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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1화

못난이의 정체원경릉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서 한숨을 쉬더니, “네, 절 위해 혼내 주시고 감사하네요. 저 쉬고 싶으니까 공자는 돌아가 주세요.”그런데 가지는 않고 오히려 의자를 가져와 침대 곁에 앉아, “곁에 있을 게요. 얘기하다 보면 안 아플 거예요.”원경릉은 화낼 힘도 없어서, “얘기하고 싶지 않고 쉬고 싶어요.”홍엽은 못 들은 척 막무가내로, “못난이는 당신을 알아요.”원경릉이 차갑게 웃으며, “네, 절 이렇게 상처를 입혔는데 모를 수가 없죠?”“아뇨,” 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살짝 고개를 흔들며, “그거 말고요. 다른 걸.”원경릉은 고통으로 힘겨워 하며, “무슨 뜻이죠? 얘기하세요.”홍엽이 그윽한 눈으로 속삭이며, “못난이는 고지의 동생이예요.”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순간 경악해서, “정말인가요? 고지는 무녀잖아요?”“무녀도 부모형제는 있죠.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 하는 고지가 위왕비 손에 당했고, 못난이는 그 원흉이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당신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거죠.”원경릉은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맙소사, 어쩐지 못난이가 자신을 그렇게 원한 맺힌 눈으로 보더라. 고지의 동생이었군. 자기에게도 이정도인데 남강 북쪽에서 정화를 봤을 때는 어째서 정화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지?’홍엽은 마치 원경릉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 “맞아요. 못난이는 정화를 죽이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데리고 무당지대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했던 거죠. 정화군주를 아주 증오했으니까.”이 화제는 정말 진통 효과가 있었다. 원경릉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으나 다리가 매달려 있어 일어나는 게 더 힘들어서 힘없이 다시 눕더니, “공자, 못난이가 만약 나와 정화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우리는 못난이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공자가 말리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못난이는 당분간 제 얘기를 들을 겁니다.”“당분간? 그 말은 언젠가 당신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다는 뜻인가요?” 원경릉은 점점 못난이가 위험하는 생각이 들었다.홍엽이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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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2화

홍엽의 사고방식원경릉과 홍엽이 처음 이렇게 심도 깊게 얘기하는 것으로 홍엽의 말에 원경릉은 경악해 안색이 확 바뀌더니, “아뇨, 제가 사람을 구한 건 그들이 살기를 바래서 지 그들이 언제든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려는 게 아니 예요.”“같은 말이잖아요. 그들이 지금 살아있기를 바라지만, 당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이 싫다고 하면 당신 화 안나요?”원경릉이 약간 흥분해서, “제가 왜 화가 나요? 그건 그 사람들 목숨인데.”“하지만 당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그들은 벌써 죽었잖아요. 문둥산의 그 사람들은 당신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겠죠? 당신이 나타나서 그 사람들의 생명이 연장된 거예요, 그들에게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그들은 당신에게 절해야 한다고요.”원경릉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듯 홍엽을 보며 주진이 말이 생각났다. 홍엽의 본심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주진은 홍엽을 어떤 부분 잘못 알고 있다.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면 구해준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쳐야 생각이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어?’“내 말에 동의하지 않나요?” 홍엽의 심오한 눈빛에 한 줄기 불쾌함이 덮여 있다.“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제가 사람을 구한 건, 그 사람이 나중에 나에게 보답하라 거나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 예요.”홍엽이 바로 반박하며, “당신이 의사라는 신분이라서 그런 건가요? 원숭이가 그랬어요, 의사는 사람을 구하는 게 사명이라고. 당신이 사람을 구하는 건 본분이라 그래서 사람들이 보답하는 걸 바라지 않는 거죠? 하지만 전 의사가 아니니까 이렇게 생각하는데 문제 없죠? 저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아요. 사람은 자고로 은혜를 입으면 갚고, 원수를 지면 복수하는 법이니까.”마지막 말은 아주 단호했다.원경릉은 더 얘기를 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저 졸려요, 자고 싶네요. 공자는 돌아가시죠.”홍엽이 원경릉의 다리를 보고 천천히 일어나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래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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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3화

