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현은 항상 거친 말투를 하고 있지만 부드러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윤 선생에게 꾸중을 들었는지 아나? 닭 잡는 칼로 나를 쫓아와서 3리를 달려야 멈췄어.”“내가 그 아이를 윤 선생에게 돌려보낸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거기서 죽을 뻔했어.”“삼촌이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우규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런 말 마. 지아가 실력이 좀 있어서 내가 너의 제안에 수락한 거야. 만약 지아가 쓸모없는 인물이었다면,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거야.”“정말로 지아를 놔줄 생각이야? 세월이 갈수록 후회하는 게임은 하지 마. 나는 나이가 많아서 젊은이들과 놀 시간이 없어.”“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는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지아에게 좋은 줄 알았죠.”“근데 이제는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아의 날개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지아가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죠.”“그런 깨달음이 더 일찍 있었다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겠죠?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 젊으니까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면 되니까. 아직 갈 길이 멀어.”우규현은 지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 신분이 드러났다고 들었으니까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해.”“알겠습니다.”“가서 앞으로는 오지 마.”“삼촌이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도윤은 돌아서 차에 올라탔고, 지아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나눴는지 모르지만, 도윤이 과거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차는 천천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어둠을 뚫고 밝은 곳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작은 등롱이 걸려 있어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우리가 함께 새해를 보낸 지도 몇 년이 됐네.” 도윤이 갑자기 말했다.“응.”지아는 죽음과의 경쟁을 벌이는 그런 날들에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이 좋았기에, 새해를 기념할 여유가 없었다.“마지막 날인데 어디로 데려갈 거야?” 지아가 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점차 교외로 나아가 도
소지아는 차 문을 급히 열고 내리려 했지만, 도윤이 지아의 손을 잡아 막았다. “지아야, 우리가 지윤을 강사에게 맡겼다면, 그들의 훈련 과정에 간섭해서는 안 돼. 여기서는 규칙이 법이야.”“네가 지윤을 만나고 싶다면, 지윤이 모든 항목에서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지아는 창문에 얼굴을 댄 채 바라보았다. 큰 키의 남자가 지윤에게 다가가 상태를 묻는 것 같았는데 휴식이 필요한지도 물어보는 것 같았다. 결국 지윤의 특별한 신분을 고려하여 강사는 다소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윤은 강사의 도움을 거절했다. “저,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지윤은 작은 손으로 눈 위를 짚고 조금씩 천천히 일어났다. 그 작은 몸에서는 무한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다시 일어난 지윤은 천천히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대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지아는 지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 작은 체구가 그렇게도 완강하게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달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한 걸음, 두 걸음, 지아는 이 아이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눈물이 볼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지아는 도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지아의 눈에는 지윤이 그저 한 아이일 뿐이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다른 아이들이 모두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을 때, 지아는 식당에 도착했지만 남겨진 것은 차가운 반찬과 남은 밥뿐이었다.이에 지아는 참을 수 없었다. “그저 아이일 뿐인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 어떻게 제대로 자라나겠어? 안 돼, 난 지윤을 데리고 가야 해.”“지아야, 진정해. 네가 없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이렇게 지냈어.”