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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1화

장우용은 정신없이 달려와 모두에게 알렸다.그 순간, 마치 파문이 일듯 일순간 모두가 술렁였다.“뭐라고? 저 여자가 백옥이라고? 어떻게 저렇게 젊어 보이지?”“백옥은 이미 버림받아 폐인이 되었다던데? 심한 독을 맞고 어디서 몰래 죽었다고 들었어.”“그래, 백옥이 한동안 안 보였던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나이도 거꾸로 먹는 일은 있을 수 없잖아. 이 여자가 절대 백옥일 리 없어.”사람들은 제각각 의견을 쏟아냈다.양용진의 얼굴빛은 점점 일그러졌다.양용진은 며칠 전 막 독수리의 통령 자리에 올랐고 이제는 인생의 정점에 서 있다고 여겼다.막강한 권력의 맛을 보며 양씨 가문을 전례 없는 위치까지 끌어올린 양용진은 절대 이 권좌를 놓을 수 없었다.설령 눈앞의 여인이 진짜 백옥이라 하더라도 양용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헐뜯어 몰아내고 가능하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백옥을 처치하여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이가 없게 할 생각이었다.“말도 안 돼!”“나도 분명히 들었어. 백옥은 독이 퍼져 죽었으니 저 여자는 백옥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저 여자는 누군가의 지령을 받고 여기 온 거야!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게 틀림없어!”“흥! 너희가 짜고 내 아들을 죽였고 내 가족을 죽였으며 이제는 내 집에 쳐들어와 독수리의 통령인 나를 노리고 있어! 대체 무슨 꿍꿍이냐? 연호를 전복시키려는 거냐!”양용진은 고함을 질러대며 독수리의 무리에게 명령을 내렸다.“모두 당장 이 자들을 죽여라!”순식간에 모든 독수리의 고수들이 임건우 일행에게 덤벼들었다.이제 임건우의 상황은 위태로워졌다.임건우는 맹진수를 지켜야 하는 동시에 다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비록 특이한 무공을 익혀 금단의 단계에 올랐고 원영을 순식간에 압도할 실력을 갖추었지만, 이 많은 공격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다행히 백옥이 나서서 임건우를 돕기 시작해 대다수의 공격을 대신 막아주었다.백옥은 조금 전 분명 말했다.누가 임건우를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죽일 거라고.그러나 백옥은 삼십 년간 독수리를 이끌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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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2화

잘린 팔과 다리, 바닥에 떨어진 사람 머리들, 눈에 보이는 건 온통 피와 살이 엉킨 잔혹한 광경뿐이었다. 백옥이 휘두른 단 한 번의 검격으로 20여 명이 순식간에 죽어버렸다.현장은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양용진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가슴 깊숙이 죽음의 공포가 파고들었다.그는 양씨 가문의 가주이자 군부 출신으로 연호의 고위 간부이기도 했다.하지만 연호에 큰 전쟁이 일어난 게 언제였던가?고대 결계에서의 혈전이 아니면 큰 싸움은 거의 없었다. 양용진은 고대 결계에 발을 들인 적도 없었고 인간 최강자의 단계에 오른 대수사를 정면으로 마주한 적도 없었다.그저 백옥이라는 통령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품고 있었고 그녀를 대신해 통령 자리에 오르고자 했다.지난번에 통령 선발 회의를 벌인 것도 양용진이 앞장서서 부추겨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양용진은 백옥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장우용 역시 백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녀가 정말 사람을 죽일 줄은 몰랐다는 듯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여기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연호의 고위 가문 출신으로 각자의 배후에는 막강한 세력이 있었다.이들 배후 세력을 합치면 연호의 최고 집권자조차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백옥, 너 미쳤어?” “너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른지 알아?”장우용이 땅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연호의 대가문들이 수많은 자원을 쏟아부어 키운 인재들이야. 연호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인데 단칼에 죽여버렸으니 그들 가문이 가만있을 것 같아?”백옥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 주변의 나무들조차 부들부들 떨려왔다.백옥은 장우용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쓰레기들이 무슨 연호의 기둥이라고? 이들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한 일이 뭔지 말해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요수를 처단하고 외적을 물리쳤지? 아니, 고대 결계가 어디 있는지나 알고 있을까?” “연호는 아첨이나 하는 벌레 같은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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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3화

