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251 - Chapter 3260

3286 Chapters

제3251화

유진의 또렷한 이목구비에 냉랭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가족이라면, 먼저 이유를 묻고 내 편을 들어야죠. 그런데 은서 이모는 왜 아무 설명도 듣지 않고 먼저 외부 사람 말을 믿으세요?”“삼촌은 이제 막 회사를 맡았어요. 당연히 인정받지 못하고 견제받을 수도 있어요. 삼촌이 때렸다는 그 사람들이 정말 아무 잘못이 없었다면, 벌써 경찰에 신고했겠죠.“그런데도 조용히 뒷말만 하고, 몰래몰래 이의 제기만 한다는 건, 그 사람들이 평소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지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 그런 말을, 믿을 수 있나요?”“만약 제 동생 임유민의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유민이가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쳐요.”“그리고 전 유민의 누나, 즉 제일 가까운 사람이니, 전 당연히 유민이 말을 먼저 듣고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겠죠.”“다짜고짜 친구 말을 믿고 동생부터 의심하진 않아요!”그때, 현관 쪽 꽃나무 사이로 드리운 그림자 너머에 서 있는 구은정의 시선이 거실 한가운데 있는 임유진의 맑고 단단한 얼굴을 향해 닿았다.가슴이 뜨겁게 요동쳤다. 파도처럼 넘실대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요란하게 솟구쳤고, 온몸의 피까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구은태는 구은서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진이 말도 일리 있어.”은서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가 붉어졌다. 입술을 깨물고 억지로 웃음을 감췄다.“유진이가 오빠를 정말 잘 아는구나?”유진은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말했다.“전 그런 상황을 겪어봤어요. 제 사장님도 예전에 같은 방식으로 배척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썼거든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아주 쉬운 일이에요.”구은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앞으로는 회사 일도 좀 더 꼼꼼히 살펴야겠구먼. 은정이한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게 말이야.”유진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는 정말 가장 합리적이세요!”그 칭찬에 구은태는 기분이 좋아져 임시호를 향해 말했다.“당신 손녀 참 똑똑해. 말도 잘하고, 눈도 밝고. 앞으로 크게 될 아이야.”임시호는 눈가에 잔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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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2화

서선영은 애써 웃으며 두어 번 헛기침하듯 웃었다.“그건 조명순 아주머니야. 그분도 미안해했어. 원래 아주 세심한 분인데, 그날은 내가 문을 제대로 안 닫아서 생긴 일이라, 내 문제였지.”그러나 임유진은 바로 반박했다.“그 말씀을 드리려는 게 아니에요.”“제 말은요, 어떤 도우미는 실수로 주인의 귀한 물건을 망가뜨리고 나서, 혼날까 봐 책임을 고양이한테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말도 못 하고 해명도 못 하는 고양이야말로, 가장 만만한 희생양이 되기 쉬우니까요.”서선영의 얼굴빛이 살짝 달라졌다.곧장 말을 받았다.“그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 아니야.”“그런 사람인지 아닌지는 직접 물어보면 되겠죠?”임유진은 옆에서 차를 따르던 도우미에게 고개를 돌렸다.“조명순 아주머니 좀 모셔 와 주세요.”서선영은 반사적으로 구은태를 바라봤다. 이건 엄연히 집안일인데, 외부인인 임유진이 너무 앞장서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물론 속으로만 생각할 뿐,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임시호는 누구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역시 상황의 선을 아는 사람이었지만, 이번엔 나서지 않고 오히려 농담을 건넸다.“자네가 아까 손녀 칭찬하더니 말이야. 봐, 이젠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다 나서잖아. 자네가 칭찬했으니, 자네가 책임져야겠군.”구은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칭찬한 거 맞으니, 내가 감싸는 것도 당연하지. 오늘은 우리 집안일, 유진이한테 다 맡겨보지.”그러고는 도우미에게 지시했다.“유진 양이 하라는 대로 해요. 오늘은 다들 유진이 의견 따르도록 해요. 나도 궁금해졌어. 그 드레스, 정말 고양이가 망가뜨린 건지 아닌지.”“네.” 도우미는 머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서선영은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앉은 자세를 더 꼿꼿이 세우고는 유진을 향해 말했다.“그래요. 우리 유진이 기분 맞춰줘야죠.”표면상으론 다정한 말이었지만, 그 안엔 괜히 일을 크게 만든다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구은태는 조용히 서선영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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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3화

