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설아는 딜런의 얘기만 나오면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하며 어딘가 찔리는듯한 모습이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설마 딜런과 민설아...“됐어요, 인호 씨. 더는 말하지 말아요. 예전에 인호 씨가 이미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니, 제가 누구랑 함께하는 건 인호 씨가 간섭할 게 아니죠. 근데 내가 와서 인호 씨를 찾은 이유 또한 미련이 남아서도 맞고요, 내가 인호 씨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라고 믿어줘요. 만약 내가 인호 씨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애를 쓸 필요가 있겠어요?”민설아는 딜런에 관해서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대화 주제를 돌리며, 배인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우습기 그지없었다.만약 민설아가 진짜로 배인호를 좋아했다면 어떻게 자기 핏줄로 배인호를 속일 생각을 할 수 있을까?이건 그녀의 사랑이 이미 꼬였고, 변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그래. 너 석방되는 방법이 있는 것 같으니, 내일 법원에서 봐.”배인호도 더는 민설아에게 할 말이 없는지 말투도 엄청 냉담했다. 마치 민설아에게 더는 애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아니면 빈이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부터 이미 민설아의 진짜 모습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거기에 해외에서 조사한 그 자료들까지 더하면 충분히 그녀를 혐오하고도 남을 것이다.나는 배인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걸 엄청나게 싫어한다. 심지어 이번 일은 엄청 심각한 것이다!“진짜로 빈이 뺏어가게요? 네?”민설아가 눈시울이 빨개진 채 물었다.“다들 내가 빈이한테 못 해줬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내가 빈이를 직접 키운 거잖아요. 만약 빈이까지 잃으면 난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아이도 낳을 수 없는 거 다 알잖아요? ”조금 전까지 빈이의 실제 신상을 모든 사람한테 알리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갖지 못하니 배인호와 나도 가질 수 없게 만들더니, 인제 와서 갑자기 빈이를 잃을 수 없다고?
배인호?마지막 의식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사람은 배인호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법정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왜 여기 있는 거지…나는 너무도 힘들어 더는 뭘 생각할 힘조차도 없었고, 마음속의 모든 문제 또한 말을 할 수 없었다.——ICU에서 거의 일주일 동안 있었을 때쯤, 나는 그제야 겨우 회복이 되었다. 그동안 엄마와 아빠는 매일같이 나를 보러 오셨고, 그들은 방호복을 입은 채 돌아가면서 나를 방문해 주셨다. 오히려 배인호가 그날 한 번 본 이후로 더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나는 속으로 민설아의 일을 기소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녀는 법정에 서기도 전에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엄마가 알려줬다. 그녀가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 완전한 범죄인지라, 처벌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엄마, 로아와 승현이는요?”나는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엄마에게 물었다.“집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엄마는 걱정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네 아빠는 네가 병원에 있는 동안 배인호네 집에서 몰래 아이를 어떻게 할까 봐 나랑 같이 병원에 오지도 않으셔. 굳이 혼자 집에서 지키시겠다잖아. 그리고 회사 쪽 일은 요 며칠 신경 쓸 틈도 없었어. 그나마 그 코스메슈티컬이 안정화되고 제일 결정적인 부분도 완성됐으니 다행인 거지.”“인호 씨네 집에서 그렇게 안 할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게다가 나는 배인호네 부모님을 엄청나게 믿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잘해주는 정도는 우리 엄마와 아빠 못지않으니 말이다.하지만 오늘은 내가 일반 병실로 옮기는 날인데, 이상하게도 배인호네 한 가족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이건 내 착각이 아니라 배인호와 그의 부모님의 나에 관한 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하는 말이다.엄마는 내 이상함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나 또한 엄마 앞에서 배인호네 집안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거니와, 엄마와 아빠는 배인호네 집안사람들을 엄청나게 싫어하신다. 내가 배씨 집안에 대해 신경을 쓰면 엄마와 아빠는 분명히 싫어하실 것이다.엄마는 나에게 오직 로아와
“아니, 민설아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석방될 수 있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나는 노성민에게 물었다. 이건 모든 절차를 거스르지 않았다면 민설아는 지금 체포된 상태여야 했다.노성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아마도 민설아의 변호사가 뭔가 방법을 생각해 냈을 거예요. 민설아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많이 치료해 줬을 테니 아마도 많은 인맥과 수단을 갖고 있을 겁니다.”정아는 눈을 희번덕하게 뜨며 말했다.“이제 보니 배인호와 엮이는 여자들은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 것 같아. 다들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죽질 않네. 서란도 그렇고. 콩깍지 씐 놈들이 또 도와주고 있으니.”정아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도 배인호와 얽혀 있어서 그런지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심지어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빈이는 지금 어디 있어?”나는 빈이가 어디에 있는지 가장 걱정되었다.“빈이도 외국에 있어. 민설아 그 미친년이 자기가 빈이를 몰래 외국 보육원에서 데려왔다고 인정했어. 딜런은 공범이고. 이제 빈이는 민설아와 배인호 그 누구와도 혈연관계가 아니니까 양육권은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됐어.”