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881 - Chapter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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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민아의 얼굴은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간병인이 저녁 식사를 들고 와서 당부했다.“아가씨, 유산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몸 잘 추슬러야 해요. 많이 먹어요. 아직 젊으니까 곧 회복할 수 있어요. 다시 임신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가져가세요.”“아가씨, 저 난처하게 만들지 마세요. 전 그저 일하는 사람일 뿐이잖아요.”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민아는 곧바로 쟁반에서 음식을 모두 들어 올리며 바닥에 쏟았다.“꺼지라고.”간병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잔해 조각들을 수거했다.민아는 밖에 날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비로소 지아의 상황을 이해했다.다만 의아했던 건 지아가 귀국했다는 걸 세찬이 이미 아는데 그걸 도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도윤이 지아가 죽지 않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지아를 혼자 내버려둘 수 있겠나.‘아니면 이제 정말 정신 차렸나?’하지만 민아는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을 굳게 믿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더 큰 속셈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지아는 전화를 끊고 두 눈에 걱정스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민아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세찬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행복한 사랑에 빠진 것 같지는 않았는데.’휴대폰에 민아로부터 또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일부러 밝은 척 웃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화면에는 한 마디밖에 없었다.[이도윤 조심해.]지아는 조금 놀라서 서둘러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민아 쪽은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무슨 뜻일까? 민아가 뭔가 알고 있나?’ 지아는 안절부절못했다. ‘민아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갑자기 휴대폰을 꺼버린 거지?’병원.민아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훔쳐 간 눈앞의 남자를 화난 표정으로 쳐다봤다. 훤칠한 키에 잘생기고 우아한 외모의 남자는 하는 짓마다 가관이었다.“강세찬, 내 폰 내놔!”세찬은 휴대폰을 꺼버리고 누군가 맞을까 봐 걱정하지도 않는지 바로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김 비서, 내가 남의 일에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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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지아는 이 메시지를 받은 후 마음이 불안했다.민아는 세찬과 같이 있으니 도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아마도 민아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경고한 것 같았다.‘세찬은 민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지아는 돌아가고 싶지만 전효의 행방을 놓칠까 봐 두려웠다.밤낮으로 민아와 연락되지 않자 지아는 초조해졌고, 민아를 그대로 놔둘 수 없었다.만수에게 거듭 당부한 뒤, 소망을 섬에 남겨두고 혼자 배를 타고 몰래 A시로 돌아왔다.도윤은 이미 지아가 섬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도윤은 섬에서 지아의 모든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아가 섬에서 지내면서 전효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고 몰래 돌아간 이유를 알 수 없었다.A시는 아주 추웠고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아는 택시를 타고 민아의 아파트로 향했다.민아가 영업사원이 된 후 매입한 집은 방 2개, 거실 1개로 크지 않지만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고, 지아가 자주 드나들어 경비원들도 다 알아보았기에 출입을 막지 않았다.지아는 먼저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잔뜩 긴장하며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다.방은 어두웠고 공기 중에 오랫동안 사람이 없었던 흔적이 가득했다.불을 켜자 현관에 여성용 샌들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미 겨울인데 왜 아직도 샌들이 있을까?답은 딱 하나였다.여름에 민아는 이 집을 떠난 이후로 이곳에 살지 않았다.지아는 다시 경비원을 찾아 물었다.“민아 씨요? 여기 자주 오지 않았어요. 연애하는지 처음 한두 달은 보이다가 나중에는 돌아오는 텀이 점점 길어지더라고요. 집을 내놓지 않겠냐고도 물어봤어요. 여기 위치도 좋고, 집값도 올라서 팔면 큰돈 벌 수 있거든요.”“혹시 남자 친구를 본 적 있어요?”지아는 계속 물었다.