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61 - Chapter 70

3103 Chapters

제61화

왕비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등 어멈은 그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열심히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불현듯 오황자가 떠올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황자께서는 계속 섭정왕부에서 지낸다더냐?”등 어멈이 답했다.“오황자께서는 섭정왕부에 볼모로 있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이곳에서 지내며 신의를 모셔서 병을 치료한다고는 하나, 사실은 오황자를 이용해 태후를 제압하려는 것이지요.”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등 어멈을 보면서 말했다.“넌 어찌 그런 것도 아는 것이냐?”등 어멈은 도리어 의아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수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들 알고 있지만 감히 공공연히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것뿐이지요.”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다들 아는 일인데 그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심지어 그에 관한 기억도 아예 없었다.낙청연은 다시금 자세히 기억을 떠올리면서 많지 않은 기억 중 중요한 것들을 끄집어내려 했다.오황자 부운주는 지금의 황제와 태후가 낳은 아들인데 선천적으로 좀 모자랐고 몸이 약하고 자주 앓았기에 태어날 때부터 황위 쟁탈에서 제외됐다.태후 일족인 엄씨는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고 후궁까지 침투하여 조정 반 이상의 세력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황제는 자신이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느껴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래서 부진환이 조야(朝野)를 장악한 섭정왕이 되어 황제가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그렇기에 부진환과 엄씨 가문은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이었다.현재 엄씨 가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은 태후였고 부운주는 태후의 소생이었다. 또한 그는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았기에 가장 다루기 쉬운 존재였다.이로 인해 부운주는 완벽히 부진환에게 사로잡히어 섭정왕부에서 갇혀 지내게 되었고 부진환은 이로써 태후의 세력을 억제할 수 있었다.이러한 점들을 이해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낙청연은 말도 안 되게 단순했고 이러한 배경
Read more

제62화

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소유가 말을 이어갔다.“등명숙(邓鳴淑)은 춘월, 벽운, 백당, 세 사람의 일에 큰 공을 세웠으니 오늘부로 섭정왕부 내원 관사 직을 맡도록 하여라. 등 관사는 잠시 뒤 장방(帳房:옛날, 기업·지주 집안에서 회계를 맡아보던 곳)에 가서 관사의 열쇠를 수령하라.”그 말을 끝으로 소유는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은 그 순간 몸이 얼어붙었고 등 어멈도 경악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관사가 되다니?내원 관사?말도 안 돼!이불을 꼭 부여잡은 낙청연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소유가 특별히 이곳까지 찾아온 건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었다,부진환은 분명 고의로 그랬을 것이다.등 어멈은 정신을 차리더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춘월과 다른 이들의 일은 전부 왕비 마마의 공로인데 어찌 제 공로라고 하는 것인지, 제가 당장 왕야를 찾아뵙고 제대로 얘기하겠사옵니다.”낙청연의 그녀를 불러세웠다.“가지 말거라.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등 어멈은 주저하며 물었다.“오황자께서 오셨다고 그러는 것일까요?”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아마 그 이유도 있겠지만 전부 그 때문은 아닐 것이다. 네가 관사가 되었으니 나한테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그러니 찾아가지 말거라. 혹시나 기분이 언짢아져 명령을 거두어들이면 득보다 실이 많게 된다.”등 어멈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네, 그럼 왕비 마마의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전에 왕비는 그녀에게 그 일을 잘 처리하면 행운이 따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진짜 왕비의 말대로 좋은 일이 생겼다.등 어멈은 왕부에 있은 지 꽤 되었지만 그녀가 온 뒤로 내원에는 줄곧 맹 관사가 있었고 맹 관사 다음에는 그녀의 딸 맹금우가 있었기에 평생 관사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행운이 찾아오다니, 등 어멈은 왕비가 너무도 신통하게 느껴졌다. “왕비 마마, 제가 관사가 된 것은 전부 왕비 마마의 가르침 덕분이옵니다. 앞으로 제가 또 뭔가 할 일이 있을까요?”등 어
Read more

