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모두가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방 알아차렸다.검사실 안에는 나이정과 간민혜만 남아 있었고, 당직 의료진들은 일부러 방해하지 않았다.아무리 강인한 척해도 검사 과정에 또다시 그녀가 받았을 치욕이 떠오르기 마련이었고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고통만 커질 뿐이었다.나이정은 검사를 진행한 후 체내에 남겨진 생체 증거도 채취하여 경찰에 연락했다.그 후의 일은 알려진 바 없지만,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이정이 죽기 전 간민혜가 병원을 두 번 찾아왔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울분 섞인 말다툼으로 끝났고, 두 번째는 아예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그날, 두 사람의 얘기를 엿들은 이들의 주장으로는 어찌 된 일인지 간민혜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고 이에 간민혜는 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나이정에 따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하지만 진실은 나이정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나이정은 딸의 수술 준비로 정신이 없던 터라 간민혜의 집요한 추궁을 견디지 못해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간민혜는 소란죄로 7일간 유치장에 갇혔다. 그리고 그사이 나이정은 세상을 떠난 것이다.장례식장의 난동은 이렇게 시작된 비극의 연장선이었다.한현진은 서류를 한참이나 꼼꼼히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성폭행 사건 이후 주강운과 결별한 거야?”강한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라인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이런 큰 사건을 당시에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돼?”한현진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고 강한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강한서가 모르면 주강운도 몰랐을 것이고 알았더라면 그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간민혜는 왜 주강운한테 말을 안 했대? 자기 남자 친구인데.”간민혜는 홀로 상경하여 살고 있었고 그 당시 가까운 사이라곤 남자 친구인 주강운 뿐이였는데 그와 함께 범인 잡을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현진아, 우리 결혼식 날 강현우가 너를 덮치려 했을 때, 넌 왜 나한테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한현진은 허를 찔린 듯 말문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