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1399 챕터

제911화

소지아는 간호사가 약을 바꾸는 방법을 열심히 지켜보았고, 방안에 두 사람만 남겨지게 되자 그제야 이도윤에게 화를 냈다.“여보?”“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끈질기게 조르는 걸 어떡해.”지아는 여전히 쌀쌀맞게 말했다.“이 대표는 스캔들도 많네.”이불을 들추자 붕대로 칭칭 감긴 등이 보였다.도윤이 계속해서 변명을 늘어놨다.“지아야, 그 사람은 딱 한 번 붕대를 갈아줬을 뿐이야. 그것도 어깨 쪽 붕대, 딱 한 번뿐이야.”“우린 이혼한 사이니까 그 사람이 당신한테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아무 상관없는 걸?”지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붕대를 가위로 잘랐다.“지아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여자는 너뿐이야. 다른 여자는 없어.”도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아는 계속해서 비꼬려고 했으나 붕대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처에 말이 막혔다.상처가 심각할 거라 예상했지만 직접 보니 기분이 달랐다.등에 온전한 부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지아는 가슴이 아파졌다.엎드린 도윤은 지아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고 지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지아야, 나와 백채원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지아는 일단 상처를 소독하며 이어질 도윤의 말에 기대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거나, 누군가 약을 먹여 조종했다는 말이 나올가 두려웠다.도윤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사실 오래전부터 너한테 진실을 밝히고 싶었어. 하지만 그때의 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잖아. 내가 어젯밤에 수술대에서 죽어버렸다면 넌 영원히 진실을 알지 못할 거야. 난 더 이상 여한을 남기고 싶지 않아. 지아야, 저번에 내가 너한테 건넨 친자확인서는 가짜가 아니야.”지아의 손이 뚝 멈춰 섰다.“뭐라고?”“처음부터 난 백채원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우리 둘 사이에 아이가 있겠어? 지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우리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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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소지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해했고 이도윤이 대답했다.“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봐. 전혀 이해가 안 돼.”“전림은 어렸을 때부터 나랑 같이 훈련을 받았고 나랑 생김새가 비슷하니 내 대역 중 하나였어. 우린 생과 사를 함께 할 운명이었으나 그 사람은 절대 사랑해서는 안 될 백채원을 사랑하게 된 거야. 백채원을 임신시키고 나와 함께 나간 현장에서 나 대신 치명타를 입고 말았어. 그리고 죽기 전에 나한테 백채원을 잘 부탁한다고 했지.”“전림의 희생에 나는 백채원의 요구라면 무조건 들어줬어. 그때의 난 소씨 가문과 내 동생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고, 두 사건이 얽히게 되었어. 나는 한편으로 소씨 가문에 복수를 하며 임신 중인 백채원을 돌봤어. 그러다 보니 넌 내가 바람을 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난 너의 질문에도 해석할 수가 없었어.”“백채원은 자신의 아이가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게 할 수는 없다며 나한테 가정을 만들어 달라고 빌었어.”지아는 마음이 씁쓸해졌다.“그래서 그렇게 한 거야?”“전림의 목숨으로 바꾼 조건이니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너와 이혼을 제안했었지. 하지만 백채원이 원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병원이며, 드레스, 블린 시트, 너의 몫은 모두 빼앗으려고 했어.”지아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그 사람이 날 바다로 밀어버리려고 했던 것도 알고 있었어?”“두 사람의 성격을 모두 알고 있으니 백채원이 어떤 짓을 벌일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야. 바다에 빠지고 본능적으로 널 구하려고 했지만, 죽어버린 전림의 얼굴과 유언이 자꾸 떠오르고, 진봉과 진환도 바다로 들어오고 있었으니 그 사람한테로 간 거야.”지아의 눈가가 붉어졌고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그럼 아이는 대체 어떻게 된 건데?”“백채원은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고 너는 순산이었으나, 백채원의 한 아이가 죽어버렸어. 지윤은 미숙아였으나 상태가 아주 좋았어. 넌 마취할 수 없어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는데 나라고 마음이 아프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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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이건 기쁨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소지아는 기쁨과 감격에 겨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으며 머릿속엔 온통 귀여운 아이의 얼굴만 떠올랐다.