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지아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어떤 방법으로 민아를 도울 수 있을지 몰라 고민했다.민아는 자의로 세찬의 곁에 남은 걸까?아니면 자신처럼 도망치려던 걸까?생각해 보니 민아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다음 날부터 지아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세찬의 행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민아는 얼마 전 유산을 한 뒤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집에서 요양하고 있을 것이다.지아는 매일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입이 무거운 아주머니에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일주일이 지났고 날짜를 세어보니 민아의 유산한 지 보름 정도 지났고 민아의 성격상 곧 집을 떠날 것 같았다.지아가 6일째 세찬을 따라다니던 어느 날, 세찬은 도윤을 불러 술 한잔하자고 했다.세찬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힘들어했다.“제수씨 설마 자기가 변장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말하며 세찬이가 던진 사진들 속엔 전부 지아가 세찬을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사진에서 살짝 내민 작은 머리가 더 귀여워 보였다.“아니면 내가 그렇게 한가해서 매일 그 여자랑 같이 다니는 줄 아는 거야?”세찬은 지아가 자신이 이미 눈치챈 사실을 알아차릴까 봐 경호원들에게 지아의 스토킹을 모른 척 하도록 특별히 말해둔 상태였다.“네 여자는 네가 데려가. 난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도윤은 그 사진들을 보물인 양 거둬갔다.“원본은?”세찬은 도윤을 흘겨보았다.“그렇게까지 할 일이야?”“무슨 상관이야? 내 아내 사진 내가 가지겠다는데.”도윤은 부끄럽기보다는 자랑스러웠다.이렇게 귀여운 지아를 보는 것도 드물었다.세찬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답이 없어. 너희 부부 미친 것 같아. 그 여자는 나를 쫓고, 너는 그 여자를 쫓아. 차라리 둘이 놀지 그래?”“나처럼 되면 너도 이해가 될 거야.”세찬은 와인 잔을 흔들더니 우아하게 와인을 맛보며 말했다.“이해도 안 되고 이해하기도 싫어. 여자는 원래 얌전할 땐 달래고 그러지
도윤은 약간 당황했다.“블랙X 출신이라고?”“정확히 말하면 반역자야. 2년 전에 이미 조직을 탈퇴했고 지금은 블랙X 현상금 리스트에도 올라가 있어서 블랙X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어. 아직은 행방을 알 수 없어.”세찬이 와인 한 잔을 더 따랐다.“둘째 형한테도 지켜보라고 이미 얘기했으니까 무슨 소식 있으면 제일 먼저 알려줄게. 그러는 너는 평생 여자만 쫓아다니면서 살 거야?”“지아 상황이 좀 특별해.”도윤의 손가락이 지아의 얼굴이 대부분 드러난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빛에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지아를 잃는 아픔을 너무 많이 맛봐서 이제는 제대로 지키고 싶을 뿐이야.”“참 애틋한 사랑이다.”세찬은 비웃었다.“너한테서 더는 예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넌 절대 여자랑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도윤은 가볍게 웃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말했다.“이 사진...”“사진이 왜?”도윤은 더미에서 사진 두 장을 꺼냈는데, 두 사진의 주인공은 지아였지만 도윤의 손가락은 배경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같은 사람이야!”세찬이 자세히 비교해 보니 상대방은 옷차림은 물론 외모도 달랐지만, 체형은 물론 왼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까지 똑같았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사진을 보고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도윤 일행은 남들보다 예민했기에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스캔하자마자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원본은 어딨어?”“바로 보내달라고 할게.”“지아는 어디 있어?”“걱정하지 마. 나랑 같이 바에 왔고, 들어올 때는 로비에서 경호원이 지켜보고 있어.”당시 지아는 세찬을 미행하고 있었는데, 도윤은 자신의 사람들이 노출될까 봐 세찬의 사람들에게 차례로 지아를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하루에 두 곳만 오갈 테니 큰일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도윤은 사진을 통해 누군가 지아를 미행하고 있다는 단서를 얻었다. 분명히 따라다니는 것이다.지아는 세찬을 따라 바로 왔다. 지아는 세찬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민아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세