“전문 영양사가 배정되어 있고, 지윤은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커. 내 아인데 내가 어떻게 그를 아끼지 않을 수 있겠어?”지아는 지윤이 순순히, 불만 없이 앉아 밥을 먹으려고 하자, 식당 아주머니가 특별히 따뜻한 식사를 가져다주었다.“어린이, 이거 먹어. 아주머니가 특별히 너를 위해 남겨뒀어.”“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사실 이지윤에게 있어서 이것은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지윤이는 아직 어렸기에,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소년의 옆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서 있었는데, 마른 소년이 중심인 듯 보였다. 그 소년은 키가 크고 마르며, 뚜렷한 쇄골이 드러났다. 과거에 고생했음이 역력했고, 명백히 영양실조 상태였지만, 그런데도 또래에 비해 어린 느낌이 없었다. 그 소년의 눈은 지윤을 떠올리게 했고, 그 눈빛은 늑대 무리에서의 왕을 연상시켰고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기세가 서렸다.“이 아이의 이름은 유주혁이야. 나이는 어리지만 북쪽 전쟁터에서 주워진 고아야.”“처음 발견했을 때는 시체를 먹으며 살아가고, 때로는 독수리와 음식을 다투기도 했어.”이에 지아는 속이 울렁거렸다. “이 아이가 사람 고기를 먹었다고?”“정확히는 부패한 고기야.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선 뭐든지 먹을 거야. 주혁은 스스로 지은 이름인데, 태어날 때부터 부모 없이 발견됐을 때는 죽기 직전이었어.”“몸에 여러 병이 있었지만, 이제 막 회복해서 훈련을 위해 이곳에 보내졌어. 여기서는 아이들의 우두머리야. 왜 지윤이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아?”“울프가 되고 싶어 하는 건가? 근데 지윤이 인정하지 않으니까?”“맞아, 지윤은 작지만 이미 자신의 목표를 알고 있어.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야. 그게 불만이니 주혁은 기회를 찾아 괴롭히려고 하지.”지아는 그 말을 듣고 궁금해졌다. 지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주혁은 팔짱을 끼고 입가에 조롱과 잔혹함이 묻어난 미소를 지었다. “내가 궁금한 건, 넌 어느 집안의 도련님이야? 무슨 짓을 했기에 어머니조차도 자주 밥을 남겨줘야 하니? 네게 어울리는 거야?”주혁은 지윤의 정체를 몰랐다. 지윤이 처음 왔을 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들 중 많은 아이들은 색이 바랜 피부에 마른 콩나물 같았다. 그랬기에 지윤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사람들이 도련님이라고 불렀다.지윤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식판과 바닥에 흩어진 음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표
유주혁도 화가 나 있었지만, 사실 이렇게 작은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주혁은 입으로는 지윤을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이곳 아이들이 대부분 고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지윤을 자극해 왔는데, 그 이유는 이 아이가 잘 따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니, 주혁은 지윤을 집중적으로 괴롭혀 다른 아이들 앞에서 권위를 세우려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윤은 더욱 완강했고, 싸울수록 저항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이 고집스러운 녀석은 도대체 뭐지? 정말 까다로운 상대였다.’“이 녀석, 넌 죽었다.”주혁은 진지하게 지윤을 때리려 했고, 주먹을 들어 지윤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그만둬!” 이때 지아가 소리쳤다. 지윤은 절망적이라는 듯 눈을 감았는데 지윤의 작은 몸으로는 저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주혁의 손목을 붙잡았다.모든 이들이 그 방향을 바라보았고, 지아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다행히 지아가 제때 도착했다. 사실 지아는 몰랐지만, 멀리서 감독관이 마취총을 들고 있었고, 지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주혁은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지윤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지윤은 오랫동안 지아를 보지 못했고, 어릴 적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졌다. 아버지는 언제나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사랑한다면 왜 자기의 곁에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준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지윤은 지아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항상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윤이 다시 지아를 볼 때, 지윤은 첫눈에 지아를 알아보았다. 그 순간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 환상이 아닐까? 어머니가 여기에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 분명 지아는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이 들었다.이에 주혁도 놀랐다. 여기에 여자가 나타났다니. 이 여자는 분명 지윤 때문에 온 것이었고 지아는 이지윤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 “괜찮아? 아이야?”지윤은 멍하니 서서 크게 눈을 떴다. “누구세요?” 지아는 지윤의 얼굴에 난 상처