제63화

마지막엔 등 어멈이 관사 영패(令牌)를 가지고 가서야 약방에서 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내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진귀한 약재들은 전혀 받지 못했고 흔히 볼 수 있는 약재들만 챙길 수 있었다.지초는 이를 통해 왕야의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명백히 느꼈다.하루 동안 정양하고 난 뒤 낙청연은 간신히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아직 몸이 많이 허했지만 고통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아침 일찍 낙청연은 등 어멈과 지초, 그리고 몇몇 종복들을 데리고 정원에서 바삐 돌아쳤다.“여기 물속에 있는 비휴(貔貅)를 옮기거라.”낙청연은 개울가 옆에 서서 말했고 두 종복이 앞에 나서 그것을 들어보았다.“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사옵니다.”등 어멈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옮기지 못하겠으면 사람을 더 불러서 옮기거라.”두 사람은 그녀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사람을 부르러 갔다.개울가 안에 있던 비휴를 옮기고 난 뒤 낙청연은 위험한 기운이 가득한 석상까지 해결했다. 그렇게 온종일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정원 안에 있는 풍수지리에 좋지 않은 물건들을 대부분 다 정리하게 됐다.왕부의 많은 이들은 낙청연이 뭘 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저 등 어멈이 관사가 돼서 낙청연이 일부러 저택 안에서 위세를 부리려고 하인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의 명성은 더더욱 나빠졌다.그러나 다들 새로 부임한 관사의 눈 밖에 날 생각은 없었으므로 대놓고 왕비의 뒷담화를 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져서야 낙청연은 부진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하니 소서가 그녀를 막았다.“왕비 마마, 여기까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소서가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왕야께서 약속을 이행해주셨으면 해서 왔다.”낙청연도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쳤다.소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서방 안에 있는 왕야가 대답하기도 전에 딱 잘라 거절하며 말했다.“날이 어두워졌으니 왕비 마마께서는 내일 다시 오시지요.”낙청연은 조금 언짢은 얼굴로 방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아
Read more

제64화

낙청연은 고집스레 말했다.“거래라고 했으니 제가 먼저 성의를 보였습니다. 그러면 왕야께서도 성의를 보여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제 어머니의 유물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낙월영의 손에서 먼저 가져와야지 않겠습니까? 왕야께서 먼저 보관하고 계시다가 제가 취살대진을 해결하면 그때 건네주시지요.”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저희 거래가 끝나게 되면 수세를 써주세요. 다시는 왕야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 말에 부진환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고 눈동자에는 티 나지 않게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수세를 써달라니? 웃기는 소리였다. 모친의 유물이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이렇게 될 것이었으면 애당초 왜 온갖 수단을 써서 낙월영 대신 시집을 와 그의 모든 계획들을 망쳐 놓았던 것일까?낙청연이 한 말 중 진심이 담긴 말이 있는 걸까?부진환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낙청연은 화를 참으며 최대한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말했다.“왕야께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제가 되면 그만이죠. 수세는 제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찡그리며 더욱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수세를 써서 나와 연을 끊겠다는 말이냐?”낙청연은 그의 말에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라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치더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부진환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혹시 약속을 어기시려는 것입니까? 천궐국을 뒤흔드는 당당하신 섭정왕이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시는 비겁한 사람이란 말입니까?”그녀는 낯짝 두껍게 부진환에게 계속 매달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낙청연이 아니었고 부진환을 죽도록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단지 낙청연 어머니의 유물을 되돌려 받아 자신의 의문을 풀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를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 사이에 이미 약속된 일이었다.그녀의 말에 부진환의 눈빛이
Read more

