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317 챕터
121화 불쾌해하다
원경능이 정색하며 말했다.“회왕의 병은 전염성이 있으니 드나드는 사람은 모두 입 가리개를 착용해야 합니다. 제가 회왕에게 잘 설명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말입니다.”“닥치거라.”로비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궁을 나선 원인은 원경능을 잘 주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아직 치료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이 따위 수작을 부리다니.기왕비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주의하면 됩니다. 전 요 며칠 드나들면서도 그… 입 가리개라고 했지요? 그걸 쓰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시동생은 병이 위중하니 자연히 생각도 많을 터인데, 우린 될수록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그녀는 즉시 입 가리개를 원경능에게 돌려주고는 몸을 돌려 들어가려 했다. 자신은 조금도 불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원경능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멈추세요!”기왕비가 차갑게 말했다.“무슨 위세를 부리는 겁니까?”원경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부황께서 저를 보내시어 회왕의 병을 치료하게 하셨으니, 병세에 관해선 모두 제 말을 들어야 합니다. 결핵은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타액으로도 전염이 가능하단 말입니다. 입 가리개를 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누구든 입 가리개를 하지 않는다면 이 방에 들어갈 수 없어요.” 그녀는 고사를 돌아보며 차갑게 명령했다.“고 대인, 문 앞에서 지키고 있게. 누구든지 들어가려면 반드시 입 가리개를 써야 할 것이네. 쓰지 않는 자는 전부 못 들어가게 막으시게. 로비 마마도 포함해서 말이네.”“네!”고사가 명을 받았다. 황제가 명령했듯이 모든 건 초왕비의 말에 따라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고사는 속으로 초왕비가 오늘 담력이 참 크다고 생각했다. 다시 초왕을 바라보니 그는 익숙하다는 듯 더없이 차분하고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서서 초왕비를 위해 해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로비가 크게 화를 냈다.“네가 감히 본궁까지 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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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부인에게 맞다
우문호가 회왕을 부축하자 기왕비가 냉큼 말을 걸어왔다.“다섯째 시동생, 혹시 전염되는 것이 두려우면 머슴을 시키세요.”이 말은 도가 지나쳤다.원경능은 더는 참지 못하고 청진기를 귀에 건채 몸을 돌려 기왕비에게 냉혹한 어조로 말했다.“기왕비, 당신은 여기서 분쟁을 일으키고 떠들어 대는 것 외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요. 차라리 나가셔서 차를 마시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낫지 않겠어요? 당신이 잘하는 일을 하시면 되겠네요.”기왕비는 원경능이 이렇게 말할 줄 몰라서 잠시 멍해졌다. 곧 그녀가 미안한 얼굴로 로비를 바라보며 말했다.“로모비, 정말 죄송합니다. 확실히 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로비는 날이 선 원경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차갑게 일갈했다.“네가 왜 기왕비더러 나가라 하는 것이냐? 요 며칠 기왕비가 왕부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지 않았더라면 왕부는 진작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네 실력이 어떤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지금 감히 윗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냐?”원경능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로비 마마, 침상에 누워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저는 명을 받고 치료하러 온 것이지 그를 해치려 온 것이 아닙니다. 입 가리개를 쓰는 일은 이미 마마께 설명 드렸습니다. 회왕의 병은 전염될 수 있다고요, 입 가리개를 쓰는 것은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불쾌해서 쓴다고 여기시든 어떻든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그러나 기왕비와 함께 제 치료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왕비가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지 저는 모르지만 기왕비는 절대 마마보다 당신의 아들을 아끼지 않을 거예요. 허나 저는 지금 의원의 신분입니다. 저는 환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도 같은 선상 위에 놓여있단 말입니다. 마마께서 이성적이시라면, 응당 제 말에 따라야 합니다. 필경 회왕을 치료하는 일은 부황께서도 제 말에 따르고 계시니까요.”