그럴 줄 알았다면 아이의 옆을 더 많이 지켜줄 걸, 자꾸 후회되었다.“지아야, 울지마.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모두 내 탓이라는 걸 알아.”지아는 이도윤의 어깨를 내리치며 말했다.“당연히 네 탓이지.”상처를 피했지만, 상처가 당겨졌는지 도윤이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지아는 그동안 계속 지윤이 내 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환상했었다. 그런데 이제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행복에 그동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비 온 뒤 개임이라는 게 이제야 비로소 느껴졌다.“전림의 얼굴을 봐서라도 백채원을 반복해서 용서했지만 백채원은 그칠 줄을 몰랐어. 이제 전림에 대한 빚은 모두 갚았다고 생각해 혼약을 파기한 거야. 앞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평생 평온하게 지내게 지원해 주는 것 외에는 없어.”지아는 도윤의 등에 약을 발랐다. 지윤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손놀림이 한층 조심스러워졌다.“아이는 지금 어디 있어?”“그 아이는 날 많이 닮았더라고. 누군가 지윤을 해치려고 했던 그날부터 특별 훈련을 시키고 있어.”“그 아이도 네 길을 걷게 하려고?”도윤의 얼굴에 우울한 표정이 스쳤다.“지아야, 우리 이씨 가문이 백 년 동안 꿋꿋이 버티고 있는 건 모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숨겨진 많은 일들은 지아에게 곧이곧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지금 후퇴하려고 해도 너무 늦어버렸어. 난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너랑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어.”지아는 무슨 이유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이씨 가문이 평범한 재벌가가 아님을 눈치챌 수 있었다.“이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아이를 그 길을 걷게 한다고?”“지아야, 난 어쩔 수가 없어. 지윤은 재능이 있고, 첫째 아들인 지윤이 다른 가문 도련님처럼 곱게 자라지 못하는 건 운명적인 일인 거야. 그 아이는 이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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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소지아의 가발이 다 헝클어졌고 이도윤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도 예전 머리가 더 좋아. 부드럽고 향기로웠어.”“짜증나.”지아는 흥-하고 몸을 일으켜 계속해서 도윤 등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도윤이 앞으로 큰 일을 앞두고 있어 자꾸 자신을 떠나보내려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두 사람은 이혼을 했으니 도윤이 앞으로 어떤 일을 앞두고 있는지 알려줄 의무는 없었다.아이가 살아있다고 해서 도윤이 지아에게 줬던 상처가 없어지는것도 아니었다.다른 사람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건 지아에게 있어 너무 불공평했다.두 사람도 아이 때문에 사이가 회복되지는 않을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것은 모두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도윤을 7일동안 보살핀건,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할수 있었다.두 사람은 앞으로 각자의 걸을 것이다. 지아도 본인의 길을 찾았다.그후로부터 며칠동안 두 사람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서로의 등에 칼을 꽂거나 가시 돋힌 말은 하지 않았다.지아는 인내심을 가지고 정성껏 도윤의 식단부터 재활까지 도왔다.도윤이 진봉과 진환에게 어떤 비밀스러운 일을 맡겼는지 며칠 동안 도통 보이지 않았다.그에 반면 미셸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왔는데 보는 지아가 더 피곤했다.“도윤 오빠.”미셸은 꼬박꼬박 오빠를 붙여서 도윤을 불렀는데, 그러면 둘 사이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사과 깎아왔으니까 맛 좀 봐.”지아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 미셸이 틈을 타서 들어와다.도윤이 인상을 찌푸리며 거절했다.“사과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너나 많이 먹어.”“오빠 위해 일부러 깎은건데?”대체 누구한테서 배운 말버릇인지 미셸은 요즘들어 말꼬리를 올리고 몸도 배배 꼬았다. 그러나 듣는 도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미셸은 여성 평균 키를 넘겼고 골격도 있는 편이었으며 태어나길 피부가 까무잡잡했다.키는 지아와 거의 비슷했는데, 168cm에 60kg의 몸매는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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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이도윤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소지아가 건네는 과일을 받아먹었다. 