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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1화

원유희는 송욱이 평생 만질 수 없거나 열흘 보름동안 건드릴 수 없다고 말했으면 했다. 그러면 더 이상 김신걸이란 그늘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러나 그녀는 일주일까지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길면 영리한 김신걸이 발견할까 봐 최대한 그럴싸하게 말한 것이었다. 송욱이 떠나자 원유희는 마침 방을 나갔다. “왜 나왔어? 다쳤으니 쉬고 있지.” 김신걸이 원유희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그녀는 데인 듯 손을 움츠렸다. 김신걸의 안색이 변하더니 화가 가슴까지 치밀어올라 머리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김신걸은 참았다. “회사에 가봐야 해서. 연고를 발랐으니 이제 괜찮아.” 원유희는 어젯밤의 무서운 경험에 겁먹어 김신걸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무서워서. 원유희는 정말 김신걸에게 찢기고 싶지 않았다……. “말 들어, 급히 회사에 갈 필요 없어.” 김신걸은 원유희의 허리를 당겨 그녀를 안았다. 그러자 원유희의 몸이 굳어졌다. 김신걸의 힘이 그녀를 겁먹게 했다. 원유희를 침대에 눕힌 후 김신걸은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내가 먹을 거 가져다줄게. 함부로 뛰어다니지 마,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 알았어?” 원유희는 고개를 숙였다. 김신걸의 낮고 자석 같은 목소리가 그녀의 눈시울을 찡하게 했다. ‘결국 내가 말을 들어야만 김신걸에게 상처받지 않는 건가?’ 김신걸은 아침밥을 가져와 숟가락으로 좁쌀죽을 떠서 원유희에게 먹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유희는 거절하지 않고 고분고분 받아먹었다. 입가에 묻자 김신걸이 거친 손으로 닦아주었다. 원유희는 눈을 파르르 떨며 눈물이랑 죽을 함께 삼켰다. 다 먹자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안고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문질렀다. “아직도 아파?” 품속의 몸은 굳어있었다. 하긴, 맹수에게 안겨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유희는 비록 송욱이 그렇게 말했지만, 만약 김신걸을 화나게 한다면 자신의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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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서재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김신걸이 나와서 말했다. “점심 준비해.” “네.” 아주머니는 대답하고 나갔다. “일어났어?” 그는 원유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좀 나아졌어?” 원유희는 그의 희노무상한 성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왜 이렇게까지 상처 주는데?’ ‘상처 줄 때는 걱정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나?’ “왜 말을 안 해?” 김신걸은 부담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별 느낌이 없어.”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래, 밥 먹고 어전원에 갔다 오자. 육가 어르신께서 비행기를 보내셨어. 세 아이도 이틀이나 널 보지 못했고.” 김신걸이 말했다. 아이가 생각난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을 먹은 후, 그녀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어전원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그녀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신걸이 말을 하면 그녀는 대답만 했다. 차 안에 답답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전원에 도착하니 세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원유희는 아이들의 방으로 갔다. 침대 옆에 앉아 그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얼굴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만졌다. 그녀는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아직 어려서 엄마 아빠의 품이 그리울 텐데. 하지만 만약 김신걸이 또다시 나에게 상처 준다면 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엄마?” 유담이 깨어났다. 이어 조한과 상우도 깨어났다. “엄마…….” “엄마 여기 있어.” 원유희는 유담의 작은 배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자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엄마 품속으로 들어갔다. “엄마랑 아빠 데이트하러 갔어요?” 조한이 물었다. 원유희는 그들을 안고 흔들거렸다. “그래, 데이트하러 갔지.” 원유희는 아이들에게 그런 나쁜 일을 말하지 않았다. ‘애들한테 아빠가 엄마를 다치게 했다고 말할 순 없잖아?’ 그녀는 아이들이 아빠를 숭배하고 좋아한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조한은 성질이 급하고 아빠한테 화 나도 아빠가 안 보이면 또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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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세 아이가 헬리콥터를 받았으니 태공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전화했다.