임시호가 차를 마시며 조용히 앉아 있는 것 외엔, 구은태조차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다만 직접 꾸짖지는 않고, 타협을 구하는 말투였다.“집안일 가지고 경찰까지 부르는 건 좀 과한 거 아니겠니?”“맞아요, 소문나도 좋을 게 없잖아요!”서선영이 급히 덧붙였다. 그러나 임유진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귀엽게 웃었다.“할아버지, 여사님의 드레스 아주 비쌌겠죠? 그 정도면 고가 자산 손실 아닌가요? 어떻게 그게 작은 일이겠어요?”서선영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일도 꽤 지났고, 드레스도 그렇고 고양이 털도 다 버렸어. 설사 경찰을 부른다 해도, 뭘 조사할 수 있겠어.”“아니요, 조사할 수 있어요!”유진은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다.“집에 CCTV 정도는 있겠죠? 방 안에는 없다 해도, 복도에는 있을 거예요.”“경찰이 오면 그날 삼촌 고양이가 정말 방에 들어갔는지, 누가 고양이 방에 들어가 털을 가져간 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만 해도 전부 밝혀지죠?”순간, 거실 안은 고요해졌고, 유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여사님이 옛정을 생각해서 경찰 부르기 싫으시면, 제가 대신 악역 할게요. 제가 직접 신고하죠.”말을 끝내자마자, 유진은 핸드폰을 꺼내 신고 전화를 걸려 했다.“사모님!”조명순 아주머니가 다급히 외쳤고, 서선영도 얼굴이 굳어졌다.“유진아!”유진은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여사님, 드레스 하나 때문에 삼촌은 집을 나가야 했어요. 도대체 도우미 한 명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삼촌이 더 중요한가요?”“정말 이해가 안 가요. 왜 여사님이랑 은서 이모는 항상 외부 사람만 감싸고, 정작 식구는 챙기지 않으세요?”“아니면, 애초에 삼촌을 식구라고 생각도 안 하시는 건가요?”유진의 말투는 한없이 순하지만, 하는 말 하나하나가 급소를 찔렀다. 이에 구은태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서선영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서선영은 몸을 움찔하며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유진이가 너무 과하게 말했네. 당연히 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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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4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회장님께도, 사모님께도 죄송해요!”조명순 아주머니는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울먹였다.“아들이 막 졸업했는데, 그동안 모은 돈 다 털어 집 사줬어요. 배상할 돈도 없고, 그래서 거짓말을 했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임유진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주머니가 진짜 사과해야 할 대상은, 누명 씌워진 고양이랑, 그 고양이의 주인이죠.”조명순은 자책하듯 자기 뺨을 한 대 때렸다.“맞아요. 제가 도련님께 죄를 지었어요.”“애옹이한테도 미안해요. 제가 죄인이에요!”서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나무랐다.“아주머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겨우 드레스 하나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해요? 설마 진짜 배상받으라고 했을 줄 알아요?”“제가 어리석었어요!”조명순은 다시 한번 자기 뺨을 때렸다. 서선영은 곧장 구은태를 향해 말했다.“아주머니도 고의는 아니었잖아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유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여사님은 참 관대하시네요. 근데 삼촌의 고양이한텐 왜 그 관대함이 없으셨어요?”“이렇게 뚜렷한 차이를 두시니, 제가 삼촌이라도 이 집에 마음 붙이기 어려울 것 같네요.”그동안 서선영이 애써 유지해 오던 자상한 계모 이미지가 유진의 말 한마디에 철저히 무너졌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유진이 임씨 집안의 손녀라는 사실 때문에 감히 티도 못 내고 억지 미소를 지어야 했다.“유진 씨 말이 맞아요. 제가 그땐 너무 성급했어요. 진실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은정을 오해했네요.”유진은 구은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보시다시피, 대부분의 일은 소문이나 왜곡, 혹은 누군가의 고의적인 조작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삼촌에 대한 외부의 이야기들도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은태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서선영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사실 확인도 안 하고 은정을 몰아붙이고, 은서까지 나서서 그러더니, 지금 생각해 보면 은정이 얼마나 억울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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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5화