“남자를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남자 친구인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보름 전에 민아 씨가 물건 가지러 왔을 때 배가 살짝 나온 걸 봐서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지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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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지아 역시 아이를 두 번이나 잃은 아픔을 경험한 엄마이기 때문에 민아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된 지아는 더욱 가슴이 아프고 걱정이 되었다.민아의 성격상 세찬과 정상적인 관계였다면 아이를 잃었어도 지아에게 말했을 것이다.세찬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건 좋은 진전이 없다는 의미였다.서로 마음이 같지 않은 관계의 결말은 어떨까?지아는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민아를 찾고 싶었다.티위 팰리스는 이 도시에서 가장 비싼 건물이었다.마친 그곳에 지아에게 주려던 도윤의 집도 있었지만 지아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런 곳은 집주인이 아니면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그렇게 쉽게 속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집주인인 지아를 본 부동산 관리인은 매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지아는 대충 핑계를 대고 세찬의 집 번지수를 알아냈다.공교롭게도 지아의 집은 1층이고 세찬의 집은 꼭대기 층이라 같은 건물이었다.지아는 이곳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세찬과 마주친 적도 없었다.이제 세찬의 주소를 알아도 지아는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함부로 집에 들어설 수 없었다.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이거나 재력가, 아니면 연예계 톱스타들이었고, 입주율은 60퍼센트에 불과했다.이 시간대에는 불이 켜진 방이 많지 않았다.건물은 총 7층에 매 층마다 집이 한 채였다. 맨 꼭대기에 있는 거실과 침실에 불이 켜져 있어 세찬의 집이 입주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아는 저 멀리서 눈을 쓸고 있는 청소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현금 20만 원을 꺼냈다.“아줌마, 부탁이 있어요.”돈에 이끌린 청소부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지아는 계단에 숨어 아줌마가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문이 열렸다.잠옷 차림의 세찬은 전에 만났을 때처럼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었다.“선생님, 방금 한 집주인께서 아이가 길을 잃었다며 신고를 했는데, 아이가 너무 작아서 동을 잘못 들어갔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키가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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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그날 밤 지아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어떤 방법으로 민아를 도울 수 있을지 몰라 고민했다.민아는 자의로 세찬의 곁에 남은 걸까?아니면 자신처럼 도망치려던 걸까?생각해 보니 민아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다음 날부터 지아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세찬의 행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민아는 얼마 전 유산을 한 뒤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을 것이다.지아는 매일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입이 무거운 아주머니에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일주일이 지났고 날짜를 세어보니 민아의 유산한 지 보름 정도 지났고 민아의 성격상 곧 집을 떠날 것 같았다.지아가 6일째 세찬을 따라다니던 어느 날, 세찬은 도윤을 불러 술 한잔하자고 했다.세찬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힘들어했다.“제수씨 설마 자기가 변장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말하며 세찬이가 던진 사진들 속엔 전부 지아가 세찬을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사진에서 살짝 내민 작은 머리가 더 귀여워 보였다.“아니면 내가 그렇게 한가해서 매일 그 여자랑 같이 다니는 줄 아는 거야?”세찬은 지아가 자신이 이미 눈치챈 사실을 알아차릴까 봐 경호원들에게 지아의 스토킹을 모른 척 하도록 특별히 말해둔 상태였다.“네 여자는 네가 데려가. 난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도윤은 그 사진들을 보물인 양 거둬갔다.“원본은?”세찬은 도윤을 흘겨보았다.“그렇게까지 할 일이야?”“무슨 상관이야? 내 아내 사진 내가 가지겠다는데.”도윤은 부끄럽기보다는 자랑스러웠다.이렇게 귀여운 지아를 보는 것도 드물었다.세찬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답이 없어. 너희 부부 미친 것 같아. 그 여자는 나를 쫓고, 너는 그 여자를 쫓아. 차라리 둘이 놀지 그래?”“나처럼 되면 너도 이해가 될 거야.”세찬은 와인 잔을 흔들더니 우아하게 와인을 맛보며 말했다.“이해도 안 되고 이해하기도 싫어. 