나는 마음이 무거워졌고 더 말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배인호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정아와 노성민이 한동안 병실에 머물다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우미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몸이 안 좋아 혼자 있을 수는 없었지만 조금 있다가 엄마가 오기에 걱정하지 않았다.조용해진 병실에서 나는 계속 빈이가 걱정되어 고민 끝에 김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김미애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도 내가 독살을 당한 일을 알기에 걱정하며 물었다.“지영아, 괜찮은 거니? 나한테 전화한 걸 보니 일반병실로 이제 옮긴 거야? 어디 아픈 데는 없고?”“아주머니, 저 이제 괜찮아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빈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듣기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범 씨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나는 이우범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나에게 이런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그도 알고 있을 텐데 한 번도 와서 내게 묻지 않았다. 이건 그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이우범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대충 둘러댔다.“지금 해외에 할 일이 좀 있어서요.”나는 바로 민설아의 일이 떠올랐다. 설마 그가 아직도 민설아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하긴 두 사람이 한배를 타고 있었으니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만약 민설아가 또 미친 짓을 버린다면 이우범과 관련된 일도 폭로할 것이고 그에게도 큰 피해가 될 것이다.나의 기분이 나빠졌다. 이우범이 민설아와 손잡은 걸 알면서도 나는 계속 이우범을 친구로 생각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내 편에 서는 걸 선택할 것이라고 믿었다.어쩌면 내 이기심일 수도 있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당당하게 그 사람의 감정을 이용했고 나를 도와주길 바랐다.나는 마음을 정돈한 뒤 심호흡하며 말했다.“알겠어요. 먼저 일 봐요.”“지영 씨...”이우범은 내게 뭔가를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지영 씨 휴식 잘해요. 난 며칠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거예요.”분명 그도 내 일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휴식을 잘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나는 방금 너무한 것 같아 바로 후회했다. 이런 마음 상태로 계속 가면 정말 이우범을 도구로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내가 이용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이때 의료진이 들어왔다. 의사로 위장한 사람은 잡지 못했다고 했다. 아마도 은밀한 곳에서 옷을 바꿔입은 뒤 병원을 떠났을 것이다.“CCTV에 병원의 모든 출입구로 드나든 사람들을 체크해 주세요.”나는 대답했다. 나는 우지훈이 이 병원에 나타났는지만 확인하면 되었다.이건 아주 심각한 일이었다. 만약 누군가 아주 쉽게 의사로 위장해
“옥패요?”나는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전에 우지훈이 자기가 배씨 가문의 사생아라고 했을 때 옥패가 그 증거라고 했었다. 그의 어머니가 자기에게 남겨준 것이고 배건호가 자기 어머니에게 사랑의 증표로 준 것이라며 밝혔었다.설마 전에 배인호가 해외로 나간 것이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였던 걸까?그때 나도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었지만 급하게 그에게 연락할 일도 없었다.“응. 이 일은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자. 민설아의 이쪽에서의 배경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래서 여기에 좀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아. 넌 로아와 승현이 잘 돌보고 있어. 너희 집 경호할 사람들은 내가 보낼게.”배인호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는 지금 해외에 있었고 이쪽 상황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고용해 나와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었다.나도 그 점은 그가 신경 쓰지 않게 꼭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느 누구 보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들의 엄마인 나였다.현재 우리 사이의 대화는 모두 각자가 처리해야 할 일들을 위주로 이어졌다. 분위기도 마치 친구 같았고 어떠한 감정의 얽매임도 없는 이런 느낌이 나는 아주 편했다. 그와 동시에 마음속에서는 아이들의 일에 대해 그에게 평생 먼저 친아빠라는 걸 밝히지 말라고 한 것이 나는 미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그저 이 모든 것이 그가 나에게 해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전생에 그가 나에게 준 모든 상처를 생각하면 이런 것 들은 모두 당연한 것이었다.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엄마가 언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방금 나와 배인호의 대화를 엄마는 모두 들은 것 같았다. 안 좋은 표정으로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지영아, 너 빈이 그 아이 입양할 거니?”나는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네? 엄마 나...”이런 계획은 있었지만 부모님께 말하지는 않았다. 두 분이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로아와 승현이