이제 저녁에 밥해줄 사람이 없어졌다.‘앞으로는 애옹이도 못 보는 걸까?’구은태는 전화를 두 번이나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아직 손님이 있는 상황이라,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아마 바쁜가 보지. 저녁쯤 다시 걸어보지 뭐.”임시호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단정한 표정으로 말했다.“가족 간의 정이 제일 중요하네. 조금의 일로 마음을 다치고, 사이가 멀어지면 안 되지.”구은태는 한층 더 미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은정이한테 잘못했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유진이에게도 고맙다고 해야겠구나. 잘못한 사람은 응당 벌을 받았고, 누명을 쓴 고양이도 명예를 회복했으니.”유진은 깨끗하고 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삼촌은 표현이 서툴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스스로 나서서 해명하는 성격이 아니에요.”“하지만 할아버지는 삼촌의 아버지이자 가장 가까운 분이잖아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믿어주지 않으면,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구은태는 그 말에 깊이 감동한 듯, 거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진이 말이 맞아. 은정이가 돌아오면, 내가 꼭 사과하겠네.”유진은 환하게 웃었다.“역시 할아버지는 예전처럼 마음이 넓고 따뜻하세요.”한편, 구은서와 서선영은 눈을 마주쳤고, 둘 다 눈빛에 냉기가 돌았다. 특히 서선영은 수십 년을 곁에서 함께해 온 충직한 도우미를 잃은 탓에, 마치 몸의 한 부분을 도려낸 듯한 허전함과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구은태의 마음도 자신에게서 돌아선 게 느껴져,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 모든 손해가 가슴속에 꾹꾹 쌓이니, 그 울분만으로도 병이 날 것 같았다.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자, 임시호와 구은태는 담소를 나누었고, 그 틈에 임유진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유진은 화면을 확인하고 눈이 약간 커졌다.[뒤뜰로 와. 너 알 만한 곳이야.]보낸 사람은 이웃 삼촌, 구은정이었다.‘집에 있는 거야?’유진은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할아버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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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6화

구은정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돌아왔어.”은정은 미리 준비해 두라고 시켜둔 밀크티를 임유진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앉아.”햇빛 아래, 유진은 꽃처럼 웃고 있었다. 투명하게 맑은 피부는 닿기만 해도 부서질 듯 부드러웠다.“고마워요.”유진은 컵을 들어 빨대를 물고 한입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잔잔하게 웃었다.은정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 그는 목을 한 번 꺾은 뒤, 살짝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고마워, 애옹이 누명 벗겨줘서.”말은 그랬지만, 유진이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준 그 순간이 은정에게는 가장 큰 감동이었다.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약간 놀란 듯 말했다.“알고 있었어요?”“응.”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유진은 조금 부끄러워진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뭘요. 애옹이는 워낙 얌전하고 착하잖아요. 물건 망가뜨리는 애가 아닌데, 딱 보면 억울한 거 티 나죠.”은정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실 다들 알고 있어. 근데 그 진실을 끝까지 캐내는 건 꼭 아이 같은 사람이야.”유진은 눈을 굴리며 콧소리를 흘렸다.“지금 나더러 애 같단 말이에요?”은정은 그냥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진은 대꾸하지 않고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회장님도 사실 애옹이가 억울한 거 알았다는 말이에요?”은정은 정원 깊숙한 곳을 바라보았다. 풀이 무성하고 나무들이 겹겹이 덮여 있었지만, 너무 빽빽하고 화려한 그 녹음은 오히려 본래의 생김새를 덮어버려 무질서하고, 중심이 사라진 듯했다.은정은 낮게 말했다.“애옹이가 억울한 건, 아버지한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진짜 갈등은 자기 아들이 자기 아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서선영과 구은서는 아들을 품지 못했고, 구은태는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었다.은정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이 아니라 애옹이가 드레스를 망가뜨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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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7화