여자는 원래 얌전할 땐 달래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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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도윤은 약간 당황했다.“블랙X 출신이라고?”“정확히 말하면 반역자야. 2년 전에 이미 조직을 탈퇴했고 지금은 블랙X 현상금 리스트에도 올라가 있어서 블랙X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어. 아직은 행방을 알 수 없어.”세찬이 와인 한 잔을 더 따랐다.“둘째 형한테도 지켜보라고 이미 얘기했으니까 무슨 소식 있으면 제일 먼저 알려줄게. 그러는 너는 평생 여자만 쫓아다니면서 살 거야?”“지아 상황이 좀 특별해.”도윤의 손가락이 지아의 얼굴이 대부분 드러난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빛에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지아를 잃는 아픔을 너무 많이 맛봐서 이제는 제대로 지키고 싶을 뿐이야.”“참 애틋한 사랑이다.”세찬은 비웃었다.“너한테서 더는 예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넌 절대 여자랑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도윤은 가볍게 웃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말했다.“이 사진...”“사진이 왜?”도윤은 더미에서 사진 두 장을 꺼냈는데, 두 사진의 주인공은 지아였지만 도윤의 손가락은 배경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같은 사람이야!”세찬이 자세히 비교해 보니 상대방은 옷차림은 물론 외모도 달랐지만, 체형은 물론 왼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까지 똑같았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진을 보고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도윤 일행은 남들보다 예민했기에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스캔하자마자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원본은 어딨어?”“바로 보내달라고 할게.”“지아는 어디 있어?”“걱정하지 마. 나랑 같이 바에 왔고, 들어올 때는 로비에서 경호원이 지켜보고 있어.”당시 지아는 세찬을 미행하고 있었는데, 도윤은 자신의 사람들이 노출될까 봐 세찬의 사람들에게 차례로 지아를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하루에 두 곳만 오갈 테니 큰일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도윤은 사진을 통해 누군가 지아를 미행하고 있다는 단서를 얻었다. 분명히 따라다니는 것이다.지아는 세찬을 따라 바로 왔다. 지아는 세찬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민아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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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지아는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에게 끌려갔고, 키가 큰 남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이거 놔요!”지아가 입을 열었다.“여긴 위험해요. 여자 혼자 있는 건 위험하다고요.”남자는 더 빨리 달렸다.도중에 그들은 웨이터와 부딪혀 음료를 쏟으며 난장판을 만들었다.세찬의 경호원들이 뒤를 따랐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남자가 지아의 손을 꽉 잡아당기자 지아는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놓으라고!”“아가씨를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게요.”남자는 지아를 골목길로 데려갔고, 지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남자의 힘이 워낙 세서 힘겨운 싸움이 되면 지아가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지아의 눈은 골목에 버려진 삽에 향했고, 그녀는 곧장 삽을 집어 들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남자는 재빨리 반응하며 지아를 놓아주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난 그저 당신을 돕고 싶을 뿐이에요.”지아의 얼굴은 차가워졌다.“저리 비켜요.”그때 갑자기 쓰레기통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 두 개가 튀어나와 지아를 향해 달려들었다.지아는 옆으로 피하며 상대 남자를 향해 삽을 휘둘렀다.아니나 다를까, 이 남자는 자신을 데려가려고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지아는 처음부터 남자에게 살기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킬러 같았다.그들은 애초에 지아를 노린 것이었다.“당신들 누구야?”남자 몇 명이 골목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보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처리해요.”“소지아 씨, 미안합니다.”지아를 납치한 남성의 손에는 총구에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이 들려 있었다.알고 보니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지아는 눈앞에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보냈어?”“그건 알 필요 없어요.”남자는 방아쇠를 당겼다.탕!조용한 골목에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피가 튀었다.