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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화

원경릉, 황제와 단둘이 수라를 들다첫 음식은 탕이다.정교한 작은 탕 그릇 두 개에 담아 명원제와 원경릉 앞에 놓는다. 그릇 덮개를 벗겨 가니 냄새가 퍼져 원경릉의 코를 자극한다.아직도 보글보글 끊는 걸 집게 손가락으로 냉큼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게 한이다.원경릉이 생각하는 수라는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황제의 수라는 전부 독이 없는지 확인하고 손 씻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궁녀가 앞으로 나와 원경릉을 위해 탕을 앞 접시에 덜어주고, 은 국자를 놓아준다. 명원제 쪽에는 목여태감이 시중을 들고 있다.원경릉은 감히 꼼짝 못하고, 명원제가 은 국자를 들어 탕을 마시기 시작하자, 겨우 한 숨돌리고 손을 뻗어 국자를 집었다.너무 배고픈데 마침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어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황제가 뭘 묻든 이미 답이 정해져 있으니 두려울 게 뭐가 있냐 싶다.탕을 입에 넣고 아직 넘기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와 원경릉은 국자를 내려놓고 밖을 쳐다봤다.목여태감은 조금 화가 난 듯, 빠른 걸음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색이 다소 변한 채 안으로 들어와: “황제 폐하, 황후께서 옥체가 미령 하시어 혼절하셨다 합니다.”명원제는 이마를 찡그리며, 일어서서, “가마를 대령하라!”원경릉은 다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황제 폐하께서 가셨으니 혼자 마음 편히 먹으면 된다.정말 너무 배가 고파서 얌전히 우아를 떨며 먹을 수가 없었다.명원제는 이런 원경릉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따라 오너라.”원경릉의 아쉬운 눈빛이 탕 그릇에 어른어른 비치며, “예!” 답했다.그녀가 일어서자, 목여태감이 폐하께서 걸칠 윗옷을 가져오고, 명원제는 원경릉을 등지고 상선의 시중을 받아 겉옷을 걸치고 옷에 주름을 바로 잡고 있다.원경릉은 배가 고파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명원제와 목여태감이 안 보는 틈을 타, 미친듯이 탕 그릇을 입에 가져가 두 모금에 한 그릇을 흡입하니, 팔팔 끓던 탕이 입천장에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위까지 홀랑 데어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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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2화

원경릉 황제 폐하와 독대하다식탁엔 정적이 흐르고, 마지막 음식을 먹을 때까지 아무 말이 없는데, 원경릉이 세어보니 탕부터 못 되도 10개는 넘었다. 원래 황제 폐하는 검소하시다고 알고있었는데, 이렇게 사치스럽다니, 두 사람이 요리 9개에 찌개 하나, 밥은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 대단하네.목여태감이 황제 폐하에게 뜨거운 물수건을 건네자, 입가를 닦는다.남은 음식을 내가고 원경릉은 황후가 편찮으시니 황제 폐하도 별다른 질문 없이 황후에게 가실 거라 생각했다.원경릉이 일어나, 예를 차려 인사하며: “아바마마께서 황후 마마를 찾아 뵙는데 감히 시간을 지체하시게 할 수 없으니, 며느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앉거라!” 명원제가 탁자를 지긋이 누르며, 위엄 있는 눈빛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손을 흔들며 목여태감과 비룡전에서 시중을 들던 나인들을 내보냈다.명원제와 원경릉은 마주 앉아 서로의 거리는 어깨 하나 정도 폭이라, 비룡전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압박감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그러나 밥을 먹고 나니 원경릉은 상당히 여유가 생겼다.“다섯째 녀석과 잘 지내고 있느냐?”원경릉은 안색을 단정히 했다, 결국 본론이 나왔다.이 문제는 비록 예상 밖이었지만 답은 어렵지 않다. 한 줄이면 된다. ‘욕을 퍼붓고 심하게 때린다.’그녀는 방긋 웃으며, “손님을 대하듯 서로 공경하고 있습니다!”명원제는 그녀를 보고 웃는 듯 마는 듯, “다섯째 성정은 어떠냐?”“왕야는 충직하고 어지신 분입니다!” 원경릉은 양심을 걸리는 것을 꼭꼭 감추고 미소를 띄며 말했다. 황제가 알고자 하는 건 이게 아니다. 황제는 그들 부부관계가 화목하든지 말든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명원제는 웃기 시작했다.마치 재미난 얘기를 들은 것처럼 말이다.원경릉은 웃는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혼례를 치른지 일년이 되었지? 태중에 소식이 없으니 손님처럼 대한다는 게 그런 뜻은 아닐 텐데.” 명원제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직구를 던지는 데도 원경릉은 여전히 맞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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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화