장우용은 강한 실력을 갖춘 데다 고대 결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기회주의자로 독수리의 통령 자리에 야망이 꽤 큰 인물이었다.문제는 출신이 미천한 데다 독수리 내에서 실력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어서 정식 경로로는 결코 통령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양용진이 통령이 된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양용진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마치 왕을 조종하여 모든 권력을 쥐는 것과 다름없을 터.따라서 장우용은 어떻게든 양용진이 그 자리에 굳건히 자리 잡도록 보장해야 했다.바로 그때 양용진이 말했다.“장우용, 너 이 맹진수의 외손자에 대해 모조리 파헤쳐라. 내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으니 저 자식은 반드시 죽여야 해!”그러자 장우용이 말했다.“통령님, 굳이 조사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알고 있어요! 그의 이름은 임건우, 백옥의 제자입니다.”“잠깐만, 임건우? 왜 이 이름이 이렇게 익숙하지?”양용진이 말했다.“얼마 전 국제사회가 들썩이며 여러 나라가 연호에 그를 넘기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 요구 대상이 임건우예요. 제가 보기엔 동도에서 그 난리를 친 임건우가 바로 그 사람이겠지요.”양용진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후지산... 그 산을 파괴한 게 정말 저놈이었단 말이야?”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만약 임건우가 후지산을 없앤 그 수법을 양씨 가문 사람들에게 쓰게 된다면?자다가 한밤중에 양씨 가문 전체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양용진은 섬뜩해졌다.저 인간을 절대 놔둬선 안 되겠다.어서 제거해야 했다.이내 양용진은 좋은 계책을 떠올렸다.양용진은 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말했다.“이들은 모두 원래 이름 있는 가문의 자손들이야. 순수한 마음으로 독수리에 들어와 나라에 충성하려 했을 텐데 전장에 나가 공훈을 세우기도 전에 동포의 손에 비참히 죽다니... 우용아, 당장 그들의 가족에게 알려서 이곳으로 시체를 수습하러 오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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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4화

“뭐라고?”“백옥이라고? 그 여자가 중독되어 죽을 지경이라더니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가 있단 말이야?”“설마 독수리 통령 자리에서 밀려난 게 분해서 미쳐 날뛴 건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람을 죽이다니!”“말도 안 돼! 난 그동안 백옥이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다 가식이었단 말이야? 우리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죽이다니 죽어 마땅해!”이 소식에 달려온 사람들은 대부분 연호 공식 기관에 연줄이 있는 대가문 출신이었다. 평소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이들이다 보니 고대 결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었고 백옥에 대해 존경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특히 하씨 가문의 며느리는 울먹이며 양용진에게 말했다.“양 통령, 이제 독수리의 통령 자리에 오르셨으니 여기 죽어간 이들이 모두 당신 부하 아닙니까? 이제 세상이 이토록 밝은데 이런 살인마가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으니 양 통령님께서 직접 나서서 그 백옥이란 여자를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양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백옥은 많은 공을 세운 사람입니다. 그 공이 사실이든 아니든 대총관에게는 이미 등록된 것이지요. 게다가 그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니 몇 명 정도로는 상대도 안 될 겁니다. 하물며 그녀는 떠날 때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 몇을 데리고 갔습니다. 그들과 뭉치면 상당한 세력이 형성되지요. 이러니... 차라리...”“차라리 뭐요?”“차라리 대총관님이 직접 명령을 내려 군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좋아요. 우리 가문이 뭉쳐서 통천대회를 열고 대총관님께 상소를 올리겠습니다.”한편 백옥과 임건우는 맹진수를 먼저 맹씨 가문에 데려다 주었다.그들은 양용진이 관가에서 영향력 있는 여러 가문과 손을 잡고 대총관에게 백옥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하려고 통천대회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제야 임건우는 맹씨 가문에서 평생 헌신했던 김서진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임건우는 우나영과 그녀의 어머니를 구해준 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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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5화

