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Bab 1201 - Bab 1210

1223 Bab

제1201화

배준석이 돌아왔다.용성시에서 돌아온 뒤로 배준석은 이유영 곁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한때 배준석은 마음에 품은 여인을 둘러싸고 이유영과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검진을 마친 뒤, 배준석이 말했다.“회복은 잘 되고 있지만 수술 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시력을 수술로 되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배준석의 말에는 단순한 의학적 조언을 넘어선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그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듯한 씁쓸함이 배어 있었고 이유영은 그 속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배준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당연히 잘 관리해야죠.”이유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번 생에 겪었던 고통은 특히 더 절망적이었는데 전생의 수천 배는 될 터였다.아이가 없을 때에 비해 아이가 있을 때 느끼는 고통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커가는 아이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힘겹게 되찾은 시력인 만큼 더 소중히 여기며 관리해야 했다.“이유영 씨.”“네?”“그 사람한테 이제 아무 관심도 없는 거예요?”배준석은 깊은 눈빛으로 이유영에게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졌다.이유영은 고개를 돌렸다.배준석이 누구를 말하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배준석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이유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제가 그 사람한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그 말투에는 단호함보다 차가움이 앞섰다.강이한의 이름만 나와도 이유영의 말투는 도저히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차가워진다.배준석은 한 여자가 이렇게까지 차가워질 수 있음에 놀라며 물었다.“서주에서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알고 싶지도 않은데 어떻게 관심을 가져요?”배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의 차가운 말이 그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배준석은 순간 말을 잃고 멍한 표정으로 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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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배준석은 이유영이 어떤 밤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그 사람이 말한 거예요?”“이유영 씨!”“그 사람이 배준석 씨한테 아이를 없애 달라고 했어요?”배준석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아이 문제는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서 가장 깊고 아픈 상처였기에 그 이야기가 나오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만큼 아팠다.“유영 씨.”배준석은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 말하려 하다 끝내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보며 배준석은 이미 알 것도 같았다.한때 온화하기만 했던 이 여자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변해버렸는지를.“그런데도 제가 그 사람을 계속 궁금해해야 하고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이유영은 강이한과 관련된 것들이라면 그녀의 인생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강이한은 서주에서 사라졌고 지금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많은 이들이 그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이유영은 속이 후련했다.강이한이 사라지고 나서 비로소 이유영의 인생이 안정된 것만 같았다.“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해도...”“준석 씨, 설마 그 사람이 저를 사랑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죠?”이유영은 그의 말을 무정하게 잘라 버렸고 배준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유영이 말한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 차갑고 아프게 들려왔다.“연서, 알고 있죠?”배준석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이유영은 그 침묵에서 알 수 있었다.연서가 강이한에게 어떤 존재인지, 사실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 한지음보다도 더 중요한 존재로 기억되고 있었다.결국 그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속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도 그 사람이 저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사랑이라는 말은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서 참 무거운 단어였다.그렇게 숱한 일을 겪고서 이제야 이유영을 사랑했다고 말하는 건 너무도 아이러니한 일이었다.어둠 속에서 살게 된 강이한을 떠올리며 배준석은 문득 이유영이 너무 무정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강이한은 서주에서 사라졌고 그가 어딨는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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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배준석이 떠나기 전, 그는 이유영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남겼다.“그 사람이 유영 씨를 위해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이유영은 배준석의 질문에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사람과 저 사이에 이제 용서하고 말고는 없어요. 그저 남이 되어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뿐이죠.”그 말을 내뱉은 후, 이유영은 어둑한 방 안에 앉아 쓴웃음을 흘렸다.“흥!”‘나를 위해 뭘 했는데?’‘강이한이 나를 위해 도대체 뭘 할 수 있는데?’강이한이 해왔던 모든 일은 결국 연서와 관련된 것뿐이었고 그렇게 연서라는 존재는 이유영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들 사이에 쌓인 모든 순간은 언제나 다른 여자인 연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이유영을 위해서라면 강이한이 무슨 짓이든 할 거라던 배준석의 말을 되새기며 입가에 다시 한 번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유영을 위해 했다는 강이한의 모든 행동은 그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에 지나지 않았다....