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혼은 절대 안돼 / 챕터 1421 - 챕터 1430

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421 - 챕터 1430

1465 챕터

제1421화

방유설은 멍하니 서 있었다.한참 동안 그녀는 반응하지 못했다. 조우현이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고 혹시 그가 자신이 섹시한 옷만 입은 걸 좋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방유설은 서둘러 식기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갈아입고 올게.”“갈아입어.”조우현의 목소리는 낮고 어두웠으며 알 수 없는 음울함이 묻어 있었다.방유설은 침실 드레스룸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갔다. 조우현이 이곳을 3개월간 빌렸기에 방유설은 종종 그를 시중들기 위해 이곳에 왔고 따라서 몇 벌의 옷도 가져다 두었다. 지금 조우현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기에 그녀는 입고 있던 꽃무늬 원피스를 벗고 검은색 오프숄더 미니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그러나 옷을 갈아입은 방유설은 갑자기 멈칫했다.곧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담배 한 대가 간절했다. 그래야만 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그렇다, 담배가 필요했다!방유설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옷장에 기대어 탐욕스럽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니코틴이 폐에 들어가니 좀 진정됐지만 몸은 계속 떨렸다.드레스룸 문 앞에서 조우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왜 이런 옷을 입었어? 유설아, 너...”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방유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 모습은 그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방유설이 불량소녀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고 돈다발을 들고 사랑을 팔던 추악한 모습을.고개를 든 방유설은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그녀는 조우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그 장면을 잊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실 조우현뿐만 아니라 방유설에게도 그 순간은 생애 가장 거센 폭우였다.방유설의 눈에는 환멸감이 서렸고 몸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문 앞에 서 있는 젊은 남자는 풍채가 좋고 잘생겼지만 그녀는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여전히 그때 그 시절 구타당해 정신을 잃었던 시궁창 쥐와 같은 존재였다. 조우현을 보면서 방
더 보기

제1422화

방유설은 진심을 바랐지만 조우현의 진심은 단 한 번뿐이었다.그는 그들의 관계가 단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관계임을 분명히 했고 그녀가 감당할 수 없다면 당장 떠나라고 했다.방유설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대화는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였기에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조우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다른 걸 원해?”검은색 레인지로버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차창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렇게 몇 번 가로등을 지나고 나서야 조우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말했잖아. 우리는 그냥 자는 사이라고.”“알아.”방유설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후 고개를 돌려 차창 밖 야경을 바라보았다. 차 안은 조용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은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앞쪽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자 차는 천천히 멈춰 섰다. 방유설이 앞쪽 도로 상황을 살피려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조우현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잠깐 잡았다가 놨지만 따뜻하고 힘 있는 손길이었다.방유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신호가 바뀌어 파란불이 켜지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우현 씨?”하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액셀을 밟았고 검은색 차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그들의 떳떳하지 못한 관계처럼...방유설은 더 이상 물어볼 용기와 체면이 없었다.30분 후, 조우현은 방유설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녀는 오늘 작별인사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할머니가 한밤중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김미숙은 휠체어를 밀고 있었는데 두툼한 담요로 할머니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할머니는 앞을 보지 못했지만 후각이 예민했다. 그녀는 방유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냄새를 맡았다.“유설이 왔구나.”방유설은 코트도 걸치지 않고 휠체어 옆으로 달려가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의 두 손을 감싸 쥐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렇게 추운데 밖에 있어요?”김미숙이 대신 대답했다.“할머니께서 잠
더 보기

