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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9화

Author: 조십일
“차라리 좀 한현진처럼 해봐. 쓸모없는 이미지만 안 만들어도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잖아. 이미지라는 건 말이야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기준으로 널 평가하는 거야. 다른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너만 놀고 있으면 어떻게 아무런 불만도 없을 수가 있겠어?”

송가람을 훈계할 때마다 서해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아 온 자기 딸이 왜 직장에서는 이런 모습인지.

그녀는 수없이 말했다. 회사에서는 조용히 지내라, 말투에 권위적인 태도를 담지 마라, 부하 직원들을 다룰 때는 상과 벌을 적절히 섞어라, 어떤 일이 닥치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인상을 줘라, 설령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사람들이 네가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공적인 자리에서는 반드시 체면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결과 송가람은 하나도 마음에 새기지 않았다.

송가람은 서해금이 오랜 시간 닦아 놓은 길을 따라 회사에 들어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송가람은 그 길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반면 한현진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아버지 뜻에 따라 할 수 없이 한다는 태도로 들어왔다.

그러니 사람들은 한현진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뭘 하나라도 해내기만 하면 의외로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게 된다.

서해금이 송가람에게 아무리 탄탄한 기반을 깔아줘도 송가람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깔린느를 맡긴다 한들 결국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송가람은 손을 꼭 쥔 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현진은 사람 마음을 간파하는 데에 도가 텄다고. 연기력도 수준급이고.”

“진짜든 연기든 그게 중요해? 네 일부터 제대로 해. 비서 바꾸고 싶다고? 좋아. 그럼 오늘부터 네 업무는 남한테 떠넘기지 마. 야근할 거면 제대로 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너도 똑같이 해. 버티지 못하겠으면 전부 퇴근시키든가. 그리고 야근할 때 호텔에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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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한현진의 눈이 놀라움에 커다래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재빨리 문을 닫는 핑계로 고개를 돌렸다.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도일준 씨가 왜 회사까지 온 거야? 성 비서님이 말한 클라이언트가 바로 도일준 씨라는 거야? 대체 왜 서해금을 찾아온 거야? 무슨 생각인 거지?’서해금이 아무 이유 없이 중요한 고객을 한현진에게 소개해 줄 리가 없었다. 도일준이 한현진을 불러달라고 한 걸까, 아니면 뭔가를 떠보려는 서해금의 수단일까?그 짧은 시간 사이 한현진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의혹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복잡하게 끓어오르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몸을 돌린 한현진의 얼굴엔 이미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늦었네요.”서해금이 한현진의 표정을 살폈다. 격식 차린 미소를 짓는 한현진은 관찰하는 눈빛으로 도일준을 훑었다.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 같았다. 서해금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우리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말하며 서해금이 한현진에게 손짓했다. “한 대표, 여기 와서 앉아요.”한현진이 다가가 서해금 곁에 앉았다. 도일준을 쳐다보던 한현진은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도일준이 회사에 온 목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말을 걸었다가 만약 아는 사이라는 것을 서해금이 눈치챈다면 도일준의 뒷조사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들의 계획을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도일준은 한현진과 진희연의 유도로 이미 남편의 죽음이 당시 신생아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만났던 사람은 서해금이 아니라 또 다른 남자였다. 그러니 그 남자만 찾아낸다면 모든 증거들이 사슬처럼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야만 서해금을 법의 심판대로 올릴 수 있었다. 사건의 키 포인트는 그 남자에게 있었다. 이런 타이밍에 도일준이 서해금의 가시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서해금은 포장된 예쁜 인형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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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에게 손을 보여준 도일준은 다시 장갑을 끼며 태연하게 말했다. “손을 좀 다쳐서요. 놀라실까 봐.”서해금이 곧바로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며 말했다. “아뇨, 제가 무례를 범했어요.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서해금이 안타깝다는 듯 말을 이었다. “직업이 의사시라고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네요.”도일준이 태연하게 웃었다. “안타까울 것까지야. 비록 더는 수술대에 오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의료 분쟁을 피해 갈 수 있었어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니 그 정도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죠.”서해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세상의 많은 일들은 진작 운명이 정해져 있는 법이니까요. 순리를 따라야죠.”말을 마친 서해금이 도일준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그녀는 성급히 향수 제조에 관한 업무를 확정 짓는 대신 도일준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해금이 차를 건네며 말했다. “교포시라고 들었어요. M 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다고 하던데 국어가 꽤 유창하시네요. 심지어 국내 문화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계시고요. 정말 놀랍네요.”찻잔을 건네받은 도일준을 차 한 모금을 음미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젊었을 때 아버지를 따라 국내에서 연수를 한 적이 있었어요. 5년 가까이 지내다 M 국으로 돌아가 한 대학교에서 의사로 있었죠. 당시 학교가 한인 타운 근처라 유학생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어요. 게다가 제 아내도 교포예요. 아마 언어 환경 때문에 점점 더 국어에 적응한 것 같아요.”“그렇군요. 귀국하실 때 사모님은 함께 오지 않으신 건가요?”그 말에 도일준의 눈빛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그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멀리 떠났어요.”멈칫한 서해금이 다급히 말했다. “마음 아픈 얘기 꺼내서 죄송해요.”도일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또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온몸으로 외로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마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워진 도일준의 찻잔을 채운 서해금이 또다시 물었다. “도일준 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09화