신호부의 하중행이 임건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하중행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건우야, 진남아의 가족들이 그녀의 죽음 소식을 들었어. 근데... 시신이...” 진남아는 강남 신호부에서 오래 머물며 동료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그들과의 유대가 깊은 만큼 진남아의 죽음에 모두가 슬퍼하고 있었다.특히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 비보에 충격을 받았고 그녀의 어머니는 듣자마자 여러 번 실신할 정도였다.임건우도 진남아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웠다.임건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저녁에 제가 직접 중해의 진씨 가문으로 찾아가서 진씨 가문 분들께 남아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중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겠어.”세 시간이 흐른 후 우나영이 상경의 맹씨 가문에 도착했다. 우나영과 임건우 모자는 이전에 맹씨 가문의 이소현과 크게 다투고 난 뒤로 맹씨 가문을 찾지 않았다.이 때문에 맹진수 또한 이상에게 크게 실망해 한동안 상경을 떠나 있었던 적도 있다. 이소현도 결국 깨달았다.지금의 임건우와 우나영이 이미 맹씨 가문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 있으며 이를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이번에 우나영과 재회한 이소현은 태도가 아주 달라져 있었다.한껏 몸을 낮춘 채 예의를 갖추었다.하지만 우나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우나영의 마음은 온통 김서진의 죽음으로 상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나영은 영안실에서 어머니와 잠시 머문 후 해가 저물 무렵 임건우는 중해로 떠났다.저녁 8시. 임건우는 진씨 가문 대문 앞에서 하중행과 만났다. 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가 진남아의 부모를 만났다.하중행이 임건우를 소개했다. “이분은 건우 씨입니다. 남아의 스승이자 우리 신호부의 장로십니다. 남아의 시신도... 임 장로님께서 거두어 가셨습니다.”진남아의 가족들은 이미 임건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진남아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임 장로님, 제 딸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압니다. 부디 그녀의... 시신을 저희에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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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6화

“임 장로님, 이건 대체...”하중행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임건우가 차분히 말했다.“이건 취혼관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강력한 법보죠. 지금 당장은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알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남아가 이 취혼관 안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에요. 남아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고 흩어진 혼력을 다시 모아줄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손으로 관 뚜껑을 천천히 열었다.거대한 관 안에는 조용히 누워 있는 진남아의 모습이 드러났다.임건우는 이미 그녀의 모습을 정리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두었다.그녀는 꼭 잠든 듯 보였고 조금도 시체 같지 않았다.“남아야, 남아야!”진남아의 어머니가 취혼관 옆에 엎드려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하지만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눈물이 터져 나온 그녀는 임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정말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거예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약속드리죠. 남아는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그럼에도 임건우는 진남아의 가족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을 심어주었다.진남아의 가족들이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후, 임건우는 취혼관을 다시 회수했다.길이만 해도 3미터가 넘고 폭이 1미터에 달하는 관은 표면에 수많은 기묘한 부적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이 거대한 취혼관이 임건우의 이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에 모두가 여전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진남아의 아버지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장례식은 그대로 진행해야 합니까?”진남아의 집에서는 이미 영정을 걸고 빈소를 차렸으며 소식을 전해 들은 친척들이 곧 찾아올 예정이었다.하지만 어머니는 화난 듯 소리쳤다.“장례식이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 딸이 아직 살아 있다는데 당신 귀가 막힌 거야? 안 해! 당장 그 하얀 천이랑 등, 전부 치워버려!”“그래, 그래 맞아!”“친척들한테 연락해. 아까는 착오가 있었다고 전해. 우리 남아는 살아 있어! 다만 중상을 입어서 해외로 치료받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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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7화

