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621 - Chapter 630

693 Chapters

제621화 그에게서 걸려 온 전화

빈이는 티 나지 않게 몰래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보아낼 수 없었다.사람들은 민설아가 혼자 빈이를 키워냈기에 못 해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대당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빈이 어린이, 원고가 준 동그란 물건이 뭔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어?”법관은 빈이에게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 아이를 놀라게 할까 봐 온화한 얼굴로 상냥하게 물어봤다.예전에 빈이 무조건 민설아의 말에 복종하던 게 떠올라 나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빈이는 이미 민설아의 압박에 습관되어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민설아가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다.그러면 나는 해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민설아는 이미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태연하게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빈이 입을 열어 나를 나락으로 보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그 동글동글한 물건은 달았어요.”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빈이의 말을 들은 민설아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여 무서운 눈빛으로 빈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하지만 나는 알았다. 나는 예전부터 이를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이다.“빈아, 그 물건 진짜 달콤했던 거 맞아?”민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질책하는 듯한 말투에 법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한번 그녀의 행위를 제지했다.빈이는 민설아를 보지 않고 나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빛에서 신뢰와 굳건함이 느껴졌다. 작은 몸에 거대한 힘이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말을 이어갔다.“아줌마가 저에게 준 캔디는 달콤했어요. 하얀색에 복숭아 맛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캔디에요.”이 말에 민설아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릴 때부터 키워온 도구가 처음으로 자기의 암시에 따르지 않고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느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민설아는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되었고 빈이를 호통치거나 질책해서도 안 된다. 하여 그저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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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허 씨지 배 씨가 아니다

빈이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배인호의 연락을 그렇게 기다렸지만 결국 연락이 되지 않았다.지금 빈이 문제가 거의 해결되니까 배인호는 전화를 걸어왔다. 로아와 승현이 문제로 전화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나는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하여 나는 배인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빠른 속도로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엄마, 아빠는 이미 집에서 짐을 간단하게 싸놓고 아줌마까지 둘이나 붙여주며 내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배인호랑 그 집 사람들 찾아와서 손주들 데려가겠다고 하면 난 허락하지 않을 거야.”아빠는 태도가 견결했다. 병이 나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빠가 이런 일로 감정 기복이 심해질까 봐 걱정이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로아와 승현이 배씨 집안에 보내지 않을 거예요.”내 결정도 엄마 아빠와 같았다. 많은 일이 일어났고 배인호도 나를 여러 번 도와주면서 보상했지만 그를 용서할 정도는 아니었다.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내 첫 번째 아이가 그의 손에 죽었기에 더는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다.이 일에서만큼은 나도 내 주장을 견지했다.“그럼 일단 빨리 여기를 떠나. 어디론가 가서 숨어.”엄마가 나를 재촉했다.부모님은 내가 이번에 아예 이곳을 떠나 머나먼 외국으로 갔으면 했다. 배씨 집안 사람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숨고 싶지 않았다. 숨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배인호는 모든 힘을 동원해 나를 찾아내려 할 것이다.로아와 승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도망 다니면서 정처 없는 생활을 하기가 싫었다.내 생각을 들은 엄마는 화를 못 이겨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내가 위로를 건네기도 전에 빈이 오히려 그쪽으로 달려가더니 얌전하게 엄마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할머니, 화내지 마요. 아빠가 내 동생 로아와 승현이 데려가지 못하게 할게요.”빈이는 자기가 배인호의 친자가 아니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기에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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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환생의 비밀