지아는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에게 끌려갔고, 키가 큰 남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이거 놔요!”지아가 입을 열었다.“여긴 위험해요. 여자 혼자 있는 건 위험하다고요.”남자는 더 빨리 달렸다.도중에 그들은 웨이터와 부딪혀 음료를 쏟으며 난장판을 만들었다.세찬의 경호원들이 뒤를 따랐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남자가 지아의 손을 꽉 잡아당기자 지아는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놓으라고!”“아가씨를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게요.”남자는 지아를 골목길로 데려갔고, 지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남자의 힘이 워낙 세서 힘겨운 싸움이 되면 지아가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지아의 눈은 골목에 버려진 삽에 향했고, 그녀는 곧장 삽을 집어 들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남자는 재빨리 반응하며 지아를 놓아주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난 그저 당신을 돕고 싶을 뿐이에요.”지아의 얼굴은 차가워졌다.“저리 비켜요.”그때 갑자기 쓰레기통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 두 개가 튀어나와 지아를 향해 달려들었다.지아는 옆으로 피하며 상대 남자를 향해 삽을 휘둘렀다.아니나 다를까, 이 남자는 자신을 데려가려고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지아는 처음부터 남자에게 살기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남자가 아니라 킬러 같았다.그들은 애초에 지아를 노린 것이었다.“당신들 누구야?”남자 몇 명이 골목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보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처리해요.”“소지아 씨, 미안합니다.”지아를 납치한 남성의 손에는 총구에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이 들려 있었다.알고 보니 그들은 오래전부터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지아는 눈앞에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보냈어?”“그건 알 필요 없어요.”남자는 방아쇠를 당겼다.탕!조용한 골목에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피가 튀었다.남자는 가슴에 피
도윤은 골목 어귀에 피가 흐르고 멀리서 시체 여러 구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눈앞이 새까맣게 변해 쓰러질 뻔했다.‘지아가 죽었나?’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세찬은 빠르게 다가와 시체를 확인한 후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아내는 없으니까.”도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몸을 일으켜 죽은 사람을 살펴보았다.“방금 죽었어.”경호원 중 한 명이 알아봤다.“이 사람이 소지아 씨를 데려갔는데 저희가 빠르게 쫓아갔지만 당시 술집이 엉망이 돼서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지아는 사라지고 남자는 죽었다.‘지아가 한 건가?’하지만 총도 없는 지아가 어디서 무기를 구했을까?“그럴 리가 없어. 이 상처들은 모두 단발성 사격으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해. 분명 제삼자가 있어.”오늘 밤의 사건은 도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아가 이런 일을 당한 게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만나러 나온 걸 후회했다.“멀리 못 갔을 거야.” ...전효는 줄곧 달려 지아를 데리고 외곽으로 가서 차를 버렸다.이미 다른 차 한 대를 숨겨둔 상태였다.“차에 타.”지아는 전효를 무조건 믿었고, 차는 넓은 숲속으로 들어갔다.전효가 경고했다.“이어지는 길은 조금 울퉁불퉁하니 꽉 잡아.”“네.”두 사람은 가는 길에 말을 하지 않았다. 첫째는 전효가 애초에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고, 둘째는 두 사람의 사이가 그저 평범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숲은 온통 비포장도로였고, 차는 심하게 흔들리며 시야는 헤드라이트로는 근거리 몇 미터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좋지 않았다.지아는 손잡이를 꼭 붙잡고 마침내 물었다.“해경이는 괜찮아요?”“잘 지내. 곧 만나게 될 거야.”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행이네요. 전효 씨, 2년 동안 수고했어요.”“그때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고, 쫓기는 상황에서 감히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떠돌아다닐 수밖에