“거절하지 마시고 드세요. 이 정도 단약은 제게 있어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남아가 다음에 깨어날 때 어르신이 건강히 그녀 앞에 서 계시길 바랍니다.”이번에는 진 어르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건우가 단약을 가볍게 던졌다.손을 한 번 흔들자 단약은 진원이 감싸며 약효를 강제로 뿜어냈다.그 에너지는 한 덩어리가 되어 진 어르신의 콧속으로 흘러들어 갔고 즉시 그의 온몸 경락으로 퍼져 나갔다.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진 어르신의 기운이 눈에 띄게 강해지며 얼굴에는 붉은 혈기가 돌았고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심지어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검은빛을 띠기 시작했다.“아!”“아버지...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있어요!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봐요! 한순간에 몇십 년은 젊어진 것 같잖아요. 이건 정말 신기해요!”“이게 바로 신선의 손길이라는 거군요!”이 순간, 진씨 가문 사람들의 임건우에 대한 존경심은 황하의 물처럼 끊임없이 흘러넘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건우의 도움으로 진 어르신은 약효를 완벽히 흡수했다.그 순간, 그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이어서 우드득하는 뼈소리와 함께 그의 기세는 단번에 바뀌었다.마치 칼집에서 막 빠져나온 보검처럼 그의 두 눈에서는 빛이 쏟아졌다.“종사?”하중행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진국호는 곧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내가 종사로 승격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구나!”진국호는 흥분을 억누르며 임건우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혀 예를 표했다.“건우 씨,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임건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종사라 해도 별거 아닙니다.”임건우에게 종사는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는 단계였다.현재 임씨 저택에는 나이가 어린 서목화를 제외하고 종사 이하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었다.심지어 임건우의 장모 심수옥조차 유가연이 억지로 그녀의 수위를 끌어올렸다.전투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보통 사람이 덤빈다 해도 함부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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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8화

안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머리가 새하얗게 셌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였다.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나이가 대략 진국호와 비슷해 보였다.하지만 지금 진국호는 임건우가 준 회춘단을 먹고 난 후 외모가 완전히 변해서 오십, 육십 정도로 보였지만, 이 할머니는 일흔, 여든은 되어 보였다.무엇보다도 가장 오싹한 건 그녀의 얼굴에 길고 깊은 상처가 하나 나 있는 것이었다. 마치 갓 생긴 상처처럼 딱지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는데 눈에서 입가까지 길게 자리 잡은 상처는 흡사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기어 다니는 듯했다.진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직전이었다. 원래 진남아가 사고를 당하면서 모두가 크게 상처를 받았는데 임건우가 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좋은 소식을 전해주어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던 터였다.그래서 문 앞에 걸어둔 흰 천과 흰 등불도 막 철거했었다.그런데 이제 막 철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손자가 죽어버린 것이다.이번에는 정말 죽었다. 임건우가 보니 영혼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완전히 죽은 것이었다.더는 어떤 구제 방법도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금 떼어냈던 흰 천과 흰 등불을 다시 걸어야만 했다.세상에, 이보다 더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임건우는 할머니를 보며 분노와 경악을 숨기지 않았다.그리고 이 여자의 기운에서 묘하게 불쾌한 느낌이 풍겨 나오는 걸 느꼈다.도가도 아니고 마도도 아닌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영력, 그 기운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당신 누구야? 난 당신을 전혀 모른다!”진국호는 눈에서 불꽃을 튕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내 손자를 아무 이유 없이 죽이다니 오늘 내가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다!”“네가 날 모른다고?”그 할머니는 크게 웃어댔다.“하지만 난 너를 잊은 적이 없고 매 순간 네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왔어!”진가중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아버지, 정말 저 여자를 모르겠어요?”진국호는 고개를 저었다.“정말 모른다. 한 번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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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9화