제1423화

그는 친절하게 방유설의 할머니를 기다렸다.할머니는 조우현의 손을 잡고 팔을 따라 위로 쓰다듬었다. 의외로 조우현은 할머니의 손길에 순순히 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미숙은 속으로 생각했다.‘과연 잘생기고 멋진 청년이야. 키도 훤칠하지, 얼굴도 귀티나지, 옷차림새까지 너무 훌륭하잖아. 유설 씨는 무슨 복이 터져서 이런 남자를 만났대?’할머니는 얼굴까지 찬찬히 만져보고는 연신 감탄했다.“유설이 말한 대로 잘생겼구나. 얼굴이 정말 반듯하고 예쁘네.”할머니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이었지만 그 순간만은 반짝이는 은하수가 담긴 듯했다. 그녀는 조우현에게 집에 들어와 잠시 앉아 쉬어 가라고 청했다.방유설은 서둘러 말했다.“할머니, 이 사람 바빠요.”그런데 뜻밖에도 조우현은 아무 말 없이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로 갔다.방유설은 안절부절못하며 뒤를 따라가 속삭이듯 말했다.“우현 씨,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그러자 할머니가 웃으며 답했다.“뭐가 필요 없어? 우현이는 우리 식구야. 지금 돌아왔으니 내가 살아 있을 때 너희 결혼부터 시켜야지.”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조우현 쪽으로 고개를 들며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냄새만으로도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유설은 피할 곳이 없었다.그녀는 조우현의 얼굴을 볼 용기도, 방금 할머니의 말을 들었을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자신도 없었다.옆에 있던 김미숙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할머니를 대신하여 잘 살펴봤는데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할머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생각했다.‘정말 잘됐다. 우리 유설이가 고생 끝에 이렇게 든든한 사람을 만나다니.'...아파트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세간살이를 보니 전세인 듯했다. 집주인이 남겨둔 물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조우현은 무심히 물었다.“집은 왜 안 샀어?”방유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번 돈은 다 저축해놨어. 손에 돈이
더 보기

제1424화

고요한 밤, 조우현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신이 과연 방유설을 용서할 수 있을까?용서하고 그녀와 다시 시작해서 평생 함께할 수 있을까?그는 그럴 수 없었다.그녀의 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건 독 안에 숨겨진 사탕일 뿐이었다. 비록 아직 그녀에게 감정이 남아 있지만 그런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아내가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 그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내와 아이에게 쏟을 것이고 방유설에 대한 집착은 점차 사라질 것이니까.그러나 조우현의 마음은 흔들렸다. 더 이상 차갑고 냉정하지 않았다....일주일 후, 방유설은 현신기술의 광고 촬영에 임했다.박도원은 방유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친절했다. 아마 매니저의 말을 들었는지 박도원은 방유설과 촬영하는 동안 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조우현은 여전히 너무 가깝다고 느꼈다.수없이 NG가 났고 감독은 거의 멘붕 상태였다.단순한 제품 광고에 현신기술의 대표가 직접 감독하러 온 건가 싶어 의아해했지만 금세 눈치를 챘다. 조우현이 방유설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감독은 방유설에게 꽤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고 이전처럼 여배우들에게 소리치는 일은 없었다...원래 반나절이면 끝날 촬영이었지만 결국 하루 종일 끌었다.촬영을 마친 박도원은 예의 바르고 깔끔하게 인사하며 방유설과 단순한 직장 동료처럼 행동했다.조우현은 방유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주차장에서 기다릴게. 화장 지우고 바로 와. 너무 늦지 않게.”방유설은 그가 자신과 다른 남자가 접촉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조우현이 떠난 후, 박도원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예전에 아는 사이였어요?”방유설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랐다. 박도원이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박도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그랬군요. 조 대표님께서는 연예계 인사들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분이신데 방유설 씨를 특별히 대하는 걸 보니
더 보기

제1425화

조우현은 고개를 돌려 깊고 복잡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너는? 왜 담배를 피우는 거야?”방유설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도 이제 안 피울 거야.”하지만 조우현은 믿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개의치 않았는지도 모른다. 재회 이후 진정으로 마음을 쓰는 사람은 오직 방유설뿐이었다.조우현은 말을 마치고 액셀을 밟았다.방유설은 그가 자신을 호텔로 데려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조우현은 회사 근처의 고급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약 70평 정도 되는 넓은 공간은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다.방유설은 현관에서 머뭇거리며 들어가지 않았다.조우현은 신발을 갈아 신고 나서 방유설이 보이지 않자 뒤돌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는 여기서 만나. 네가 끓인 죽이 맛있더라. 아주머니한테 재료를 사 오라고 했으니 다 되면 불러.”방유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이곳은 그가 자신들과의 만남을 위해 준비한 장소였다. 앞으로 그들은 더 이상 호텔 스위트룸에서 만나지 않을 것이고 그저 가자마자 침대에 눕고 그에게 지배당하는 그런 만남도 아닐 것이다. 대신...그녀는 속으로 이곳을 몰래 그들만의 집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넓었지만 침실은 하나뿐이었고 헬스장과 서재가 딸려 있었다. 거실에서 방유설은 조우현이 침실로 들어가 코트와 스웨터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침대에 눕는 것을 보았다.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방유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가 왜 그렇게 피곤한 상태에서도 자신을 만나러 오고 촬영장까지 찾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편엔 은밀한 기쁨이 피어올랐다. 이전과는 다른 그의 행동에 대한 설렘이었다.그녀는 코트를 벗고 깔끔한 앞치마를 두르면서 서서히 주방으로 향했다.서양식 주방에 서 있는 자신이 마치 이 집의 여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물 죽과 더불어 간단한 볶음 요리 두 가지
더 보기