쓰러진 황후를 찾아간 황제중신궁 안, 주명취는 어의가 오길 기다렸다.어의는 황후의 맥을 짚고, 황후는 울화가 맺혀 있을 뿐 큰 문제는 없다며 약방문을 내린 후 바로 갔다.어의가 가고 나서야 밖에서 누가 고하길: “황제 폐하 납시오!”주명취가 일어섰다. 반 시진 넘게 지나서야 황제 폐하가 오시다니 식사는 이미 다 하셨겠지?명원제는 큰 걸음으로 중신궁에 들어서고, 주명취는 서둘러 예를 취하며,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명원제는 그녀를 흘깃 보고, “제왕비도 있느냐? 효심이 지극하구나.”“마땅히 할 일입니다.” 주명취가 웃으며 말했다.주황후는 몸을 일으켜 병색이 완연하게: “황제 폐하 어찌 오셨습니까? 신첩은 별 일 아닙니다.”명원제는 침대 맡에 앉아 황후의 얼굴을 보고, “사람을 시켜 짐을 오라 하지 않았느냐?”주황후는 곤혹스러워 하며 주명취를 봤다.주명취는 다급히: “아바마마, 제가 사람을 보냈습니다. 어마마마께서 혼절하신 것을 보고 순간 너무 황망하고 왕야도 곁에 없어……”명원제가: “너는 평소에 생각이 깊은 듯하더니 어찌 오늘은 생각이 없었느냐?”주명취는 가슴이 덜컥한다. 황제의 이 말은 가시가 돋친 것 같은데?원경릉이 황제 앞에서 주명취의 험담을 한 게 분명하다.주명취는 명원제가 아직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 선선하게 답하며: “어마마마가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명원제는 황후를 보며, “어의가 뭐라고 하던가?”황후는 부드럽게: “어의 말이 기혈이 부족한데 울화가 맺혀서 일시적으로 혼절했으나 어느 정도 쉬면 크게 무리 없답니다.”명원제는 황후에게 이불 자락을 끌어 덮어주며, 온화하게: “응, 그럼 잘 쉬도록 하게, 태상황 폐하께는 굳이 들릴 필요 없소.”황후는 놀라, 황급히: “신첩은 괜찮습니다.”“짐이 당신의 효심을 알고 있소.” 명원제는 미소를 띠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명취에게, “제왕비야, 황후를 잘 돌봐 드려라, 태상황 쪽은 초왕비가 병구완을 하면 되니.”주명취의 순간 얼굴이 하얘졌다. 황제 폐하의 이 말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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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4화

명원제의 반격명원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화한 목소리로, “그럼, 황후 생각엔 초왕비를 어찌 처벌하는 것이 좋겠소?”주황후는 황제가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는 기쁨에, “신첩이 생각하기에 태상황 폐하의 옥체는 북당의 국운과 관련이 있는 바, 초왕비가 똑똑함을 자초해 의술이 뛰어나다며 제멋대로 치료해 태상황 폐하의 안위를 돌보지 않았으니 대역무도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불미스런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으나, 신첩은 마땅히 궁에서 쫓아 내고 첩으로 강등하여 어명이 없이는 궁에 출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명원제는 빙긋 웃으며, “황후의 말에 일리가 있구려. 죄가 있는데 벌하지 않고, 공로가 있는데 상을 내리지 않으면 분명 천자의 도리가 아니지. 그럼 황후가 말한대로 합시다.” 주황후는 황제가 동의한 것으로 알았다. 물론 처벌이 엄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첩으로 강등하는 것도 단지 명목상에 불과하고 초왕비는 어차피 황실의 족보에 이름이 올랐으니 앞으로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실지로 황후는 초왕비와 어떤 마찰도 빚고 싶지 않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경릉이 다시 입궁할 수 없게, 다시는 태상황 앞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됐다.주명취도 다소 안도하며, 보아하니 저녁 수라 정도로 폐하가 지난 원경릉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하진 못한 것 같다.하지만, 명원제는 말의 칼끝을 황후와 제왕비에게 돌려, “잘못이 있으면 벌을 주지만 공이 있어도 상을 줘야 마땅하겠군, 원경릉이 태상황을 구한 공은 작은 공이 아니니 공이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어. 짐이 우선 죄를 주고 다음에 상을 내리는 형태로 강등했다 다시 초왕비로 복귀하게 하고, 연후에 남주(南珠, 류큐에서 나는 귀한 진주) 두 줄을 하사하는 것이 어떠한가?”주명취는 도무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다. 공이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아 상을 내리겠다고? 폐하는 원경릉을 처벌할 생각이 아예 없으신 거야.“남주 두 줄이요?” 주황후의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얼굴빛이 흐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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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화