홍엽의 집착“응, 그 동생이래.” 원경릉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번 여행은 위험천만이다, “사식아, 어쨌든 내가 다리를 다쳐서 경호에 가는 게 불편하니 내일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경호는 다시 날을 잡자.”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언니 결정대로 하고 다음번에는 태자전하께 같이 가자고 해요. 오늘밤은 혼자 주무시지 말고 저랑 눈 늑대가 와서 같이 잘 게요, 만약을 대비해서.”“괜찮아, 틀림없이 홍엽이 못난이를 막을 수 있어.” 원경릉은 홍엽이 못난이를 죽이겠다는 말을 한 장면이 떠올랐다. 홍엽이 그토록 떳떳하게 말하다니, 원경릉은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어 닥치며 당장이라도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다.“역시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사식이가 자리끼를 떠놓고 나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눈 늑대를 끌고 돌아왔다.눈 늑대는 탁자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는데 얌전하게 금방 잠이 들더니 살짝 코까지 곤다.원경릉은 잠이 오지 않는데 다리의 상처가 다시 아파오는 느낌인 게 진통제를 한 알 더 먹고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다시 누웠다.한밤중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태자비 마마, 주무십니까?”원경릉은 잠들지 않았으나 답하기가 그래서 가만히 문 두드리는 그림자를 뚫어지게 살펴보는데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사식이도 소리를 듣고 약간 분노한듯, “공자,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마마는 당연히 주무시죠.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시면 되잖아요? 오밤중에 굳이 여자 방 문을 두드리셔야 겠습니까?”그런데 문 곁에서 홍엽이 마치 검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원경릉은 오늘밤 했던 말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며 얼른, “안 자요, 들어와요!”문이 열리고 홍엽이 성큼성큼 들어왔는데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놀라서 죽을 뻔 했네.’사식이가 긴장해서 따라오더니 침대 앞에 막아 서며 차갑게 홍엽을 쳐다봤다.홍엽은 원경릉에게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웃으며, “이거 방금 제가 만든 지팡이예요, 걷기 불편하면 지팡이를 짚고 가면 될 거예요. 상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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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4화

헤어지려는데홍엽은 순간 실망하더니 바로 온화한 미소를 되찾았으나 묘하게 한줄기 냉정함이 느껴졌다. “좋아요, 그것도 좋죠.”원경릉은 숨을 내쉬며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우문호와 같이 오겠다고 결심했다.원경릉은 이번에 있었던 일을 우문호에게 얘기해야 하나 고민 됐다. 알리면 우문호는 분명 못난이를 찾아가 사생결단을 하려 들 것이고, 알리지 않으면 둘 사이는 그동안 전혀 비밀을 갖지 않고 지냈는데 이런 선례를 만들 수는 없다.사식이가 와서 원경릉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드는 지, “오밤중에 와서 법도에 어긋난 행동이라니, 원 언니 우리 내일 돌아가요. 너무 무서워요.”사식이는 홍엽이 계략을 부리면 자신은 절대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내일 돌아가자.” 원경릉도 흐지부지 연루되는 게 무서운 것이 이번 길에 홍엽이 너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다가 갑자기 또 변화무쌍해서 마치 잠재된 성격이 균열 사이로 새 나오는 것 같다.다음날 날이 밝자 사식이가 자리를 정리하고, “마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는데 걸을 수 있겠어요? 걷기 힘들면 제가 업고 내려갈 게요.”원경릉이 땅을 밟아보고 홍엽이 준 지팡이에 의지해서 몇 걸음 걷더니, “업을 필요 없어, 계단 내려갈 때 부축만 좀 해 주면 돼.”다리가 오늘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아프다. 원경릉은 돌아가서 기브스를 할지 부목을 댈 지 봐야겠다. 안 그러면 회복하는데 좋지 않을 것이다.힘들게 계단을 내려와 1층에서 사식이가 계산을 하고 원경릉과 만두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만두가 꾸벅꾸벅 졸고 눈 늑대가 만두 발 아래 엎드려 있는 게 지친 모습이다.홍엽과 못난이도 내려왔는데 원경릉이 보니 못난이가 절름거리며 걷는데 독사 같은 원한이 서린 눈으로 원경릉을 보며 죽이지 못해 한 맺힌 표정이라 속이 덜덜 떨렸다.홍엽이 다가와 담담하게, “제가 당신을 위해 복수했어요.”원경릉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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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5화