제65화

낙청연의 체중은 내리지 않고 오르기만 했다.지초는 낙청연의 시중을 들어 환복할 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옷이 더 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비 마마, 음식을 조금이라도 덜 드시는 게 어떻습니까?”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단순하긴. 적게 먹으면 체력도 떨어지는데 상처가 어떻게 낫는단 말이냐? 차라리 소처럼 건장해지는 게 낫지, 너무 약하면 사람들이 주먹 한 번 휘둘러도 쓰러진단 말이다. 알겠느냐? 그러니 너도 좀 많이 먹거라.”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심하게 말했다.“하지만 왕비 마마께서는 부종이시지요. 그리고 소처럼 건장한 정도는 아닙니다.”낙청연은 잠시 흠칫하다가 당당하게 말했다.“적어도 겉보기에는 소처럼 건장하지 않으냐?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겁에 질리게 할 수 있지.”“알겠습니다.”옷을 다 입은 뒤 낙청연은 조금 팽팽한 허리띠를 느슨하게 만들더니 문턱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정원에서 무공을 연습할 생각이었다.그런데 등 어멈이 빠른 걸음으로 정원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왕비 마마, 오황자께서 오셨사옵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안 만날 것이다. 자고 있다고 전해라.”그러고서 낙청연은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부운주가 정원 입구에서 그 모습을 때마침 목격했고 한 걸음 더 나서지 못한 채로 무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제가 느닷없이 찾아왔나 봅니다. 오늘 만나는 게 불편하다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낙청연은 머쓱하게 서 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게 다가갔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부운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왕비께서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형님이 난처하게 만들었나 보지요? 저는 오늘은 왕비께 약을 전해주려 찾아온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등 관사가 약방에 가서 약재를 가지려 했는데 약방에서 주지 않았다면서요? 고 신의가 내 병을 치료하는데 때마침 그에게 약재가 있다고 하더군요.
Read more

제66화

같은 시각.서방.소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서방 안으로 들어갔다.“왕야, 조금 전 오황자께서 또 왕비 마마를 찾아가셨습니다.”서책을 읽고 있던 부진환의 손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는 곧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평온하게 대꾸했다.“아주 정상적인 일이지.”그들은 원래 한패였으니 말이다.소유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오황자께서 왕비 마마께 금당운문복(金棠雲紋服)을 선물하셨다고 합니다. 추석 궁중연회 때 입으시라면서요.”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구겼지만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안색이 좀 어두워졌을 뿐이었다.“왕야, 추석 궁중연회는 왕비 마마께서도 참가하셔야 합니다. 왕비 마마의 외양만으로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있는데 만약 오황자께서 선물하신 옷까지 입으신다면 다른 이들이 뒤에서 얼마나 왕야를 비웃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왕비 마마께서 연회 때 입을 옷은 왕야께서 준비하셔야 마땅하다고 봅니다.”소유는 진지한 얼굴로 분석하며 말했다.섭정왕비인데 오황자가 옷을 선물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부진환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더없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그럼 네가 준비하거라. 난 낙청연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로 날 귀찮게 하지 말거라.”그는 부운주와 낙청연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소유가 대답했다.“네.”“최근 들어 운예각(雲霓閣)의 유염복(流焰服)이 단정하고 대범해 보이며 화려하다고 합니다. 추석 궁중연회에서 입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짜증스레 대꾸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하려무나.”“네.”소유는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소유는 운예각에 가서 유염복을 주문했다.유염복을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섭정왕부의 체면을 고려해야 했기에 주인장은 냉큼 대답했다.“소 대감님,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내일 아침 유염복이 도착하면 곧바로 사람을 시켜 섭정왕부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알겠소.”소유가 운예각에서 나올 때 계집종 하나가 다급히 승상부로 뛰어
Read more