그날 오후, 이유영은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그 사이 바깥세상은 요란하게 술렁였다. 이유영이 엔데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과 만났다는 소식이 퍼져 나간 것이다.상류 사회는 단숨에 떠들썩해졌고 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과 혼인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하지만 그 결혼 상대는 예상밖의 인물이었고 함께 전해진 소식으로는 엔데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것이었다.완전히 회복이라니, 그는 애초부터 바보였던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그 시각, 풍산 그룹의 서재에서 박연준이 분노에 찬 손으로 휴대폰을 책상에 내리쳤다.“쾅!”남자의 눈빛은 한겨울 밤처럼 짙고 어두웠다.문기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그 셋째 도련님이 설마...”말끝을 흐린 채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박연준은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흥!”박연준의 기운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그 안엔 억눌린 분노가 또렷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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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였다.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바보로 지내던 엔데스 셋째 도련님이 갑자기 회복을 선언하면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결코 단순한 바보 연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다. 현우가 돌아왔을 때, 그의 눈빛은 전보다 깊고 낯설었다.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소은지는 조용히 다가가 그의 코트를 받아서 들었다.“엔데스 명우는 지금 어디 있어요?”소은지의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엔데스 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고 눈빛이 한층 더 짙어졌다.“다 알고 있었어요?”“네.”모를 수가 없는 행보였다.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였기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지의 마음은 내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은지 씨.”“네.”현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침묵했다.그 조용한 틈 속에 퍼지는 묘한 기운이 오히려 소은지의 마음을 더 흔들었다.“왜 그래요?”현우가 물었다.“셋째 형님이 지금 이 타이밍에 갑자기 회복을 선언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소은지는 짧게 대답했다.“처음부터 바보가 아니었겠죠.”지금 엔데스 가문 사람들 모두 그렇게 믿고 있었다.현우가 피식 웃었고 그 웃음에 소은지는 괜스레 심장이 내려앉았다.“왜 웃어요?”“은지 씨 말이 맞아요. 애초에 바보가 아니었어요.”“그럼 지금 이 상황은...”소은지는 말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 한켠에서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만약 엔데스 신우가 처음부터 멀쩡한 사람이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은 근본부터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모든 것이 혼란스러웠고 누구도 섣불리 단정 내릴 수 없는 국면이었다.“이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요, 네?”현우는 소은지의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고 대신 그녀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듯 부드러운 눈빛을 건넸다.그 시선에 소은지의 마음은 잠시 흔들렸지만 곧 평정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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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두 사람은 밖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은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반산월조차 절대 포기하지 않을 모양이었다.간신히 정리한 일인데 벌써 또 시작되고 있었다....지금의 엔데스 가문은 평온한 날이 없었다. 그것이 정국진이 무슨 일이 있어도 엔데스 가문과 얽히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한편 백산 별장에서 임소미는 이유영의 저녁으로 싱거운 음식들을 정성껏 준비해 두었다.그런데 저녁 무렵, 이유영은 밥도 먹지 않고 외출하기로 한 것이다.“어디 가는데?”“친구가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해서요.”“아, 그래?”임소미는 이유영이 밖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삶에 큰 변화를 겪었던 이유영이기에 이럴 때일수록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계속 자책하며 혼자 괴로워할 필요는 없었다.이유영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정국진은 2층에서 조용히 내려왔다.여진우는 오후에 들렀다가 금세 나가야 했기에 저녁 식사는 하지 않을 듯했다.정국진과 임소미, 두 사람은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강이한 일, 아는 사람 별로 없죠?”임소미가 조심스레 물었다.“걱정 말아요. 파리 쪽엔 아는 사람 없어요.”강이한이 각막을 이식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그는 임소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절대 알면 안 될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정국진은 조용히 브로콜리를 임소미의 접시에 덜어주며 말했다.“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니까.”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결국 어느 순간엔가 드러나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그래도 걱정돼요.”임소미는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강이한이 이곳을 여러 번 찾아왔을 때, 아이를 바라보던 그의 쓸쓸한 눈빛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려왔다.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유영에게 저질렀던 일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유영이가 이 사실을 평생 몰랐으면 좋겠어요.”임소미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자신의 아이가 상처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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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본인도 연우 씨에 대해 잘 몰랐던 것 아닌가?’