갑자기 옆쪽에서 발소리와 대화 소리가 들려오자, 임유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러서며, 등받이에 기대어 옆을 바라보았다.포도 넝쿨 사이로 몇 미터 떨어진 작은 길에, 임시호와 구은태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 컵을 꼭 쥔 채, 유진은 묘한 긴장과 불안 속에 휩싸였다.방금 구은정이 자신에게 했던 약간 선을 넘은 행동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혹시라도 임시호와 구은태가 둘이 있는 모습을 보면 어찌 반응할까 생각이 복잡해졌다.‘그냥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이야. 들켜도 상관없어.’그렇게 자신을 다독였지만, 여전히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그녀와 달리, 정작 은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분했다.방금 유진에게 했던 다소 대담한 행동에 대해서도 전혀 해명하려는 기색이 없었다.다행히 임시호와 구은태는 중간에서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들어섰고, 두 사람의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제야 유진은 모르게 들이쉰 숨을 조용히 내쉬었다.“걱정하지 마.”은정이 저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혹시라도 들켰으면, 내가 네 할아버지한테 내가 너 불러냈다고 말할 거야.”유진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러면 왜 절 부른 거예요?”은정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지내는 친구니까. 그냥 이야기 좀 하고 싶었어. 그게 꼭 이유가 필요해?”유진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되물었다.“친구요?”“아니면?”은정은 유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생각하기에 우리 사이가 뭐야?”유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맞아요. 우리 친구죠.”그러면서도 방금 자신이 했던 온갖 상상과 괜한 긴장에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친구든 어른이든, 그냥 챙겨준 걸 괜히 혼자 의미 부여했나 싶었다.‘삼촌이 굳이 친구라는 말을 꺼낸 것도, 내가 괜히 오해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은정의 한마디에 긴장이 풀리자, 은정이 무슨 표정일지는 몰라도 유진 스스로는 조금 민망하고 안심이 되었다.“아까 구은태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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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8화

유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일요일 저녁이요.”구은정의 선명한 이목구비 위로,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일 저녁, 맛있는 거 해줄게.”유진은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좋아요!”그리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갈게요!”“응.”은정이 낮게 대답하고, 유진은 천천히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한낮의 햇살은 따뜻했다. 공기에는 포도 향기가 은은히 퍼져 있었고, 유진은 알 수 없는 어떤 변화가 생겼음을 어렴풋이 느꼈다.그저 친구 사이가 조금 더 가까워졌을 뿐. 애매함도 없고, 다정함도 넘치지 않는 그런 변화 말이다.거실로 돌아오니, 구은서는 매니저와 통화 중이었다. 유진은 임시호가 보이지 않자 응접실로 가려고 몸을 돌렸다.“유진아!”은서가 유진을 부르자, 유진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이모, 무슨 일이세요?”구은서 언니에서 은서 이모로, 호칭이 바뀔 때마다 둘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은서는 방금 전까지의 실망과 초조함을 감춘 채 다시 온화하고 점잖은 말투로 물었다.“전화 통화가 꽤 길었네?”유진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은정 삼촌을 만나서 잠깐 이야기 나눴어요.”유진의 태도는 떳떳했고, 은서는 딱히 흠잡을 수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랬구나. 오빠가 돌아왔구나.”그러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우리 오해했던 거네. 은정 오빠의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았네. 조금 있다가 오빠한테 직접 사과해야겠어.”남매간의 문제는 가족 문제였기에, 유진은 별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요즘도 은정 오빠 샤부샤부 가게 자주 가?”은서가 묻자, 유진은 잠시 놀라며 되물었다.“네?”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시호와 구은태가 함께 밖에서 들어왔다. 임시호가 손짓하며 말했다.“유진아, 가자.”유진은 곧장 그쪽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네, 할아버지.”은서는 더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회장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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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9화