    서해금이 멈칫했다. “도 씨라고요? 한주 재벌가에 그런 사람이 있었나요?”성월이 말했다. “교포세요. 고향은 한주라고 하셨어요. 퇴직 후 귀국하셔서 잠깐 지내시는 것 같았어요.”“클라이언트 신상정보 가져와요.”성월은 곧바로 도일준이 남긴 신상정보를 서해금에게 보여주었다. 빠른 속도로 자료를 훑은 서해금은 직업란에 적힌 의사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언제 오신다고 했죠?”“오후 3시요.”서해금이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좋은 차도 준비하고 미팅 준비 잘해요. 그리고 한현진에게 오후 3시 30분에 저와 함께 VIP와 미팅에 참석해야 한다고 전해요.”성월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대표님, 줄곧 M 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셨잖아요. 이분은 현지의 유명한 의사세요. 그쪽에 아는 분도 많으실 텐데 이렇게 중요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한현진 씨도 참석시키시려고요?”서해금이 태연하게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당당하게 행동해야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거예요.”더 설득하려는 성월에게 서해금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만하고 나가봐요.”성월은 어쩔 수 없이 목 끝까지 올라왔던 의문을 꿀꺽 삼키고 사무실을 나서야했다. 서해금과 함께 VIP의 미팅에 요청 받은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서해금이 좋은 마음으로 고객을 공유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쿨한 척한다는 것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은 감동이라도 받은 척 연기하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서 대표님께서 또 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성월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뇨. 오후 3시 30분, 시간 맞춰 도착하시면 돼요.”도일준이 성월의 안내로 미팅룸에 들어왔을 때 서해금은 이미 테이블 앞에 앉아 차를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보라색 주전자를 들고 새끼손가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우아한 자세로 차를 붓고 있었다. 서해금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다. 손목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08화

    하지만 만약 한현진과의 세력 다툼은 그저 재산 이전을 위해 주의력을 분산시키려는 허상에 불과하다면?“너 회사 재무에 접근할 수 있어?”그 말에 한현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도 마. 재무팀은 아예 철벽통이야. 전부 아주머니 사람이라 입사 초기 가져간 선물도 은서하 씨를 제외하면 가진 사람도 없었어.”“그럼 네가 말한 그 은서하라는 사람은? 그 사람은 너에게 주 기사님을 조심하라고 귀띔하기도 했잖아.”한현진이 말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난 은서하 씨를 너무 믿지 못하겠어. 서하 씨는 아주머니 돈을 받았어. 집에서 아픈 할머니도 계시고. 약점이 있는 사람은 너무 나약해. 작은 압력만 넣어도 무너지니까. 서하 씨를 이용했다가 아주머니 꼬투리를 잡기도 전에 먼저 내 밑바닥까지 전부 아주머니한테 이르진 않을까 걱정이야.”말하던 한현진이 잠시 멈칫했다. “아, 맞다. 네가 준비한다던 주혁 씨 몽타주는 어떻게 됐어.”“몽타주는 완성됐지만 없는 사람이라고 나와.”실망하던 한현진은 곧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강한서, 아주머니와 관련된 사람들부터 하나씩 조사해 봐.”잠시 멍해진 강한서가 물었다. “뭐라도 발견한 거야?”“사실 아직 알아낸 건 없어. 기사님은 손을 다친 후 송가람의 기사로 전근됐어. 그러다 갑자기 내가 맨 처음 기사님을 전근시킨 것도 송가람이 날 어떡해보려다 마지막엔 기사님이 나서서 본인이 깨뜨린 거라고 얘기한 거였잖아. 그래서 어쩐지 절묘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었어. 조사해 봐. 만약 아주머니 주변 사람이 아니라면 내 의심도 하나 풀 수 있는 거니까.”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쪽으로 알아볼게. 아주머니 해외 자산도 내가 알아볼게. 회사는 어떡할 생각이야?”한현진이 씩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엔 아무런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향 대회 우승이라는 타이틀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거라면 절대 뜻대로 되게 놔두진 않을 거야.”하지만 문채영의 등장은 한현진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문채영의 도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07화