평행선“만두야, 삼촌 귀찮게 하면 안되지, 어서 내려와!” 원경릉이 화가 났다.만두는 역시 엄마를 무서워해서 입을 삐죽거리며 내려왔다.홍엽이 어두운 얼굴로,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가고 싶다면 가게 해야죠, 제가 잘 보호할 테니.”“아이를 교육하는 건 제 나름의 방식과 철학이 있으니 공자께서는 간여하지 마세요.” 원경릉이 불쾌한듯 말했다. 홍엽이 눈살을 찌푸리며, “마마께서 아이를 교육하는 걸 간여한 게 아니라 아이를 이렇게 많이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거였어요.”“만두는 아직 어려서 아직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몰라요.”“마마도 만두를 데리고 경호로 가시려고 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당신이 못 가니 제가 가는 길에 마마의 원래 바람대로 데리고 가겠다는데, 마마는 제가 못 미더워서 저 아이를 해칠까 봐 두려우신 거 아닙니까? 제가 만약 여러분을 해치려 했으면 벌써 했어요.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홍엽의 목소리에 약간 상처받은 마음이 느껴졌다.원경릉이 어깨를 떨구고, “보아하니 우리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원경릉은 오해를 낳고 싶지 않고 이럴 때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홍엽은 줄곧 귀찮은 적수로 친구가 되기까지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우문호를 더 성가시게 만들 수 없는 게 이미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계획한 일이 있어서 만약 지금 홍엽과 틀어지면 우문호에게 있어서는 안 그래도 무거운 어깨에 짐을 더 지워주는 격이다.원경릉은 지팡이에 의지해서 밖으로 나갔다. 객잔 밖 길거리엔 찬바람이 소슬하게 불어 대형 점포에 달린 포렴이 펄럭거렸다. 시간이 아직 일러 거리에는 행인이 없고 멀리서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낯선 땅의 싸늘한 새벽은 오히려 원경릉을 말할 수 없이 초조하게 했다. 자신을 바짝 붙어 따라 나온 홍엽에게, “홍엽 공자, 한 마디만 물을 게요. 우리는 적인가요 친구인가요?”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남강 북쪽에서의 일전을 거치고 전 적어도 당신이 이런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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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6화

집으로그런데 홍엽이 갑자기 즐거워하며 마치 우리가 친구이길 바란다는 말이 그를 굉장히 고무시켜 원경릉의 다른 말은 전부 귓등으로 들은 것 같다.원경릉은 급 피곤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무기력하게, “흠, 우리가 친구이길 바래요.” 사식이가 계산을 마치고 만두와 눈 늑대를 데리고 나와 홍엽에게 작별하더니 바로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사식이가 마차를 몰고 눈 늑대가 위풍당당하게 사식이 옆에 앉아 채찍을 휘두르는 순간 홍엽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가요, 우리 경성에서 봅시다.”원경릉은 가리개 밖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대신했다. 사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경성으로 돌아가자 우문호는 원경릉이 다쳐서 돌아온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서 원경릉과 사식이를 추궁했다. 넘어졌다고 하자 우문호는 만두와 눈 늑대를 혼냈는데 왜 엄마를 잘 보호하지 못했냐고 하니 만두가 억울해서 엄마가 혼자 길 가다가 실수로 넘어진 걸 어떻게 자기 책임으로 돌리냐며 자기는 어린이지만 안 넘어졌다고 항변했다.원경릉은 사실 우문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으나 우문호는 성격이 불 같아서 함부로 말도 못했다. 하지만 우문호를 속이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침대에서 전전반측하는데 우문호는 원경릉이 심하게 아파서 그런 줄 알고 회의도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경릉을 지켰다.우문호는 원 선생을 절대 신뢰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세심하게 돌봐 주며 자신이 많이 바쁘지 않을 때 같이 경호에 가자고 위로했다.원경릉은 속으로 감추는 성격이 못되고 특히 우문호에게는 더해서, 뭘 숨기려 하니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못난이는 숨겨진 재앙으로 우문호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원경릉 자신도 당했고 홍엽이 제압해 줄 거라고 완전히 기댈 수도 없는 상황으로 홍엽이 제압하는 건 죽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문호에게 못난이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안 해도 못난이의 정체는 알려야 했다.“계속 홍엽 곁에 있던 못난이, 당신 기억해?”“알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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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7화