제67화

낙청연, 이 못된 것을 혼쭐 내줄 것이다!낙월영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소유가 옷을 가져왔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부진환이 소유더러 옷을 가져다주게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탁자 위에 놓인 빨간색의 화려한 의복을 바라보며 지초는 아주 기뻐했다.“왕비 마마, 한 번 입어보시지요.”지초는 낙청연의 옷시중을 들었고 옷을 입어보니 크기가 그 전과 다름없었기에 품이 좀 작아서 입으면 불편했다.“왕야께서는 왕비 마마가 살이 오르신 걸 모르나 봅니다. 옷은 아름답지만 왕비 마마께서 이 옷을 입고 크게 움직이시면 실밥이 터질지도 모릅니다.”지초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말했다.“됐다. 이만 벗는 게 좋겠다. 너무 불편하구나.”낙청연은 곧바로 옷을 벗었고 지초는 옷을 가지런히 개인 뒤 비단함에 넣었다.“그럼 왕비 마마께서는 궁중연회 때 어느 의복을 입으실 예정이시옵니까?”“두 벌 다 예쁘지만 하나는 품이 넉넉하고 하나는 품이 작구나. 하지만 이것은 왕야께서 주신 것인데.”낙청연은 그것을 한 번 보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이걸 입어야겠다. 혹시나 트집을 잡을까 두렵구나.”보내지 않았으면 몰라도 옷을 보내왔으니 반드시 입어야 했다.이렇게 대조해보면 부운주는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자신이 살이 오른 것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대로 부진환은 소유에게 분부해 이 일을 전적으로 그에게 맡긴 것이 분명했다.낙청연은 하필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어야 했다.—추석 궁중연회를 위해 낙청연은 오후부터 구리거울 앞에 앉아 얼굴을 꾸미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하인이 모시러 와서야 낙청연은 출발하려 했다.그러나 방문을 나서고 계단을 밟으려는데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지초와 등 어멈이 부리나케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왕비 마마, 조심하시옵소서.”몸을 일으켜 세운 뒤 발밑을 보니 아주 작은 청과 하나가 있었다.“이건 어디서 온 것이랍니까? 저희 정원에는 나무도 없는데, 제가 얼른 쓸어서 치우겠습니다.”등 어멈은
Read more

제68화

허리를 숙여 마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낙청연은 그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고개를 들자 낙청연은 혐오 가득한 부진환의 눈빛을 마주하게 됐고, 칼날처럼 서슬 퍼런 눈빛에는 불쾌함과 노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낙청연은 답답한 기분에 남몰래 주먹을 꽉 쥔 채로 부진환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마차에서 내렸다.낙청연이 마차에서 내려온 순간 부진환은 마부에게 명령을 내렸다.“출발하거라.”마차는 훌쩍 떠나버렸고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하마터면 낙청연을 칠 뻔했다. 낙청연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서야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았다.“왕비 마마!”지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낙청연은 중심을 바로잡고는 마차가 골목 어귀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쳐다봤다.그녀는 그곳에 남겨졌고 그 착잡한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소유는 심각한 얼굴로 다시 마차 한 대를 불러왔고 마부에게 궁으로 가라는 말만 전하고 다른 얘기는 하지 않은 채 곧장 떠났다.그는 낙청연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지초는 마음이 아프고 또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낙청연을 부축해 마차에 올라타면서 말했다.“소유마저도 이렇게 태도가 돌변하다니, 왕비 마마께서는 왜 이 의복으로 갈아입으신 것입니까? 왕야께서 좋아하시지 않을 거란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낙청연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괜찮다. 그냥 가자꾸나.”조금 전 점괘를 쳤을 때 불을 멀리해야 하며 피를 볼 수도 있다는 점괘가 나왔다. 어쩐지 문을 나서자마자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유염복 전체에 불이 가득했다.피를 볼 수도 있는 재앙이라면 큰 재앙일 수도, 작은 재앙일 수도 있지만 낙청연은 궁에서 그런 재앙을 겪을 바에야 부진환의 미움을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몸조리했지만 그런데도 완전히 낫지는 못했다. 게다가 비만증을 치료할 방법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더는 다치면 안 됐다.그렇기에 그녀는 과감하게 유염복을 벗어던지고 부운주가
Read more