“초왕비, 저는 도무지 당신이 왜 제가 속셈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제게 무슨 속셈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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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누가 멍청이라는 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제왕은 도리어 그를 위로했다.“다섯째 형님, 그럼 됐습니다. 형님도 그녀와 승강이하지 마십시오. 여인은 도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모든 여인이 명취처럼 사리에 밝은 게 아니니까요.”우문호가 말했다.“그래, 명취는 사리에 밝은 사람이니 그녀에게 이 일은 여기까지 하자고 전하거라. 그녀를 화나게 했다간 지팡이가 날아들지도 모르는 일이니. 물에 빠진 것도 서러운데 맞기까지 해서야 되겠냐? 그럴 가치가 없다. 저런 여자한테 화풀이하는 건 가치가 없는 일이야.”그는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꼬리가 풀려버렸다.제왕은 잠시 멍해 있었다.“다섯째 형님, 어째 형님은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우문호는 표정을 갈무리하고 그를 한번 흘겨봤다.“그럼 울기라도 하란 말이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부인에게 맞고 산다는 걸 들키면 안되지 않느냐?”일리가 있었다!“허면 이 일은, 이렇게 끝내는 건가요?”“어장을 봐서 참아 보거라!”우문호는 말을 마치고는 원경능을 찾으러 갔다.요즘 이 여인은 한시라도 자신의 시야를 벗어나게 하면 안되었다. 걸핏하면 사람들에게 화를 내니 말이다. 점점 더 제멋대로 굴고 있었다.그런데 원경능은?우문호는 한번 쭉 훑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이렇게 사라진단 말인가?원경능은 창평공주 우문령(昌平公主宇文龄)과 문경공주에게 끌려갔다.두 자매는 진심으로 회왕의 병세를 관심하고 있었다. 하여 제왕이 우문호를 끌고 간 후 냉큼 원경능을 이끌고 밖의 정원으로 걸음을 옮겨 회왕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능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줬다. 문경공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미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그녀의 눈 밑이 거멓고 피부도 푸석해진 것을 보아 확실히 잠을 설친 듯싶었다. 하여 원경능은 그녀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공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곁눈질로 저명취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우문령이 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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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입맞춤으로 마음을 표현하다
원경능은 손을 내리고 조금 달가워하지 않는 투로 물었다.“그럼 어떤 방법이 당신한테 먹히는 데요? 미안하다니까요?”“미안한데도 이렇게 당당한 거야? 이렇게 날뛴다고? 이게 잘못했다는 태도야? 사과는 했어? 용서는 구했냐고?”그는 힐난을 퍼부었다. 실로 너무 오랫동안 이 분노를 참았었다.원경능도 화가 치밀었다.“그냥 한마디 한 것 같고 왜 그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건데, 이렇게 바가지 긁는 아낙네처럼 계속 늘어져야겠어요? 당신도 뒤에서 저에 대한 좋은 말은 한적 없잖아요, 어쨌든 난 당신 생명의 은….”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앵두빛 입술 끝은 살짝 올라가고 눈빛은 조금 가라앉았다. 그녀는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몸을 조금 기울이고 있었는데 불쾌감 속에서도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은인이라는 한마디는 차마 입밖에 낼 수 없었다. 그녀가 눈길을 슬쩍 피했다.우문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은혜로 사람을 협박하겠다는 것인가? 무법천지가 따로 없군. 그는 생각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살짝 치켜 올라간 입술을 베어 물었다. 손찌검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니 그저 대신 벌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빨간 입술이 닿는 순간 그 말랑함이 심장 끝까지 파고들었다. 몸은 뻣뻣하게 굳었고 머릿속도 새하얘졌다. 원경능의 머리도 순식간에 새하얘졌다.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포개진 입술 그대로 얼어붙었다. 원경능은 저도 모르게 가지런한 이빨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두 손으로 우문호의 가슴을 밀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는 텅 비었다. 심장 박동소리는 천둥소리처럼 가슴속에서 메아리 쳤다.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졌다. 서로의 손이 통제를 잃고 상대방을 껴안았다. 이건 주관적인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그녀가 가볍게 그의 입술을 깨문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우문호의 입술이 묵직하게 내려앉으며 비벼지고 깊게 파고들었다. 입술과 이가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마음도 서로 뒤엉키며 숨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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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변명