제1426화

그런 말을 방유설이 어떻게 입 밖으로 낼 수 있겠는가?그녀는 감히 조우현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작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잖아.”조우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키스하려 했고 그녀는 몇 번 피하려 했지만 결국 피하지 못했다.남자는 결국 뜻을 이루었다.한창 혈기왕성한 남자는 정말 무서웠다. 방유설은 내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안쓰러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조우현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기이한 빛이 감돌았고 재회 이후 이번 만남이 가장 부드럽고 다정했다.일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껴안았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한참 후에야 방유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일어나서 씻어. 내가 죽 좀 떠다 줄게... 방금 했으니 기력을 보충해야지.”조우현은 그윽한 눈으로 말했다.“집착한 건 너잖아.”방유설은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언제.”뜻밖에도 조우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밝고 시원스럽게 웃는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방유설은 넋을 잃고 바라보다 자신의 처지도 잊었다. 조우현은 이불 속에서 그녀를 껴안고 있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자 다시 이성을 잃고 한 번 더 관계를 가졌다.한 시간 후,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식사실에서 마주 앉아 식사했다.밝은 불빛 아래, 조우현은 예전처럼 강압적이지 않았다. 방유설은 기분이 좋았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두 사람 사이엔 친밀함이 가득했다. 특히 저녁 식사 후 조우현이 소파에 기대어 TV를 보면서 무심히 던진 한마디는 그녀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괜찮으면 여기서 자고 가.”방유설은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있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몸은 뻣뻣해졌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당신은? 돌아가?”조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방유설은 참지 못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조우현은 샤워 후 검은색
더 보기

제1427화

방유설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여자는 그녀의 손에 들린 꽃을 받아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돌려 조우현에게 즐겁게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도라지꽃이네. 우현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여자의 태도가 스스럼없는 것으로 보아 조우현과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방유설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용기도, 체면도 없었고 1초라도 더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꽃은 전달했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여자는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미소 지었다. 매우 달콤한 미소였다.방유설은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엘리베이터 안에서야 그녀의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이곳에 새로운 안주인이 생길 것이고 자신은 더 이상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의 붉은 숫자는 계속해서 내려갔다.곧 1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방유설은 나가려고 했지만 단단한 몸에 가로막혔다. 그 옷은 매우 익숙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조우현이었다.여자친구와 함께 있어야 할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조우현은 문 앞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차로 가서 이야기하자.”방유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초 동안 서 있었다. 몇 걸음 걸어간 남자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지만 다리는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오늘 조우현은 하늘색 롤스로이스 팬텀을 몰고 왔다. 방유설은 그 여자가 이 색을 좋아해서 조우현이 맞춰준 것이라고 생각했다.차에 오른 후에도 방유설은 계속 말이 없었다.조우현은 자리에 앉은 후, 수납함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창문을 내렸다. 옅은 회색 연기가 그의 얇은 입술에서 뿜어져 나와 차 안에 퍼졌다. 차 안은 매우 조용했다.한참 후, 조우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략결혼
더 보기

제1428화

박도원은 여행 중인 듯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 크고 잘생긴 남자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1호 차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방유설은 계란 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지원받는 학생의 부모가 준 것이었다.그녀의 옷차림도 평소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평범한 스웨터에 흰 운동화를 신고 어깨까지 오는 생머리로 자른 모습은 매우 청순해 보였다.박도원은 한참 동안 그녀를 살펴보더니 조용히 물었다.“산속에 가서 어려운 학생들 돕고 왔어요?”방유설은 고개를 끄덕였다.연예계에서 사람들과 교류가 없던 그녀는 박도원과도 굳이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쉬려고 했으나 뜻밖에도 박도원은 평소보다 친근하게 굴었다.그는 방유설의 검은 생머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연예계 은퇴할 생각이에요?”방유설은 부정하지 않았다. 아직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아 있었지만 계약이 끝나면 정말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다. 작은 도시에 자그마한 집을 사고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서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 생각이었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박도원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말했다.“그럼 나중에 주소 알려주세요.”방유설: “...”그녀는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박도원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녀는 그의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동료애가 아닌 남녀 간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거절하기 어려웠다.두 시간 동안의 KTX 여정 동안 박도원은 한숨도 자지 않았다.오히려 방유설은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달게 잠든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박도원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창밖 풍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곧 다시 방유설을 흘끗 쳐다보았다...산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B시로 돌아온 방유설은 도시의 번화함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가 따로 사람을 불러 자신을 데리러 오게 하지 않은 대신 박도원의 미니밴이 그녀를 데리러 왔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타요. 어차피 같은 방향이라서요.”선배
더 보기