지아를 향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었다.미셸은 그제야 자신이 웃음거리가 된 것을 깨달았다.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았는데, 도윤이 실수로 과즙을 입가에 흘리자, 지아는 빠르게 휴지로 입가를 닦아주었다.과일을 먹고 난 후 지아는 침대 옆에 앉아 한참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지금 시간 괜찮으면 약을 새로 갈아야 할 것 같아.”“그래.”도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지아는 화장실에서 미지근한 온수와 물수건을 챙겨나오며 미셸에게 말했다.“미셸 씨, 지금 약을 다시 갈아야 할 것 같은데요.”“도윤 오빠 약 가는 걸 제가 보면 안 돼요?”미셸은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었다. 자신이 깎은 사과는 나 몰라라 하고, 지아가 깎은 건 잘만 받아먹었으니.지아가 대체 무슨 수로 도윤을 구워삶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내 아내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내 상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미셸은 억울해서 외쳤다.“하지만 도윤 오빠!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잖아요.”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난 재결합하고 싶지만, 아직 지아가 허락하지 않아 못하고 있는 거야. 아무리 우리가 이혼했더라도 내 마음속 아내는 지아 하나뿐이고.”미셸은 발을 쿵쿵 구르며 병실을 나갔다.하지만 지아는 미셸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내일 아침쯤에는 도시락을 들고 또 쫄래쫄래 찾아올 것이다.미셸은 도윤의 마음을 집요하게 갈구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포기했을지 몰라도 미셸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지아는 문을 닫고 침대 곁으로 다가와 약 몇 가지를 챙긴 채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옷 벗어.”며칠 사이 지아는 약을 가는 과정을 자주 지켜봐 온 탓에 거의 간호사처럼 익숙해졌다.도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지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벗겨줘. 움직이면 등이 당겨서 못 하겠어.”‘핑계하고는... 참 뻔하네.’‘아파서 못한다고? 마취도 안 하고 견딘 사람이 고작 이걸 참지 못한다니 말도 안 되지.’‘그래 나 대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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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소지아는 그제야 이도윤이 벌써 3일 동안 씻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동안 겨우 물수건으로 손이나 발을 닦아줬을 뿐 다른 곳은 전혀 씻지 못했다.평소의 도윤이었다면 매일같이 샤워를 했을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씻지 못했으니 아주 불편할 것이다.지극히 정상적인 수요였으니 굳이 부끄러워하며 말할 필요는 없었다.“진봉 씨한테 몸을 닦아달라고 부탁할게. 등 쪽은 절대 물이 닿아서는 안 되거든.”“그래.”지아가 전화를 걸었으나 핸드폰 너머 진봉 쪽은 소란스럽고 정신없어 보였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최근 저와 형은 너무 바빠서 앞으로 두 날 동안은 병문안을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간호사한테 부탁해 주세요. 대부분 요구는 모두 들어줄 겁니다.”솔직하게 늘여놓은 진봉의 말에 지아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통화 종료 후 지아가 말했다.“간호사 두 명 불러올게.”그때 도윤이 지아의 팔을 휙 잡아당겼고 평형을 잡지 못한 지아는 두 팔로 침대 끝을 지탱했다.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도윤은 지아 목으로 물방울이 흐르는 것까지 보였다.입을 다신 도윤이 말했다.“지아야, 난 절대로 다른 여자가 내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왔어.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너 하나뿐이었거든.”“지금 이 상황에서 찬물 뜨거운 물 가릴 게 있어?”도윤의 검은색 눈동자가 지아를 지그시 향하자 지아는 심장이 저도 모르게 쿵쿵거렸다.도윤이 입을 삐죽였다.“네가 일주일 동안 돌봐준다고 그랬잖아.”지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내가 직접 하면 될 거 아니야.”지아가 의자를 가져왔고 천천히 도윤을 침대에서 부축해 내리게 했다.등 쪽의 상처 면적이 너무 큰 탓에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상처가 땅겨왔다.대부분의 상처는 옅었으나 세 군데는 꽤 깊게 찔려 자칫하면 피가 새어 나올 수 있었다.그래서 도윤은 뭘 하든지 천천히 움직였고 나머지는 모두 지아가 도왔다.