원경능은 피할 수 없어 염치 불고하고 낙평공주를 대면했다.낙평공주는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여섯째의 병을 치료한다고요, 다른 사람은 당신의 능력을 모르겠지만 본궁은 잘 알고 있습니다. 본궁의 거처에서 그런 저속한 일을 꾸민 것도 아직 당신과 따지지 않았는데, 감히 회왕부에 와서 또 허장성세로 협잡질을 하고 있는 거예요?”원경능은 낙평공주의 분노를 헤아릴 수 있었다.그녀 본인의 생일 연회였다. 친지들을 초대하여 경축하는 것은 사실 매우 체면이 서는 일이었다. 그들은 함께 밥도 먹고 극단(戏班)도 초대했는데, 낙평공주는 그녀 몸의 모든 세포를 동원했어도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초대한 극단의 실력이 경후부의 부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체면도 많이 구겼고 황실의 체통도 잃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다른 사람이 그런 저속한 일을 꾸미는 데에 그녀가 이용당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그녀의 명성에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이었다.원흉 중 한 명인 원경능은 도저히 방금 기왕비를 대했던 것처럼 떳떳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저명취에게서 배운 대로 써먹었다.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고 가여운 모습으로 속삭였다.“부황께서 내리신 명입니다.”“지금 부황으로 저를 누르려는 거예요?”낙평공주가 도끼 눈을 했다.“제가 감히 그럴 리가요!”원경능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녀는 움츠리는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사실 저도 왜 부황께서 이런 명령을 내리셨는지 잘 모르겠어요.”낙평공주는 실은 원한을 풀려고 했는데 그녀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을 보니 속에 가득 찬 화를 토해낼 수 없었다.그러나 기왕비는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냉큼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낙평공주를 도와주었다. 그녀가 웃음을 머금고 원경능을 위로하듯 말을 걸었다.“초왕비, 병을 고치는 일을 공주에게 말씀 드려도 될 것 같아요. 당신은 오늘 저와 로비 마마가 병을 고치는 규정을 모른다고 탓했지요. 하지만 공주는 견문이 넓으니 이해할 겁니다. 그러니 공주에게 알려주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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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억울한 서일
우문호는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물어보고 포두(捕头-포졸 대장)와 아역(衙役-관아에서 부리던 하인을 일컫는 말)의 보고를 들었다. 검시관(仵作)의 검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경조부를 떠날 때 이미 술시(戌时)가 넘었다.말을 급하게 몰아 회왕부 안에 들어서보니 뜻밖에도 원경능과 낙양공주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심지어 두 사람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그는 의아함을 느꼈다. 공주부의 그 사건 이후로 셋째 누님은 원경능이라 하면 뼈에 사무칠 정도로 미워했다. 그가 의심스러운 심정으로 다가가자 낙평공주는 그를 보고 먼저 미소를 지었다.“방금 네 얘기를 했는데 마침 네가 왔구나. 어? 다섯째 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구나. 어디 아픈 것이냐?”우문호가 원경능을 흘끔 쳐다보았다. 원경능은 찻잔을 괴상하게 들고 물을 마시며 남몰래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그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셋째 누님, 관아에 일이 많아서 좀 피곤한 것뿐입니다.”“피곤하냐? 그럼 얼른 원경능을 데리고 왕부로 돌아가거라.”낙평공주가 말했다.“먼저 여섯째를 보고 오겠습니다.”낙평공주가 손을 내저었다.“지금은 가지 말거라, 방금 잠들었어.”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원경능을 바라보며 말했다.“본궁은 처음에 왜 부황께서 원경능더러 여섯째의 병을 치료하게 하셨는지 이해가 안 갔어. 하지만 오늘은 많이 나아져 있더구나. 기침도 잦아졌고 아직 각혈도 안 했다. 보아하니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아.”우문호가 원경능을 흘끔 바라봤다. 알고 보니 여섯째의 병세가 호전되어서 셋째 누님이 그녀를 다시 보게 된 듯싶었다.“허면 셋째 누님은 여기 계십시오, 저흰 먼저 가보겠습니다.”우문호가 말했다.“가보거라, 내일 일찍 오고.”낙양공주가 말했다.두 사람은 몸을 돌려 나갔지만 희씨 어멈은 뒤따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왕부에 남아 회왕의 약 먹는 상황을 지켜봤다. 반드시 단 한 번도 거르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회황은 약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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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내 생각 했어?
