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소지아가 건네는 과일을 받아먹었다. 지아를 향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었다.미셸은 그제야 자신이 웃음거리가 된 것을 깨달았다.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았는데, 도윤이 실수로 과즙을 입가에 흘리자, 지아는 빠르게 휴지로 입가를 닦아주었다.과일을 먹고 난 후 지아는 침대 옆에 앉아 한참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지금 시간 괜찮으면 약을 새로 갈아야 할 것 같아.”“그래.”도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지아는 화장실에서 미지근한 온수와 물수건을 챙겨나오며 미셸에게 말했다.“미셸 씨, 지금 약을 다시 갈아야 할 것 같은데요.”“도윤 오빠 약 가는 걸 제가 보면 안 돼요?”미셸은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었다. 자신이 깎은 사과는 나 몰라라 하고, 지아가 깎은 건 잘만 받아먹었으니.지아가 대체 무슨 수로 도윤을 구워삶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내 아내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내 상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미셸은 억울해서 외쳤다.“하지만 도윤 오빠!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잖아요.”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난 재결합하고 싶지만, 아직 지아가 허락하지 않아 못하고 있는 거야. 아무리 우리가 이혼했더라도 내 마음속 아내는 지아 하나뿐이고.”미셸은 발을 쿵쿵 구르며 병실을 나갔다.하지만 지아는 미셸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내일 아침쯤에는 도시락을 들고 또 쫄래쫄래 찾아올 것이다.미셸은 도윤의 마음을 집요하게 갈구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포기했을지 몰라도 미셸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지아는 문을 닫고 침대 곁으로 다가와 약 몇 가지를 챙긴 채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옷 벗어.”며칠 사이 지아는 약을 가는 과정을 자주 지켜봐 온 탓에 거의 간호사처럼 익숙해졌다.도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지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벗겨줘. 움직이면 등이 당겨서 못 하겠어.”‘핑계하고는... 참 뻔하네.’‘아파서 못한다고? 마취도 안 하고 견딘 사람이 고작 이걸 참지 못한다니 말도 안 되지.’‘그래 나 대신 다
소지아는 그제야 이도윤이 벌써 3일 동안 씻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동안 겨우 물수건으로 손이나 발을 닦아줬을 뿐 다른 곳은 전혀 씻지 못했다.평소의 도윤이었다면 매일같이 샤워를 했을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씻지 못했으니 아주 불편할 것이다.지극히 정상적인 수요였으니 굳이 부끄러워하며 말할 필요는 없었다.“진봉 씨한테 몸을 닦아달라고 부탁할게. 등 쪽은 절대 물이 닿아서는 안 되거든.”“그래.”지아가 전화를 걸었으나 핸드폰 너머 진봉 쪽은 소란스럽고 정신없어 보였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최근 저와 형은 너무 바빠서 앞으로 두 날 동안은 병문안을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간호사한테 부탁해 주세요. 대부분 요구는 모두 들어줄 겁니다.”솔직하게 늘여놓은 진봉의 말에 지아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통화 종료 후 지아가 말했다.“간호사 두 명 불러올게.”그때 도윤이 지아의 팔을 휙 잡아당겼고 평형을 잡지 못한 지아는 두 팔로 침대 끝을 지탱했다.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도윤은 지아 목으로 물방울이 흐르는 것까지 보였다.입을 다신 도윤이 말했다.“지아야, 난 절대로 다른 여자가 내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왔어.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너 하나뿐이었거든.”“지금 이 상황에서 찬물 뜨거운 물 가릴 게 있어?”도윤의 검은색 눈동자가 지아를 지그시 향하자 지아는 심장이 저도 모르게 쿵쿵거렸다.도윤이 입을 삐죽였다.“네가 일주일 동안 돌봐준다고 그랬잖아.”지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내가 직접 하면 될 거 아니야.”지아가 의자를 가져왔고 천천히 도윤을 침대에서 부축해 내리게 했다.등 쪽의 상처 면적이 너무 큰 탓에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상처가 땅겨왔다.대부분의 상처는 옅었으나 세 군데는 꽤 깊게 찔려 자칫하면 피가 새어 나올 수 있었다.그래서 도윤은 뭘 하든지 천천히 움직였고 나머지는 모두 지아가 도왔다.도윤은 평소에 엄살이 심한 편이 아니었으나, 간만에 친절한 지아의 얼굴을 마주하자 절로 엄살이