전화를 걸자 방금까지 화가 나있던 조한은 금세 잊고 동영상 속의 태공과 이야기했다.아이들은 헬리콥터가 예쁘다고 나중에 커서 비행기를 운전해 태공을 태우고 하늘로 올라가겠다고 말해 태공의 환심을 샀다.원유희는 세 아이가 핸드폰을 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일어나 김신걸 앞으로 걸어갔다.“나 할 말 있어.”원유희는 예전에 윤설의 피아노를 놓았던 거실에 가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왜 아이한테 그렇게 인내심이 없어?”“아이는 원래 가르쳐야 하는 거야.”“나도 가르쳐야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애들이 겨우 두 살인데, 잘 말하면 안 돼?”원유희는 아이들이 우수하고 철이 들었기 때문에 잘 타이르면 절대로 그렇게 막무가내로 때 쓸 아이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김신걸은 독단적인 생각을 억누르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알았어.”원유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가려고 했는데 김신걸에게 팔을 잡혔다.“다른 할 말 없어?”김신걸이 물었다.“무슨 말?”원유희는 이해하지 못했다. 김신걸의 손에서 전해오는 강대한 힘이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그 힘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었다.“윽!”원유희는 청아한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신음소리를 냈다.김신걸은 정신을 차리고 힘을 줄이고 말했다.“난 아직 육성현 그 사람을 믿을 수 없어. 비행기를 점검해 보고 아무 문제없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탈 거야.”원유희는 그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그렇다고 해도 아이에게 무섭게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져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손에 잡힌 팔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순종하는 태도로 말했다.“알았어. 이제 날 놓아줄래?”김신걸은 감정을 억제하고 손을 놓자 원유희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거실에서 나가자 아이들과 함께 있던 원유희가 그를 완전히 무시했다.무시당한 김신걸은 짜증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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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하지만 여기에는 암실이 있었다. 옆에 있는 고동꽃병을 움직이면 멀쩡해 보이던 벽면이 갈라지면서 별다른 천지가 펼쳐지게 된다. 깊은 곳엔 빛이 어두워 사람의 그림자가 벽에 비쳐 일그러진 괴물 같았다. 벽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날카로운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석에서 한 여자가 나일론 끈에 손발이 묶여 웅크리고 앉아있었는데, 드러난 피부에는 후려 맞은 상처가 가득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긴 머리가 드리워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고개 들어!” 부하가 앞으로 가서 발로 걷어찼다. 여자가 움직이더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내밀었다. 라인이었다. 김신걸이 그렇게 찾아도 찾지 못했던 라인이 여기에 있었다. 라인의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다. 마치 갇힌 짐승처럼 저항을 하고 있었다. 수하가 말했다. “육 대표님, 이 여자가 계속 자신이 소재한 조직이 어디인지 말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육성현은 경외에서‘천애’라는 조직을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팔에는 모두 검은색의 원형 문신이 있었다. 라인이 바로 그 조직의 멤버였다. 애초에 육성현이 경외거래를 할 때 라인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김신걸이 찾는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어.’ “내가 말했잖아, 난 김명화의 도움으로 이미 조직을 이탈했다고.” 라인은 다시 한번 해명했다. “내가 알기론 그 조직은 죽음만 있을 뿐 이탈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은데, 김명화가 큰돈을 들여 너를 샀나 보군.” 육성현이 말했다. “하지만 그게 네가 천애의 본부를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니지.” 라인의 눈에는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내가 말하든 말하지 않든 결과는 모두 죽음이니까 마음대로 해!” ‘육성현 손에 죽는다고 해도 난 천애의 본부 위치를 말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녀가 천애에 들어간 첫날부터 그 안의 사람들은 인간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손에 들어가면 곱게 죽이는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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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그건 나랑 상관없지.” 