태자 부부 서일 부부원경릉은 자신이 우문호에게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알고, “못난이랑 다툼이 생겼어.”우문호가 화를 내며, “바로 얘기 안 하고 속이려 들다니, 난 당신이 왜 홍엽을 감싸고 드는지 모르겠어.”“홍엽을 감싸는 게 아니라 당분간 홍엽과 적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원경릉은 우문호가 화 낼 거라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다.우문호가 차갑게, “난 누구와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들이 까불며 남의 집 문지방을 넘는데도 겁쟁이처럼 굴어야 하는 거야? 당신 지금 누구를 무시하는데?”원경릉이, “내가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 작게 한숨을 쉬더니, “우리 싸우는 거야? 홍엽때문에 또 싸워?”우문호가 화가 났지만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홍엽 따위 때문에 싸우다니 말도 안돼.’“됐어, 말도 꺼내지 말자.” 우문호는 지난 교훈을 되새기며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원 선생도 다친 상황이다. 그래, 둘 사이는 기본적인 신뢰와 이해가 있으니까.우문호는 잘생긴 얼굴에 엷은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앞으로 홍엽에 관한 건 나에게 감추려고 하지 마, 알았지?”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작게 끄덕이며, “응.”두 사람은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밖에서 사식이가 듣고 있다가 속으로 못난이가 미워 죽겠다. 당연히 자기가 못난이와 싸웠는데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사식이는 마음이 얼굴보다 더 추악한 못난이라는 인간이 정말 증오스러웠다.사식이는 서일과 상의해 못난이가 돌아오면 못난이를 찾아가 결판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서일은 요즘 상당히 침착해 져서 사식이가 흥분해서 하는 말을 듣더니, “이 일은 태자 전하께서 생각이 있으시니 당신은 괜히 일 만들지 마.”“내가 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분함을 풀려는 거야.” 사식이가 씩씩거렸다.“분풀이 때문에 서둘지 말라고. 당장 안 그래도 태자 전하께서는 일이 많은데, 배후의 흑막도 찾아내야 하고 평남왕까지 연루돼서 지금 조정에는 평남왕과 안풍친왕을 시기하는 무리가 발호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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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8화

임신이란원경릉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우문호는 엄명을 내려 아무데도 못 가게 하고 오직 집에서 상처 치료에만 전념하게 했다. 원경릉은 원래 한 번 입궐하려 했으나 우문호가 귀에 대고 몇 번이나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요부인과 원용의, 손왕비가 초왕부에 와서 같이 있어줬는데 미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미색은 어디 갔어요?”손왕비는 오늘 짙은 감색 비단옷을 입고 틀어 올려 뒤를 늘어뜨린 머리에 예전보다 단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원경릉이 미색에 대해 묻는 것을 듣고 ‘풉’하고 웃다가 차를 뿜어 단아한 분위기가 1초만에 무너졌다.원경릉이 이상해서, “왜요? 미색이 또 무슨 바보짓 했어요?”손왕비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이 한겨울에 돌산에 꽃이 핀데. 민간에서 겨울에 꽃이 피는 건 본래 드문 일로 게다가 돌산이니 말할 필요도 없지. 돌산에 꽃을 피울 수 있으니 돌 같은 여자도 임신 할 수 있다며 미색이 바로 돌산으로 갔지. 꽃이 피는 걸 직접 보겠다고 쪼그리고 앉아서 지키는데, 꽃한테 잘 보이면 돌아와서 임신할 수 있데.”원경릉이 어이가 없어서, “진짜 항복이네요.”요부인도 웃다가 바로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전에 미색 맥을 짚었었죠? 몸에 문제가 있었어요? 미색이랑 여섯째가 혼인한지 이정도면 임신할 때가 됐는데.”“문제 없어요. 임신이 안되는 건 때로 심리상의 문제로 심리 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주거든요.” 사실 임신하지 못할 때 대부분의 경우 여자를 원망하는데 남자도 상관 있다. 하지만 그녀들도 회왕의 몸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고 당연히 원경릉도 반드시 회왕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미색을 보면 정말 애를 쓰고 정말 힘들어한다.“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둘째 형님, 이렇게 오래 됐는데 다시 하나 낳으실 생각은 없으세요?” 원용의가 갑자기 화제를 손왕비에게 돌렸다.손왕비가 손을 흔들며, “하늘이 내려 주시는 거지. 옥황상제님이 날 가련하게 여기지 않으시나 봐. 난 이제 달관 했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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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9화