    강한서가 한현진의 말을 바로잡았다. “두 사람 사귄 적 없어. 네 오빠의 짝사랑이었지.”한현진이 말했다. “만약 오늘 만나지 않았다면 네 말을 믿었을 거야. 하지만 채영 언니 모습을 보면 오빠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야.”문채영은 서해금이 스카우트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약속 장소에 갈 때만 해도 한현진은 문채영이 자신을 떠보거나 일부러 가까워지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었다. 하지만 문채영은 일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은 채 한현진과 송민준의 어린 시절 얘기를 나눴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요절한 줄 알았던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송민준은 두 눈으로 직접 분만실에서 안겨나오며 울음을 터뜨리던 동생을 봤었다. 하지만 결국은 차가운 시체로 변한 동생은 그에게는 내려놓을 수 없는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그는 늘 동생이 살아있는 것만 같았고 죽은 그 아이는 동생이 아니라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송민준은 너무도 어렸고 아버지나 다른 가족들은 아내와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아무도 5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부정당하는 회수가 많아질수록 확고하던 그의 확신도 점점 흔들렸다. 등의 모반은 단지 그의 꿈속 상상이었던 걸까?비록 점차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긴 했어도 여동생 말이 나올 때마다 송민준은 늘 말했었다. “만약 그게 꿈이 아니라면, 만약 여전히 살아있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는 날, 난 바로 그 애를 알아볼 수 있을 거야.”문채영은 한현진을 보며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민준이는 틀리지 않았어. 걔는 정말 한눈에 널 알아봤어.”한현진은 송민준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그동안의 빈자리를 얼마나 채워주고 싶어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채영 입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어쩐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문채영은 마치 송민준이 왜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한현진을 찾은 건지, 대신 변명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한현진이 송민준에게 불만을 품기라도 할까, 걱정인 사람처럼. 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06화

    강한서는 이번만큼은 민경하의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가 코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기회는 이번뿐이에요. 오늘이 지나면 나중은 없어요. 아무리 억울하고 아무리 불만이어도 꾹 참고 얌전히 데릴사위가 되어야 할 거예요.”강한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모르는 번호였다. 통화 버튼을 누른 강한서가 날카로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누구시죠.”공격적인 말에 상대방이 멈칫했다. 그리고 곧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왜 이렇게 화가 많아?”멍해진 강한서가 곧 말투를 바꾸며 입을 열었다. “현진아, 네가 왜 다른 번호로... 누구 휴대폰이야?”한현진이 말했다. “휴대폰 가게 점장님 거야. 내가 연락이 안 돼서 네가 걱정할까 봐 전화했어. 그나저나 넌 왜 이렇게 화가 났어. 무슨 일 있었어?”“아냐.”강한서는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본인의 비서를 힐끔 쳐다보며 나가라고 손짓했다. 민경하는 큰 은혜라도 입은 사람처럼 곧바로 사무실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소파에 앉은 강한서가 넥타이를 끌어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겠어. 민 실장이랑 민서 일 때문에 그러지.”“두 사람이 왜?”“할머니께서 두 사람에게 약혼하라고 하셨는데 민 실장은 민서를 좋아하지는 않나 봐. 좋아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도 약혼하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민서에게 가서 똑바로 얘기하라고 했더니 얘기는커녕 민서랑 데이트 약속을 잡은 거야. 저렇게 우유부단한데 내가 화가 안 나?”강한서의 얘기를 들은 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강한서, 너 정말 연애 경험이 전혀 없네. 민 실장님은 전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야. 그런 민 실장님이 주저한다는 건 네 동생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란 얘기잖아.”강한서는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아내에게 불만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넌 왜 민 실장 편을 들어?”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넌 민서 오빠야. 아빠가 아니라고. 네가 모든 일에 개입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05화