차마 모질 게 대할 수 없어 나는 허리를 굽혀 빈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아이는 놀라서 날 한 눈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편안해졌다.배인호 부모님은 이런 내 행동을 보더니 드디어 아이가 더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전에 그들은 과거의 원한을 털어버리고 빈이를 받아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로아와 승현 때문에 아마...이때 배인호가 입을 열었다. “허지영, 우리 어른들 사이의 일로 아이까지 영향받게 하지 마. 어떻게 됐든 난 두 아이의 아빠야. 내가 아이들을 인정하거나 아이들이 날 아빠로 인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충분히 침착한 것 같았지만 목소리엔 억제하지 못한 감정의 기복이 있었고 나는 지금 그가 간신히 참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바로 이때, 나의 부모님이 참지 못하고 걸어왔다. 그들의 표정은 아주 엄숙했는데 조금의 온기도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아버지가 먼저 온 다음 날 그의 뒤에 끌어오고 배인호를 혼내기 시작했다.“배인호, 자네가 무슨 얼굴로 아이 아빠라고 자칭하는 건가? 로아와 승현인 자네와 조금의 혈연관계만 있을 뿐, 다른 건 아무 연관도 없어!”나의 부모님을 본 후, 배인호의 태도는 더 자제되었다.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아저씨, 과거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지영이에게 보상해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한테 기회를 안 주더라고요. 지금 저희 사이엔 아이도 있으니 그저 아빠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 외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아빠로서의 책임?”어머니가 입을 열었다.“배인호, 자네가 우리 집안을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일세. 그러니 경제적으로 보상을 해 줄 수 있어. 자네는 돈이 부족한 게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우리 사이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이야. 그리고 아빠로서의 책임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 딸에겐 그 어떤 의미도 없는 거야.”배인호의 안색은 점점 굳어졌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날 보았다.“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알았어. 너랑 네 부모님이 아무리 반대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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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다른 그의 이야기를 말하다.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짧은 침묵 속에 빠졌다.머릿속에서 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후 나는 입을 열었다.“서란 때문에 온 거예요.”배인호는 조금 놀란 듯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는데 아마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빨리 이 커피숍에서 서란을 만났나고 전에 얘기했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내가 왜 일찍 서란을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역시나 그는 물었다.“왜 서란을 만나러 온 거야? 그때 난 그 사람 만난 적도 없는데.”“맞아요, 당신은 만난 적 없죠. 기억나요? 내가 당신한테 이혼을 제안했을 때 했던 말.”그를 시험해 보았다. 배인호가 내가 했던 말을 어느 정도 기억했는지 가늠이 안 갔다.그는 내가 한 말을 거의 가슴에 새겨두지 않으니까 말이다.배인호는 눈을 내리깔았는데 깃털 같은 속눈썹이 그의 동공을 가렸다. 그래서 난 그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침묵한 후 입을 열었다.“너랑 이혼하지 않은 걸 꼭 후회할 거라고, 네가 내 곁을 떠나달라고 빌 거라고 했어.”말을 마친 후, 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보았다. 마치 뭘 의심하지만 또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일들은 서로 꿰어보기만 하면 된다. 비록 결과는 지나치게 이상할 수 있지만 세상엔 뭐든 가능하다.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인호 씨, 난 한 번 죽었어요. 믿을 만해요? 이 세상엔 정말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있었어요.”“허지영, 도대체 하려는 말이 뭐야?”배인호의 입이 열렸다 닫혔고 그의 목소리도 더 엄숙해졌다.“난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어요. 살아난 후에 당신과 이혼하려 했다고요, 알겠어요? 난 당신이 서란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고 또 그 사람을 위해 날 끝까지 몰아붙일 거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래서 환생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당신들에게 길을 내어주는 거예요!”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매 한 글자마다 아주 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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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가장 큰 양보

배인호의 반응은 꽤 컸다. 나는 그가 진정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기로 했다.하지만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배인호 씨!”나도 몸을 일으켜 따라갔다.모든 걸 털어놓으려고 결정했으니 꼭 철저하게 말 할 것이다. 절반만 말하면 속이 답답했으니까.배인호는 키도 컸고 다리도 길었다. 게다가 지금 기분까지 좋지 않으니 속도는 더 빨랐다. 나는 거의 뛰어서야 그를 쫓아갈 수 있었다.그가 차에 오른 후, 나도 가장 빠른 속도로 조수석에 앉았다.그는 나를 보지 않았고 얼굴엔 짜증이 묻어있었다.“나도 화내지 않았는데 당신이 왜 화내요?”이 상황이 웃겨서 물었다.“네가 말한 게 정말이라면 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알아?”그는 드디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는데 눈시울은 눈에 띄게 붉어졌다. 마치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내 마음도 갑자기 아파 났다. 이런 그를 보면 시원함을 느껴야 했다. 그가 전생에 있었던 일을 알고 또한 이 일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결국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 내가 바라던 결과가 아닌가.하지만 내가 바라던 결과를 얻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그건 다 전생의 일이잖아요. 배인호 씨, 난 가끔 당신이 당신인 것 같기도 하면서 또 당신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겠어요. 뭐가 진정한 당신인지.”전생이 원인이고 이번 생이 결과였던가. 아니다.그럼 전생과 이생이 아무 관계도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배인호는 여전히 배인호였지만 완전히 다른 선택과 행동을 했었다. 그러니 난 더 이상 전생의 마음가짐으로 그를 대하면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가끔 흔들리고 방황한다.마치 악몽을 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꿈에서 깬 후, 그 고통스럽고 두려우며 힘든 감정을 여전히 느낄 수 있었지만 꿈에서 겪은 모든 것들로 현실 속의 사람을 대할 수 없었다.“만약 환생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건 네가 말한 대로 흘러가는 거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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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불러