원경릉과 우문호가 아이를 가질까?우문호는 아바마마가 무슨 소식을 캐낼 지는 두렵지 않지만, 원경릉이 아무 말이나 지껄여서 아바마마를 노엽게 할까 걱정이 됐다.그 추녀, 임금을 기만한 죄의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지.원경릉이 멀뚱멀뚱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자, 원경릉이 예리하게 발견하고는 잽싸게 가서 한 손으로 누르며, “함부로 움직이면 안돼.”“더러운 앞발 치워라.” 우문호는 자기가 원경릉에게 그 정도나 애정 어린 마음을 가졌었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기분이 상하면서 그녀에게 더 못되게 굴었다.원경릉은 이 사람은 진짜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 부질없이 우문호에게 관심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넌 어째 똥 오줌을 구분을 못해? 내가 그쪽에 관심이 있다고.”“누가 관심 가져 달래?”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말을 말자.” 원경릉이 우문호 옆에 엎드려, “안으로 좀더 들어가, 나 좀 자게.”우문호는 안 들어가니 두 사람의 어깨가 맞붙는다. 우문호는 중상을 입어서 움직일 수 없으니 어깨가 좀 닿을 수도 있다고 자신을 설득시켰다. 원경릉의 얼굴이 침대 밖으로 향해 우문호가 보는 건 새카만 뒤통수다.“야,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뭐라셔?”“너 상처 좀 어떠냐고 물어보시더라.” 원경릉이 눈을 감자, 눈꺼풀을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식곤증이다.“그리고?”“그리고 우리가 언제 아들 낳을 거냐고 물어보셨어.”우문호는 당황해서,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물어 보셨어?”“물어봤다고 할 순 없고, 우리가 혼례를 치른지 1년인데, 어째서 태기가 없냐고 하시길래, 내가 노력 중입니다. 일년 후에는 태어날 겁니다 했지.” 원경릉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사실 이 자세가 정말 편하다.“애를 낳아준다고? 너 말 똑바로 할 줄 알아 몰라?” 우문호는 기가 막힌다. 아바마마께서 이런 답을 들으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 “폐하의 손자라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이런 날카로운 소리를 참을 수가 없고 화가 나서 얼굴을 돌리고, 우문호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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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6화