“이건 그 쪽한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야. 선택 잘해야 해.”나는 정중하게 노민준에게 말했다.그는 사진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숙인 뒤 한참을 고민했다.“알겠어. 다 말할게. 당신은 약속만 지켜 줘.”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노민준의 전 와이프와 아들을 챙겨주는 건 나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려운 것은 노민준이 민설아에 대해 진술한 뒤 그녀를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재판받게 하는 일이었다. 두 번 다시 민설아가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해외는 민설아의 그라운드였다. 그녀가 치료해 줬던 권력 있는 사람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그녀를 당연히 도와줄 것이다. 해외에서 배인호는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거릴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그의 권력을 사용해 민설아에게 벌을 줄 수 있었다.노민준에게서 민설아에 대한 증언을 받기로 야속을 받은 뒤 나는 잠시 서울에 머물기로 했다. 나는 부모님에게 로아와 승현이를 이쪽으로 데려와 달라고 했다. 내가 직접 아이들을 돌보고 부모님은 돌아가셔서 회사 일을 처리하셔야 했기에 아빠만 남고 엄마가 돌아가기로 했다.“엄마.”로아와 승현이는 이제 간단한 단어를 말할 수 있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매일 가장 많이 부르는 호칭이었다.나는 로아를 안아 무릎에 앉혔고 승현이는 매트에서 기어다니며 다양한 자동차 장난감에 관심이 많아 집중하며 놀고 있었다.남자아이들은 자동차, 로봇, 비행기 등 이런 종류의 장난감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부드러운 촉감의 털 인형이나 바비인형들을 좋아했다. 로아는 특히 딸기 그림이 그려진 핑크색 담요를 안고 있는 걸 좋아했다. 로아가 어디에 있든지 담요는 항상 함께 있었다. 지금 내 무릎에 앉아 있으면서도 담요를 꽉 움켜쥐고 있는 작은 손을 풀지 않았다.이때 화면이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여 나는 결국 핸드폰을 들어 귀여운 두 녀석을 찍었다. 그런 다음 친구들 4명이 있는 단톡방에 올린 뒤 엄마에게도 보내드렸다. 엄마도 멀리서 사진으로 남아 귀여운
그 점에 대해 나도 생각해 봤다. 난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입양할 적절한 이유가 없었다. 나에 비해 배인호가 더 적합했다.“좋아요. 인호 씨가 나를 도와 입양하는 것도 괜찮아요. 인호 씨는 그저 나를 대신해서 입양만 해줘요. 다른 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대답은 했지만 배인호가 거절할까 봐 내심 걱정되었다. 이건 그가 나를 도와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그의 일이 된 것 같은 상황이라 조금 선을 넘은 것 같았다. 만약 그가 거절한다고 해도 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민설아의 일을 그쪽에서 처리한 뒤 내가 직접 빈이를 입양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하지만 배인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요구를 해도 별다른 조건 없이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배인호 씨, 귀찮지 않아요? 이 일들 모두 인호 씨가 나 대신 처리해 줘야 해요.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나는 머뭇거리며 물었다.핸드폰에서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귀찮다고 생각 안 해.”“왜요? 인호 씨는 이미 나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잖아요. 내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설마 로아와 승현이 때문에 그래요?”너무 의외라 조금 집요하게 그에게서 대답을 듣고 싶었다.배인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나의 추측을 부정했다.“그런 건 아니야. 로아와 승현이가 내 아이들이 아니라고 해도 난 너 대신 네가 원하는 걸 해줬을 거야. 네 비밀을 알기 전부터 난 이미 결정했었고 네 비밀을 안 뒤로는 그 결정이 더 확고해졌어.”배인호의 진심 어린 순간 나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걸 인정한다. 예전에 그는 정말 싫어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런 그의 다정한 배려를 얻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나는 다시 태어났지만 다른 사람의 영혼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10년 동안 배인호에 대한 나의 사랑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었지만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섬세한 부분에서 나를 감동하게 할 때면 나는 여전히 그에 대한 감정이 다시 올라
이우범은 나에게 이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현재 그의 집안 상황과 회사일 심지어 그의 부상까지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그가 나의 말을 이렇게까지 잘 들을 줄은 몰랐다. 전에 내가 그와 배인호 사이의 싸움을 말리면서 계속 싸우다가는 두 사람 모두 처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몇 마디 거친 말로 위협했었고 그는 이에 동의했었다.이런 상황인 줄도 모르고 나는 이우범이 날 보러 오지 않아 서운해했었다. 내가 다쳐도 이젠 전처럼 관심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지훈에게서 이우범의 상황을 모두 들은 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움찔거렸다. 마음속에 엄청난 죄책감과 걱정이 몰려왔다.“지금 외국에서 수술받고 있는데 우범이한테 가볼 생각 없어요?”우진훈이 물었다.“어디에 있는데요?”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물었다.우지훈은 나에게 이 사실만 알려주고 다른 건 말할 생각이 없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그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고 나도 다시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핸드폰에서 이우범의 전화번호를 찾긴 했지만 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만약 그가 진심으로 다시 의사를 할 계획이 있는 거라면 그에게 손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었다. 수술을 할 수 없게 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하지만 그에게 전화를 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가 죄책감 때문에 그를 보러 가겠다고 대답할까 봐 두려웠다. 겨우 안정된 관계가 또다시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 걱정되었다.나는 이 사실을 정아와 친구들에게 말했고 그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세희가 제일 먼저 답장을 주었다.지금 영국에 있대. 내가 가서 만났었어.나는 세희가 영국에 있는지 몰랐다. 십중팔구 이모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이우범과 마주친 것일까?이때 세희에게서 전화가 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나는 이모건이 다쳐서 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이우범을 우연히 만났다는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