수십 년 전 얽힌 원한이니 외부인으로서 함부로 개입할 일이 아니었다.김영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하는 말은 다 헛소리야! 궤변에 불과하다고! 강진혁은 나랑 사랑했고 우리는 소꿉친구로 자라 평생을 약속한 사이였어. 그런데 네가... 네가 집안 배경을 믿고 억지로 아버지를 협박해 나랑 결혼한 거잖아. 너야말로 모든 불행의 원흉이지!”진국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만약 네가 결혼 전부터 강진혁과 관계가 있었던 걸 알았다면 난 절대 널 와이프로 맞지 않았겠지. 안타깝게도 난 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믿어버렸고 혼례 첫날밤에 피가 나지 않은 것도 춤 때문에 그렇다고 믿었지. 내가 바보였던 거야. 그래서 너 같은 창녀를 와이프로 맞았지.”김영자는 크게 분노하며 지팡이를 내리찍었다.바닥의 타일이 깨져 구멍이 날 정도였다.“진국호, 오늘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진씨 가문은 망할 거야! 내가 그때 절벽에서 떨어져 죽지 않고 살아남은 건 기적이었지. 게다가 운명처럼 비요궁에 입문해 수련하게 되었지. 이건 하늘이 내게 복수할 기회를 준 거야. 오늘 진씨 가문이 망하는 것도 하늘의 뜻이다!”진국호는 기세를 폭발시키며 자신의 종사 단계를 드러냈다.김영자는 비웃으며 말했다.“종사라고? 내 눈엔 그저 하찮은 벌레일 뿐이지!”김영자는 지팡이를 바닥에 깊숙이 찔러 넣은 후 몸을 날리며 진국호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진국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용상권!”쿵!강력한 기운이 폭발하며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진국호의 몸은 마치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버렸다.공중에서 피를 토해내며 떨어졌다.단 한 번의 대결로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하지만 김영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곧바로 빠르게 진국호에게 달려들었다.바로 그때, 진가중이 옆에서 뛰쳐나와 진국호를 대신해 막아섰다.하지만 종사 단계에 오른 진국호도 김영자에게 한 번도 버티지 못했는데 지역급 단계조차 넘지 못한 진가중이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김영자는 반격으로 손을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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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0화

임건우는 바닥에 떨어진 옥패를 집어 들었다.그러나 그 위에는 자신의 혈맥 흔적이 사라져 있었다.하지만 옥패에 새겨진 진법 문양은 분명 자신의 손으로 그려 넣은 것이었다.바로 이것이 처음에는 이 옥패를 감지하지 못했던 이유였다.슛!임건우의 몸이 한순간 사라지더니 다음 순간 바로 김영자 앞에 나타났다.임건우는 김영자를 거칠게 붙잡아 들어 올렸다.“이 옥패, 어디서 났어? 당장 말해!”임건우의 차가운 목소리와 뿜어져 나오는 살기 가득한 기운에 김영자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김영자는 이 세상에 자신을 이렇게 압도하는 남자가 존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겨우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김영자는 자신이 천하를 제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원수를 갚고 누구도 자신을 막을 자가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지금은 눈앞의 이 남자에게 병아리처럼 간단히 잡혀 있었다.“어서 말해!”“말하지 않으면 네가 뭘 당하게 되는지 알게 될 거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고통을 맛보게 해주마.”임건우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공포감을 자아냈다.김영자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던 진씨 가문 사람들과 하중행마저도 그 살기에 등골이 서늘해지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하중행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임 장로님,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임건우는 여전히 김영자를 응시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김영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나 길에서 주웠어.”쾅!임건우는 김영자를 바닥에 세게 내팽개쳤다.그 충격으로 바닥이 움푹 팼고 김영자가 금단 단계의 수신자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거짓말이야!”임건우는 김영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리고 곧바로 손가락을 들어 김영자의 미간에 찍었다.임건우의 손끝에서 경혼지가 폭발적으로 발동되었다.임건우의 수위가 깊어진 만큼 정신력이 비약적으로 강해졌고 그에 따라 경혼지 위력 또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져 있었다.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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