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그런데 홍엽이 갑자기 즐거워하며 마치 우리가 친구이길 바란다는 말이 그를 굉장히 고무시켜 원경릉의 다른 말은 전부 귓등으로 들은 것 같다.원경릉은 급 피곤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무기력하게, “흠, 우리가 친구이길 바래요.” 사식이가 계산을 마치고 만두와 눈 늑대를 데리고 나와 홍엽에게 작별하더니 바로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사식이가 마차를 몰고 눈 늑대가 위풍당당하게 사식이 옆에 앉아 채찍을 휘두르는 순간 홍엽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가요, 우리 경성에서 봅시다.”원경릉은 가리개 밖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대신했다. 사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경성으로 돌아가자 우문호는 원경릉이 다쳐서 돌아온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서 원경릉과 사식이를 추궁했다. 넘어졌다고 하자 우문호는 만두와 눈 늑대를 혼냈는데 왜 엄마를 잘 보호하지 못했냐고 하니 만두가 억울해서 엄마가 혼자 길 가다가 실수로 넘어진 걸 어떻게 자기 책임으로 돌리냐며 자기는 어린이지만 안 넘어졌다고 항변했다.원경릉은 사실 우문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으나 우문호는 성격이 불 같아서 함부로 말도 못했다. 하지만 우문호를 속이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침대에서 전전반측하는데 우문호는 원경릉이 심하게 아파서 그런 줄 알고 회의도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경릉을 지켰다.우문호는 원 선생을 절대 신뢰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세심하게 돌봐 주며 자신이 많이 바쁘지 않을 때 같이 경호에 가자고 위로했다.원경릉은 속으로 감추는 성격이 못되고 특히 우문호에게는 더해서, 뭘 숨기려 하니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못난이는 숨겨진 재앙으로 우문호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원경릉 자신도 당했고 홍엽이 제압해 줄 거라고 완전히 기댈 수도 없는 상황으로 홍엽이 제압하는 건 죽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문호에게 못난이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안 해도 못난이의 정체는 알려야 했다.“계속 홍엽 곁에 있던 못난이, 당신 기억해?”“알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을
태자 부부 서일 부부원경릉은 자신이 우문호에게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알고, “못난이랑 다툼이 생겼어.”우문호가 화를 내며, “바로 얘기 안 하고 속이려 들다니, 난 당신이 왜 홍엽을 감싸고 드는지 모르겠어.”“홍엽을 감싸는 게 아니라 당분간 홍엽과 적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원경릉은 우문호가 화 낼 거라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다.우문호가 차갑게, “난 누구와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들이 까불며 남의 집 문지방을 넘는데도 겁쟁이처럼 굴어야 하는 거야? 당신 지금 누구를 무시하는데?”원경릉이, “내가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 작게 한숨을 쉬더니, “우리 싸우는 거야? 홍엽때문에 또 싸워?”우문호가 화가 났지만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홍엽 따위 때문에 싸우다니 말도 안돼.’“됐어, 말도 꺼내지 말자.” 우문호는 지난 교훈을 되새기며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원 선생도 다친 상황이다. 그래, 둘 사이는 기본적인 신뢰와 이해가 있으니까.우문호는 잘생긴 얼굴에 엷은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앞으로 홍엽에 관한 건 나에게 감추려고 하지 마, 알았지?”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작게 끄덕이며, “응.”두 사람은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밖에서 사식이가 듣고 있다가 속으로 못난이가 미워 죽겠다. 당연히 자기가 못난이와 싸웠는데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사식이는 마음이 얼굴보다 더 추악한 못난이라는 인간이 정말 증오스러웠다.사식이는 서일과 상의해 못난이가 돌아오면 못난이를 찾아가 결판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서일은 요즘 상당히 침착해 져서 사식이가 흥분해서 하는 말을 듣더니, “이 일은 태자 전하께서 생각이 있으시니 당신은 괜히 일 만들지 마.”“내가 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분함을 풀려는 거야.” 사식이가 씩씩거렸다.“분풀이 때문에 서둘지 말라고. 당장 안 그래도 태자 전하께서는 일이 많은데, 배후의 흑막도 찾아내야 하고 평남왕까지 연루돼서 지금 조정에는 평남왕과 안풍친왕을 시기하는 무리가 발호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 홍