지아는 전효에게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하빈의 번호였고 지아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가씨, 지금 어디세요?”하빈의 목소리는 조금 불안했다.지아가 아이를 데리고 섬에 가기 전에 하빈의 월급을 정산했는데, 어떻게 이 시점에 연락이 올 수 있을까?“왜요?”“강욱 형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얼른 와주세요.”지아는 아직 술집에서 도윤이 나타난 이유를 파악하기 전에 강욱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걱정이었다.“무슨 일이에요?”“강욱 형님이 요 며칠 아픈 데다 오늘은 술까지 많이 마셔서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보냈는데, 자꾸 아가씨 보고 싶다고 중얼거려요. 아가씨 어디 계세요? 와주실 수 있어요?”지아는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안다고 해도 아무한테나 말할 수도 없었다.“지금은 안 돼요. 강욱 씨 상태는 어때요?”“급성 중증 알코올 중독으로 상부 위장에 출혈이 생겨서 지금 대량의 피를 토하고 있어요. 응급실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아직 안 나왔어요. 아가씨 얼굴 보기도 전에 잘못될까 봐 걱정돼서요.”지아는 강욱이 왜 이 정도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신 건지 알 수 없었다.“아가씨, 사실 강욱 형님은 항상 아가씨를 좋아했어요. 아가씨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 사랑을 가슴에 묻어두었는데, 아가씨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 한으로 남을 거예요.”지아는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누가 방금 만난 사람들을 보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아는 지금 목숨이 위태로웠다.“하빈 씨, 지금은 못 가요. 미안해요.”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미 자신도 위험에 처해 있는데 아이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전효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쳐다보았다.“누구 전화야?”“친구, 나쁜 사람도 아니고 우리한테 위협이 되는 사람도 아니에요.”“난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믿고 너만 믿어. 지금 우린 안전하지 않아. 그래서 이번에 위험을 무릅쓰고 너에게 접근한 거야.”지
하빈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도윤도 당연히 들었다. 지아는 자연스럽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하빈에게조차 자신이 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짧은 시간 안에 서쪽 교외로 갔다는 건 누군가 데려간 게 분명하고,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건 그 사람이 위협적이지 않고 심지어 암살자를 죽이는 데 도움을 줬다는 뜻이지.”진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들 상처를 보면 1대 3으로 한 방에 다 죽었는데, 그렇게 사격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사모님이 어떻게 아는 거죠?”“총을 잘 쏘고, 사람을 말끔하게 죽이고, 지아에게 위험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야.”도윤의 머릿속에는 얼마 전 배에서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다.“전효!”지아는 전효를 만나기 위해 A시로 돌아왔고, 온 지 며칠이 지나서야 전효를 만나기 위해 남긴 비밀 암호가 통한 게 틀림없었다.“사모님이 전효를 따라가면 위험하지는 않을 텐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사모님을 다시 데리러 가야 하나요? 남자랑 여자가 있으면...”“지금 저쪽으로 가면 내 정체가 드러날 거야.”도윤은 겨우 강욱의 신분을 이용해 지아에게 접근하고 지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강욱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아는 분노할 것이다.1년여 동안 천천히 쌓아 올린 신뢰의 요새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먼저 사람을 보내서 지아를 은밀히 보호하고 모습은 드러내지 마. 소망이는 아직 섬에 있으니 언제든 아이를 찾으러 갈 거야.”“알겠습니다.”“전효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는 말고.”“네, 대표님, 바로 움직이겠습니다.”도윤은 진환을 바라보았다.“죽은 사람들의 신원을 제대로 알아내.”지아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은 이미 새어나갔다. ‘배에 있을 때 얼굴을 드러낸 것일까?’오늘 전효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지아의 목숨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도윤은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오두막은 간단한 시설로 되어 있었다. 나무 침대에 매트리스를 깔