남자는 가슴에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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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도윤은 골목 어귀에 피가 흐르고 멀리서 시체 여러 구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눈앞이 새까맣게 변해 쓰러질 뻔했다.‘지아가 죽었나?’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세찬은 빠르게 다가와 시체를 확인한 후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아내는 없으니까.”도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몸을 일으켜 죽은 사람을 살펴보았다.“방금 죽었어.”경호원 중 한 명이 알아봤다.“이 사람이 소지아 씨를 데려갔는데 저희가 빠르게 쫓아갔지만 당시 술집이 엉망이 돼서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지아는 사라지고 남자는 죽었다.‘지아가 한 건가?’하지만 총도 없는 지아가 어디서 무기를 구했을까?“그럴 리가 없어. 이 상처들은 모두 단발성 사격으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해. 분명 제삼자가 있어.”오늘 밤의 사건은 도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아가 이런 일을 당한 게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만나러 나온 걸 후회했다.“멀리 못 갔을 거야.” ...전효는 줄곧 달려 지아를 데리고 외곽으로 가서 차를 버렸다.이미 다른 차 한 대를 숨겨둔 상태였다.“차에 타.”지아는 전효를 무조건 믿었고, 차는 넓은 숲속으로 들어갔다.전효가 경고했다.“이어지는 길은 조금 울퉁불퉁하니 꽉 잡아.”“네.”두 사람은 가는 길에 말을 하지 않았다. 첫째는 전효가 애초에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고, 둘째는 두 사람의 사이가 그저 평범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숲은 온통 비포장도로였고, 차는 심하게 흔들리며 시야는 헤드라이트로는 근거리 몇 미터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좋지 않았다.지아는 손잡이를 꼭 붙잡고 마침내 물었다.“해경이는 괜찮아요?”“잘 지내. 곧 만나게 될 거야.”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행이네요. 전효 씨, 2년 동안 수고했어요.”“그때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고, 쫓기는 상황에서 감히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떠돌아다닐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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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지아는 전효에게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하빈의 번호였고 지아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가씨, 지금 어디세요?”하빈의 목소리는 조금 불안했다.지아가 아이를 데리고 섬에 가기 전에 하빈의 월급을 정산했는데, 어떻게 이 시점에 연락이 올 수 있을까?“왜요?”“강욱 형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얼른 와주세요.”지아는 아직 술집에서 도윤이 나타난 이유를 파악하기 전에 강욱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걱정이었다.“무슨 일이에요?”“강욱 형님이 요 며칠 아픈 데다 오늘은 술까지 많이 마셔서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보냈는데, 자꾸 아가씨 보고 싶다고 중얼거려요. 아가씨 어디 계세요? 와주실 수 있어요?”지아는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안다고 해도 아무한테나 말할 수도 없었다.“지금은 안 돼요. 강욱 씨 상태는 어때요?”“급성 중증 알코올 중독으로 상부 위장에 출혈이 생겨서 지금 대량의 피를 토하고 있어요. 응급실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아직 안 나왔어요. 아가씨 얼굴 보기도 전에 잘못될까 봐 걱정돼서요.”지아는 강욱이 왜 이 정도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신 건지 알 수 없었다.“아가씨, 사실 강욱 형님은 항상 아가씨를 좋아했어요. 아가씨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 사랑을 가슴에 묻어두었는데, 아가씨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 한으로 남을 거예요.”지아는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누가 방금 만난 사람들을 보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아는 지금 목숨이 위태로웠다.“하빈 씨, 지금은 못 가요. 미안해요.”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미 자신도 위험에 처해 있는데 아이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전효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쳐다보았다.“누구 전화야?”“친구, 나쁜 사람도 아니고 우리한테 위협이 되는 사람도 아니에요.”“난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믿고 너만 믿어. 지금 우린 안전하지 않아. 그래서 이번에 위험을 무릅쓰고 너에게 접근한 거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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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하빈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도윤도 당연히 들었다. 