소지아의 얼굴은 부끄러워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비록 예전에는 더 많은 스킨십을 해왔으나, 직접 바지를 푸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현재 두 사람은 이혼한 상태였다.도윤은 침착하게 지아를 기다렸다.지아는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눈을 감고 바지를 휙 내린 지아는 빠르게 몸을 돌려 물 온도를 체크했다.다시 몸을 돌리자 도윤이 이미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살짝 벌어진 다리, 다부진 근육, 그 어떤 여자가 시선을 뗄 수 있겠는가?하지만 잘생긴 얼굴에 반듯한 자세의 도윤을 두고 그 어떤 생각을 하든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지아야, 고마워.”지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욕실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집에서 사용하는 샤워볼은 따로 없었고, 지아는 제 손에 비누 거품을 내고 도윤의 피부에 묻혔다.2년 동안의 휴식을 거쳐 지아의 손바닥 굳은살은 모두 사라졌고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지아의 손이 도윤의 몸에 닿을 때마다 도윤의 마음속 음란 마귀가 소동을 피웠다.자꾸만 그날 밤 보트에서 눈을 가린 지아의 모습이 떠올랐다.비록 지아는 약기운에 그날 밤에 대한 대부분 기억을 잃었다.현재 지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열심히 도윤을 씻기고 있었으나, 사랑했던 사람을 앞에 두고 씻기는 행동에 지아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는 없었다.손가락이 도윤의 복근에 닿자 지아는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이건 빨래판이다. 아주 큰 빨래판일 뿐이야.’남자의 팔은 또 아주 튼튼했다. 수트를 입을 땐 똑 떨어지는 슬림핏이었으나, 옷을 벗기면 완벽한 이두선은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지아는 계속해서 되뇌었다.‘이건 큰 닭 다리다. 아주 튼실한 닭 다리야.’말없이 거품을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이어 문지르는데 손바닥을 닦는 순간 도윤이 갑자기 손을 잡자 두 사람은 깍지를 꼭 끼게 되었으며 지아는 손가락을 꼼짝할 수 없었다.도윤의 약지에는 여전히 결혼반지가 있었다. 이 3일 동안 단 한 번도 빼지 않았었
소지아는 고개를 숙여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도윤이 말리지 않았다면 안쪽으로 닿을 뻔했었다.벅벅 문질러 댔던 탓에 도윤의 짙은 색 팬티 끝자락에 물 자국이 선명했다.지아는 빠르게 도윤에게서 손을 뺐고, 갑자기 크게 움직인 탓에 손을 빼는 순간 바닥에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다.도윤은 급한 마음에 손을 뻗어 지아를 당겼다.“지아야, 괜찮아?”바닥에는 지아가 만든 비누 거품이 가득했고 도윤도 바닥 위로 미끄러져 넘어졌다.“아!”지아의 위로 도윤의 몸이 겹쳤다.서로의 몸이 피부로 느껴졌다.지아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이런 우연은 드라마에서 봐도 오버라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아는 가장 먼저 도윤의 상처가 떠올라 다급하게 물었다.“괜찮아? 등 쪽 상처가 벌어지지는 않았어?”크게 움직인 탓에 도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심한 고통이 찾아왔다.도윤이 아픔을 꾹 참으며 말했다.“괜찮아. 조금만 시간을 줘.”지아는 도윤이 무리하다가 상처가 더 벌어질까, 얌전히 깔린 상태를 유지했다.그러나 그 상태에서 도윤의 신체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이도윤! 이 변태!”지아가 얼굴을 붉힌 채로 말했다. 그러나 도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지아야 이건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야. 네가 내 아래에 깔린 걸 어떡해.”“웃기시네. 다른 여자가 아래에 깔렸어도 똑같았을 거면서.”지아는 이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아니, 그렇지 않아.”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매력 넘치는 조이가 작정하고 유혹할 때도 넘어가지 않았던 도윤이었다. 그때의 진봉은 도윤에게 문제가 있는 줄만 알고 장난감도 여러 개 사다 주었었다.“절로 가.”“지아야, 네가 지핀 불은 책임져야지.”지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정말 뻔뻔하기도 해라! 난 보살펴준다고 했지, 너랑 뭘 한다고 하지는 않았어!”“이미 이렇게 된 걸 어떡해?”“네가 알아서 해.”두 볼을 붉힌 지아가 말했다.“불가능해.”