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이도윤의 목소리에 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물기 젖은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도윤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다.‘내가 알고 지낸 이도윤 맞아? 강아지한테 영혼을 뺏긴 게 아니고?’지아가 무뚝뚝하게 물었다.“뭘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도윤은 지아의 손바닥 위를 꾹꾹 눌렀고 지아는 얼굴이 시뻘게져 터질 것만 같았다.이어 지아가 다급하게 거부했다.“싫어, 안돼, 거절할게. 꿈도 꾸지 마.”지아는 도윤이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지아야, 걱정하지 마. 절대 네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을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지아는 실크 잠옷 바지를 입고 있었고 얇은 잠옷 바지 위로 고스란히 느껴졌다.도윤의 억제하는 듯한 숨소리가 귓가에 흩어지고 지아는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두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지아가 계속해서 구시렁거렸다.“이도윤, 넌 정말 개자식이야.”“그래 난 나쁜 놈이지. 그런데 이렇게 나쁜 놈한테 걸린 넌 평생 도망갈 수 없을 텐데.”“나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널 평생 사랑할 수 있게 해줘.”지아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조용히 해, 이 나쁜 놈아.”도윤의 호흡이 더 가빠졌다.“지아야, 사랑해. 내 목숨도 줄게.”허벅지에 느껴지는 온도에 지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만하지?”“이걸로 어떻게 되겠어? 지아 너잖아.”도윤이 고개를 돌려 아무 예고 없이 지아의 입술에 키스했다.30분 후.지아는 도윤의 부축을 받으며 안에서 걸어 나왔다. 지아의 걸음걸이가 엉성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그에 반면 도윤은 깨끗하게 씻겨지고 정신 상태도 아주 좋아 보였다.등 뒤가 흠뻑 젖은 지아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도윤을 노려보았다.“개자식.”구시렁거리며 지아는 다시 욕실로 돌아가 샤워했고, 병실로 돌아오자 도윤이 주변에 핑크색 하트가 뿅뿅 거리는 게 느껴졌다.도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지아야,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우리도 이만 자자.”자자는 말에 지아의 얼굴이 또 화
소지아를 침대에 눕힌 뒤 이도윤은 소파로 향했다.소파는 2인용이었지만, 190이 넘는 키의 도윤이 눕자 두 다리가 밖으로 뻗어졌다.지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이도윤, 지금 뭘 하자는 거야?”“지아야, 난 괜찮아. 소파에서 이렇게 엎드려 자면 돼.”“당장 침대로 와!”지아의 분노에 도윤은 쫄래쫄래 침대로 돌아왔다.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과는 사뭇 달랐으나 또 묘하게 조화로웠다.지아는 온몸을 이불로 꽁꽁 가렸고, 도윤은 자지 않고 뚫어져라 지아만을 바라보았다.밤새 몇 번 뒤척이다 잠에서 깨난 지아는 도윤이 여전히 자지 않고 저를 바라보는 모습에 깜짝 놀라 뒤로 넘어갈 뻔했다.“좀 자면 안 돼?”“등이 아파서 잠이 안 와. 내가 옆을 지킬 테니까 넌 빨리 자.”‘대체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거야?’지아는 어이가 없어졌다.지아가 몸을 돌려 등을 보이면 도윤은 지아의 뒤통수만 바라봤다.“잠을 자려면 두 눈을 꼭 감아야 하는 거야.”지아는 도윤의 눈이 레이저를 뿜을 수 있었다면 제 뒤통수는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도윤이 솔직하게 말했다.“이제 90여 시간 뒤면 넌 떠날 거야. 다음 만남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 조금만 더 눈에 담고 싶어서 그래.”지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눈치챈 건가?’“지아야, 품에 안아보면 안 될까? 안기만 할게.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지아는 이를 갈았다.“아까는 비비기만 한다며!”잠옷을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피부가 아주 벗겨질 뻔했다.등 뒤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지아는 또 도윤에게 넘어갔다는 걸 알아차렸다.“눈 감고 입도 다물고 이만 자자.”지아는 아예 이불로 제 머리를 가렸다. 도윤이 자지 않는대도 지아는 빨리 잠에 들어야 했다. 아니면 내일 누가 도윤을 보살피겠는가?막 잠에 들려는데 누군가 제 이불을 몰래 드는 게 느껴졌다.‘설마 잠에 든 사람한테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감히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상처를 확 잡아채 버릴 거야.’
