흡기가 감염되어 심한 폐렴에 걸리셨죠. 그래서 가끔 각혈도 하시고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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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소종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육경한은 엄지를 다리에 난 상처에 깊숙이 찔러넣고 있었다. 상처는 이미 비를 맞아 하얗게 번져 있었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피만 아니었으면 산 사람이 아니라 시체라고 봐도 무방했다.육경한은 지금 의식이 완전 흐릿한 상태였다. 입술을 뻐끔거리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소종은 그의 입 모양을 따라 하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겨우 알아냈다.“소원아...”소종은 더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꿇어앉은 채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대표님, 죄송해요... 소원 씨를 아직 찾지 못했어요...”소종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사실을 얘기한다면 육경한의 몸으로 더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못 찾은 게 아니야...”육경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소종은 육경한이 직접 훈련한 사람이었기에 소원이 다시 나타난 이상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소종이 그에게 거짓말을 한 건 처음이었기에 육경한도 문제 삼지는 않았다. 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지지리도 못나게 웃어 보였다.“오기 싫다고 했지? 그렇지?”소종이 죄책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였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소원 씨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어요...”“소원이... 뭐래?”육경한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피가 새어 나왔다. 마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허약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거짓말하지 마. 나... 나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무슨 말... 소원이 무슨 말 했는데...”소종은 한 번 거짓말하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이미 들킨 상황에서 한 번 더 거짓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소종은 소원이 한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육경한에게 전했다.소원의 질문은 너무나 강력했다. 소종이 덤덤하게 전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말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원망이 느껴졌다.애초에 그 계약을 훔쳐서 바친 사람은 진아연이었지만 일부러 남겨둔 건 육경한이었다.만약 그때 소원의 뜻에 따라 그 계약만 잘 없앴어도 소원의 아버지는 그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았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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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밖에서 지키고 있던 소종이 간호사의 말에 넋을 잃었다.육경한은 평소에 몸을 아끼는 편은 아니었지만 폐렴 말고는 다른 질병이 없었다. 하지만 소원이 내뱉은 말에 생명이 위급한 상황까지 될 줄은 몰랐다.소종이 멍한 표정으로 간호사에게 물었다.“비서라도 사인이 가능한가요?”간호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사인하면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가족이 사인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대표님은 가족이 없습니다.”간호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결혼은요?”소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부모님은요?”“돌아가셨습니다.”간호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겉은 번지르르한 남자가 가족 하나 없다니. 저 정도 외모면 엄청나게 잘생겼는데 결혼을 못 하는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왜 대를 남길 생각을 못 했을까?간호사는 차트를 소종에게 건네주며 당부했다.“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옆에 사람이 없으면 안 돼요. 일단 사인하고 친척이나 꼭 와야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다 알리세요.”심부전은 급성질환이었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간호사도 혹시나 남은 사람들이 후회를 안고 살아갈까 봐 귀띔한 것이었다.수술실 문이 닫혔다. 소종은 손에 든 차트를 보고 심장이 벌렁거렸다.간호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꼭 와야 되는 사람이라...소종이 얼른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입력했다....문 빌리지.샤워를 마친 소원이 아무렇게나 가운을 걸치고는 맨발로 러그를 밟고 창가로 향했다. 창가엔 갓 개봉한 와인이 놓여 있었다.소원은 와인을 잔에 조금 따랐다. 빨갛게 번지는 와인과 야경이 어우러져 황홀하기 그지없었다.이 도시는 여전히 참 번화했다. 그녀의 거지 같은 삶과는 달리 너무 아름다웠다.