우문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무조건 여자들만 고생한다고 그래?”원경릉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혼인은 여자가 전적으로 손해지. 남존여비 사회에서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하고, 그나마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은 애 낳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것도 첩들하고 경쟁해야하고! 남자들은 진정한 사랑을 눈곱 만치도 몰라.”우문호는 말문이 막혔다. 이게 무슨 무논리인가? 무엇을 업으로 삼고? 무슨 경쟁? 또 무슨 근거로 남자가 사랑을 모른다고 말하는거지? “본왕이 뭘 모른다는거냐?” 우문호의 눈썹 사이의 흉터가 일그러졌다. “뭘 안다는거죠? 만약에 당신이 주명취랑 결혼했다고 치고 평생 그녀를 위해 첩을 두지 않을 겁니까?”원경릉이 물었다. “본왕이 첩을 두든 말든 너랑은 무슨 상관이고, 왜 갑자기 주명취를 들먹여?”“툭 까놓고 애기해보자구요. 당신은 그 여자를 위해서 평생 첩을 들이지 않을건가요?”“주명취는 너랑 달라. 그녀는 너처럼 논리 없는 사람이 아니다.”“그래, 논리! 논리있는 주명취는 아마 친히 당신에게 첩을 소개해줄 수도 있겠네요. 내가 묻고 싶은건 당신이 한 여자와 평생 살고 싶으냐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거에요!”원경릉은 남존여비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남자에게 마치 이혼 연애 상담 전문가라도 된 듯 쏘아붙였다. 그녀는 연애 관련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시공간을 초월하기 전 그녀의 조교였던 에이미가 그런 글들을 많이 읽고 그녀 앞에서 사랑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에이미는 뚱뚱한 대학원생으로 아직 키스도 한번 못해 본 모태솔로이다. 하지만 에이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도 언젠가는 꼭 반쪽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한참을 쏘아 붙이던 원경릉은 지쳤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잠을 청했다. 우문호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도대에 누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산다는 말인가? 본래 첩을 두는 것은 자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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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밖에는 야간 수위를 하는 태감이 있었는데, 원경릉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지금 시진은?”“왕비님 돌아가시지오. 자시(밤 11시~오전 1시)가 막 지났습니다.”원경릉이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문 앞에 걸려 있던 풍등의 불빛으로 마당을 어슴푸레했다. 그녀는 몇 걸음 걸어 마당 밖 가까운 목련나무 아래에 앉았다.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벌레가 내는 소리, 개구리의 울음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원경릉은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즐겼다.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뜬 그녀가 깜짝 놀라 수풀을 보았다. 벌레와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놀랍게도 그녀가 이해할 수 있었다. 푸바오의 말을 알아들는 것 자체도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벌레나 개구리와도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설마 내가 죽었다 살았난 걸까? 아니면 혹시 내가 귀신인가? 세상에 귀신이 존재한단 말인가?원경릉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귀신에게 쫓기듯 궁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탕양과 서일은 그녀의 다급한 발걸음에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침상으로 오르더니 다급하게 이불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깬 우문호가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왜 그러느냐?”원경릉은 그에게 가깝게 붙었다. “무서워!”“뭐가 무섭느냐?” 그는 원경릉이 덜덜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불 속으로 머리를 파묻고 혼란스러워했다. 이유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휘감았다. 차가운 손이 그녀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까칠한 손바닥과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꽉 잡는 것이 느껴졌다. 원경릉은 그의 손에서 강한 힘을 느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그녀의 마음을 끌어내려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문호가 그녀를 비웃을 줄 알았는데 이런 따뜻한 행동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머리를 천천히 이불 위로 들어올리며 그녀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연약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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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화

원경릉은 잠에 들었다. 이후에 그녀는 어떻게 우문호 곁에서 울다 잠이 들수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우문호의 몸에서 난 소독약 냄새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준게 아닐까 라고 결론을 내렸다.다음날, 그녀는 오랜만에 단잠으로 원기가 회복된 것 같았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자 우문호의 까만 눈동자가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네가 자는 내내 침을 질질 흘려서 내 소매가 이리 더러워졌다.”“엇! 미안해!” 원경릉은 우문호의 소매가 젖은 것을 보고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우문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원경릉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탕양과 서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준비해 둔 세숫물로 간단하게 입과 얼굴을 닦고, 머리를 빗은 후,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희상궁과 궁녀가 있었다. 그들은 원경릉을 보고 희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왕비님. 태상황님께서 왕비님이 깨시면 병구완을 들러 오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왕야의 상처를 먼저 치료하고 가도 될까요?”“어의가 치료할 것 입니다.”“하지만……”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태상황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그 자식은 안 죽으니, 어의에게 맡기고 빨리 오라’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우문호를 보며 말했다. “저는 태상황님 병구완을 하러 가야합니다. 어의가 상처를 치료해줄 때 짜증내지 마시고, 상처에 소독약을 꼭 발라주셔야 합니다.”우문호가 인상을 쓰며 “내가 언제 짜증을 냈다고 그러느냐? 말이 참 많구나! 가보거라!” 라고 소리쳤다. 어휴. 할아버지나 손주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건 마찬가지구나.건곤전에 이르니 제왕과 주명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왕이 그녀에게 우문호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제왕에게 대답하며 주명취를 바라보았다. 주명취의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원경릉은 그녀를 무시하고는 희상궁을 따라 건곤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희상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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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9화