지아는 아이의 눈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떨림을 보았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자식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다니.’“미안해, 미안해.” 지아는 아이를 품에 안고 거듭 사과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 여, 여긴 어떻게 왔어요?”“아가, 엄마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엄마?”지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아가 정말 자신을 알아본 걸까?“아들, 엄마가 전에 오해한 줄도 모르고 널 이제야 찾아왔어. 엄마가 다 미안해.”지아는 아이를 꼭 껴안은 채 눈물이 턱을 타고 지윤의 목까지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지금은 포옹만이 최고의 위로였다. 도윤은 사람을 시켜 약을 가져오게 했다.“지아야, 애 약부터 발라주자.”지아는 그제야 아이를 놓아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폈다.“많이 아팠지?”“괜찮아요.”지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까 멍하니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가 자신의 상처에 약 발라주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아빠, 진짜 엄마예요?”도윤은 손을 뻗어 아이의 코를 툭 건드렸다.“바보야, 진짜지 그럼.”도윤의 말을 들은 지윤이는 지아가 약을 발라줄 때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얌전히 있었다.자기 때문에 지아가 놀라서 가버릴까 봐.예전에는 그래도 가끔씩 말썽을 부렸는데, 지금은 정말 성질 한 번 안 부릴 정도로 얌전한 아이가 되어서 지아는 그 모습이 더더욱 안타까웠다.“지윤아 배고프지, 엄마가 밥 해줄까?”“좋아요.”아이가 이렇게 클 때까지 한 번도 직접 밥을 해 먹인 적이 없었다.그러고도 엄마라고 할 수 있는지 참 부끄럽기 그지없었다.과거 나쁜 생각으로 지윤이를 안고 배에서 뛰어내렸을 때만 생각하면 지아는 무척 후회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벼랑 끝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도윤은 모자를 안방으로 데려갔다. 그는 평소 할 일이 없을 때면 산에 가서 몰래 지윤이 곁을 지키곤 했었다.남자아이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단호하게 굴었지만 그렇
지아는 지윤이가 매우 예민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는 늘 걱정에 시달리며 힘들게 얻은 걸 잃을까 봐 두려워했다.지아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진정시키며 얼마나 사랑하는지 거듭 말해주었다.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었는데 지윤이는 배가 터질 듯이 많이 먹더니 도윤이 손에서 젓가락을 빼앗아 가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아이는 엄마의 요리가 매일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윤아, 이리 와.”지아는 창가에 앉아 아이를 향해 손짓했고 지윤이는 서둘러 순순히 올라와 지아의 품에 안겼다.여기선 바깥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는데 지윤이는 엄마가 함께해서인지 평소와 다른 각도에서 훈련장을 바라보자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지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네 이름도 내가 지은 거야. 엄마 아빠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지. 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태어났어.”“엄마는 그때 아빠를 많이 사랑했나 봐요.”“응, 많이 사랑했지.”지아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아빠에 대한 엄마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너는 내가 임신해서 낳은 아기야. 그때 네 아빠가 손을 써서 널 데려가면서 우린 헤어졌고 엄마는 네 존재도 몰라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놓쳐버린 거야. 엄마는 매일 널 그리워하고 밤낮으로 너를 생각했어. 엄마가 이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는 걸 알아줘.”지윤이는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엄마, 나도 엄마를 아주 아주 많이 사랑해요.”“착하다.”지아는 아이의 이마 위에 턱을 얹으며 말했다.“엄마는 아빠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어. 넌 여기선 항상 조심하고 위험하면 제일 먼저 도움을 청해야 해, 알았지? 넌 아직 어린애니까 자신을 보호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거야.”“엄마 걱정 마세요. 아빠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요. 전에도 몇 번 버티지 못했을 때 다른 사람이 저를 구해줬어요. 그렇지만 아빠는 남자는 강해야 한다고, 버틸 수 있으면 버티면서 피를 흘리되 눈물은 절대 흘리면 안 된다고 했어요.”“쯧,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듣