지아는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아니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서글픈 이도윤의 목소리에 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물기 젖은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도윤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다.‘내가 알고 지낸 이도윤 맞아? 강아지한테 영혼을 뺏긴 게 아니고?’지아가 무뚝뚝하게 물었다.“뭘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도윤은 지아의 손바닥 위를 꾹꾹 눌렀고 지아는 얼굴이 시뻘게져 터질 것만 같았다.이어 지아가 다급하게 거부했다.“싫어, 안돼, 거절할게. 꿈도 꾸지 마.”지아는 도윤이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지아야, 걱정하지 마. 절대 네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을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지아는 실크 잠옷 바지를 입고 있었고 얇은 잠옷 바지 위로 고스란히 느껴졌다.도윤의 억제하는 듯한 숨소리가 귓가에 흩어지고 지아는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두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지아가 계속해서 구시렁거렸다.“이도윤, 넌 정말 개자식이야.”“그래 난 나쁜 놈이지. 그런데 이렇게 나쁜 놈한테 걸린 넌 평생 도망갈 수 없을 텐데.”“나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널 평생 사랑할 수 있게 해줘.”지아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조용히 해, 이 나쁜 놈아.”도윤의 호흡이 더 가빠졌다.“지아야, 사랑해. 내 목숨도 줄게.”허벅지에 느껴지는 온도에 지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만하지?”“이걸로 어떻게 되겠어? 지아 너잖아.”도윤이 고개를 돌려 아무 예고 없이 지아의 입술에 키스했다.30분 후.지아는 도윤의 부축을 받으며 안에서 걸어 나왔다. 지아의 걸음걸이가 엉성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그에 반면 도윤은 깨끗하게 씻겨지고 정신 상태도 아주 좋아 보였다.등 뒤가 흠뻑 젖은 지아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도윤을 노려보았다.“개자식.”구시렁거리며 지아는 다시 욕실로 돌아가 샤워했고, 병실로 돌아오자 도윤이 주변에 핑크색 하트가 뿅뿅 거리는 게 느껴졌다.도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지아야,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우리도 이만 자자.”자자는 말에 지아의 얼굴이 또 화
소지아를 침대에 눕힌 뒤 이도윤은 소파로 향했다.소파는 2인용이었지만, 190이 넘는 키의 도윤이 눕자 두 다리가 밖으로 뻗어졌다.지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이도윤, 지금 뭘 하자는 거야?”“지아야, 난 괜찮아. 소파에서 이렇게 엎드려 자면 돼.”“당장 침대로 와!”지아의 분노에 도윤은 쫄래쫄래 침대로 돌아왔다.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과는 사뭇 달랐으나 또 묘하게 조화로웠다.지아는 온몸을 이불로 꽁꽁 가렸고, 도윤은 자지 않고 뚫어져라 지아만을 바라보았다.밤새 몇 번 뒤척이다 잠에서 깨난 지아는 도윤이 여전히 자지 않고 저를 바라보는 모습에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좀 자면 안 돼?”“등이 아파서 잠이 안 와. 내가 옆을 지킬 테니까 넌 빨리 자.”‘대체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거야?’지아는 어이가 없어졌다.지아가 몸을 돌려 등을 보이면 도윤은 지아의 뒤통수만 바라봤다.“잠을 자려면 두 눈을 꼭 감아야 하는 거야.”지아는 도윤의 눈이 레이저를 뿜을 수 있었다면 제 뒤통수는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도윤이 솔직하게 말했다.“이제 90여 시간 뒤면 넌 떠날 거야. 다음 만남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 조금만 더 눈에 담고 싶어서 그래.”지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눈치챈 건가?’“지아야, 품에 안아보면 안 될까? 안기만 할게.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지아는 이를 갈았다.“아까는 비비기만 한다며!”잠옷을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피부가 아주 벗겨질 뻔했다.등 뒤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지아는 또 도윤에게 넘어갔다는 걸 알아차렸다.“눈 감고 입도 다물고 이만 자자.”지아는 아예 이불로 제 머리를 가렸다. 도윤이 자지 않는대도 지아는 빨리 잠에 들어야 했다. 아니면 내일 누가 도윤을 보살피겠는가?막 잠에 들려는데 누군가 제 이불을 몰래 드는 게 느껴졌다.‘설마 잠에 든 사람한테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감히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상처를 확 잡아채 버릴 거야.’
