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391 - Chapitre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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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1화

말 한마디에 모두가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방 알아차렸다.검사실 안에는 나이정과 간민혜만 남아 있었고, 당직 의료진들은 일부러 방해하지 않았다.아무리 강인한 척해도 검사 과정에 또다시 그녀가 받았을 치욕이 떠오르기 마련이었고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고통만 커질 뿐이었다.나이정은 검사를 진행한 후 체내에 남겨진 생체 증거도 채취하여 경찰에 연락했다.그 후의 일은 알려진 바 없지만,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이정이 죽기 전 간민혜가 병원을 두 번 찾아왔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울분 섞인 말다툼으로 끝났고, 두 번째는 아예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그날, 두 사람의 얘기를 엿들은 이들의 주장으로는 어찌 된 일인지 간민혜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고 이에 간민혜는 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나이정에 따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하지만 진실은 나이정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나이정은 딸의 수술 준비로 정신이 없던 터라 간민혜의 집요한 추궁을 견디지 못해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간민혜는 소란죄로 7일간 유치장에 갇혔다. 그리고 그사이 나이정은 세상을 떠난 것이다.장례식장의 난동은 이렇게 시작된 비극의 연장선이었다.한현진은 서류를 한참이나 꼼꼼히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성폭행 사건 이후 주강운과 결별한 거야?”강한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라인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이런 큰 사건을 당시에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돼?”한현진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고 강한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강한서가 모르면 주강운도 몰랐을 것이고 알았더라면 그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간민혜는 왜 주강운한테 말을 안 했대? 자기 남자 친구인데.”간민혜는 홀로 상경하여 살고 있었고 그 당시 가까운 사이라곤 남자 친구인 주강운 뿐이였는데 그와 함께 범인 잡을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현진아, 우리 결혼식 날 강현우가 너를 덮치려 했을 때, 넌 왜 나한테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한현진은 허를 찔린 듯 말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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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2화

호화로운 파티는 비싼 옷을 입는다고 해서 녹아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출신부터 학벌, 교양 등 모든 방면을 비교하고 또 비교당하는 정신적 학대의 장이었다.간민혜는 작은 시골에서 자신의 힘으로 서울의 명문대까지 입학한 자존심 강한 여자였고 그녀는 자신의 노력으로 창창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들에게는 하찮은 농담거리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경제적인 차이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젊음과 명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앞으로의 수입도 나쁘지 않을 테니.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파티는 간민혜가 이성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그녀는 주강운보다 훨씬 이성적이었고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고는 바로 감정을 끊어낼 줄 아는, 사랑보다 자존심을 선택하는 여자였다.하지만 주강운은 달랐다. 평생 집안 어른들의 결정에 순종해 온 남자가 첫사랑에 빠지니 고집스럽게 매달릴 줄밖에 몰랐다.그런 모습을 본 강한서는 일찌감치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음을 직감했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계획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간민혜와 가문에 맞설 능력도 없이 억지로 사람을 붙잡으려는 주강운. 두 사람의 이별은 필연적인 듯하였으나 이런 식일 줄은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그렇게도 명확한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사람이 곧 수여받게 될 학위를 포기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강한서는 간민혜가 학위 수여를 앞두고 모든 걸 포기한 이유를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됐다.성폭행당한 사실을 남자 친구인 주강운에게 마저 숨긴 데에는 그녀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평소엔 너무나도 예의 바른 그녀가 나이정의 장례식에서 영정사진을 깨부쉈으니 그 당시 그녀의 멘탈은 무너져 내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일 줄 몰랐던 한현진의 마음은 너무도 무거웠다.“그 당시 간민혜가 바로 경찰에 신고한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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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3화

한현진은 담담히 말했다.“사람은 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법이죠. 이상해할 것 없어요.”사인을 마친 서류를 이시연에게 건네주며 덧붙였다.“내일 예선이죠? 화이팅하세요.”이시연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감사합니다, 한 대표님.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네요.”이시연이 떠난 후 한현진은 책상 앞에 앉아 주혁과 송가람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고선 커다란 물음표를 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한 대표님, 서 대표님께서 조향팀 전체 회의 소집을 지시하셨습니다.”“알겠어요. 바로 갈게요.”한현진은 이름 적힌 종이를 찢어 분쇄기에 넣은 뒤 재킷을 걸치고 회의실로 향했다.복도에는 이미 직원들로 붐비고 있었고 조향팀 직원뿐만 아니라 타 부서 관리자들까지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한현진은 의아해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때 옆에서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세은도 그 무리에 섞여 있었고 그녀를 본 한현진은 미소를 지었다. 남다른 후각으로 서해금도 모르는 배합으로 S오일을 만들어 낸 후 주세은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처음에는 서해금 모녀의 지시도 있었지만 더우기는 뒤떨어지는 업무 능력 때문에 “낙하산”으로 많이 무시당했고 송가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송가람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야근까지 하지만 사실 하는 일이라곤 딱히 없고 자신의 업무마저 동료한테 떠넘기기 일쑤인 사람이었다. 월급 루팡하는 그를 향한 동료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다만 그들은 빽 있는 송가람을 따돌리지 못하고 만만한 주세은을 따돌렸지만 S오일로 주세은은 자신의 능력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그녀는 말수는 적었지만 업무 능력만큼은 프로였다. 동료가 그녀를 괴롭히려 몰아준 일도 그들이 못해내니까 자신한테 맡기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해결했다. 심지어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 동료들에게 방법을 가르쳐주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처음에 동료들은 그녀의 순진한 모습에 바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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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4화