서일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왕부에 들어섰다. 그는 장방(账房)에 가서 종이, 붓, 먹, 벼루를 챙겼다. 장방 선생은 그의 사촌 동생이었는데 선지(宣纸) 천 장을 달라고 하자 눈을 커다랗게 떴다.“이렇게나 많이요? 곳간(库房)에 가야 할 듯싶어요. 탕 대인께 곳간의 열쇠를 받아 혼자 알아서 꺼내세요.”서일은 탕양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탕양은 방금 장부 대조를 마쳤는데 그가 천 장의 선지를 요구하자 의아해서 질문했다.“그렇게 많은 종이로 무얼 하려고 그러는가?”서일은 울상을 지었다.“탕 대인, 이번엔 꼭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무슨 일인가?”탕양이 이상히 여기며 물었다. 서일이 울상을 짓는 모습을 처음 봤다.“왕야께서 저에게 ‘예의염치’ 네 글자를 천 번 베끼라는 벌을 내리셨습니다. ‘예의’는 쓸 줄 아는데 ‘염치’는 어떻게 씁니까?”탕양이 눈썹을 치켜 떴다.“이상하군, 자네가 ‘염치’를 쓸 줄 모르는 건 당연하네. 자넨 염치가 없으니까. 헌데 어떻게 ‘예의’를 쓸 줄 안단 말인가? 자네한테 예의가 어디 있다고?”서일이 발을 굴렀다.“전 이렇게 비참한데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저를 도와주지 않으면 나중에 탕 대인도 제 도움 받을 생각 하지 마십시오.”탕양이 웃었다.“자네가 언제 날 도와준 적 있는가?”“언젠가 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겁니다.”서일이 원망하는 목소리로 말했다.탕양은 웃으며 열쇠를 가지고 그와 함께 나갔다.“가세, 곳간에서 종이를 가져와야지. 허나 자넨 왜 왕야께 벌을 받게 되었는지 내게 알려주어야 하네.”서일은 길을 걸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제가 왕부까지 마차를 몰고 왔으니 분명 제가 발을 젖히고 왕야와 왕비를 마차에서 내리게 할 것 아닙니까? 헌데 누가 마차 안이 더울 줄 알았겠습니까, 왕야와 왕비는 온 얼굴이 땀 투성이였습니다. 왕비의 옷깃도 벌어져있었고요. 잠깐 눈길을 주었을 뿐인데 왕야께서 저를 욕하셨습니다.”탕양이 잠시 멍하니 걸음을 멈췄다.“정말인가?”그가 믿지 않는다고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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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뭘 잘못했는가?
원경능은 온몸을 긴장시키며 재빨리 눈을 피했다. 그를 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한번 흘끔거리고는 급히 눈길을 피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새가 놀란 것 같았다.따뜻한 숨결을 담은 그의 입술이 닿아오자 그녀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오늘 밤은 소월각에 머무는 게 어때?”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분출하지 못한 갈망을 억누르는 목소리였다.원경능이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눈을 뜨며 그를 확 밀쳤다. 그녀가 긴장한 듯 일어나서 급하게 말했다.“저는…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야겠어요. 지금 머릿속이 복잡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그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단숨에 먼 곳까지 내달렸다. 그녀는 헐떡거리면서 허리를 숙이고 두 손을 무릎 위에 받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두 사람은 원래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사이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그가 자신을 좋아하나? 말도 안되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이를 갈며 그녀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찌 그녀를 좋아한단 말인가? 이건 너무 이치에 맞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았다.필시 그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러나 그녀에게 얻을 게 뭐란 말인가? 돈? 없었다. 지위? 그가 더 높았다. 권력? 그녀는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그녀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노릴 수 있단 말인가?“왕비, 괜찮으십니까?”뒤에서 탕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경능은 깜짝 놀라며 몸을 곧게 펴고 뒤돌아봤다. 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딘가 준수하고 대범해 보였다. 원경능이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탕 대인, 간 떨어지게 만들 셈인가?”“용서하십시오, 왕비.”탕양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허나, 왕비는 그 정도로 담이 작은 사람은 아닌 듯싶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원경능이 무슨 면목으로 탕양에게 이 일을 말하겠는가? 그녀는 그저 쓴 웃음을 지었다.“괜찮네, 과식한 듯해서 정원에서 산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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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부끄럽다