임신이란원경릉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우문호는 엄명을 내려 아무데도 못 가게 하고 오직 집에서 상처 치료에만 전념하게 했다. 원경릉은 원래 한 번 입궐하려 했으나 우문호가 귀에 대고 몇 번이나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요부인과 원용의, 손왕비가 초왕부에 와서 같이 있어줬는데 미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미색은 어디 갔어요?”손왕비는 오늘 짙은 감색 비단옷을 입고 틀어 올려 뒤를 늘어뜨린 머리에 예전보다 단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원경릉이 미색에 대해 묻는 것을 듣고 ‘풉’하고 웃다가 차를 뿜어 단아한 분위기가 1초만에 무너졌다.원경릉이 이상해서, “왜요? 미색이 또 무슨 바보짓 했어요?”손왕비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이 한겨울에 돌산에 꽃이 핀데. 민간에서 겨울에 꽃이 피는 건 본래 드문 일로 게다가 돌산이니 말할 필요도 없지. 돌산에 꽃을 피울 수 있으니 돌 같은 여자도 임신 할 수 있다며 미색이 바로 돌산으로 갔지. 꽃이 피는 걸 직접 보겠다고 쪼그리고 앉아서 지키는데, 꽃한테 잘 보이면 돌아와서 임신할 수 있데.”원경릉이 어이가 없어서, “진짜 항복이네요.”요부인도 웃다가 바로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전에 미색 맥을 짚었었죠? 몸에 문제가 있었어요? 미색이랑 여섯째가 혼인한지 이정도면 임신할 때가 됐는데.”“문제 없어요. 임신이 안되는 건 때로 심리상의 문제로 심리 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주거든요.” 사실 임신하지 못할 때 대부분의 경우 여자를 원망하는데 남자도 상관 있다. 하지만 그녀들도 회왕의 몸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고 당연히 원경릉도 반드시 회왕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미색을 보면 정말 애를 쓰고 정말 힘들어한다.“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둘째 형님, 이렇게 오래 됐는데 다시 하나 낳으실 생각은 없으세요?” 원용의가 갑자기 화제를 손왕비에게 돌렸다.손왕비가 손을 흔들며, “하늘이 내려 주시는 거지. 옥황상제님이 날 가련하게 여기지 않으시나 봐. 난 이제 달관 했어. 미
유민 현주사식이가 밖에서 들어오며, “무슨 말씀을 하는데 이렇게 즐거우세요?”“꼬맹이는 엿들으면 안 돼.” 원용의가 웃으며 말했다.사식이가 ‘흥’하며, “저도 혼인했거든요.”원용의가 사식이를 보고, “그래, 사식이도 혼인을 했지.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손왕비가 갑자기, “맞아, 옹정 군주가 죽었어, 알고 있어?”원경릉이 대경실색해서, “죽었다고요? 어떻게 된 거예요?”손왕비가, “군주 부마 저택에 상이 났다고, 말로는 급서(急逝)라고 하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호비가 아이를 낳은 뒤로 정서가 영 불안정 하더니 어두운 방에 도사리고 앉아 종일 태자비를 욕하다가 나중에 군주의 부마와 다투더니 군주가 벽에 부딪혀 자살했 데.”원용의가 냉랭하게, “종일 태자비를 욕해요? 죽어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네요. 그때 일을 아바마마께서 장공주의 얼굴을 봐서 크게 추궁하지 않으신 건데 고마움을 몰라도 분수가 있지. 죽어도 싸네요.”“됐어, 죽은 사람을.” 원경릉이 옹정 군주의 매몰차고 살기등등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영 싫었다.“그럼 유민 현주는? 아직 혼례 안 치렀죠?” 요부인이 물었다. 요부인인 지금 황실 사람이 아니라 이런 자잘한 소식은 모르고 있다.“유민 현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 모친상으로 아마 3년은 또 못 가지 싶네. 정말 안됐지. 누가 3년을 기다려 주겠어? 3년 지나면 노처녀지.” 손왕비가 코웃음을 쳤다.원용의가, “누구와 혼인하는데요?”“박씨 집안의 박원 공자!” 손왕비가 원용의를 흘끔 본 게, 원용의가 전에 박원과 혼담이 오갔기 때문이다.원용의가 놀래서, “박원이요? 본인이 동의했나요? 박형이 어떻게 유민 현주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할 수가 있죠? 둘째 형님 말씀 좀 드리지 그러셨어요?”손왕비와 박원은 친척관계라 이 일은 손왕비가 얘기했으니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손왕비가 한숨을 쉬며, “나야 말을 했지, 유민 현주가 교활하고 제멋대로기는 하지만 그나마 제대로 된 집안 출신으로 강호의 여자들과 어울려 사는 것보다 낫다
박원과 소홍천손왕비가, “이 일때문에 나도 박원 집에 두 번이나 갔는데 오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 얘기 안 했어. 어쨌든 그집 혼사인데 내가 참견하기가 그렇잖아?”손왕비가 좀 화가 난 듯 보였다. 유민 현주의 패악질을 그 자리에서 봤기 때문에 박원같은 좋은 사람이 이런 여자 손에서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원용의가, “박형과 소문주가 함께 한다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자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소용없어, 부모는 어울린다고 생각 안 하니까.” 손왕비는 짜증이 나는지 손을 내젓더니, “됐어, 이 얘기 그만해.”원용의와 원경릉은 서로 마주보고 약간 슬픈 기색으로, ‘잘 되기만 하면 이게 얼마나 경사인데.’그래서 원용의는 그날 돌아가서 박원을 집으로 불렀다. 원용의는 결혼 후에도 박원과 왕래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 명분이 오누이고 제왕도 이 일에 관대해서 질투하지 않았다.원용의는 솔직 담백한 성격이라 말을 돌려서 할 줄 몰라 박원이 앉아 차를 한 잔 마시자, “둘째 형님 말씀에 유민 현주와 혼담이 오간다면서요?”박원이 듣더니 웃으며, “어머니의 한결같은 바람이시지. 상대는 우리 박씨 가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유민 현주도 여전히 태자 전하를 사모한다고 들었어.”“망상도 진짜 한결같네!” 원용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 미친 거 아니 예요? 지금도 태자 전하를 그리워하다니.”“결혼으로 신분이 확 높아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자가 어디 있어? 유민 현주는 출신이 좋잖아. 어머니가 옹정 군주니까 그런 생각 하는 것도 정상이지.” 박원은 비판할 마음도 없고 이 화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 계속 차를 마셨다.원용의가 박원을 바라보며 차를 한잔 건넸다. 딸을 낳은 원용의는 일처리가 갈 수록 세밀하고 신중해 졌다. 차 한잔 후 담담하게, “이번에 소홍천과 남강 북쪽이랑 강북부도 같이 갔는데 같이 일해보니 잘 안 맞는 건 없었어요?”박원의 눈가에 서서히 미소가 퍼지며, “무슨 얘기가 듣고 싶어?”“오늘 둘째 형님이랑 같이 유