태상황은 주사를 맞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약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약을 마시는 얼굴이 마치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일그러졌다. 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약사발을 상선에게 건네주었다. 상선은 비워진 약사발을 받아들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비님 건곤전에 계속 계셔주셔야 겠습니다!”상선을 말을 마치고 사발을 들고 나갔다. 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 앞에 섰다. “태황상님 약도 드셨으니, 이제 주사를 맞을 차례입니다.”태상황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지며 원경릉에게 욕을 퍼부으려던 찰라 원경릉이 잽싸게 말을 이어나갔다. “보아하니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으니 화를 가라앉히는 주사를 한대 더 놓아드려야겠네요.”그러자 태상황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잠시 금방 또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손에 바늘을 꽂지 않았느냐? 왜 이번엔 바지를 벗으라고 하는것이야? 너는 수치도 못느끼느냐?”“꼭 엉덩이에 맞아야 하는 주사가 있습니다.” 원경릉이 주사기에 들어간 공기를 빼내며 대답했다. 공기가 다 빠지고 바늘위로 물약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주사를 놓을 준비를 했다. “잘 협조하시면, 제가 살살 놔드릴게요.”태상황은 그녀가 주사를 놓는 것에 협조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살고 싶었다. 그는 원경릉의 주사가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묻지도 않았다. 주사를 다 맞은 후 상선이 들어오자 태상황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밖에 사람이 아직 있는가?”“있습니다.” 상선이 대답했다. 원경릉은 건곤전 앞에서 태상황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제왕 내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상황이 그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다. 태상황은 눈을 감고 말했다. “그냥 서 있게 냅두어라.”원경릉 앞에 푸바오가 보였다. 푸바오가 약을 잘 먹기는 했지만, 원래 개들이 자가치유 능력이 강해서 상처는 금방 아물어 있었다.“아유 착하지.” 원경릉이 푸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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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화

이 모든 것들이 사전에 계획 된 것이었다. 어린 남나인은 그저 희생양일 뿐, 그의 집에서 찾아낸 은표는 초왕부에서 발행한 것이었고, 원경릉은 태상황을 치료해주다가 누군가에게 고발을 당했다. 만약에 구전단을 찾지 못했다면 그녀는 끝까지 태상황을 해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을 것이다.현재 그녀는 깨끗하게 혐의를 벗은걸까? 태상황은 원경릉이 그랬다 할 확실한 증거를 못 찾았을 뿐, 암암리에 이 사건을 뒤쫓고 있고, 초왕부는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태상황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원경릉은 자신도 모르게 태상황의 눈치를 살폈다. 태상황은 엄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원경릉은 푸바오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태평한 척했다. 그녀는 혹시 태상황이 이상한 낌새를 느낀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자신이 푸바오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안심했다.“이리오거라!” 태상황 소리쳤다. “태상황님 분부하십시오.” 원경릉은 천천히 다가갔다.“아까 무슨 생각을 한 것이냐? 얼굴이 왜 갑자기 창백해졌느냐?” 태상황이 말했다. 원경릉은 상선과 희상궁 쪽을 힐끗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침 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갑자기 어지러워서 창백해진 것 같습니다.”희상궁이 웃으면서 답했다. “태상황님께서도 아직 드시지 않았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 곧 식사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희상궁님 감사합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태상황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해독을 한 직 후라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그는 원경릉을 노려보던 눈을 거두었다. 아침으로는 다진 고기를 넣은 죽이 준비됐다. 원경릉은 두 그릇이나 먹었다. 죽을 먹고 난 후 원경릉은 정신이 들고 온 몸에 기운이 솟는게 느껴졌다. 먹는 내내 푸바오가 혀를 길게 내밀고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원경릉은 이를 보고 웃으며 희상궁에게 “푸바오도 먹을 수 있게 소금을 넣지 않은 죽을 좀 내어주세요. 사실 태상황님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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