도윤은 평소에 엄살이 심한 편이 아니었으나, 간만에 친절한 지아의 얼굴을 마주하자 절로 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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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소지아의 얼굴은 부끄러워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비록 예전에는 더 많은 스킨십을 해왔으나, 직접 바지를 푸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현재 두 사람은 이혼한 상태였다.도윤은 침착하게 지아를 기다렸다.지아는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눈을 감고 바지를 휙 내린 지아는 빠르게 몸을 돌려 물 온도를 체크했다.다시 몸을 돌리자 도윤이 이미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살짝 벌어진 다리, 다부진 근육, 그 어떤 여자가 시선을 뗄 수 있겠는가?하지만 잘생긴 얼굴에 반듯한 자세의 도윤을 두고 그 어떤 생각을 하든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아야, 고마워.”지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욕실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집에서 사용하는 샤워볼은 따로 없었고, 지아는 제 손에 비누 거품을 내고 도윤의 피부에 묻혔다.2년 동안의 휴식을 거쳐 지아의 손바닥 굳은살은 모두 사라졌고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지아의 손이 도윤의 몸에 닿을 때마다 도윤의 마음속 음란 마귀가 소동을 피웠다.자꾸만 그날 밤 보트에서 눈을 가린 지아의 모습이 떠올랐다.비록 지아는 약기운에 그날 밤에 대한 대부분 기억을 잃었다.현재 지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열심히 도윤을 씻기고 있었으나, 사랑했던 사람을 앞에 두고 씻기는 행동에 지아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는 없었다.손가락이 도윤의 복근에 닿자 지아는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이건 빨래판이다. 아주 큰 빨래판일 뿐이야.’남자의 팔은 또 아주 튼튼했다. 수트를 입을 땐 똑 떨어지는 슬림핏이었으나, 옷을 벗기면 완벽한 이두선은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지아는 계속해서 되뇌었다.‘이건 큰 닭 다리다. 아주 튼실한 닭 다리야.’말없이 거품을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이어 문지르는데 손바닥을 닦는 순간 도윤이 갑자기 손을 잡자 두 사람은 깍지를 꼭 끼게 되었으며 지아는 손가락을 꼼짝할 수 없었다.도윤의 약지에는 여전히 결혼반지가 있었다. 이 3일 동안 단 한 번도 빼지 않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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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소지아는 고개를 숙여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도윤이 말리지 않았다면 안쪽으로 닿을 뻔했었다.벅벅 문질러 댔던 탓에 도윤의 짙은 색 팬티 끝자락에 물 자국이 선명했다.지아는 빠르게 도윤에게서 손을 뺐고, 갑자기 크게 움직인 탓에 손을 빼는 순간 바닥에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다.도윤은 급한 마음에 손을 뻗어 지아를 당겼다.“지아야, 괜찮아?”바닥에는 지아가 만든 비누 거품이 가득했고 도윤도 바닥 위로 미끄러져 넘어졌다.“아!”지아의 위로 도윤의 몸이 겹쳤다.서로의 몸이 피부로 느껴졌다.지아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이런 우연은 드라마에서 봐도 오버라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아는 가장 먼저 도윤의 상처가 떠올라 다급하게 물었다.“괜찮아? 등 쪽 상처가 벌어지지는 않았어?”크게 움직인 탓에 도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심한 고통이 찾아왔다.도윤이 아픔을 꾹 참으며 말했다.“괜찮아. 조금만 시간을 줘.”지아는 도윤이 무리하다가 상처가 더 벌어질까, 얌전히 깔린 상태를 유지했다.그러나 그 상태에서 도윤의 신체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이도윤! 이 변태!”지아가 얼굴을 붉힌 채로 말했다. 그러나 도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지아야 이건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야. 네가 내 아래에 깔린 걸 어떡해.”“웃기시네. 다른 여자가 아래에 깔렸어도 똑같았을 거면서.”지아는 이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아니, 그렇지 않아.”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매력 넘치는 조이가 작정하고 유혹할 때도 넘어가지 않았던 도윤이었다. 그때의 진봉은 도윤에게 문제가 있는 줄만 알고 장난감도 여러 개 사다 주었었다.“절로 가.”“지아야, 네가 지핀 불은 책임져야지.”지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정말 뻔뻔하기도 해라! 난 보살펴준다고 했지, 너랑 뭘 한다고 하지는 않았어!”“이미 이렇게 된 걸 어떡해?”“네가 알아서 해.”두 볼을 붉힌 지아가 말했다.“불가능해.”지아는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아니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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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서글픈 이도윤의 목소리에 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물기 젖은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도윤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다.