이유영은 눈을 피하며 말했다.“연우 씨가 돌아오면 잘 좀 얘기해줘요. 전 남의 남자 뺏는 그런 여우 같은 여자 아니니까.”김연우가 오해할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무서웠다.서재욱은 웃음을 터뜨렸다.“확실해요? 괜히 유영 씨 감싸려다 오히려 불똥만 더 튀는 거 아닐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유영은 눈을 부릅떴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이 장난치는 줄로만 여겼다. 서재욱의 미소는 여유가 있었고 여느 때처럼 매혹적이었다.“애초에 이런 자리에 함께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이유영은 작게 중얼거렸다. 원래 이런 자리에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김연우가 자신 때문에 도망쳤다는 사실에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그저 출산 전까지는 서재욱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두 사람의 춤은 보기 좋게 어우러졌다.이유영의 작은 체구는 오히려 춤을 출 때 더한 매력을 발했고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끌었다.그때 서재욱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오늘... 셋째 도련님 만났어요?”“어떻게 알았어요?”이유영은 당황했다. 오후 내내 백산 별장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서재욱의 갑작스러운 말은 그녀 안의 무언가를 터질 듯 흔들어놓았다.“몰랐어요?”서재욱이 되물었다.“뭘 말하는 거예요?”‘도대체 뭘 알아야 한다는 거야?’파리는 현재 어느 때보다 불안정했고 예측 불가능한 소문들이 만무했기에 굳이 새삼스럽게 소문에 대해 말하는 거라면 알 필요도 없었다.“지금 떠도는 소문으로 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과 혼인을 추진 중이래요. 상대는 엔데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고요.”“소문이 그렇게 퍼졌다고요?”이유영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진 걸까?’셋째 도련님을 만나러 갔을 때, 그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지혁조차 집 안으로 들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소문이 퍼진 거지?’“셋째 도련님이 회복을 선언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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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파리는 이유영과 엔데스 신우 사이의 일로 들썩였다. 그리고 지금 서재욱은 이유영의 아이까지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거기에 박연준까지 얽혀 있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파티장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서재욱이 물었다.“이 정도면 연우가 나타날 만하지 않겠어요?”오늘 저녁 내내 서재욱과 함께하며 두 사람은 보기에도 제법 잘 어울렸고 주변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이유영은 의심스러웠다.‘정말 이런다고 해서 연우 씨가 모습을 드러낼까?’서재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오늘 고마웠어요.”“연우 씨가 돌아온다면 저도 오늘 할 일 한 거예요.”이유영은 마지막 말을 힘겹게 내뱉았다. 목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이미 온몸이 더럽혀졌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명예 따위엔 별로 미련도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상황에서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윙윙윙.”서재욱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리자 그는 이유영에게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화를 받던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이유영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이유영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또 나와 관련된 일인가?’요즘 파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같이 그녀와 관련되어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벅찬데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서재욱은 전화를 끊고 급히 다가왔다.“연우 소식이에요. 저기...”“어서 가봐요. 전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김연우가 나타난 걸 봐서 서재욱은 김연우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잘 알고 있는 게 확실했다.이유영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서재욱은 미안한 눈으로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눈빛이 한층 어두워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유영 씨,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이제 파리를 떠날 건가요?”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서재욱의 말에 이유영의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정말 내가 부정적으로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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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순간, 이유영은 박연준의 품에서 밀려나 문기원의 팔에 안겼다.문기원은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고 박연준은 성큼성큼 서재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이유영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솟구쳤다.박연준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이유영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그녀는 문기원의 부축을 뿌리치고 앞으로 내달렸다.“퍽!”“악!”“으득!”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여러 소리가 뒤엉켰다.주먹이 부딪히는 소리, 이유영의 짧은 비명, 그리고 뼈가 어긋나는 듯한 소리까지 들렸다.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고 이유영은 머리에 짙은 통증이 몰려와 눈앞이 아찔해졌다.“유영 씨.”서재욱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지만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진 채 반응할 수 없었다.박연준 역시 순간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린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서재욱의 품에 있던 이유영을 거칠게 끌어냈다.그 모습에 서재욱은 다급히 소리쳤다.“조심해, 다쳤잖아.”“꺼져.”