소원은 와인을 한 모금 맛보더니 이내 한잔을 다 비웠다. 미각이 잃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시면 취기가 올라왔다.소원은 편한 환경에 있으면서 의식이 흐릿한 걸 좋아했다. 운이 좋으면 부모님이 아직 살아있는 듯한 환상이 보였다. 그러면 화목했던 장면들이 떠올라 이 거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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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소원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소 비서님, 육경한이 이 정도로 말 잘 듣는 사람인 거 알았으면 절대 꿇리지 않았을 거예요.”소종은 소원이 웃는 게 기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소원 씨, 저는 소원 씨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대표님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가족도 없고 서류에 사인할 사람도 없어서 그래요. 그리고 대표님이 지금 이 순간 누구를 제일 보고 싶어 하는지도 잘 알아요.”소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소 비서님, 소 비서님이야말로 내 말뜻을 오해했어요. 내 말은...”소원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 정도로 말 잘 듣는 줄 알았으면 바로 가서 죽으라고 했죠. 지옥에 가도 시원찮은데 죽으면 오히려 좋죠.”소종은 소원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로 육경한을 증오할 줄은 몰랐다.소원이 말을 이어갔다.“소 비서님, 동생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용서하라는 말이 나오는지? 무시한다고 매정한 건지?”소종은 반박할 수 없었다.소원의 말이 맞았다. 서로 입장이 다를 뿐이다. 육경한의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그런 육경한이 마음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만약 친한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용서는 개뿔 아마 당장이라도 가서 죽여버리고 싶을 것이다.소원은 듣고 싶지 않은 얘기가 자꾸 들려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하여 귀찮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다음부터 내가 듣고 싶지 않아 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라면 아마 육경한이 죽었다는 소식일 거예요.”뚝하는 소리와 함께 소원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세상이 왜 이 모양일까?육경한, 그녀에게 온갖 상처란 상처는 다 주고 한이 그룹을 파산하게 만들고 아버지를 핍박해 투신하게 하는 바람에 엄마까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육경한은 소원의 자존심을 짓밟았다.오해라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줄 수는 없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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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소원이 힘겨운 듯 이마를 짚으며 대답했다.“그래.”대답하는 목소리는 전보다 확연히 더 무거워졌다.서현재가 잠깐 침묵하더니 물었다.“누나, 유진이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요?”소원은 목구멍에 뭐가 걸린 듯 말이 나오지 않았고 가슴도 잔잔하게 아팠다.한참 지나서야 소원이 매정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아니.”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소원의 텅 빈 눈동자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원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모든 위장이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소원은 유진을 사랑하면서도 증오했다.소원은 어깨를 들썩이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채 힘없이 울기만 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안았지만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임세희와 이진영이 서로 물고 뜯는 영상이 유출되자 아니나 다를까 며칠간 검색어를 독점했다. 안에 든 내용이 너무 화끈했기 때문이다.이진영이 만났던 남자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죄다 유부남이었다. 그중에는 도덕의 한계를 벗어난 인물도 들어있어 팬들은 역겨움을 금치 못했다.이진영의 팬덤은 뿔뿔이 흩어졌고 팬카페는 문을 닫게 되었다. 이진영 본인도 모든 광고에서 내려지고 말았다.이진영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말고도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내야만 했다. 전에 벌어놓은 돈을 다 쏟아붓는다 해도 모자랐다.이어진 소식은 경찰이 이진영의 남편, 시누 엔터의 장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했다는 것이었다.그렇게 사건은 대반전을 이루었다.전에 곽아름이 다니는 유치원을 공격하던 광팬들도 경찰에 연행되었고 다른 팬들도 진심으로 반성하며 인터넷에 사과문을 올렸다.이런 행보에 윤혜인과 그녀의 작업실 ‘달밤’도 검색어에 올랐다.여러 큰 회사에서 협력 의향을 보였기에 업무량이 급증해 윤혜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보냈다.DS와 장기적으로 협력하던 고객들도 목표를 한국 본연의 미에 방점을 둔 ‘달밤’을 타깃으로 돌렸다.