바쁜 우문호원용의가 이 말을 듣고 부아가 치미는데 웃기기도 해서, “그래요, 당신께서 너그러이 양보해주신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요.”박원이 거만하게, “다행히 의붓 동생을 하나 얻어서 손해는 안 봤네.”원용의는 박원이 농담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게 싫어서, “소홍천이랑 어떤 지 물었잖아요. 얼른 말해요.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소홍천은 분명히 임소를 잊을 거라니 까요.”박원이 웃으며, “그럼 일단 잊어버리기를 기다렸다가 잊어버리면 혼담을 넣도록 할게.”혼담얘기까지 했으니 좋아하는 건 확실하고 소홍천이 유민 현주보다 훨씬 낫다고 원용의는 생각했다. 정말 혼인한다면 미담으로 남을 법 하다.소홍천 쪽에 대해 원경릉도 우문호에게 이 일을 알고 있는지 물었는데 우문호는 모르고 있었지만 진짜라면 지지할 게 틀림없다.옹정 군주의 죽음을 얘기하며 원경릉이, “벌써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니 황실 친족의 도리로 내일 우리도 시간을 내서 향 올리러 가자. 사람이 죽었는데 원한도 다 잊어야지.”같은 황실 사람이라 해도 안 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장공주의 체면은 살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우문호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안 간다고 사람들에게 욕 먹는 건 좋지 않다.우문호가 동의하며, “가야지, 내일 일찍 가자. 돌아와서 난 관아에 나가봐야 해.”“요즘 바쁜 건 좀 어때?”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기대 물었다.“많이 바빠, 정신 없고.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어. 만아가 벌써 수주부(帅州府)까지 와서 며칠 안에 경성에 도착할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자리에 눕혀주었다. 최근 발이 바닥에 닿을 틈도 없이 정신없이 바빠서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만아와 헤어지고 몇 달이 됐지만 원경릉은 만아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낯설고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이번에 와도 작위를 받고 금새 헤어져야 하잖아.”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 이번엔 경성에 좀 오래 있게 하려고.”원경릉이 놀라서, “그럼 남강에 대한 자기 계획에 영향을 주는 거 아냐?”우문호가
소홍천과 두 남자손왕이 유민 현주를 뿌리치며 굳은 표정으로, “쿵쾅쿵쾅 소란스럽게, 어떤 상황인지 안 보여?”유민 현주는 원래 손왕에게 달려온 게 아니라 우문호에게 달려 간 건데 우문호가 피할 줄 몰랐다. 우문호의 행동에 유민 현주는 상처를 받고 손왕의 질책 따위는 무시하고 우문호를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오빠,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하실 거예요?”우문호는 유민 현주가 싫고 자주 접촉하고 싶지도 않아서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아 바로 원경릉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유민 현주가 뒤에서 울며 오빠오빠 소리치는데 우문호는 화만 치밀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소홍천이 박원에게 애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절대로 박원이 쟤한테 해를 입지 못하게 해야 겠어.”박원은 유능하고 무공이 뛰어난데다 지혜롭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박원이 옮고 그름과 선악을 정확히 분별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박원은 교육도 잘 받아서 어떤 일이든 마음 속에 척도가 있어서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안다.우문호에게 이런 무장이 절실히 필요하다.원경릉이 웃으며, “자기 진짜 너무 살갑게 구는 거 아냐. 저들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놔둬. 내 생각엔 박원도 유민이 마음에 들 리가 없어.”“박씨 부모님이 순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실 까봐 그렇지. 그분들은 소홍천을 좋게 안 보시니까. 나중에 당신이 소홍천을 불러서 물어보는 게 어때?”원경릉이 고개를 젓더니, “아니, 나랑 소홍천이 그 정도로 친하지는 않아.”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나도 묻기가 그런데. 됐다. 당신 말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놔두자. 인연이 있으면 결국은 만나게 될 테니까.”옹정 군주의 상여가 나간 뒤 삼일 째 되는 날 임소의 행방을 알게 되었는데 평남왕부에 또 나타나서 이번에는 평남왕의 양자 우문휘(宇文暉)가 직접 임소를 우문호에게 보냈다.이번엔 귀영위가 따라가서 임소를 데리고 경성으로 체포해 오는데 안타깝게도 곧 경성에 도착하려는 순간 임소가 도망쳤