박연준의 목소리는 이미 분노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이 상황을 본 그의 감정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이유영이 아무 생각 없이 서재욱 앞으로 달려가 몸으로 막아선 것이다.그리고 서재욱은 그녀를 지키기라도 하듯 그녀를 밀쳐냈다.이유영은 고통을 참아내며 서재욱을 향해 말했다.“서재욱 씨, 먼저 가봐요.”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결마다 통증이 묻어났다.서재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엔 걱정이 가득했다.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자신이 더 머문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미안해요.”박연준은 이유영을 품에 안고 차에 태웠다.차 안에서 이유영의 이마에 맺혔던 땀은 굵은 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아직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윽, 아파.”박연준이 그녀의 신발을 벗기자 발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통증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분노에 가득 차 있던 박연준이었지만 그녀를 다루는 손길은 의외로 조심스러웠다.하지만 그 따뜻함도 지금 이유영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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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마음이 얼어붙으니 지금 느끼는 이 통증조차 무뎌진 것이다.“내가 뭘 하려는 걸로 보이는데?”이유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박연준은 오히려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에 잠긴 듯한 그 눈빛은 이유영을 꿰뚫듯 응시하며 짐승 같은 매서움이 숨김없이 드러났다.예전에 이유영은 박연준을 보며 온화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라 생각했다.그가 냉정할 때면 누구든 밀어낼 듯한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었다.하지만 그가 온화할 때는 한겨울 얼음장 같은 마음마저도 녹일 듯 따뜻하고 환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박연준은 그 눈을 차분히 바라보며 말했다.“응?”‘이유영,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그래?”‘우천시에서의 결혼을 받아들였던 이유도 혹시 그것 때문이었을까? 모두 복수 때문이었을까?’그 순간, 박연준의 가슴은 뭔가에 짓눌린 듯 답답했고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유영은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복수? 웃기고 있네.”그녀에게 이런 건 복수도 아니었다. 이유영은 고개를 돌려 더 이상 박연준을 보지 않았다.순간 남자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감쌌고 그녀는 다시 그의 시선과 마주하게 되었다.“이유영, 너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남자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날이 서 있었다.이유영은 또렷하게 대답했다.“물론 알고 있어.”그녀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박연준은 다시 물었다.“안다고?”박연준이 보기에 이유영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유영은 그의 손목을 확 잡아채 손을 뿌리친 뒤, 똑바로 그를 마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왜? 못 견디겠어?”‘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걸까?’‘나를 시험하는 걸까, 아니면 무너뜨리려는 걸까?’이유영은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설마 내가 너한테 진심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진심이라는 그 말을 입에 올리며 이유영은 한껏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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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당연한 것 아닌가?설령 다시 빛을 되찾았다 해도 이유영에게 눈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금기였다.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그녀를 잠식했던 어둠은 비록 모두 지나간 것처럼 보여도, 그 속의 절망만큼은 여전히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그녀를 따라다녔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그녀의 발목은 심하게 부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검사 결과 단순히 접질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걷는 데 불편이 따를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차 안에서 박연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문을 반쯤 내렸다.싸늘한 바람이 안으로 들어왔고 이유영은 무의식중에 어깨를 움츠렸다.그녀의 반응을 느낀 듯 박연준은 곧바로 담배를 창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창문을 닫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서재욱 만나지 마.”두 사람의 관계가 늘 꺼림칙했던 만큼 서재욱은 박연준이 가장 참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했다.이유영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야. 착각하지 마.”이유영에게 있어 박연준도, 강이한도 그녀 인생에 발을 들일 자격은 없었다.그녀가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도 그건 그녀의 몫이었지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꼭 그래야겠어?”박연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엔 억눌린 긴장감과 위협에 가까운 기운까지 감돌았다.그 분위기에 이유영은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그래서 너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박연준이 원하는 건 뭘까? 강이한 때처럼 결혼했으니 조용히 순종하며 살라는 건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 걸까?’그런 모습을 기대했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예전처럼 착하게 지내주길 바라는 거야?”그녀는 도발하듯 물었다.박연준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유영이 착한 아내에서 미친 사람으로 변해가던 모습을.그녀는 마치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저항했다.강이한과 격렬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흥!”이유영의 냉소가 차 안을 메웠고 분위기는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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