육성현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단지 천애라는 조직을 갖고 싶을 뿐이야. 다른 사람의 생사를 좌우지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아?” 육성현이 떠난 후 그날 저녁, 수하들은 밀실에 들어가 라인을 지키고 있었다. 라인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물었다. “또 뭘 하려고?” “지금 보니 네가 좀 이쁜 거 같아서, 내가 진작에 너랑 하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 부하는 변태 같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졌다. 라인은 움직이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눈앞에 감히 자기를 건드리는 자식을 어떻게 죽일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밖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다른 곳으로 보냈어. 소리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이야.” 부하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얼굴에 뽀뽀하고 손으로 마구 만졌다. 이때 라인은 부하의 말에서 메시지를 얻었다. ‘그러니까 지금 밖에 아무도 없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이 남자한테 칼 같은 거 있지 않을까?’ “이런 짓을 하기 전에…… 위험이 있을 거라는 걸 인지했어야지!” 라인이 말했다.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라인이 발차기로 넘어뜨렸다. “아!” 이어 라인은 몸을 돌려 등을 맞대고 팔을 이용해 남자의 목을 힘껏 끼웠다. 남자는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왜냐면 라인에게 있어서 살인은 전문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발버둥을 멈추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라인은 팔을 풀고 바닥에 앉아 남자를 등지고 힘겹게 그의 몸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스위스 군도 한 자루를 찾았다. ‘칼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지.’ 라인은 우선 칼로 손목에 있는 나일론 끈을 끊고 이어서 발을 묶은 나일론 꾼도 베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목에는 아직도 쇠사슬이 잠겨 있었다! 라인은 다시 남자의 몸을 더듬어 열쇠 한 꾸러미를 찾아냈다. 열쇠가 무려 십여 자루가 있었다. 그녀는 하나하나 돌아가면서 해 보았지만 모두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쇠사슬을 풀지 않으면 그녀는 여전히 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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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이때 커튼 사이에 손가락 넓이의 틈이 생겨 바깥의 빛이 들어왔다. 엄혜정은 몸과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녀는 육성현이 침대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있다면 허리에 그의 손이 얹어져 있었을 테니까. 엄혜정은 가운데의 한 줄기 빛을 5분 동안 쳐다보다 피곤해서 일어났다. 침대 머리맡의 버튼을 누르자 안쪽의 커튼이 열려 얇은 거즈커튼만 남았다. 이렇게 하면 방 전체가 밝아지지만 햇빛 때문에 눈부시진 않았다. 엄혜정은 침대에서 내려와 아픈 몸을 이끌고 옷방으로 갔다. 첫날, 둘째 날, 셋째 날에는 어떻게 해서 제시간에 회사에 갈 수 있었는데, 나흘째가 되자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아무리 애써도 일어나지 못했다. 야근을 계속하면 몸이 최고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엄혜정은 옷을 꺼내 바깥의 동정을 들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약병을 열어 안에 있는 알약을 입에 쑤셔 넣었다. 육성현이 발견할까 봐 엄혜정은 지금 물을 마시지 않아도 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약이 작아서 물 없이 삼켜도 큰 부담은 없었다. 육성현은 아이를 가지는 일에 집착이 심했다. 요즘은 배란기간이라 매일 약을 먹어야 했다. 두 알, 세 알씩 먹고 싶었지만 몸에 이상이 올까 봐 그러지 못했다. 엄혜정은 10시가 되어서야 회사에 갔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육성현에게 커피를 타 주었다. 노크하고 들어가니 안에 다른 고위층들이 육성현과 회사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그들은 커피를 들고 들어오는 비서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커피를 육성현의 손에 놓고 막 떠나려던 참에 육성현이 말했다. “너 기다려.” 엄혜정은 옆에 서서 가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자 고위층이 계속 말했다. 엄혜정은 원래 편하게 듣고 있었는데, 갑가지 놀라 몸이 파르르 떨렸다. 육성현이 길쭉한 손가락에 금속 만년필을 끼워 가볍게 그녀의 다리를 긁었다. 