은정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일요일.점심을 먹은 뒤, 임유민은 임유진의 방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응답이 들리자 그제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오후에 친구들이랑 축구하기로 했는데, 누나도 같이 갈래?”유진은 소파에 웅크린 채 드라마를 보며 과자를 집어 먹고 있었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 나 축구 못 하잖아.”아직 무리한 운동은 금지된 상황이었기에, 따라간다 해도 그냥 앉아만 있어야 했다. 이에 유민이 말했다.“야외 구장이야. 공기도 좋고, 누나가 집에서 이런 유치한 드라마 보는 것보단 낫잖아.”유진은 여전히 가고 싶지 않았다.“그 뜨거운 햇볕 아래서 너 축구하는 거 구경이나 하라고? 나 그렇게 한가하지 않거든. 그리고 나 좀 있다가 이경 아파트로 돌아갈 거야.”유민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오후에 바로 간다고? 내일 출근 아닌가?”유진은 태연하게 답했다.“집에서 자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이경 아파트에 있으면 아침에 한 시간 더 잘 수 있지.”유민은 축구공을 품에 안은 채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워?”유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살짝 자랑했다.“네가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게 익숙해지면, 7시에 일어나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게 될 거야.”유민은 유진의 뻔한 자랑에 비웃음을 흘렸다.“갈게!”유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음 주에 보자. 나 너무 보고 싶어 하지 말고!”유민은 뒤통수로 누나에게 자신의 무관심을 표현하며 떠났다. 한 시간쯤 지나, 노하숙 아주머니가 캐리어를 끌고 왔다.“아가씨, 다음 주에 기온이 조금 떨어진대서 옷은 제가 미리 챙겨뒀어요.”유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아주머니.”노하숙은 공손히 말했다.“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노정순 역시 평소처럼 주방에 부탁해 거의 일주일 치 반찬을 준비해 주었고, 유진은 요리사에게 부탁해 치즈를 조금 더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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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0화

유진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눈동자는 허공을 헤매고, 목소리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어, 집에 있으셨네요?”“어제 도착했어.”구은정은 그렇게 말하며 원래는 옷을 갈아입으러 침실로 돌아가려 했지만, 소녀를 바라보는 순간 잠시 걸음을 멈췄다.유진은 낮게 묶은 포니테일에, 하얀 셔츠 위로 연한 하늘색 스트라이프 숄을 걸치고 있었다. 드러난 목선은 마치 백조처럼 우아하고, 전체적으로 맑고 청초한 인상을 풍겼다.그 순간, 유진의 새하얀 귓불이 은은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보다도 더 눈부시게 빛나, 보는 이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그 빛은 그대로 구은정의 어두운 눈동자 속까지 파고들어, 깊은 물결을 일으켰다. 은정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테이블 위의 담배를 집으려 몸을 숙였다.단 몇 발자국 거리. 은정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유진의 몸이 뻣뻣하게 긴장한 채, 눈은 애옹이를 향하고 있었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은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임유진.”“네?”유진은 화들짝 고개를 들었고, 목소리가 팽팽하게 조여 있었다. 은정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은 집중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은정의 검은 눈동자는 깊고,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낮고 부드러웠다.“더워?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은정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유진은 그가 놀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유진은 아래를 보지 않으려 애써 그의 눈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밖에서 들어와서 조금 덥긴 해요.”“그럼 온도 조금 낮출게.”“네, 좋아요!”은정은 에어컨 리모컨을 들어 온도를 낮추고는 다시 물었다.“저녁엔 뭐 먹고 싶어?”은정이 바로 눈앞에 서 있자, 은은한 샤워 향과 함께 담배 향이 어우러져 이상하게도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기조차 묘하게 묵직했다.유진은 시선을 내리고, 침착하게 목소리를 조절하며 말했다.“아까 맛있는 거 해준다더니, 준비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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