손전무그리고 첫째 황자 우문군과 주명양은 최근 잘 지내고 있다. 전에 한번 운수가 사나웠던 뒤로 부귀하게 지내던 걸 잊지 못해 지금은 누군가에게 받은 은자로 여전히 패거리와 장사를 하는데 골동품을 판다고 했다.지난번 일로 교훈을 얻어 그들도 보는 눈이 생겼는지 은자를 내놓으라는 장사는 하지 않고, 위험이 큰 장사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첫째 황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편하게 지난날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이번에 그와 장사를 하는 사람은 강남의 상인으로 이름은 손전무(孫全武)인데 강남에 거액의 재산이 있으나 경성에 인맥이 없다. 골동품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역시 우문군 같은 토착 건달이 의지하기 가장 적합한 사람이다. 우문군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사람이 없고 경성 각계 각층에 전부 야트막하게 안면을 트고 있으며, 제일 중요한 건 우문군에게 탐심이 있다는 사실이었다.탐심이 있는 사람은 통제하기 상당히 쉽다.이 골동품 상인도 우문군에게 외지 장사꾼을 여럿 소개 시켜 주었는데 이들은 다 경성에 분점을 가지고 있고 분점은 열흘에 한 번씩 수속을 해야 해서 우문군이 이 일을 대신 하기 좋았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사정할 필요 없이 바로 제왕에게 가져가 도장 찍으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제왕은 우문군을 싫어해서 이런 작은 일은 본인이 직접 나설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우문군도 제왕을 위해 일처리를 제대로 했다. 왜냐면 경성에는 이런 식으로 일정 수고비를 받고 분점의 대리 심사를 맡은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왕은 심지어 우문군이 이런 저급한 대리 업무라도 하는 게 발전한 거라고 생각했다.우문군은 손전무를 위해 분점 신고를 처리하고 그에게 사람을 몇 소개했는데, 골동품은 일반 사람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문군이 소개한 대부분은 전에 우문군을 따랐던 관원들로 이 사람들은 지금 우문군을 따르지 않지만 감히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값싼 친절이라 자신에게 소개한 사람들 뒷일은 우문군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하지만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냉정언은 술잔을 들고 계속 탕양에게 술을 권했다. 잔을 몇 번이나 주고 받자, 탕양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져 말조차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후, 냉정언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말했다."술을 꽤 마셨다 보니, 탕양이 좀 취한 것 같네. 정원에 나가 산책을 조금 하면서 술기운을 가시는 것이 어떻소?"일곱째 아가씨도 약간 취한 상태였기에, 바람을 쐬며 땀을 내면 술이 깰 것 같다며 동의했다."예. 그럼 다들 돌아가서 쉬시지요. 제가 호명과 함께 탕 대인을 돌보겠습니다.""좋소. 수고하시게나!"냉정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자, 어서 돌아가시게!"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새가 흩어지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일곱째 아가씨는 호명과도 함께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탕양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었다."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탕양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는데, 술에 많이 취한듯 몸을 심하게 휘청거렸다."어찌 못 걷겠습니까? 취하지 않았습니다!""예. 그럼, 몇 걸음 더 걸어보시지요. 정말 못 걸으시겠으면 방으로 돌아가 쉬시고요. 취기를 덜어줄 탕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탕양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곧게 뻗은 직선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는 뒤돌아 일곱째 아가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보시지요. 얼마나 똑바로 걷는지! 안 취했습니다. 이제 믿을 수 있습니까?"일곱째 아가씨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하. 예, 안 취하셨네요. 그럼 이만 나가서 함께 산책하시지요."그녀는 그가 오래 걷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기로 했다.역시나 문을 나서자마자 탕양은 난간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하도 휘청거리는 탓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탕 대인이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그러니 일곱째 아가씨께도 예쁘다고 말해 보십시오. 분명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지만 탕 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를 겁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이제 그런거에 좋아할 나이를 지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그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어찌 그럴 리 있습니까?