제1429화

레스토랑 안의 분위기는 미묘했다.방유설은 사실 박도원과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박도원과 친구 사이였던 그녀는 그의 어머니가 일부러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상황에서 부정한다면 박도원의 체면을 상하게 하여 친구를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방유설에게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았다.더군다나 조우현에게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어 그녀가 부정한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방유설은 이미 조우현을 포기하고 있었다.내려놓는 것이 아닌 포기였다.밝은 조명 아래 방유설의 작은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 남자 친구 생겼어요. 박도원이라고 아마 조 대표님께서도 아실 거예요.”조우현의 시선이 박도원과 그의 어머니를 향했다.그의 표정은 담담하고 조용했다.그의 신분으로 상대에게 예의 차릴 필요는 없었다.하물며 방유설의 남자 친구이니 말이다.조우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광고 촬영하면서 정들었나?”방유설의 얼굴은 더 창백해졌다.그녀가 박도원과 광고를 찍을 당시 조우현과 사귀고 있었지만 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어차피 조우현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이미 거짓말쟁이였으니 부정하더라도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의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조우현의 눈빛이 더 가라앉았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예약한 자리에 앉아 조은희를 보며 말했다.“와서 앉지 않고 뭐해? 누구한테 문자 보내는 거야?”조은희가 머뭇거리며 다가가다 방유설 옆을 지나치며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일러주었다.“우리 가족들 전부가 방유설 씨를 알고 있어요. 오빠가 유설 씨 때문에 두 번이나 이상한 모습을 보였거든요. 아빠가 이안 언니 병원에서 진료까지 잡았잖아요.”방유설은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이때 박도원의 어머니도 상황 파악을 끝낸 듯했다.‘내 아들이 평범치 않은 사람의 연인을 가로챘구나.’그녀는 순간 아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큰일 날까 걱정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박도원이 어려서부
더 보기

제1430화

조우현이 불쾌함을 느끼고 있을 때 조은희가 작은 디저트 접시를 그의 앞에 밀며 말했다.“오빠, 단 거 좀 먹고 기분 풀어. 앞으로 이런 기분 자주 느낄 테니까. 저 박도원이라는 사람 괜찮아 보이던데? 예전에 저 사람이 나온 드라마도 봤었는데 실물이 화면보다 더 낫네.”조롱섞인 동생의 말을 참을 조우현이 아니었다.조우현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조은희는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 그만할게. 하지만 정말 미련 남았으면 다시 잡으면 되잖아.”조우현은 식전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맛을 잠시 음미한 후 담담히 말했다.“미련 같은 건 없어. 우리 사이에 미래도 없을 거고.”조은희는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거짓말하며 센 척하는 사람은 결국 밤에 혼자 울게 되어 있지. 마치... 누구지?’조은희는 잠시 멍해졌다.한편 방유설은 박도원 모자와 함께 한 시간 후 식당을 떠났다.떠나기 전 방유설은 조우현에게 인사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구희진이 멀리서 왔기에 방유설은 그녀와 함께 쇼핑몰을 누비며 시간을 보냈다.사실 구희진도 속으로 생각이 정리되어 있었다.‘이 처녀가 우리 아들 곁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예의 하나는 바르네. 적당히 분위기도 맞출 줄 알고...’방유설이 마음에 들었던 구희진은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기로 했다.방유설은 구희진에게 캐시미어 목도리 하나를 사주었다.구희진에게 목도리를 둘러줄 때 그녀는 구희진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동시에 고단하게 살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도 떠올랐다.방유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구희진은 이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사전에 박도원에게서 방유설에게 가족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구희진은 모성애로 가득 찬 마음으로 방유설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도원이랑 함께한다면 이제 유설 씨한테도 가족이 생기는 거예요. 하지만 도원이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유설 씨는 충분히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
더 보기
이전
1
...
141142143144145
...
147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