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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제1211화

무슨 정신으로 이유영을 백산 별장까지 데려다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박연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를 바깥에 세워둔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차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차가운 바람의 영향도 없었다.“문기원 씨, 차 문 열어요.”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싸늘하고 위태로웠다. 문기원은 룸미러로 뒷좌석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그 순간, 이유영은 박연준을 노려보며 물었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남자는 대답 대신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그의 온몸에서는 담배 연기처럼 무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좁은 공간 안에 얼어붙은 공기가 감돌았고 그 속의 사람들은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에 짓눌렸다.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던 박연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 말대로 할게.”“...”뱍연준이 무슨 말을 들어준다는 건지 이유영은 알 수 없었다.곧이어 남자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그를 바라보던 이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박연준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엔데스 가문 일이 끝날 때까지야.”그제야 이유영은 박연준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는 이혼을 말하고 있었다.동의는 하되 엔데스 가문의 문제가 수습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였다.우천시에 있을 때, 이유영은 박연준이 왜 굳이 결혼식을 치른 후에 돌아와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했었다.그리고 실제로 돌아오고 엔데스의 셋째 도련님을 마주친 후, 이유영은 깨달았다. 엔데스 가문은 집요하게 정씨 가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는 것을.마치 엔데스 가문을 지탱할 수 있는 열쇠가 정씨 가문에 있는 듯 끊임없이 엮이려 했다.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지금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파리에는 내로라하는 가문들이 즐비했지만 이상하게도 엔데스 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은 언제나 정씨 가문이었다.물론 정씨 가문이 막강한 상업 가문이긴 해도 엔데스 가문은 파리의 왕족과 같은 존재였기에 두 가문이 이렇게까지 자꾸 엮일 이유는 없었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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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바로 직전까지도 박연준은 그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데 이유영이 뜻밖에도 동의한 것이다.“좋아.”박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는 이유영을 믿기로 했다.“내일 서주로 돌아갈 거야. 네가 원한다면...”“아니!”박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단호하게 끊었다.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서주에 함께 가자는 말일 게 뻔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서주로 갈 수 없었다.지금의 이유영에게 가족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겉으론 엔데스 가문이 중심인 것처럼 보여도 이유영이 보기엔 이 일은 정씨 가문에게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파리를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알았어.”박연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녀가 함께 가지 않겠다는 것에 분명 못마땅한 기색이었지만 엔데스 가문 사람들과 더 이상 얽히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두 사람이 무언가 더 이야기하려던 찰나, 갑자기 이유영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보니 소은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이유영이 전화를 받으려 하자 박연준이 말했다.“받지 마.”이유영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쏘아봤다.이런 것까지 간섭하는 박연준에 대해 몹시 불만이었다.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연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소은지는 지금 엔데스 가문의 사람이야. 일곱째 며느리라고.”그는 소은지의 현재 신분을 상기시키며 엔데스 가문 사람들과 완전히 선을 긋도록 했다.‘은지마저도 그 선에 포함되는 걸까?’그렇게 생각하자 이유영의 표정은 단숨에 얼어붙었다.“진짜 어이가 없네.”더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유영아.”“그만 좀 해. 소은지잖아.”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이유영은 고개를 돌렸다.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소은지만큼은 달랐다. 소은지는 절대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엔데스 가문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떤 신분이라고 해도 이유영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이유영은 박연준의 긴장된 눈빛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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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소은지가 이유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녀의 인생을 진심으로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심지어 강이한도 알고 있었다.강이한은 이유영과 수차례 격렬하게 부딪쳤다. 심지어 그는 소은지처럼 강한 여성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이한은 알고 있었다. 소은지가 이유영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지금 파리가 아무리 어지럽고 위태로운 상황이라 해도 소은지가 이유영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 이유영은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이유영은 예전에 엔데스 명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면서까지 소은지를 그의 손아귀에서 빼내려 했다.그러던 그녀가 지금 소은지의 부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결국 박연준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반산월로 데려다주었다.이유영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는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뭐 하는 거야?”박연준의 태도에 이유영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락하고는 이제 와서 이러자 이유영도 짜증이 밀려왔다.“소은지가 뭐라 하든 아무것도 절대 약속하지 마.”그리고 이어서 한마디를 보탰다.“소은지보다 내가 더 조심해야 할 사람은 너야.”그녀는 마지막 두 단어를 힘주어 강조하듯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박연준은 숨이 턱 막힌 듯 가슴이 조여왔다.이유영의 차가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박연준의 눈에도 가늘고 깊은 상처가 스치듯 지나갔다.이유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고 절뚝이는 걸음으로 곧장 별장 쪽으로 걸어갔다.박연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외로움과 오래된 상처로 가득 찼다.문기원은 박연준의 작은 변화마저 놓치지 않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조심스럽고 불안한 목소리로 박연준을 불렀다.“선생님...”이유영의 지금 태도가 얼마나 무정한지를 문기원 역시 느끼고 있었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박연준은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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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하지만 연서의 존재가 드러난 순간, 7년간의 아름다운 추억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그렇다면 문기원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정말 괜찮아질까?