금속의 차가운 촉감이 피부에 닿자 엄혜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육성현은 고위층의 보고를 들으면서 커피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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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문득 어제 오후 육성현이 회사를 떠났던 일, 그리고 어젯밤에 걸려온 전화가 생각나 엄혜정은 정색해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 뭐 했어?” “하긴 뭘 해?” “어제 오후에 분명히 회사에 왔는데 바로 갔잖아, 어디 갔었어?” “일이 있어서.” “회사와 상관없는 일이지?” 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리에 앉히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이렇게 예민한 거야? 너의 몸이랑 같잖아. 내가 네 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 나 일하러 갈게.” 엄혜정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질문을 한 내가 바보지. 정말 무슨 일이 있다고 한들 육성현이 나한테 말해주겠냐고.’ “당신의 업무 상대는 나 아니야?” 육성현은 엄혜정을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은 일 안 해?” 엄혜정이 물었다. 고개를 돌려 책상우에 놓여있는 그가 점검하고 서명해야 할 서류를 본 육성현은 안색이 변하더니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어제 제성에 갔었는데 유희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 전화해서 물어봐.” 엄혜정은 일어서서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어제 왜 말하지 않았어?” 육성현은 고개를 들어 엄혜정을 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엄혜정이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했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왔다. 엄혜정은 부서에 도착해서 바로 책상 위의 핸드폰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서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유희는 사무실에서 의료자료를 보고 있었는데 엄혜정에게서 전화가 와서 바로 받았다. “혜정아.” “육성현이 너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하던데 혹시 어디 아픈 거야?” 엄혜정이 물었다. 원유희는 엄혜정이 이걸 물어볼 줄은 몰랐다. ‘어제 김신걸이 육성현에게 내가 술 마셔서 그런 거라고 말했는데. 육성현이 그 말을 안 믿었나 보네. 아주 똑똑한 남자라니까.’ “그 전날 저녁에 회식을 했는데,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아침에 머리가 아팠거든. 근데 마침 삼촌이 오전에 와서 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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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몇 분 후에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광장에 멈춰있는 롤스로이스를 보았다. 실은 여긴 주차가 금지된 광장이었다. 하지만 김신걸은 매번 여기에 주차했다. 여기에 멈추면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모두 권세를 대표하는 이 롤스로이스에게 주목하게 된다. 그래서 원유희는 매번 도둑처럼 몰래 차에 타야만 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원유희는 항의했다. “매번 여기에 멈추지 않을 순 없어? 사람들이 모두 날 데리러 온 걸 알잖아.” 그녀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엔 이상한 압박감이 생겼다. 원유희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특히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친 그녀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느꼈다. “누가 볼까 봐 두려운데?” “아니, 남들이 부러워할까 봐 그래.” 원유희는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김신걸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리 와.” 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당겨 그의 튼튼하고 힘찬 허벅지에 앉혔다. 그녀는 김신걸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이 아주 부담스러웠다. “이건 네 것이야.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없는 대우라고.” 김신걸이 말했다. 김신걸의 숨결이 그녀의 작은 얼굴을 뜨겁게 했다. 심지어 그녀의 작은 입술에 스쳤다.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었다. ‘남들도 이런 대우가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거겠지…….’ 김신걸과 윤설의 일이 원유희의 마음속에서 사가지지 않았다. 마치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생각할 때마다 가시가 안으로 파고들어 괴로울 정도였다. “아직도 아파?” 김신걸은 손으로 원유희의 허리를 그러안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원유희는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기억 속의 아픔이 단번에 소생하여 그녀의 몸을 파르르 떨게 했다. “아파?” “아직 다 낫지 않았어.” 원유희는 김신걸이 자기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매일 밤 함께 잘 때마다 원유희는 긴장한 마음으로 잠에 든다. 