제69화

유염복을 산 것은 부진환이었으니 그가 낙월영에게 가짜 유염복을 선물했을 리가 없었고 그렇다면 낙청연의 것이 가짜였다.천면길에서 모조품을 만드는 일을 조사하면서 가짜 유염복을 그녀에게 주다니, 심보가 고약했다.낙청연이 그토록 애절하게 사랑했던 남자는 매사에 그녀를 음해하려 했다.낙월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엄벌에 처해진다는 말입니까?”그녀는 갑자기 당황한 내색을 하며 말했다.“그럼 얼른 저희 언니를 찾아가야겠습니다. 저희 언니를 본 적 있으십니까?”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언니를 찾는다니요? 언니를 찾아서 뭐 하시려는 겁니까? 설마 청연 부인이 천면길에 가서 모조품을 산 것입니까?”낙월영은 안색을 달리하면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고 주위에 있던 이들은 깜짝 놀라면서 낙월영을 살펴봤다.“설마 오늘 그 모조품을 입고 온 것은 아니겠지요?”낙월영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멋대로 추측하지 마세요.”그러나 그들은 그녀의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저마다 의논하기 시작했다.“오늘 같은 자리에서 그 옷을 입으면 엄벌에 처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천면길의 모조품 사건은 섭정왕께서 맡으셨지요. 청연 부인은 참으로 겁이 없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 공공연히 모조품을 입고 오다니.”낙월영은 그들의 얘기에 속으로 우쭐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바란 효과였다.이제 그들은 곧 자신과 똑같은 유염복을 입은 낙청연을 보게 될 것이고 반드시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면 낙청연은 아주 큰 망신을 당하게 된다.그들의 의논에 낙월영은 속으로 웃었다. 바로 그때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바로 여기 있잖니, 동생아.”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여기저기서 수많은 시선이 쏟아졌고 수다를 떨던 아씨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그리고 낙월영은 그녀가 유염복을 입지 않은 걸 보고는 얼굴에 놀란
Read more

제70화

예전의 낙청연이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수치심에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쳐 사람들을 피해 숨었겠지만, 지금의 낙청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면전에 대고 욕하는 사람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다들 제 얘기는 충분히 하셨습니까? 귀한 집 아씨들이라더니 진짜와 가짜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여기에 앉아 헛소리만 늘어놓고 남을 손가락질하다니, 다들 교양은 어디 두고 오셨습니까?”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다들 깜짝 놀라 얼이 빠졌다.낙청연은 지금껏 이런 얘기를 하지 못했었고 지금처럼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은 더욱더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경멸 어린 시선은 마치 사람들을 산 채로 잡아먹을 듯했다.몇몇 수치를 아는 사람들은 낙청연의 말을 듣고 곧바로 얼굴을 붉혔고 어떤 이들은 오히려 얼굴이 벌게서 화를 냈다.“청연 부인은 모조품을 입었고 월영 낭자가 그 사실을 증명했는데 저희가 얘기하지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낙청연은 코웃음을 치더니 살벌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다들 혀가 참 길군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을 취미로 삼으며 끝없이 세 치 혀를 놀리는 것을 보니, 사서오경을 읽어서 배운 것이 사람을 모욕해 즐거움을 얻는 것이었습니까?”만약 그들이 낙청연의 앞에서 그녀를 조롱하는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낙청연도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 터였다.몸의 원래 주인은 한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었고 이참에 낙청연은 제대로 화풀이할 생각이었다.누군가 성을 내며 말했다.“우리가 뭘 얘기하든지 그건 우리 마음이지, 청연 부인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지요. 제가 청연 부인이었으면 이렇게 사람들의 미움을 살 바엔 집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평온한 얼굴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여인을 보면서 담담하게 대꾸했다.“그래요. 그 입은 당신들 몸에 달린 것이니 무슨 얘기를 떠들던 제가 상관할 바가 못 되지요. 예전에는 성격이 좋아서 참았지만 지금은 성질머리가 더러우니 어디 한 번 마음대로
Read more
PREV
1
...
56789
...
31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