지아는 자연스럽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하빈에게조차 자신이 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짧은 시간 안에 서쪽 교외로 갔다는 건 누군가 데려간 게 분명하고,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건 그 사람이 위협적이지 않고 심지어 암살자를 죽이는 데 도움을 줬다는 뜻이지.”진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들 상처를 보면 1대 3으로 한 방에 다 죽었는데, 그렇게 사격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사모님이 어떻게 아는 거죠?”“총을 잘 쏘고, 사람을 말끔하게 죽이고, 지아에게 위험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야.”도윤의 머릿속에는 얼마 전 배에서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다.“전효!”지아는 전효를 만나기 위해 A시로 돌아왔고, 온 지 며칠이 지나서야 전효를 만나기 위해 남긴 비밀 암호가 통한 게 틀림없었다.“사모님이 전효를 따라가면 위험하지는 않을 텐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사모님을 다시 데리러 가야 하나요? 남자랑 여자가 있으면...”“지금 저쪽으로 가면 내 정체가 드러날 거야.”도윤은 겨우 강욱의 신분을 이용해 지아에게 접근하고 지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강욱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아는 분노할 것이다.1년여 동안 천천히 쌓아 올린 신뢰의 요새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먼저 사람을 보내서 지아를 은밀히 보호하고 모습은 드러내지 마. 소망이는 아직 섬에 있으니 언제든 아이를 찾으러 갈 거야.”“알겠습니다.”“전효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는 말고.”“네, 대표님, 바로 움직이겠습니다.”도윤은 진환을 바라보았다.“죽은 사람들의 신원을 제대로 알아내.”지아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은 이미 새어나갔다. ‘배에 있을 때 얼굴을 드러낸 것일까?’오늘 전효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지아의 목숨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도윤은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오두막은 간단한 시설로 되어 있었다. 나무 침대에 매트리스를 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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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밤은 금세 지나갔고 방은 추웠으며 이불만으로는 지아를 따뜻하게 해줄 수 없었다.지아는 잠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를 안고 있으니 마음이 놓여 금세 잠이 들었다.해경은 작은 히터처럼 팔에 달라붙어 지아에게 끊임없이 온기를 공급했다.지아는 초원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꿈을 꿨다.도윤은 길 끝에 서서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지아야...”지아가 눈을 번쩍 떠보니 밖은 이미 동이 트였고 전효는 방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커튼이 없는 창문으로 바깥이 훤히 보였고, 밤새 내린 눈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하얗게 덮여 있었다.지아는 조용히 해경의 곁을 떠나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맞이했다.설경은 많이 봐왔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너무 아름답다!하얀색이 온 세상을 감싸며 모든 더러움을 씻어내고 새하얀 눈만 남았다.쌓인 눈 속에는 작은 동물이 남긴 발자국이 있었고, 작은 다람쥐 두 마리가 나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지아가 발견하자마자 바로 뛰어내렸다.공기는 차가웠지만 상쾌했다.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전효는 문에 기대어 있는 지아를 보았다.지아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아 1센치 되는 짧은 머리카락이 그대로 드러났다.어젯밤에는 몰랐던 전효는 지금 이 순간에야 눈치챘다.“네 머리...”지아가 웃었다.“전에는 항암치료 때문에 빠졌지만 이제 새로 자랄 테니 상관없어요. 어차피 천천히 자랄 거예요.”지아는 아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미리 가발을 썼다.“이제 좀 괜찮아 보이죠?”지아의 밝은 미소에 전효는 동정심이 들었다.‘떨어져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을 겪었을까.’전효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방에 건빵이 있어. 급하게 도망치느라 먹을 걸 준비할 시간이 없었네. 일단 그걸로 허기를 달래.”건빵과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지아는 포만감을 느꼈다.“어젯밤 당신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난 벌써 시체가 되었을 텐데, 그러면 이런 과자를 먹기나 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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