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탕 대인, 대인께서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탕 대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 하하하. 그렇습니까?""예! 모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탕 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입니다.""기분 좋으십니까?"택란이 묻자 탕 대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하며 말했다."이 녀석!"택란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탕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꼭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탕 대인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해서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 고맙습니다."저녁엔 계약이 성공한 기념으로 연회가 열렸다.소박한 술자리긴 했지만, 커다란 술통들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마음껏 마시며 즐길수 있었다.택란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주 아가씨가 매실청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택란의 마음에 쏙 들었다.술잔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모두 패기 있게 약도성을 북당에서 제일가는 도성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벌써 독산을 어떻게 개발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경치를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반면, 택란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했다. 독산에 온천이 있으니 오두막을 지어 온천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여러 개의 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의하였다.택란의 생각은 이 시절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그녀는 탕양을 힐긋 바라보는데, 예전의 담담하고 온화한 모습 없이 뜨겁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그렇게 죽을 때까지 버틴다 해도, 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을 것이었다."탕 대인, 지금 어디를 보는 것이오?"그때, 냉정언이 물었다."예? 무슨 말이십니까?"탕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냉정언을 바라보자, 냉정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께서 계속 일곱째 아가씨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소.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술렁이며 이상한 시선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주 아가씨가 급히 택란의 귀를 막으며 말했다."보지도, 듣지도 마십시오!"탕양은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마구흔들었다."아닙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냉 대인께서 잘못 보신 겁니다.""아니오. 분명 아가씨의 옷깃과 가슴을 보고 있었소!"말을 마치자마자 냉 대인은 숭이를 안고 단호하게 밖으로 나갔고, 탕양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일곱째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곱째 아가씨는 기침을 하며 옷깃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흥. 변태!"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도 돌아서 나가버렸다.탕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한 얼굴로 주 아가씨와 홍엽을 보며 말했다."다들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라는..."홍엽이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눈이 자네 얼굴에 달려 있는데, 자네가 누굴 보고 어디를 보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주 아가씨는 택란의 손을 잡고 나가며 말했다."마마, 이제 탕 대인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마십시오. 인품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탕양은 여전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냉정언의 한마디에 그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져 버렸다.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명여야..."냉명여 또한 귀를 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탕 대인께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십니다!"탕양은 그만 머리를 감싼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