이유영은 정말 괜찮아질 수 있을까?박연준의 마음 한구석에 의문이 피어올랐다.“그가 떠난 데는 이유가 있어.”한참 후, 박연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고 그 짧은 말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강이한은 그때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날 그는 이유영의 반응에 절망했을 뿐 아니라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기에 더 괴로웠던 것이다.이유영은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마주칠 때마다 깊은 상처를 안게 될 거란 사실을.그래서 그녀를 박연준에게 맡기고 결국 떠나기로 했다.“어쩌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진짜 속죄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박연준의 목소리엔 씁쓸함이 어려 있었다.문기원은 말없이 눈살을 찌푸렸다.강이한은 지금 어둠 속에서 홀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유영 곁에 남아 있는 박연준 역시 과거의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듯했다....별장에서 소은지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이유영은 온몸이 긴장으로 굳었다.예전 청하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 결국 마지막에 우는 사람은 늘 이유영이었다. 그러면 소은지는 강이한을 욕하며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주곤 했다.그 시절 소은지는 남자보다도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그녀의 세계에는 승리와 패배만 존재했으며 절대 포기하거나 눈물 흘리는 법이 없었다.그런데 지금의 소은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은지야.”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현우 씨가 사라졌어.”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윙’하고 울리며 금방이라도 터지는 것 같았다.‘현우 씨가 사라졌다고?’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엔데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회복됐다는 공식 발표가 난 직후, 현우가 사라졌다.두 사건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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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은지야...”이유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술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외에 어떤 위로의 말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그 자식은 자격이 없어, 유영아!”엔데스 명우를 말하는 것이었다.파리에서 너무 많은 것을 봐온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는 절대 자격이 없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이유영은 조용히 대답했다.“알아.”“하지만 현우 씨는...”소은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현우는 무고하다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과거 그녀와 엔데스 명우 사이의 원한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명우와 현우는 겉보기엔 사이가 좋았다.그러나 그녀로 인해 현우가 일에 휘말리게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엔 서늘한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격렬하게 대립하게 되었다.“너무 걱정하지 마. 이제 막 시작된 일이야.”이유영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현우는 오늘 하루 사라졌을 뿐이니 벌써 이렇게 초조해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유영아, 넌 몰라.”이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은지가 급히 받아쳤다.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영은 잘 모르기에 긴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소은지는 그럴 수가 없었다.소은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현우의 차가 금유산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소은지는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고 심지어 직접 금유산까지 달려갔다.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현우가 정말 무사하다면 그 전화를 받지 않을 리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소은지는 금유산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유영에게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들을수록 이유영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종일 거라 생각했지만 점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현우의 실종은 단순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점이 가장 불안하게 했다.“현우 씨,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야. 어쩌면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도 있어.”어쨌든 그는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 도련님이었고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절대 감춰질 수 없는 인물이었다.소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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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그 생각을 하며 이유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이유영은 말없이 소은지를 꼭 껴안았다.소은지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를 알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소은지는 현우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엔데스 가문 도련님인데도 불구하고 소은지 곁에서 함께 일하는 현우를 보며 이유영은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소은지의 마음을 마주하고 나서 이유영은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이유영은 밤을 꼬박 새워 소은지 곁을 지켰다.두 사람 아무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하지만 반산월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아침 식탁 위에는 정적만 감돌았다.“오빠한테 전화해서 조용히 찾아보라고 했어.”소은지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유영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필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현우가 사라졌다.‘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수없이 많은 생각이 소은지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휘몰아쳤다.“일단 밥은 먹어.”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 소은지를 보며 이유영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소은지는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영아, 나...”“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만약 이 일이 정말 엔데스 가문과 얽혀 있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리고 나는 여기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이유영이 겁이 나서 떠나려는 게 아니었다.그 말은 소은지에게 이유영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주는 말이었다.소은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곁에 오래 머물수록 주변의 의심은 커질 거라는 것을.그래서 이유영은 아침 식사 후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소은지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유영이 곁에 있어 주길 바랐지만 동시에 오직 이 상황을 먼저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예전 청하시에서의 이유영 삶은 비록 힘들었지만 강씨 집안은 적어도 순수했다.