그 말이 소지아의 귀에 들어가자 지아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처음에는 이도윤이 안아주면 그저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제지하지 않았다. 근데 누가 알았겠는가? 도윤이 이토록 대담해질 줄은.이런 일을 미리 막지 않은 것은 사실상 허락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이제는 잠을 척하는 것도 안 먹혔고, 하지 말라고 도윤을 뭐라고 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지아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였고 도윤의 손은 여전히 지아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지아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정말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지아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살아남는 것도 힘든데,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어?”도윤은 지아의 귓불을 입술로 살짝 깨물며 중얼거렸다. “나는 매일 네 생각만 해.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이전에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도 달콤했지만, 도윤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직접적이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를 추측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항상 절제하며 자신의 감정을 감춰왔다.과거에는 연애 초보자 서툰 두 사람이었지만, 이 고난들을 겪으면서 도윤도 조금씩 성장해 왔다. 지아가 말했듯이, 지아가 도윤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은 정보의 차이 때문이었고 오해와 비밀이 두 사람의 결혼 파탄의 주된 원인이었다.생사의 고비를 넘었고, 도윤은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지아에게 전하고 싶었다. 아마 자신의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윤은 지아를 사랑했으며, 지아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용기 있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아는 도윤의 공세에 당해낼 수 없었다.“이거 놔,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야.” 지아는 몸이 뜨거워지면서 상황이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점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아야.” 도윤이 짧게 아파하는 소리를 내자 지아가 급히 멈췄다. “네 상처를 건드렸어?”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많이
이도윤은 천천히 소지아의 잠옷을 내렸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밝지 않은 빛에도 불구하고, 도윤은 지아의 마른 등과 아름다운 허리 라인을 볼 수 있었다. 지아는 정말 너무 말랐는데 솔직히 말해, 이전의 지아를 안았을 때부터 손이 아팠다.아마 아이를 세 명이나 낳은 탓에, 지아의 가슴은 더 커졌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아서 탄력을 잃지 않았다. 두 번의 조산으로, 지아의 배에는 깊은 임신줄도 없이 온몸이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랬기에 지아는 자신의 몸매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모르고 있었다.방안에는 24시간 난방이 있어 봄처럼 따뜻했지만, 옷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아는 몸이 부르르 떨렸다.“지아야, 돌아봐봐. 너를 보고 싶어.”“싫어!”도윤은 지아를 바로 끌어당겼고 지아는 여전히 손으로 눈을 가리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빨리 해.”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을 어떻게 서둘러?”이번에는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하는 관계였기에 지아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냈다. 그리고 도윤은 약속을 지키며 결국 지아에게 다짐을 깨지 않았다. 한참 후, 도윤은 지아의 몸 위에서 숨을 몰아쉬었다.“지아야, 고마워.”지아의 목소리는 약간 애교를 띠었다. “이도윤, 이제 너한테 빚진 거 없어.”도윤은 지아의 다리에 묻은 것들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지아는 몸을 일으켜 말했다.“내가 할게.”“싸우기도 했으니 이제 자야지, 안 그래?”“자, 바로 잘 거야.”지아는 침대에 누웠지만,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과거의 애증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한때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남자를, 나중에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던 그 남자와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니.이야기가 로맨스 소설에서 판타지 소설로 변해버린 듯했다. 밤이 깊어져 가는 동안, 도윤은 지아를 안고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치 충심으로 가득 찬 큰 강아지처럼, 지아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온전히 감싸 안았다.처음 세 날 동안 도윤의 등은 정말 아팠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
