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의 온몸에 핏빛이 감돌며 손에 혈도가 응집되고 있다.외부인이 없으니 서현우는 거리낌 없이 수라의 힘을 펼칠 수 있었다.폐허를 밟고 지나가자, 발밑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가는 길 내내 시선으로 들어오는 곳마다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곳은 분명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을 뒤흔들 듯한 일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멀쩡한 건물이 단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폐허 속에서 서현우는 적지 않은 많은 병기와 해골을 보았다.그 병기들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칼자루에 음양 물고기 도형이 있는데, 온통 회색으로 되어 있고 썩은 기운을 풍기고 있다.남아 있는 해골도 마찬가지로 살짝 건드리면 가루가 되어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이 해골들은 모두 푸른 도포를 입고 있는데, 도포는 모두 마른 것처럼 다치는 순간 부서졌기에 생각해 볼 가치도 없었다.하지만 서현우가 지금 가장 의문이 드는 건 이곳에는 인간의 해골만 있고 흉수의 시체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사악한 기운이 깃든 흉수들이 도종과 싸워 이곳을 파멸시켰다면 어찌 흔적도 남지 않았을 수 있겠는가?‘도종이 내분을 일으켜 자기끼리 죽이면서 이곳을 없애려고 했을까?’서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는데, 뭔가 정말 일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왜냐하면 그 사악한 기운은 여전히 뚜렷하기 때문이다.‘잠깐, 사악한 기운은 사나운 짐승에게 붙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인간에게 붙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잖아?’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을 더해갔다.‘그럼, 정말로 사악한 기운이 사람에게 붙어 도종 내란을 일으켜 이곳을 없앴다는 것일까?’‘근데 왜 생존자가 없어? 다 같이 죽었나?’‘생존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도종의 전승은 절대 끊어지지 않았을 거야.’‘불교도 마찬가지 아닐까?’끝없는 세월 이전에 일어난 일들이 실처럼 뒤엉켜져 풀리지 않았다.그렇게 벌써 몇 시간이나 걸었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어둠이 덮인 가운데 쥐 죽은 듯한 고요함과 부패만 남았다.그 완전하지 않은 벽화들은 이곳이 도종 유적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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