그 말이 소지아의 귀에 들어가자 지아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처음에는 이도윤이 안아주면 그저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제지하지 않았다. 근데 누가 알았겠는가? 도윤이 이토록 대담해질 줄은.이런 일을 미리 막지 않은 것은 사실상 허락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이제는 잠을 척하는 것도 안 먹혔고, 하지 말라고 도윤을 뭐라고 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지아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였고 도윤의 손은 여전히 지아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지아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정말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지아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살아남는 것도 힘든데,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어?”도윤은 지아의 귓불을 입술로 살짝 깨물며 중얼거렸다. “나는 매일 네 생각만 해.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이전에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도 달콤했지만, 도윤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직접적이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를 추측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항상 절제하며 자신의 감정을 감춰왔다.과거에는 연애 초보자 서툰 두 사람이었지만, 이 고난들을 겪으면서 도윤도 조금씩 성장해 왔다. 지아가 말했듯이, 지아가 도윤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은 정보의 차이 때문이었고 오해와 비밀이 두 사람의 결혼 파탄의 주된 원인이었다.생사의 고비를 넘었고, 도윤은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지아에게 전하고 싶었다. 아마 자신의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윤은 지아를 사랑했으며, 지아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용기 있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아는 도윤의 공세에 당해낼 수 없었다.“이거 놔,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야.” 지아는 몸이 뜨거워지면서 상황이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점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아야.” 도윤이 짧게 아파하는 소리를 내자 지아가 급히 멈췄다. “네 상처를 건드렸어?”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많이
이도윤은 천천히 소지아의 잠옷을 내렸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밝지 않은 빛에도 불구하고, 도윤은 지아의 마른 등과 아름다운 허리 라인을 볼 수 있었다. 지아는 정말 너무 말랐는데 솔직히 말해, 이전의 지아를 안았을 때부터 손이 아팠다.아마 아이를 세 명이나 낳은 탓에, 지아의 가슴은 더 커졌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아서 탄력을 잃지 않았다. 두 번의 조산으로, 지아의 배에는 깊은 임신줄도 없이 온몸이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랬기에 지아는 자신의 몸매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모르고 있었다.방안에는 24시간 난방이 있어 봄처럼 따뜻했지만, 옷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아는 몸이 부르르 떨렸다.“지아야, 돌아봐봐. 너를 보고 싶어.”“싫어!”도윤은 지아를 바로 끌어당겼고 지아는 여전히 손으로 눈을 가리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빨리 해.”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을 어떻게 서둘러?”이번에는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하는 관계였기에 지아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냈다. 그리고 도윤은 약속을 지키며 결국 지아에게 다짐을 깨지 않았다. 한참 후, 도윤은 지아의 몸 위에서 숨을 몰아쉬었다.“지아야, 고마워.”지아의 목소리는 약간 애교를 띠었다. “이도윤, 이제 너한테 빚진 거 없어.”도윤은 지아의 다리에 묻은 것들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지아는 몸을 일으켜 말했다.“내가 할게.”“싸우기도 했으니 이제 자야지, 안 그래?”“자, 바로 잘 거야.”지아는 침대에 누웠지만,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과거의 애증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한때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남자를, 나중에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던 그 남자와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니.이야기가 로맨스 소설에서 판타지 소설로 변해버린 듯했다. 밤이 깊어져 가는 동안, 도윤은 지아를 안고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치 충심으로 가득 찬 큰 강아지처럼, 지아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온전히 감싸 안았다.처음 세 날 동안 도윤의 등은 정말 아팠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