미셸은 손에 들고 있던 아침 식사 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눈을 가리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지아는 깊이 잠들어 있었는데, 이도윤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났다. 눈을 뜨기조차 힘들 정도로 눈썹을 찌푸렸다. 이 자세로 밤새 자서 몸이 불편했던 지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예전에 여러 번 그랬듯이, 머리를 도윤의 가슴에 파묻었다.도윤은 갑작스러운 애정행각에 당황하면서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눈을 감고 다시 잠들었다. 이런 식으로 게으름을 피우는 건 그들에게 드문 일이었다. 도윤의 특별한 신분 때문에 일반 간호사들도 방애를 하지 않았고, 병동 점검도 취소되었다. 보통은 지아가 깨어나 약을 가져오기 때문에, 둘은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지아는 꿈속에서 세 아이를 만났다. 지윤이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활짝 웃으며 지아에게 달려왔고 지아는 팔을 벌려 세 아이를 꼭 안았다. 지아의 아이들이 마침내 돌아온 것이었다.지아는 처음으로 꿈에서 웃음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눈을 뜨자 아이들의 얼굴이 아닌 도윤의 가슴이 보였고 자신이 문어처럼 팔다리를 이용해 도윤의 몸을 휘감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젯밤 두 사람 사이의 뜨거웠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지아는 얼굴이 붉어져 손을 뺐다.“잘 잤어?” 도윤이 미소를 띠며 지아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지아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결혼 초기, 매일 도윤의 품에서 깨어나던 그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응.”두 사람은 어젯밤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래도 느낄 수 있었다. 도윤의 시선이 자기 몸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고.“그, 나 아침 준비할게, 일어나면 침대 시트도 갈아줄게.”“좋아.”식재료는 매일 정시에 배달되었고, 병실에는 작은 주방이 있어서 하루 세 끼를 지아가 직접 만들어 주었다. 오늘은 늦잠을 자서 지아는 간단히 샌드위치 두 개를 만들고, 일부 과일을 씻은 뒤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준비했다. 도윤이 세수를 마치고 나타나자, 지아는 도윤에게 손짓했다
이틀 동안 이도윤은 항상 알게 모르게 소지아와의 스킨쉽을 했다. 다섯째 날, 지아는 앞치마를 두르고 작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환풍기가 윙윙거리는 소리 속에서 도윤이 언제 지아의 뒤로 왔는지 모르게 지아를 껴안았다. 지아는 깜짝 놀라 거의 주걱을 얼굴에 내리칠 뻔했다.‘이 남자는 또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건가?’“왜 그래!” 지아는 능숙하게 불을 끄고 음식을 접시에 담았다. 음식에서 풍기는 매력적인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지만 윤은 점점 더 지아에게 집착하며 말했다. “별거 아냐, 그냥 안고 싶어서.”지아는 다소 말문이 막혔다. 지아는 자신이 음식에 약을 넣은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확실히 최근 도윤이가 몹시 이상했다. 도윤은 지아의 뒤에서 지아를 안고, 애교를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나는 후회해, 지아가 이렇게 좋은데 왜 내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는지.”지아는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벌 받을 자격이 있어.”“응, 그래서 벌도 받고 있어.”“자, 손 씻고 밥 먹자.”곧 본인이 도윤을 위해 요리할 수 있는 횟수도 몇 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지아는 마음이 무거워졌고 도윤은 여전히 지아를 놓지 않고 말했다. “잠깐, 나 좀 안아줘.”방은 죽은 듯 고요했고, 방금 접시에 담긴 제육볶음은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창밖에서는 큰 눈이 소리 없이 내려, 가끔 창문을 통해 들어와 지아의 손등에 내려앉았는데 굉장히 차가웠고 굉장히 부드러워 보였다.문이 열리고, 미셸이 저녁을 들고 기뻐하며 들어왔다. “도윤아, 너 좋아하는 거 사 왔는데.”미셸은 말을 하다가 말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셸은 오랫동안 사랑해 온 남자가 다른 여자를 안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본인이 평생 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 가득했다. 원래 도윤에게도 이런 따듯한 면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미셸에게는 아니었다. 이에 도윤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몇 번이나 말했지? 노크 없이 들어오지 말라고.”미셸은 온몸에 눈을 뒤집어쓰고, 얼굴엔 땀이 맺혀