‘내가 알고 지낸 이도윤 맞아? 강아지한테 영혼을 뺏긴 게 아니고?’지아가 무뚝뚝하게 물었다.“뭘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도윤은 지아의 손바닥 위를 꾹꾹 눌렀고 지아는 얼굴이 시뻘게져 터질 것만 같았다.이어 지아가 다급하게 거부했다.“싫어, 안돼, 거절할게. 꿈도 꾸지 마.”지아는 도윤이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지아야, 걱정하지 마. 절대 네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을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지아는 실크 잠옷 바지를 입고 있었고 얇은 잠옷 바지 위로 고스란히 느껴졌다.도윤의 억제하는 듯한 숨소리가 귓가에 흩어지고 지아는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두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지아가 계속해서 구시렁거렸다.“이도윤, 넌 정말 개자식이야.”“그래 난 나쁜 놈이지. 그런데 이렇게 나쁜 놈한테 걸린 넌 평생 도망갈 수 없을 텐데.”“나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널 평생 사랑할 수 있게 해줘.”지아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조용히 해, 이 나쁜 놈아.”도윤의 호흡이 더 가빠졌다.“지아야, 사랑해. 내 목숨도 줄게.”허벅지에 느껴지는 온도에 지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만하지?”“이걸로 어떻게 되겠어? 지아 너잖아.”도윤이 고개를 돌려 아무 예고 없이 지아의 입술에 키스했다.30분 후.지아는 도윤의 부축을 받으며 안에서 걸어 나왔다. 지아의 걸음걸이가 엉성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그에 반면 도윤은 깨끗하게 씻겨지고 정신 상태도 아주 좋아 보였다.등 뒤가 흠뻑 젖은 지아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도윤을 노려보았다.“개자식.”구시렁거리며 지아는 다시 욕실로 돌아가 샤워했고, 병실로 돌아오자 도윤이 주변에 핑크색 하트가 뿅뿅 거리는 게 느껴졌다.도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지아야,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우리도 이만 자자.”자자는 말에 지아의 얼굴이 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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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소지아를 침대에 눕힌 뒤 이도윤은 소파로 향했다.소파는 2인용이었지만, 190이 넘는 키의 도윤이 눕자 두 다리가 밖으로 뻗어졌다.지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이도윤, 지금 뭘 하자는 거야?”“지아야, 난 괜찮아. 소파에서 이렇게 엎드려 자면 돼.”“당장 침대로 와!”지아의 분노에 도윤은 쫄래쫄래 침대로 돌아왔다.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과는 사뭇 달랐으나 또 묘하게 조화로웠다.지아는 온몸을 이불로 꽁꽁 가렸고, 도윤은 자지 않고 뚫어져라 지아만을 바라보았다.밤새 몇 번 뒤척이다 잠에서 깨난 지아는 도윤이 여전히 자지 않고 저를 바라보는 모습에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좀 자면 안 돼?”“등이 아파서 잠이 안 와. 내가 옆을 지킬 테니까 넌 빨리 자.”‘대체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거야?’지아는 어이가 없어졌다.지아가 몸을 돌려 등을 보이면 도윤은 지아의 뒤통수만 바라봤다.“잠을 자려면 두 눈을 꼭 감아야 하는 거야.”지아는 도윤의 눈이 레이저를 뿜을 수 있었다면 제 뒤통수는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도윤이 솔직하게 말했다.“이제 90여 시간 뒤면 넌 떠날 거야. 다음 만남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 조금만 더 눈에 담고 싶어서 그래.”지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눈치챈 건가?’“지아야, 품에 안아보면 안 될까? 안기만 할게.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지아는 이를 갈았다.“아까는 비비기만 한다며!”잠옷을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피부가 아주 벗겨질 뻔했다.등 뒤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지아는 또 도윤에게 넘어갔다는 걸 알아차렸다.“눈 감고 입도 다물고 이만 자자.”지아는 아예 이불로 제 머리를 가렸다. 도윤이 자지 않는대도 지아는 빨리 잠에 들어야 했다. 아니면 내일 누가 도윤을 보살피겠는가?막 잠에 들려는데 누군가 제 이불을 몰래 드는 게 느껴졌다.‘설마 잠에 든 사람한테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감히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상처를 확 잡아채 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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