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친절하게 방유설의 할머니를 기다렸다.할머니는 조우현의 손을 잡고 팔을 따라 위로 쓰다듬었다. 의외로 조우현은 할머니의 손길에 순순히 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미숙은 속으로 생각했다.‘과연 잘생기고 멋진 청년이야. 키도 훤칠하지, 얼굴도 귀티나지, 옷차림새까지 너무 훌륭하잖아. 유설 씨는 무슨 복이 터져서 이런 남자를 만났대?’할머니는 얼굴까지 찬찬히 만져보고는 연신 감탄했다.“유설이 말한 대로 잘생겼구나. 얼굴이 정말 반듯하고 예쁘네.”할머니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이었지만 그 순간만은 반짝이는 은하수가 담긴 듯했다. 그녀는 조우현에게 집에 들어와 잠시 앉아 쉬어 가라고 청했다.방유설은 서둘러 말했다.“할머니, 이 사람 바빠요.”그런데 뜻밖에도 조우현은 아무 말 없이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로 갔다.방유설은 안절부절못하며 뒤를 따라가 속삭이듯 말했다.“우현 씨,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그러자 할머니가 웃으며 답했다.“뭐가 필요 없어? 우현이는 우리 식구야. 지금 돌아왔으니 내가 살아 있을 때 너희 결혼부터 시켜야지.”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조우현 쪽으로 고개를 들며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냄새만으로도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유설은 피할 곳이 없었다.그녀는 조우현의 얼굴을 볼 용기도, 방금 할머니의 말을 들었을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자신도 없었다.옆에 있던 김미숙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할머니를 대신하여 잘 살펴봤는데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할머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생각했다.‘정말 잘됐다. 우리 유설이가 고생 끝에 이렇게 든든한 사람을 만나다니.'...아파트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세간살이를 보니 전세인 듯했다. 집주인이 남겨둔 물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조우현은 무심히 물었다.“집은 왜 안 샀어?”방유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번 돈은 다 저축해놨어. 손에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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