그래서 힘들 땐 소은지를 찾아갈 수 있었고 가끔은 훌쩍 여행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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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소은지는 지금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은 현실이 되어 소은지를 괴롭혔다.이유영은 떠났고 소은지는 홀로 남겨진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아저씨.”“네, 사모님.”집사 남기가 조용히 소은지 앞으로 다가왔다.그는 현우가 직접 데려온 사람이었다. 현우는 소은지에게 남기 집사라면 믿어도 된다고 말했었다.어제 일이 벌어졌을 때도 남기는 누구보다 먼저 소식을 막으라고 조언했다.그 빠르고 정확한 대처를 보면 아마도 오랜 시간 현우 곁을 지켜온 인물이었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남기는 소은지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중요한 시기인 만큼 소은지 곁에 머무는 이상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사실을 남기도 모를 리 없었다.그런 남기를 통해 소은지는 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었다.어제 분명히 무슨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엔데스 명우에게 잡혀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엔데스 가문의 일원으로서 처음 겪은 일이었다.그것은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일과도 완전히 결이 달랐다.복잡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처음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낯설었다.어찌할 바 모를 상황 속에서 다행히도 남기의 존재 덕분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아직도 소식이 없어요?”소은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어젯밤부터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그래도 계속 물어봐야만 했다.남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이유영 앞에서 보였던 연약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지금 이 일은 절대 엔데스 가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원래 가문 간의 다툼이라는 것이 이리도 잔인했던가?’과거에 엔데스 가문의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었다.어찌 됐든 그들은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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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이유영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고 월이를 떠올리자 눈빛에 따스한 온기가 어려 들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이 어젯밤 반산월에서 소은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이유영과 소은지의 관계를 떠올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진우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어.”“응.”이유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어때? 괜찮은 것 같아?”“누구?”이유영은 되물었다.여진우가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이유영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여진우은 굳은 표정으로 이내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여진우의 이상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유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내가 뭘 잘못했나? 왜 저러지?’‘설마 은지를 말하는 건가? 은지를 걱정하고 있다고?’‘에이, 설마. 두 사람은 전혀...’하지만 엔데스 명우와 소은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겉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다.그래서 여진우가 소은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 가능성을 떠올리며 이유영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한편, 이유영이 남기에게 했던 말대로라면, 현우의 일이 정말 소은지와 연관되어 있다면 오늘 아침 엔데스 가문은 분명 반산월을 시험해 올 것이다.그리고 그 예감처럼,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엔데스 란서였다.그녀는 과거 엔데스 가문에서 소은지에게 처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만 나누고는 돌아갔다.“아저씨.”“네.”“아홉째 아가씨가 왜 왔을까요?”그들은 오직 엔데스 가문에서만 마주쳐 왔기에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소은지는 지금 반산월에 나타나는 인물이라면 누구든 철저히 경계하고 분석해야 했다.남기는 조심스레 말했다.“아홉째 아가씨는 순수합니다. 만약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분명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겁니다.”소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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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얼마나 오래됐을까?소은지는 생각했다.‘엔데스 명우와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한 게 대체 언제였지? 현우 씨 곁에 머물게 된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네.’현우와 함께하며 그녀는 자연스레 엔데스 명우와 멀어졌다.하지만 이렇게 마주한 순간이 극히 드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의 증오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두 사람의 마음속엔 격렬한 파도가 일렁였고 서로의 눈빛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금유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엔데스 명우가 침묵을 깼다.그 말에 소은지는 차갑고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여섯째 도련님, 그게 무슨 말이세요?”그 말이 떨어지자 엔데스 명우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소은지는 ‘여섯째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일부러 또렷이 힘을 실어 말했다.소은지를 바라보는 엔데스 명우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졌고 마치 소은지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사실 명우를 만나기 전 소은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그동안 줄곧 반산월에 머물며 가장 자주 마주친 인물이 송연미였다. 송연미를 통해 엔데스 가문의 인물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현우가 어디 있는지 아직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기에 그녀의 마음엔 불안으로 가득 찼다.혹여 자신이 실수라도 해서 현우에게 피해를 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막상 이 순간이 오자 오히려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았다.“여섯째 도련님?”엔데스 명우가 아무 말 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자 소은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남자의 깊은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졌고 그 안엔 불투명한 그림자가 깔려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이미 꿰뚫어 본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하지만 소은지는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평온한 듯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잠시 후, 엔데스 명우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이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걸 봐서 소은지는 고집이 셀 뿐만 아니라 정신력 또한 만만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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