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35화

소종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육경한은 엄지를 다리에 난 상처에 깊숙이 찔러넣고 있었다. 상처는 이미 비를 맞아 하얗게 번져 있었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피만 아니었으면 산 사람이 아니라 시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육경한은 지금 의식이 완전 흐릿한 상태였다. 입술을 뻐끔거리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소종은 그의 입 모양을 따라 하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겨우 알아냈다.

“소원아...”

소종은 더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꿇어앉은 채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대표님, 죄송해요... 소원 씨를 아직 찾지 못했어요...”

소종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사실을 얘기한다면 육경한의 몸으로 더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못 찾은 게 아니야...”

육경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소종은 육경한이 직접 훈련한 사람이었기에 소원이 다시 나타난 이상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소종이 그에게 거짓말을 한 건 처음이었기에 육경한도 문제 삼지는 않았다. 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지지리도 못나게 웃어 보였다.

“오기 싫다고 했지? 그렇지?”

소종이 죄책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였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소원 씨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어요...”

“소원이... 뭐래?”

육경한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피가 새어 나왔다. 마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허약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거짓말하지 마. 나... 나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무슨 말... 소원이 무슨 말 했는데...”

소종은 한 번 거짓말하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이미 들킨 상황에서 한 번 더 거짓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종은 소원이 한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육경한에게 전했다.

소원의 질문은 너무나 강력했다. 소종이 덤덤하게 전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말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원망이 느껴졌다.

애초에 그 계약을 훔쳐서 바친 사람은 진아연이었지만 일부러 남겨둔 건 육경한이었다.

만약 그때 소원의 뜻에 따라 그 계약만 잘 없앴어도 소원의 아버지는 그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았을 것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