“무슨 이야기 중이에요?”한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주세은이 고개를 돌려 옆에서 수다 떠는 동료들을 가리켰다.“듣고 있었어요.”한현진도 옆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서 대표님이 무슨 일로 이렇게 다 모이게 했을까?”“소문에 의하면 조향계 레전드 인물을 영입했다던데. 올해 콘테스트 우승을 노린다나 봐.”“대체 누군데? 입사하는데 임원들까지 모일 정도라니.”“siren이라고 아세요?”“사이렌? 무슨 신호야 그건?”“모르세요? 그 유명한 '사이렌' 향수 만든 사람 말이에요. 원료 가격 폭등시킨 그 레전드 인물이요.”동료들이 흥분하자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2년 연속 우승한 그 분 맞아? 해외에 정착한 거로 아는데. 연봉 아무리 높게 준다고 해도 외국 대기업보다는 못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모셔 온 거지?”“외국 생활이 적응 안 됐나 보지 뭐. 제 친구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액 연봉도 포기하고 돌아왔잖아요. 그 정도 스펙이면 연봉은 문제도 아니라고요.”“그래서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한현진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도 서해금이 스카우트한 사람이 꽤 궁굼했다.“이름도 되게 이뻐요, 저도 딱 한 번 들어보긴 했는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홀 문이 열리며 서해금이 송가람 일행을 이끌고 들어왔다.서해금 옆에는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롱스커트 차림의 여성이 서 있었다.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한현진의 시선은 그녀의 손목에 걸린 보라색 비취 팔찌에 꽂혔다.“저 팔찌 어디서 본 것 같은데...”한현진이 기억을 뒤집어 보려고 할 그때, 그 여성분이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한현진은 그 자리에 굳고 말았다. “아, 생각났어요. 문채영이라고 했어요. siren도 본인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 하던데.”동료가 이름을 기억해 내며 덧붙였다.서해금이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왔다던 사람이 문채영이라니, 한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현진은 오빠한테서도 들은 바가 없던 일이라 생각이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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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5화

박수 소리가 잦아들자 서해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문채영 씨도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문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현진과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시선을 돌렸다.“안녕하세요. 문채영입니다. 서 대표님의 요청으로 이렇게 합류하게 되어 너무 큰 영광이에요. 개인 사정으로 입사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비록 총괄이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저도 여러분과 같은 조향사고 그저 경험이 조금 더 많고 행운이 좀 더 잘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카리스마가 다분했다.“조향은 경험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믿는 바입니다. 저의 작은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만족감을 얻을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그녀의 겸손한 태도와 진정성 있는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현진 옆에 있던 동료들이 속닥거렸다.“예상과 달리 겸손하시네.”“맞아. 원래 저 정도 위치에 있는 능력자라면 프라이드 때문에 어울리기 힘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역시 선입견은 무섭다니까.”“서 대표가 송가람을 결승까지 올려주려는 수작인가? 이건 뭐 챌린저가 브론즈 버스 태워주겠단 거잖아?”“챌린저도 듀오 가능? 이건 완전 티밍이잖아요.”“쉿~! 조용히 해. 잘리고 싶어?”2회 연속 우승이라... 주세은에게 기회가 있을까? 한현진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한현진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주세은에게 눈길을 돌렸으나 걱정과는 달리 아무 일 없다는 듯 폰 게임 삼매경에 빠진 그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세은아, 압박감 너무 느끼지 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해. 우승 못하더라도 네가 최고야.”현진은 오빠가 알려준 방식으로 세은을 위로하려 할 찰나, 세은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저 저분 뵌 적 있어요.”“어디서?”“오빠...” 순간 뭔가를 의식한 듯 말끝을 흐리더니 세은은 말을 바꿨다.“누구 지갑 속에서요.”한현진은 그 누구가 오빠 송민준이라는걸 바로 알 수 있었다.강한서가 말하길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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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6화