이어진 말들은 너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배인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말하자면 남녀 사이의 그렇고 그런 일이 아닌가?“그래. 그러니까 네가 태어나서 이번 생의 모든 일이 달라졌단 거지? 나와 이우범이 서란이 아니라 너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렇고.”배인호는 내 말을 요약했다. 비록 입 밖으로 내뱉기엔 멋쩍은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나는 아직도 믿기 어려웠다. 배인호가 내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게 말이다.“맞아요. 그런 셈이죠. 그래서 난 이런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길 원했어요.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죠. 우리의 삶에 겹치는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 난 아직도 인호 씨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이제 난 더 이상 인호 씨에게 숨기는 게 없어요. 이제야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느낌이 드네요.”배인호는 말을 아꼈다. 그는 운전해서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배인호의 부모님은 여전히 집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손자 손녀를 보지 못한다면 떠나지 않을 작정인 듯했다.우리가 돌아온 걸 보자 배인호의 부모님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왔다.“인호야, 지영아, 얘기 잘 나눴어?”배인호는 부모님의 초조한 모습을 보더니 명확히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내가 대답했다.“아저씨, 아주머니. 저랑 인호 씨 얘기 잘 나눴어요. 인호 씨는 저랑 아이 양육권을 다투지 않을 거고, 모든 건 지금과 똑같을 거예요. 가끔 아이들 보러 오셔도 돼요. 오시기 전에 미리 저한테 말씀만 해주신다면요. 대신 아이들 앞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주셔야 해요.”내 말을 들은 배인호의 부모님은 당황했다. 배인호의 엄마는 한참 뒤에야 억지로 웃어 보였다.“지영아, 아이들이 네 성을 따르는 건 우리도 반대하지 않아.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이 우리를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구나. 어떻게 안 되겠니?”그건 배인호 부모님의 가장 큰 소망이었다. 그들은 예전부터 로아와 승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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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여전히 극단적이다..

다행인 건 배인호의 아빠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다른 건 몰라도 배인호 부모님의 인품으로 봤을 때 이제 와 자신의 친손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해도 빈이를 곧장 밀어내진 않을 것이다.그는 빈의 손을 꼭 잡고 인자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빈아, 동생들이랑 같이 놀고 있어.”이 집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 것만 같은 생각에 그제야 빈의 작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나름 어른스럽게 로아와 승현이와 함께 놀아주었다. 덕분에 거실의 분위기도 어느새 화기애애해졌다.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즐겁게 논 로아와 승현이는 피곤한 듯 잠이 들었다. 그러나 배인호는 이제야 그들을 나에게 맡기기 아쉬운 모양이다. 아이들도 잠들었으니 이제 그들도 자연스레 떠나야 했다.배인호의 부모님이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기색을 느꼈지만 난 입을 열어 이곳에 더 있으라 얘기하진 않았다.“빈아, 아빠랑 돌아가면 말 잘 들어야 해. 알겠지?”나는 빈이를 배인호에게 맡겨 되돌려보냈다. 곧 그가 민설아를 기소할 날이 다가오기 때문에 빈이는 아무래도 그쪽에 있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빈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인호를 한 눈 보았다. 그 눈에는 걱정과 불안이 뒤섞여있었다.배인호는 그의 작은 손을 꼭 잡았는데 그의 행동이 나를 안심시켰다.나도 그가 날 안심 시키기 위함이란 걸 알고 있다. 이미 나와 약속을 했으니 당연히 날 위해 빈이의 양육권을 가져와 줄 것이다.--배인호네가 떠난 후 엄마 아빠가 내려왔는데 둘의 표정이 아주 진지했다.다행인 건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끔가다 한숨만 푹 내쉬었다. 부모님이 뭘 걱정하시는지 알지만 지금으로선 배인호를 믿어보는 수밖에.난 배인호와 민설아의 재판이 열리는 날에 일시적으로 구속된 민설아가 경찰 측의 동반하에 출정할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재판 하루 전에 우리 집 초인종이 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문을 열고 민설아를 보았을 때 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구속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나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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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민설아 같은 이런 인간은 인간성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다. 아니면 어릴 때부터 그녀를 오냐오냐 키운 어머니 덕에 자신의 언니를 똘마니처럼 삼으면서 큰 탓에 마음의 균형을 잃은 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위해 움직이고 그에 대한 보답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그녀의 어머니와 언니는 그래도 정상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감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민설아는 사랑이라곤 없는 인간 같다. 제 손으로 키운 아이에게 일말의 감정도 생기지 않으니 말이다.이때, 민설아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나를 확 밀어버렸다. 내가 바로 서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허지영.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미친 듯이 나를 탓하기 시작하는 민설아,“내가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아요? 내가 인호 씨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겠느냐고요.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 때문에 내가 인호 씨를 잃고 아이를 가질 권리마저 잃은 거라고요!”나는 재빨리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나는 벌렁대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눈앞의 이 미친 여자를 경계했다.“말했죠. 우현 씨와 결혼 했을 때 난 당신의 존재를 몰랐다고요. 제 탓을 한다고 뭐가 달라져요?”“당신만 아니었어도 내가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척했을 리도 없고 죽을 뻔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감염 때문에 자궁을 도려낼 일도 없었을 거라고요. 그랬다면 난 지금쯤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당신이 불임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요? 그거야말로 하느님이 날 위해 복수해준 거죠!”민설아의 웃음은 기이하다 못해 정신병자 같았다. 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말을 잇는 민설아,“그런데 인제 와서 다시 임신이 된다고요? 하하하. 내가 당신한테 줬던 게 임신을 못 하게 하는 약이었을 텐데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하필 그때 쌍둥이를 낳게 하시고. 그 말은 내가 귀국 한 뒤에도 그쪽은 우현 씨랑 잤다는 거잖아요? 그땐 분명 이혼했을 텐데 왜 잔 거지? 그냥 우현 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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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그녀가 나를 죽이려 하다