임세희는 DS 디자인 작업실의 이사로서 큰 잘못을 저지르다 보니 회사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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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전화로도 윤혜인은 원지민의 말투가 매우 오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윤혜인이 내연녀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순간 윤혜인은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아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원지민이 이준혁의 약혼녀라고? 윤혜인은 정말 모르는 일이었다.‘그럼 전에 쫓아다니면서 했던 말은 다 뭐지? 도대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윤혜인은 이준혁이 정말 쓰레기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침착하게 대답했다.“미안해요. 당신이 이준혁 씨 약혼녀인 줄은 몰랐네요. 앞으로 다시 전화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윤혜인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사과했다. 잘못한 게 없으니 주눅이 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절대 이준혁과 엮일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엮이게 된 것도 윤혜인이 아니라 이준혁이 일방적으로 쫓아다녀서 그렇게 된 일이었다.여러 가지 상황으로 비추어 보아도 이준혁은 쓰레기임이 틀림없었다.“윤혜인 씨, 이런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인터넷만 하면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전에 났던 기사 못 봤나요?”원지민은 일부러 기사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인터넷에서 이준혁과 관련된 기사는 거의 사라지고 없었지만 인터넷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건 없었기에 조금만 깊이 파보면 원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 곧 희소식이 있을 거라는 기사를 찾아낼 수는 있었다.기사가 실제로 있으니 이준혁이 직접 윤혜인에게 해명한다고 해도 원지민은 무서울 게 없었다. 이런 일은 해명하면 해명할수록 점점 더 이상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그리고 백 퍼센트 거짓말한 건 아니었다. 지금이 아니라도 두 사람은 언젠가 결혼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오랫동안 계획해 왔고 모든 준비가 끝났는데 갑자기 윤혜인이라는 여자가 튀어나온 것이다.임세희가 함정을 잘 파놓았으니 윤혜인을 충분히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윤혜인을 건드리기도 전에 임세희가 먼저 나락으로 가고 말았다.그러니 원지민도 먼저 자신을 드러내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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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윤혜인은 갑자기 생각을 바꾼 곽아름이 이상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기분은 원래 빨리 해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세 사람이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려는데 배남준이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들고 걸어왔다. 포장지에는 공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삼촌!”곽아름이 그쪽으로 달려가 안겼다. 며칠 전 배남준에게 말한 신상 인형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구했을 줄은 몰랐다.배남준은 외출하려는 세 사람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어디 나가려고?”인형을 받고 신난 곽아름이 먼저 대답했다.“삼촌, 아름이랑 엄마랑 놀이공원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아름이 삼촌이랑 같이 가고 싶어?”배남준이 쪼그리고 앉아 부드럽게 물었다.“네, 같이 가요! 삼촌.”배남준이 고개를 들어 윤혜인을 바라봤다.그날 배남준이 윤혜인에게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윤혜인은 지금까지 답을 하지 않았기에 조금 민망한 상태였다. 하여 얼른 이렇게 말했다.“아름아, 삼촌 오늘 바쁘대.”“그래요? 그럼 같이 안 가도 돼요.”곽아름은 딱히 슬퍼하지는 않았다. 사실 곽아름에게 배남준은 곽경천과 같은 존재였다.배남준이 몸을 일으키더니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사실 오늘 나 안 바쁜데.”윤혜인이 멈칫했다.“같이 가도 될까?”배남준이 다시 물었다.최근 몇 년간 학술 연구에만 매진했지 여자에게 먼저 다가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되죠. 근데 아름이가 얌전한 편은 아니라서 혹시나 귀찮게 할까 봐...”“귀찮지 않아. 나는 아름이랑 같이 있는 거 좋아해.”이에 외출은 세 사람에서 네 사람으로 바뀌었다.홍 아줌마도 윤혜인과 배남준을 이어줄 생각이었다. 하여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된 놀이기구는 선뜻 곽아름과 같이 타겠다고 나섰다.윤혜인과 배남준은 밖에서 조용히 곽아름이 노는 걸 지켜봤다.“그날...”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고 오디오가 겹쳤다.배남준이 부드럽게 말했다.“먼저 말해.”“미안해요. 남준 오빠. 그날 사귄다고 인정한 건 그 사람한테 보여주느라 일부러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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