유민 현주사식이가 밖에서 들어오며, “무슨 말씀을 하는데 이렇게 즐거우세요?”“꼬맹이는 엿들으면 안 돼.” 원용의가 웃으며 말했다.사식이가 ‘흥’하며, “저도 혼인했거든요.”원용의가 사식이를 보고, “그래, 사식이도 혼인을 했지.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손왕비가 갑자기, “맞아, 옹정 군주가 죽었어, 알고 있어?”원경릉이 대경실색해서, “죽었다고요? 어떻게 된 거예요?”손왕비가, “군주 부마 저택에 상이 났다고, 말로는 급서(急逝)라고 하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호비가 아이를 낳은 뒤로 정서가 영 불안정 하더니 어두운 방에 도사리고 앉아 종일 태자비를 욕하다가 나중에 군주의 부마와 다투더니 군주가 벽에 부딪혀 자살했 데.”원용의가 냉랭하게, “종일 태자비를 욕해요? 죽어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네요. 그때 일을 아바마마께서 장공주의 얼굴을 봐서 크게 추궁하지 않으신 건데 고마움을 몰라도 분수가 있지. 죽어도 싸네요.”“됐어, 죽은 사람을.” 원경릉이 옹정 군주의 매몰차고 살기등등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영 싫었다.“그럼 유민 현주는? 아직 혼례 안 치렀죠?” 요부인이 물었다. 요부인인 지금 황실 사람이 아니라 이런 자잘한 소식은 모르고 있다.“유민 현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 모친상으로 아마 3년은 또 못 가지 싶네. 정말 안됐지. 누가 3년을 기다려 주겠어? 3년 지나면 노처녀지.” 손왕비가 코웃음을 쳤다.원용의가, “누구와 혼인하는데요?”“박씨 집안의 박원 공자!” 손왕비가 원용의를 흘끔 본 게, 원용의가 전에 박원과 혼담이 오갔기 때문이다.원용의가 놀래서, “박원이요? 본인이 동의했나요? 박형이 어떻게 유민 현주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할 수가 있죠? 둘째 형님 말씀 좀 드리지 그러셨어요?”손왕비와 박원은 친척관계라 이 일은 손왕비가 얘기했으니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손왕비가 한숨을 쉬며, “나야 말을 했지, 유민 현주가 교활하고 제멋대로기는 하지만 그나마 제대로 된 집안 출신으로 강호의 여자들과 어울려 사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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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60화

박원과 소홍천손왕비가, “이 일때문에 나도 박원 집에 두 번이나 갔는데 오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 얘기 안 했어. 어쨌든 그집 혼사인데 내가 참견하기가 그렇잖아?”손왕비가 좀 화가 난 듯 보였다. 유민 현주의 패악질을 그 자리에서 봤기 때문에 박원같은 좋은 사람이 이런 여자 손에서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원용의가, “박형과 소문주가 함께 한다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자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소용없어, 부모는 어울린다고 생각 안 하니까.” 손왕비는 짜증이 나는지 손을 내젓더니, “됐어, 이 얘기 그만해.”원용의와 원경릉은 서로 마주보고 약간 슬픈 기색으로, ‘잘 되기만 하면 이게 얼마나 경사인데.’그래서 원용의는 그날 돌아가서 박원을 집으로 불렀다. 원용의는 결혼 후에도 박원과 왕래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 명분이 오누이고 제왕도 이 일에 관대해서 질투하지 않았다.원용의는 솔직 담백한 성격이라 말을 돌려서 할 줄 몰라 박원이 앉아 차를 한 잔 마시자, “둘째 형님 말씀에 유민 현주와 혼담이 오간다면서요?”박원이 듣더니 웃으며, “어머니의 한결같은 바람이시지. 상대는 우리 박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유민 현주도 여전히 태자 전하를 사모한다고 들었어.”“망상도 진짜 한결같네!” 원용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 미친 거 아니 예요? 지금도 태자 전하를 그리워하다니.”“결혼으로 신분이 확 높아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자가 어디 있어? 유민 현주는 출신이 좋잖아. 어머니가 옹정 군주니까 그런 생각 하는 것도 정상이지.” 박원은 비판할 마음도 없고 이 화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 계속 차를 마셨다.원용의가 박원을 바라보며 차를 한잔 건넸다. 딸을 낳은 원용의는 일처리가 갈 수록 세밀하고 신중해 졌다. 차 한잔 후 담담하게, “이번에 소홍천과 남강 북쪽이랑 강북부도 같이 갔는데 같이 일해보니 잘 안 맞는 건 없었어요?”박원의 눈가에 서서히 미소가 퍼지며, “무슨 얘기가 듣고 싶어?”“오늘 둘째 형님이랑 같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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