지윤이는 엄마가 도윤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았다. 세상에서 도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지아뿐이었다.기껏해야 도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도윤을 기쁘게 해줄 방법을 찾으라는 말만 하던 백채원과는 달랐다.“하지만 아빠가 그렇게 나쁜데 엄마는 어떻게 아빠를 좋아했어요?”지아가 독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땐 내가 눈이 멀었지. 아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엄마를 쫓아다녔는지 알아? 큰 강물 속 물고기만큼 많았어. 네 아빠 그 얼굴에 엄마가 속아 넘어간 거지.”“엄마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했으면 나도 없고 동생들도 없었어요.”아이가 실망스럽게 말하자 지아는 즉시 말을 돌렸다.“네 아빠도 예전엔 꽤 인간적인 사람이었지. 엄마한테 잘해줄 때도 있었어. 그래서 널 임신하기 전에는 엄마가 매일 행복해하며 네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단다.”“그럼 지금은요? 아빠는 여전히 엄마에게 잘해주고 있고 대부분 아빠가 했던 일은 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걸 전 알아요.”“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엄마가 약속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지금처럼 너를 사랑한다는 거야.”지윤이가 작게 속삭였다.“엄마, 그 사랑하는 마음을 아빠에게 조금만 나눠줄 수 있어요? 아빠 정말 불쌍해요.”“이 세상에는 네 아빠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엄마가 없어도 괜찮아.”“하지만 아빠에게 엄마는 물고기에게 필요한 산소와 같아서 산소가 없으면 물고기는 죽을 거예요.”지윤이가 지아의 품에 파고들었다. 학습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아이는 금방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난 아빠도 좋고 엄마도 좋은데 엄마랑 아빠가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아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데 엄마도 날 사랑한다면서요? 어차피 지금 혼자인데 아빠가 전에 했던 행동들 용서해 주면 안 돼요? 동생들도 나처럼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지윤이는 생각이 있어도 말을 못 하는 어린 두 아이와 달리 그래도 컸다고 생각한 바를 논리적으로 말했다.지아
“엄마, 저 얌전히 말도 잘 듣고 다신 엄마 화나게 하지 않을게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주면 안 돼요?”변진희가 지아를 뿌리치자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하지만 그래도 절뚝거리며 쫓아가면서 변진희가 탄 차 뒤에서 돌아와 달라고 계속 애원했다.그때 지아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변진희가 평소 차갑게 대해도 그래도 엄마인데, 그녀가 떠나면 자신은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될 것 같았다.변진희가 남아서 예전처럼 차갑게 굴어도 곁에서 매일 바라볼 수만 있다면 좋았다.변진희가 떠난 후, 지아는 밤낮으로 그녀가 돌아오길 빌었다.매일 학교가 끝나면 밖에서 아이를 데리러 오는 엄마들, 아이들 밥을 챙겨오는 엄마들, 학부모 활동에 참여하는 부모들, 놀이터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다니는 부모들, 아이가 넘어지면 마음이 아픈 듯 품에 안아주는 엄마들을 보며 자신은 나중에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가정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지금의 자신이 그때 변진희와 다를 게 있을까? 자신도 아이를 버려둔 채 완벽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다.“지윤아.”지아는 아이를 껴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엄마, 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챙김 받고 싶어요. 옛날에는 내 존재를 몰라서 그랬지만 이제 알았는데도 날 떠날 거예요?”지윤은 역시 도윤을 닮아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데 능숙했다.짧은 시간안에 지아가 자신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한 아이는 단번에 약점을 잡고 아이의 순진한 눈물을 협상 카드로 삼아 지아를 붙잡고 있었다.그러면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세상 어떤 부모가 사탕을 달라고 우는 아이를 외면하겠나.특히 이 아이에겐 빚진 것이 많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하늘의 별과 달이라도 따주어야 했다.하지만 아이는 별이나 달 대신 그저 지아가 곁에 있어 주길 바랄 뿐이었다.“난...”“엄마, 전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도 저와 동생들을 사랑하잖아요. 저에겐 완전한 가족이 없었지만 동생들도 한창 뭘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