우문호는 몸을 돌려 일어나 앉았다. 얼굴에는 난폭한 기운이 감돌았다. “너… 본왕의 이불이나 씻어라.”서일은 한쪽 눈을 감싸고 그 곳을 보다가 멍해졌다. “왕야, 이불에 오줌을 누신 건가요?”주먹 하나가 또 날아왔다. 다른 한쪽 눈도 시커매졌다. 우문호는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제야 마음속에 치밀어 올랐던 화를 얼마간 억누를 수 있었다. 서일은 울상이 된 얼굴로 이불을 끌어안고 나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다. 기라가 들어와 다시 이부자리를 깔았다. 조심스레 우문호를 바라보니 그는 화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예리한 눈길로 그녀를 위아래로 쳐다보는 것이 소름이 끼쳤다.왕야는 오늘 어찌 이러는 것인가? 기라는 전전긍긍하며 이부자리를 다 깐 후 재빨리 물러나겠노라 아뢰며 자리를 떴다.우문호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이미 잠은 다 달아난 뒤였다.이렇게 괴로웠던 적이 없었다. 서일은 이불을 두드리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탕양이 손에 등불을 들고 다가왔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예의염치’를 베끼는 대신 이불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서일은 새댁이 애절한 눈빛을 보내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탕대인은 왜 아직도 주무시지 않습니까?”“잤었네. 헌데 자네의 울부짖음에 깨어난 것이 아닌가?”탕양이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자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왜 자꾸 왕야의 노여움을 사는 게야?”서일도 억울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 더 발분하지 않으면 왕야는 조만간 자네를 내보낼지도 모르겠네.”탕양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서일은 혼비백산하여 손에 있던 이불을 던지며 물었다. “탕대인, 그게 사실입니까? 왕야가 절 내보낸다고요?”“자네 더 약삭빠르게 굴지 못하면 언제 쫓겨날지 모를 일이네.”탕양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네도 알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머리가 깨지도록 싸워서라도 우리 초왕부에 들어 오고 싶어 한다는 걸.” 서일은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마음이 잔뜩 찢겨져 나갔다.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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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심리전
회왕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원경능은 우선 밖에서 엊저녁 시중들었던 머슴에게 설명을 들었다. 머슴은 엊저녁에도 각혈했었지만 기침은 많이 좋아졌다고 보고했다.희씨 어멈도 약을 먹은 정황을 보고했다. 저녁 식사 후 한 번, 밤중에 일어나 각혈한 후에 한 번 먹었고 오늘 아침 분은 아직 먹지 않았다고 했다. 원경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멈 수고했네. 낮에는 내가 지킬 테니 가서 주무시게.” 희씨 어멈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엊저녁 소인도 잠을 잤습니다. 그저 약 드실 시간에 깨어나 약을 드렸을 뿐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로비께서 전문 인력을 보내시어 시중들게 하여 소인 할 일이 없었습니다.” “알겠네, 로비마마는 어디 계신가?”원경능이 물었다.“주무시고 계십니다. 엊저녁 온밤 지키셨습니다.” 원경능은 좀 의아했다. 오늘 로비는 그녀를 감시하지 않을 셈인가? 비록 어제 로비는 그녀를 믿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원경능은 그녀가 자신을 완전히 신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회왕이 엊저녁 좀 괜찮아 진 것이 그녀의 생각을 바꾼 것일 터였다. 회왕은 아직 깨나지 않았다. 그러나 원경능과 희씨 어멈이 밖에서 작은 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듣고 그는 깨어났다. 두어 번 기침을 하자 머슴이 얼른 달려가 시중들었다. 양치질시키고 세수시키고 머리까지 빗긴 후 다시 좁쌀죽을 들여왔다. 회왕을 아주 적절하게 보살펴 드렸다. 우문령이 입 가리개를 하고 들어왔다.“여섯째 오빠, 다섯째 올케가 지금 밖에 와있어요.” 회왕은 미소를 띠고 우문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어. 이 계집애야, 너는 왜 이리 일찍 온 거야?” “제가 이 왕부에 거주한지 며칠 됐어요, 몰랐어요?”우문령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어?”회왕은 멍해 있다 눈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넌 현모비의 책망이 두렵지 않느냐?” “모비는 한결같이 하찮은 일에도 크게 놀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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