민설아는 딜런의 얘기만 나오면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하며 어딘가 찔리는듯한 모습이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설마 딜런과 민설아...“됐어요, 인호 씨. 더는 말하지 말아요. 예전에 인호 씨가 이미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니, 제가 누구랑 함께하는 건 인호 씨가 간섭할 게 아니죠. 근데 내가 와서 인호 씨를 찾은 이유 또한 미련이 남아서도 맞고요, 내가 인호 씨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라고 믿어줘요. 만약 내가 인호 씨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애를 쓸 필요가 있겠어요?”민설아는 딜런에 관해서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대화 주제를 돌리며, 배인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우습기 그지없었다.만약 민설아가 진짜로 배인호를 좋아했다면 어떻게 자기 핏줄로 배인호를 속일 생각을 할 수 있을까?이건 그녀의 사랑이 이미 꼬였고, 변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그래. 너 석방되는 방법이 있는 것 같으니, 내일 법원에서 봐.”배인호도 더는 민설아에게 할 말이 없는지 말투도 엄청 냉담했다. 마치 민설아에게 더는 애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아니면 빈이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부터 이미 민설아의 진짜 모습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거기에 해외에서 조사한 그 자료들까지 더하면 충분히 그녀를 혐오하고도 남을 것이다.나는 배인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걸 엄청나게 싫어한다. 심지어 이번 일은 엄청 심각한 것이다!“진짜로 빈이 뺏어가게요? 네?”민설아가 눈시울이 빨개진 채 물었다.“다들 내가 빈이한테 못 해줬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내가 빈이를 직접 키운 거잖아요. 만약 빈이까지 잃으면 난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아이도 낳을 수 없는 거 다 알잖아요? ”조금 전까지 빈이의 실제 신상을 모든 사람한테 알리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갖지 못하니 배인호와 나도 가질 수 없게 만들더니, 인제 와서 갑자기 빈이를 잃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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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모든 건 나를 위해서

배인호?마지막 의식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사람은 배인호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법정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왜 여기 있는 거지…나는 너무도 힘들어 더는 뭘 생각할 힘조차도 없었고, 마음속의 모든 문제 또한 말을 할 수 없었다.——ICU에서 거의 일주일 동안 있었을 때쯤, 나는 그제야 겨우 회복이 되었다. 그동안 엄마와 아빠는 매일같이 나를 보러 오셨고, 그들은 방호복을 입은 채 돌아가면서 나를 방문해 주셨다. 오히려 배인호가 그날 한 번 본 이후로 더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나는 속으로 민설아의 일을 기소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녀는 법정에 서기도 전에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엄마가 알려줬다. 그녀가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 완전한 범죄인지라, 처벌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엄마, 로아와 승현이는요?”나는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엄마에게 물었다.“집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엄마는 걱정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네 아빠는 네가 병원에 있는 동안 배인호네 집에서 몰래 아이를 어떻게 할까 봐 나랑 같이 병원에 오지도 않으셔. 굳이 혼자 집에서 지키시겠다잖아. 그리고 회사 쪽 일은 요 며칠 신경 쓸 틈도 없었어. 그나마 그 코스메슈티컬이 안정화되고 제일 결정적인 부분도 완성됐으니 다행인 거지.”“인호 씨네 집에서 그렇게 안 할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게다가 나는 배인호네 부모님을 엄청나게 믿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잘해주는 정도는 우리 엄마와 아빠 못지않으니 말이다.하지만 오늘은 내가 일반 병실로 옮기는 날인데, 이상하게도 배인호네 한 가족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이건 내 착각이 아니라 배인호와 그의 부모님의 나에 관한 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하는 말이다.엄마는 내 이상함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나 또한 엄마 앞에서 배인호네 집안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거니와, 엄마와 아빠는 배인호네 집안사람들을 엄청나게 싫어하신다. 내가 배씨 집안에 대해 신경을 쓰면 엄마와 아빠는 분명히 싫어하실 것이다.엄마는 나에게 오직 로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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