밤은 금세 지나갔고 방은 추웠으며 이불만으로는 지아를 따뜻하게 해줄 수 없었다.지아는 잠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를 안고 있으니 마음이 놓여 금세 잠이 들었다.해경은 작은 히터처럼 팔에 달라붙어 지아에게 끊임없이 온기를 공급했다.지아는 초원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꿈을 꿨다.도윤은 길 끝에 서서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지아야...”지아가 눈을 번쩍 떠보니 밖은 이미 동이 트였고 전효는 방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커튼이 없는 창문으로 바깥이 훤히 보였고, 밤새 내린 눈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하얗게 덮여 있었다.지아는 조용히 해경의 곁을 떠나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맞이했다.설경은 많이 봐왔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다.너무 아름답다!하얀색이 온 세상을 감싸며 모든 더러움을 씻어내고 새하얀 눈만 남았다.쌓인 눈 속에는 작은 동물이 남긴 발자국이 있었고, 작은 다람쥐 두 마리가 나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지아가 발견하자마자 바로 뛰어내렸다.공기는 차가웠지만 상쾌했다.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전효는 문에 기대어 있는 지아를 보았다.지아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아 1센치 되는 짧은 머리카락이 그대로 드러났다.어젯밤에는 몰랐던 전효는 지금 이 순간에야 눈치챘다.“네 머리...”지아가 웃었다.“전에는 항암치료 때문에 빠졌지만 이제 새로 자랄 테니 상관없어요. 어차피 천천히 자랄 거예요.”지아는 아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미리 가발을 썼다.“이제 좀 괜찮아 보이죠?”지아의 밝은 미소에 전효는 동정심이 들었다.‘떨어져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을 겪었을까.’전효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방에 건빵이 있어. 급하게 도망치느라 먹을 걸 준비할 시간이 없었네. 일단 그걸로 허기를 달래.”건빵과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지아는 포만감을 느꼈다.“어젯밤 당신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난 벌써 시체가 되었을 텐데, 그러면 이런 과자를 먹기나 했겠어요
전효가 덤덤하게 말했다.“앞을 봐, 뭐가 보여?”지아는 앞을 향해 몇 걸음 걸어 절벽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숲을 에둘러 멀리 산이 겹겹이 이어져 있고 눈 덮인 산이 웅장하게 보였다.“자유요.”“그래, 이 협곡을 넘어 앞쪽으로 가면 자유가 기다리고 있어.”하지만 도윤에게 여러 번 말렸던 지아는 이제 용기가 나지 않았다.지아는 두려웠다. 또 잡혀서 끝없는 어둠의 심연 속으로 들어갈까 봐 두려웠다.“마음 정리가 안 된 거야?”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난... 두려워서요.”“뭐가 두려운데?”“실패해서 전효 씨까지 난처하게 만들까 봐 두렵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두려워요. 지금도 눈만 감으면 미연이의 죽음이 생각나요.”전효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두려워할 거 없어. 넌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냈잖아. 사람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돼. 예전과 같은 삶을 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싫어요. 변하고 싶어요. 강해지고 싶어요. 미연이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지아는 손을 뻗어 눈송이를 잡았고, 눈송이는 금방 녹아서 손바닥에 물이 고였다.눈송이들은 자신들이 떨어져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름에서 수백만 개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단 한 개의 눈송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전효 씨, 나 좀 데려가 줘요.”“알았어. 하지만 며칠만 시간을 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그리고 소망이도 데려와야 해요.”“나한테 맡겨. 민이에게 데려오라고 하면 돼. 넌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사흘 후에 출발할 테니까.”“알았어요.”전효는 무기를 꺼냈다.“어떻게 사용하는지 기억나?”“기억해요.”“네 스스로를 지키는 데 써. 오두막 뒤 소나무 숲에 내가 파놓은 토굴이 있으니 위험하면 아이를 데리고 그 안에 숨어. 미리 엄호할 곳도 만들어 놓았으니 쉽게 발각되지 않을 거야.”지아는 전효의 지시에 순순히 따라 오두막 안에 머물렀다.이곳은 추웠지만 경치가 유난히 좋았다.활발한 남자아이였던 해경이는 일어나자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