송민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세은이는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무시하는 스타일이야. 내가 암만 말이 많아도 사람들이 날 공기처럼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 그저 사진 한 장이잖아. 그냥 그냥 두면 되지. 사실 꽤 귀엽잖아.”한현진은 정신을 차리고 주세은을 몰래 쳐다봤다. 한현진은 왠지 주세은이 이 사진에 꽤 신경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현진 언니.”주세은이 나직이 한현진을 부르자 한현진은 대답했다. “왜?”주세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빠는 저 사람 아버지도 아니면서 왜 저 사람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는 거예요?”한현진은 잠시 고민한 후 목을 다듬으며 대답했다.“꼭 아버지만 지갑에 사진 넣으라는 법도 없지.”“그럼 왜 넣은 거예요?”한현진은 나직이 말했다.“무슨 냄새 맡지 못했어?”주세은은 감정에 대한 인지가 매우 둔감하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녀의 후각은 예민하기 그지없었다. 한 번은 강한서가 자신에게 입을 맞추자 한현진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 상황에서 한현진은 주세은과 둘만 남았을 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주세은이 입을 열었다.“저 사람 언니 좋아해요. 저 사람이 내보내는 페로몬은 구애의 신호인데 왜 가람 언니 앞에서는 항상 언니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해요?”한현진은 그 말을 듣고 물을 삼키다 말고 거의 뿜을 뻔했다. 그녀는 그때 처음 알았다.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향기로 감지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현진은 주세은이가 감정 인지는 둔감하지만 상대방이 내뿜는 페로몬의 향기를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세은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한현진은 이어서 덧붙였다.“문채영 씨는 오빠의 첫사랑이었어. 거의 우리 형수 될 뻔했던 사람이야. 그런데 어떻게 서해금이랑 엮이게 된 건지 모르겠어. 어쨌든 가능한 한 접촉 안 하는 게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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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7화

서해금은 외투를 벗어 옆에 있는 옷걸이에 걸며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있어.”“알면서 왜 그 여자를 부른 거야?”송가람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 여자랑 오빠가 어떤 관계였는데... 정말 그 여자가 엄마를 위해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안 할 이유는 없잖아?”서해금은 조용히 차를 따르며 대답했다.“해외에서 진짜 잘 나갔더라면 내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 그렇게 잘 나간다면서 왜 나한테 오겠어?”송가람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그럼 그 이력서 다 가짜란 말이야?”“이력서는 당연히 진짜지.”서해금은 전기 포트 타이머를 설정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해외에서 그럭저럭 살아온 건 사실이야. 기초도 없고 인맥도 없는 한국인인데 해외 업계에서 자리를 잡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너도 알잖아? 게다가 이혼하고 전 남편 가족들도 그 여자를 꺼렸지. 재산도 크게 받은 게 없고. 그런 상태로 해외에 남아서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면 사람들이 그 사람을 언급할 때는 결국 동정만 할 거야.”“문채영은 자존심도 강하고 야망 있는 여자야. 성인이 되었을 때 가정이 파탄 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 민준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 그때 민준이 뭘 해줄 수 있었겠어? 위로 한마디, 포옹 하나? 그런 거로 위로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문채영은 감정에 휘둘리는 여자가 아니야.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왜 민준을 거절하고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은 남자랑 결혼했겠어? 미래가 불확실한 소년보다는 이미 성공한 남자가 주는 안정감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 거야.”“지금은 어리지도 않잖아. 내가 초대했으면 문채영도 내가 뭘 하려는지 알 거야.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건 이미 선택을 한 거야. 사람을 쓰려면 의심하지 말고 믿어야지. 다시 만날 때는 네가 가진 편견 좀 내려놔. 문채영과 함께라면 너 결승에 갈 수 있어.”송가람은 조심스레 물었다.“엄마 나 결승에 들게 도와주려고 문채영 초대한 거 아니지? 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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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8화