이도윤은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원치 않았지만, 시간은 더욱 빨리 흘러갔다. 여섯 번째 날 저녁, 도윤은 소지아를 꼭 안고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지아는 도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인생은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이다. 그 누구도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날이 밝자, 지아는 도윤을 위해 아침을 준비했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진봉과 진환 형제가 문 앞에 조용히 나타났다. 두 사람은 상당히 여윈 모습이었고, 눈 아래는 까맣게 그을린 듯했는데 그들의 바쁜 일상이 엿보였다.“부인.”지아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떠나는 게 아니었나요?”“형이 우리를 부른 거야. 형의 상처가 아주 잘 회복되어서 조기 퇴원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미 퇴원 절차를 마쳤고요.”지아는 뒤돌아 도윤을 바라봤다. 도윤은 평소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는 다친 곳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몸에 난 상처들은 이미 딱지가 앉았고, 세 군데는 아직 천천히 아물고 있어 당분간은 계속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이도윤에게는 이미 충분했다. 이 며칠간 도윤은 바쁜 와중에 훔쳐낸 평화로운 날들을 보냈다.“가자, 오늘은 하루 종일 너와 함께할게.”지아는 도윤이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 몰랐지만, 일단 외투를 들고 함께 집을 떠났다.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여 안전 통로를 통해 지하 2층으로 갔다. 이전의 비즈니스 차량은 이미 특수 변경된 비포장도로 차량으로 교체되었고, 전체 차체는 특별히 개조되어 안전성이 한층 더 향상되었다.놀랍게도 퉁명스러운 우 박사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지아는 이 의사가 무서웠다. 매번 약을 받거나 도윤의 상태를 상담할 때 눈을 마주치면 등골이 오싹해졌다. 처음에 우 박사는 지아에게 매우 불만이었고, 지아에 대한 혐오감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지아도 의학을 공부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우 박사는 지아에 대한 태도가 조금 나아졌고, 가끔은 전문 지식으로 시험하기도 했다.다행히 지아는
이 말을 듣자마자 소지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직도 그때를 기억했다. 자신이 퇴학 신청서를 제출한 후, 수술을 막 마친 윤 선생은 수술복조차 벗지 않고 수술 도구를 들고 학교로 달려왔다.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아가 집안일로 곤란해졌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협박당했는지를 걱정했다.윤 선생은 돈이 부족하면 전액 장학금을 신청해 주겠다고 제안했으며, 필요하다면 수술대에서 직접 지도하겠다고 했다. 만약 가족이 지아에게 가업을 이어받으라고 한다면, 지아의 아버지와 직접 협상할 의사가 있었다. 그날 윤 선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헐떡거리며 말했다. “얘야,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넌 얼마나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면 선생님께 말해, 해결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지아가 자신이 결혼하려고 학교를 그만두려 한다고 말했을 때, 선생님은 거의 안경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래서 자신이 수술을 너무 오래해서 잘못 들었다고 의심했다. “네가 남자에게 홀린 거야? 어떻게 그런 말이 네 입에서 나올 수 있지?”모든 사람이 지아가 결혼하려 한다는 소식에 선생님처럼 반응했다. 선생님은 지아를 설득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고, 나중에는 지아의 아버지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다. 결국, 혼자 도윤의 사무실에 침입했다.도윤은 꽤 예의 바르게 대했기에, 팔과 다리를 비틀 수 없었다. 지아가 이미 결정한 일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윤규현은 세 번이나 들락날락하다가, 마지막에는 실망한 얼굴로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얘야,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그때의 지아는 아직 어리고 순진했다. “선생님, 제가 선택한 길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선생님이 떠난 날, 매미 소리가 크게 울리고 햇빛이 뒷모습을 길게 늘어뜨렸다.지아는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다. 분명 선생님을 실망하게 했을 것이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지아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네, 저는 의학을 포기하고 인생을 한 남자에게 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