    완전히 몰입해 설명하고 있던 민경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한서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강한서를 똑똑히 본 강민서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민경하가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깜박한 강민서는 그대로 머리를 민경하의 턱에 부딪혔고 그 탓에 혀를 씹은 민경하는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강민서는 허둥지둥거리며 뻘쭘한 듯 강한서를 채근하며 다친 민경하를 살폈다. “오빠, 왜 노크도 안 하는 거야!”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강한서가 생각했다. ‘민서에게 얘기한 거야? 그렇다기엔 민서가 너무 얌전한데.’“노크했어. 네가 못 들은 거지.”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하며 민경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얘기 잘 끝났어?”민경하는 턱을 움켜쥔 채 어쩐지 마음에 찔려 시선을 돌렸다. 강한서: ?민경하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강민서는 강한서에게 물었다. “오빠, 왜 왔어?”만약 조금 전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따도남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비서 성격상, 아마 강민서에게 파혼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강한서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너 말고, 민 실장 찾으러 온 거야.”말하며 그는 민경하를 째려보았다. “안 나와요? 업무시간에 누가 마음대로 자리 비우래요?”민경하가 턱을 움켜쥔 채로 다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강민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가 민 실장님에게 업무 가르쳐주라고 했잖아. 이게 어떻게 함부로 자리를 비운 거야. 오빠 갑질하지 마.”‘내가 갑질이라고?’강민서의 머리를 열어 정신 차리라고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강한서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의 무력함에 빠져들었다. 역시 눈에 씐 콩깍지는 쉽게 벗겨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강한서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껏 가르쳐줘도 네가 아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사수가 능력 미달인 거야. 정 아닌 것 같으면 사수 바꿔줄게.”“민 실장님이 뭐가 능력 미달이라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04화

    이런 만남이 민경하에게는 연애보다는 직장 상사가 분부한 업무를 보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민경하가 무리하게 맞추려 한다는 말은 오히려 강한서가 꽤 에둘러 표현해 준 것이었다. 민경하 역시 그 일을 본인의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도 민경하의 희생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민경하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강민서와는 다른 본인의 신분을 신경 쓰면서 괜한 자존심을 부린 탓에 솔직한 마음으로 강민서를 대할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강한서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민경하는 부끄러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건 본인에게 무책임했을 뿐만 아니라 강민서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럼 어떡해요? 회장님께서 이미 저희 어머니께 연락하셨을 것 같은데.”민경하가 나지막이 강한서에게 도움을 청했다. “민 실장이 그걸 나한테 물으면 난 누구한테 물어볼까요?”어이가 없다는 듯 불퉁하게 대답하던 강한서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민 실장이 직접 민서에게 잘 얘기해요. 민서에게 이성으로써의 감정이 없어서 약혼하고 싶지 않다고요. 먼저 민서 마음을 끊어내고 나서 다시 할머니께 잘 말씀드려요.”민경하가 조금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요?”강한서가 냉소 지었다. “왜요, 민서 어장 관리라도 하게요?”민경하: ...사무실에서 쫓겨난 민경하는 한참 동안 고민을 거듭한 후 결국 강민서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강민서의 사무실 문이 비스듬히 열려있었다. 누군가와 통화 중이던 강민서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한 글자도 빠짐없이 민경하의 귀에 흘러들었다. “아마 이번 달이면 약혼할 것 같아. 할머니가 어떤 날로 잡을지 봐야겠지. 그럼, 당연하지. 날 정해지면 너희들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줄게.”“외모는 그럭저럭 생겼어. 우리 오빠 정도는 아니지만 봐줄 만해.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일할 땐 말이 엄청 많아. 아줌마처럼 이것저것 다 신경 쓴다니까. 처음엔 귀찮았는데 지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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