“강한서는 요즘 연락 있어?”강한서는 거의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언제나 송가람이 먼저 연락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속마음을 엄마인 서해금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서해금은 항상 남자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라고 경고했으며 절대 남자에게 끌려다니지 말라고 했다.송가람은 동연과의 관계에서는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었고 동연은 그녀의 말이라면 다 따랐다. 하지만 강한서는 달랐다. 그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송가람이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강한서는 절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은 친구라는 명목으로 꽃을 보내며 안부를 전해왔다.송가람이 한 걸음 다가가면 강한서는 한 걸음 물러나는 방식으로 그 사이에서 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균형이 송가람을 미치게 했다. 다가가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시 다가오는 그 행동이 송가람을 더 혼란스럽고 더 깊이 빠져들게 했다.그렇지만 서해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 또 혼날 것이 뻔했다. 아마도 그로 인해 강한서와의 관계가 멀어질까 걱정되었기 때문에 송가람은 즉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안 해.”“그럼 그날 어떻게 떠봤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해봐.”송가람은 자신이 고작 벌레 한 마리에 놀라 쓰러졌다는 사실을 말하는 게 민망해서 거짓말을 했다.“그날 한현진한테 뜨거운 물 부어서 오빠 반응 보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그 집 가정부가 계속 거실에 있어서 기회를 찾을 수가 없었어. 게다가 한현진은 항상 날 경계하고 등을 보이지 않으니까 엄마가 시킨 대로 하기 어려웠어.”“엄마 너무 의심하는 거 아니야? 오빠가 한현진 볼 때 눈빛이 엄청 차가웠어. 그 두 사람은 대화가 잠깐이라도 길어지면 바로 싸우기 시작했는데 오빠가 연기를 그렇게 잘할 리가 없잖아. 기억 안 나? 어렸을 때 오빠가 농구하다가 선생님 사무실 창문을 깨버렸을 때 모두가 오빠를 감싸줬는데도 바로 자기가 한 일이라고 승인했잖아. 오빠는 절대 거짓말 못 하는 사람이야.”“어렸을 때랑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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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9화

“차라리 좀 한현진처럼 해봐. 쓸모없는 이미지만 안 만들어도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잖아. 이미지라는 건 말이야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기준으로 널 평가하는 거야. 다른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너만 놀고 있으면 어떻게 아무런 불만도 없을 수가 있겠어?” 송가람을 훈계할 때마다 서해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아 온 자기 딸이 왜 직장에서는 이런 모습인지. 그녀는 수없이 말했다. 회사에서는 조용히 지내라, 말투에 권위적인 태도를 담지 마라, 부하 직원들을 다룰 때는 상과 벌을 적절히 섞어라, 어떤 일이 닥치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인상을 줘라, 설령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사람들이 네가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공적인 자리에서는 반드시 체면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결과 송가람은 하나도 마음에 새기지 않았다. 송가람은 서해금이 오랜 시간 닦아 놓은 길을 따라 회사에 들어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송가람은 그 길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반면 한현진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아버지 뜻에 따라 할 수 없이 한다는 태도로 들어왔다. 그러니 사람들은 한현진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뭘 하나라도 해내기만 하면 의외로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게 된다. 서해금이 송가람에게 아무리 탄탄한 기반을 깔아줘도 송가람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깔린느를 맡긴다 한들 결국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송가람은 손을 꼭 쥔 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현진은 사람 마음을 간파하는 데에 도가 텄다고. 연기력도 수준급이고.” “진짜든 연기든 그게 중요해? 네 일부터 제대로 해. 비서 바꾸고 싶다고? 좋아. 그럼 오늘부터 네 업무는 남한테 떠넘기지 마. 야근할 거면 제대로 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너도 똑같이 해. 버티지 못하겠으면 전부 퇴근시키든가. 그리고 야근할 때 호텔에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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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0화

“네.” 성월이 나간 뒤 서해금은 초조하게 사무실을 서성였다. 비록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전화는 8년 전의 협박 전화를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불안감이 그녀를 조여 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전화기를 들어 박안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 8년 전 일... 정말 완벽하게 처리한 거 맞아?” 박안수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 “왜 그래?” 서해금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또 그런 전화가 왔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전화.” 박안수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잘못 걸려 온 전화일 수도 있잖아.” “그럴 리 없어. 다시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어. 이 느낌 8년 전이랑 똑같았어. 당신 정말 깨끗이 정리한 거 맞아? 설마 한현진 때처럼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간 건 아니겠지? 이러다 우리 다 죽어.” “아니야. 확실하게 끝냈어. 진정해.” “내가 어떻게 진정해? 당신이 어정쩡하게 처리한 탓에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불안한지 몰라?” 박안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냥 전화 한 통이잖아. 아무런 증거도 없어. 8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는데 지금에서야 문제가 생길 리가 없잖아. 괜한 의심은 넣어 둬.” 박안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덧붙였다. “일단 번호 조사해 봐. 나도 직접 가서 확인해 볼게.” 서해금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물었다. “만약 정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어떻게 하지?” 박안수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너희를 지킬 거야. 걱정하지 마.” 서해금은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당신 조금만 더 참아. 조금만 더 버티면 끝이야. 우리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박안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금아, 난 네 말 믿어.” 전화를 끊은 후 서해금의 눈빛에는 방금까지의 다정함이 사라졌다. 필요하다면 박안수를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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