김신걸은 입술을 그녀의 말랑말랑한 작은 입술에 붙이고 말했다. “널 건드리지 않아. 내가 그 정도로 짐승은 아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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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원유희는 사무실로 돌아가 인터넷의 각종 발언에 전념했다. 피노키오, 병원, 모두 피하지 못하고 '흑심상인'이라 불리며 비참하게 욕을 먹었다. ‘표원식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봐야 하나?’ 원유희는 생각해 보니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전화를 한다고 해도 뭘 도와줄 수 없으니까. 그리고 김신걸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상황이 더 나빠질 테니까.’ 오후에는 판매부 부장과 계약서를 가지고 병원에 가서 합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개를 돌리니 마침 그 사고가 난 병원을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 이 병원에 가 보자.” 원유희가 말했다. “지금 말입니까? 그들은 지금 합작 이야기할 마음이 없을 텐데요.” 판매부 부장은 세밀하게 고려했다. “그리고 우리가 거기로 갔다는 게 들키면 회사에 불리할 거예요.” “다른 사람이 사고가 났다고 해서 외면해선 안 되지. 일단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자. 그리고 협력할 수 있으면 협력하고.” 원유희가 말했다. ‘병원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이 지금 협력사들이 의료용 주문을 취소하려고 하겠지. 아무도 연루되어 실검에 오르긴 싫으니까. 큰 회사는 괜찮지만 작은 회사는 인터넷에 이틀 올라도 문을 닫을 정도로 현실은 잔인했다.’ 원유희는 병원에 들어간 후 급히 의료설비 책임자를 찾지 않고 응급진료과로 갔다. 응급진료과에는 환자들로 붐비었다. 그녀는 누워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학생이라는 걸 발견했다. ‘링거를 맞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위험기가 지나지 않았나 보다.’ 피노키오가 위생 방면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을 원유희도 잘 알고 있었다. 전에 원유희가 세 아이를 데리고 피노키오에 놀러 가서 식당을 참관했었는데 정말 집에서보다 더 신경 썼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어떻게 식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 원유희가 원장을 찾았을 때 원장은 사무실에서 급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책상의 전화, 휴대폰이 터질 것 같이 전화가 계속 들어왔다.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니 원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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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나는 원장님을 찾으러 왔어요.” 표원식이 말했다. “식중독의 원인은 조사해 냈습니까?” 원유희가 물었다. “학교로 배달 온 녹색 음식에 농약이 있었답니다. 이건 의외의 사건이에요.” 표원식이 말했다. “숨긴 건 없어요, 인터넷까지 올라온 마당에 숨길 수가 없잖아요.” 원유희는 며칠 사이에 초췌해진 표원식을 보면서 그가 이 일로 마음을 졸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팔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하지만 목에는 매달지 않았다. “손이 이래도 괜찮아요?” 원유희가 물었다. “석고가 있으니 괜찮아요.” 표원식이 말했다. 그는 원유희가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 원유희도 어떻게 그를 도와야 할지 몰랐다. “지난번에 돌아간 후에 김신걸이 난처하게 하진 않았죠?” 표원식이 물었다. “아니에요.” 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 일도 엉망진창인데 날 걱정하고 있다니.’ 원유희의 마음은 더 좋지 않았다. “그럼 돌아가세요!” 표원식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그쪽을 도와야 할진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꼭 나에게 전화를 주세요.” 원유희는 그가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제야 원유희는 병원을 떠났다. 표원식은 원유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원유희는 돌아가는 차에 앉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 자리에 기댔다. ‘피노키오의 관리는 항상 엄격한데, 어떻게 채소에 농약이 있을 수가 있지? 어쩐지 학생들이 심하더라니.’ 옆에 있는 판매부 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앉아있었다. ‘이건 피노키오랑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할 문제야.’ 원유희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에 있는 불청객을 보고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 윤설은 소파에 앉아 시찰하러 온 사람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해소령!” 원유희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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